살인의 경계를 넘나드는 위태로운 인간의 내면을 조명하다

 

<살인의 문>은 서두에서부터 죽음에 대한, 죄책감에 대한, 선과 악의 구분은 어떻게 결정지어야 할까 등 많은 물음을 던진다. 앞에서는 선량하게 웃다가도 돌아서면 뒷담화와 부풀린 말로써 사람을 극악으로 몰아붙이는 이기적인 인간의 모습. 사실 아닌 사실로서 한 사람을 악인으로 둔갑시키고, 그럴싸한 모습과 말들로 사람을 현혹시키는 그런 사회와 인간의 어두운 면을 조명한다.

 

피해의 주인공은 다지마 가즈유키, 이야기는 그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그런 가즈유키를 항상 불행의 길로 이끄는 존재이자 살인의 문을 두드리게 만드는 구라모치 오사무. 둘이 만들게 되는 악연의 끈은 어디서부터 시작 된 것이고, 또 어떻게 막을 내릴 것인가. 그 과정과 결과를 지켜보고 판단내리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할머니가 죽었다. 사람들은 다양한 죽음의 이유를 너무도 쉽게 말한다. 자신들과 상관없는 이야기임에도. 아니 상관이 없어서 더 그런 것일까. 그들의 말은 서슴없다. 추측에 불과했던 말은 씨가 되어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으로 부풀려진다. 그렇게 커진 말의 덩치는 위협적인 무기로 변한다. 총이나 칼보다 더 무서운, 마음 언저리까지 깊게 상처 내는 그런 무서움으로”

 

“할머니는 정말 어머니가 독살한 것일까?”

 

어느 누군가는 치욕스런 오점이 될 수도,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이 될 수도 있지만 흠담하는 이들은 개의치 않는다. 오히려 더욱 극악까지 몰고 갈 뿐. 그저 “내 일이 아니고, 말은 자유로운 것이니까”라고 쉽게 여긴다. 자유에 대한 구분, 책임질 수 있는 말이란 것이 얼마나 무겁고도 중요한 것임을 느끼게 하는 부분이다. 의심은 또 다른 의심을 낳고, 거기서 파생된 의혹은 더 큰 의혹을 만든다.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어떤 말로서 그렇게 늘어놓은 누군가의 무책임한 말은 다시 사람의 귀를 타고 전염병처럼 퍼져나간다. 다른 가정, 학교, 마을, 그 속에 소속된 아이들에 이르기까지. 아무것도 모르는 제 3자를 향한 분노 혹은 혐오의 눈빛들은 그저 그 아이가 해당 가정에 소속된 일원이라는 이유로 생각보다 더 쉽게 단정 짓고 사실화하기까지 이른다. 살인자의 아들이라는 오명으로.

 

한 편, 단란했던 가정에도 거센 바람이 불어온다. 예민해지고, 과민해지며, 다투고, 의심하는 등 상당히 침체된 어두운 바람이 가족들 사이를 멤돈다. 의심과 오해가 짙어지고, 투명했던 눈과 귀는 어느새 흐릿하다. 어쩌면 주인공의 아버지가 도입부에 저지르는 불륜에 대한 결과이자 심판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의 무책임한 행동으로 인해 받는 상처는 본인과 더불어 주변인의 아픔과 고통으로 이어지며, 그 상처는 생각 이상으로 깊다. <살인의 문>은 그 비수가 우리에게도 다가올 수 있음을 전제하며, 말과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직시하게 만든다.

 

버거울 정도의 무게, 그렇게 짓누르는 현실은 결국 두 남녀가 이혼하기까지 이른다. 무엇이 진실이고,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가. 개인의 탓인가, 사회의 탓인가. 모두가 가져야할 책임감에 대한 무게를 엄중히 다루는 작품. 더불어 그렇게 빠져드는 내용에 대한 몰입감 또한 크게 작용하는 책이다. 다만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가즈유키의 모습에 특정 결론에 이르기까지는 독자들 또한 어느 정도의 인내심이 필요해 보인다. 살인을 저지르는 것 자체가 그렇게 단순하고 쉽게 일어나지는 않는 다는 점을 보여주고자 한 것일까.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던 구라모치가 가진 열등감. 그것은 가즈유키를 살인의 문으로 이끌도록 안내한다. 가즈유키의 분노와 살의는 그 문의 앞까지 다다르도록 인도한다. 가즈유키는 살인의 문을 넘어설 것인가? 그 경계선을 오가는 주인공의 처지가 아슬아슬, 위태롭기만 하다.

 

<살인의 문>은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며, 정황이 사실이 될 수 있음을, 급하고 어리석은 태도는 우리의 눈과 귀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이와 더불어 욕심과 욕망으로 인해 벌어지는 참혹한 결과 또한 잘 비추고 있다. 현란한 말, 달콤한 유혹에 쉽사리 무너지는 인간의 모습. 증오와 분노로 가득하다가도 때로는 한 없이 선해지는 인간의 다면성을 살펴보노라면, 히가시노 게이고가 인간의 내면을 잘 묘사하는 작가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내뱉은 말의 파급력과 거기서 오는 무서움, 열등감과 증오에 따른 악의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내면, 어두운 사회의 이면을 조명하는 스토리의 내용은 다소 무겁고 묵직한 편이다.

“지친 삶에 전하는 따스한 에세이.”

 

<오늘 어떤 당신이었나요?>는 위에 보이듯 저자가 말한 문장이 딱 그대로 맞아 떨어지는 작품이다. 따스한 감동, 잔잔한 이야기로 물 흐르듯 이어지는 스토리는 우리 삶을 고스란히 관통하고 있다. 한 개인으로서의 삶, 가정을 이룬 아내로서의 삶, 아이의 엄마로서의 삶 등 특정 장면의 삶을 가로지르는 스토리의 맥은 “독자와의 연결”이라는 키워드를 정확히 짚어내고 있었다. ‘공감’을 토대로 한 일상의 이야기. 소소하지만 또 그 나름대로 특별한 일상을 담은 포근한 내용들은 마치 옆에 있는 누군가와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담하게 나누는듯한 분위기를 전한다. 그 감정의 선율이 제법 유연하고 따뜻하다.

 

踏雪野中去(답설야중거)

눈 내린 들판을 걸어갈 때

 

不須胡亂行(불수호란행)

함부로 어지러이 발걸음을 내딛지 말라

 

今日我行跡(금일아행적)

오늘 내가 남긴 발자국이

 

遂作後人程(수작후인정)

뒤에 오는 사람의 길이 되리니

 

- 서산대사. p.41 -

 

오늘 내가 남긴 발자국들이 다른 누군가에게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것. 눈 내린 들판에 누군가가 남긴 족적은 다른 누군가에게 바른 길로 인도해줄 간절한 희망이 될 수 있다. 특히 많이 지치고 힘에 겨워 어렵게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누군가라면 더더욱...

 

족적을 남기는 사람이 내가 될 수도, 타인이 될 수도 있고, 그 길을 걷는 이가 내가 될 수도 타인이 될 수도 있음은 곧 오늘 내가 행한 것들을 자연스레 돌아보도록 만든다. 저자가 시의 구절을 통해 하루를 돌아봤듯이, 책을 읽는 독자들 또한 그 흐름을 따라 하루를 돌아본다. 그리고 돌아보는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오늘, 어떤 당신이었나요?”

 

내가 오늘 생각한 것, 말한 것, 행한 것들이 특정 누군가에게는 큰 무언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가 하루하루를 허투루 보내는 것이 아님을 의미하기도 한다. 나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큰 감명을 받은 적이 있을 것이고, 나 또한 그 자신도 모르게 남에게 기쁨이 된 적이 있을 수 있다는 것. 사소한 무언가가 누군가에게 큰 힘으로 다가 갈 수 있다는 것은 주는 이에게도 의도치 않은 큰 기쁨일 터, 작은 것에서 오는 기쁨이 전혀 작지 않다.

 

대학생활 중의 일이다. 늘 그렇듯 주말을 보내고 시작된 월요일의 첫 수업, 여느 때처럼 나는 환하게 인사했다. 그리고 나중에 후배는 이런 말을 했다.

 

“이상하게 너무 힘들었던 하루,

수업이 시작될 무렵 무심코 뒤돌아 봤는데

환하게 웃으며 인사해주는 누군가가 있었다고.

덕분에 그 피로가 가시는 느낌이었다고.“

 

기분 좋게 건넨 단순한 인사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힘이 될 수 있듯, 삶을 살아가며 남기는 긍정의 족적은 그것이 작은 것일지라도, 우리네 인생을 보다 아름답고 풍요롭게 만들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저자는 그런 긍정의 향을 이미 지니고 있었다. 누군가는 단점이라고 여길 수 있는 부분에 있어서도 좋은 점이라, 특색 있는 멋짐이라 표현하는 저자의 마음가짐은 가을철 허락되는 추수의 기쁨처럼 넉넉하고 아름답다. <오늘 어떤 당신이었나요>는 그렇게 지금의 계절과도 잘 어울리는 책이다.

 

난 끈기가 없는 게 아니야. 그저 좋고 싫음이 분명할 뿐이야. 아니다 싶은 건 빨리 그만두지만, 이거다 싶은 건 열심히 하잖아. 맞네! 나는 판단이 빨랐던 거야!

- p.62 -

 

사소한 일상을 대화하듯 건네는 저자의 말. 자연스럽게 귀를 기울이게 되고, 그렇게 따라가다 긍정을 한아름 얻어 오게 되는, 그런 느낌의 에세이다.

 

‘결정’, 무언가를 선택하고, 행하는 것. 본인의 의지대로 행동하고 생각한 바를 실천하기 위한 관념적인 선택의 과정.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삶을 만들어가는 과정의 순간순간을 함께하는 정신적 행위.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그렇게 결정해야 할 것들은 더욱 늘어난다. 이와 함께 고민도 늘어간다. 굳이 그럴 필요까진 없는데, 나이가 차는 것에 비례해서 결정해야할 일들도 함께 차오른다. 고민과 부담을 동반한 선택의 과정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묵묵히 견뎌가며 조금씩 성장해 나간다. 그렇게 매일 결정하는 우리지만, 또 가장 어려운 일이 결정이기도 하다. 삶을 살아가면서 가장 많이 하는 과정의 연속이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런 결정과 선택은 여전히 익숙지 않다. ‘결정장애’, ‘선택장애’라는 말이 나올 만큼 우리 사회에는 그런 고민과 부담감으로 아파하는 사람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사회적으로 만연해 있는 ‘결정장애’에 대해 한 정신과 의사는 이렇게 말했다.

 

“결정 장애의 핵심 감정은 불안이다. 어떤 것을 선택해야할지, 어떤 결정을 내려야할지 망설이는 순간의 마음속은 불안으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그 불안이란 다가오지 않은 어떤 것에 대한 ‘두려움’이기도 하다.”

 

이번 작품 <결정했어, 부담 갖지 않기로>는 그런 선택의 순간, 결정의 순간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스쳐가는 모든 것들 사이에서 고민하고, 버텨가는 우리에게 그런 부담감을 조금은 내려놓아도 좋다고, 어떤 결정을 하던 당신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위로한다.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담담하게 논하는 그의 에세이가 묵직하면서도 잔잔하게 다가온다. 번잡하거나 복잡하지 않다. 있는 그대로의 사실들을 이야기한다.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사소한 것들에 초점을 둔다. 그리고 크게 고민하지 말고 삶의 흐름을 따라가길 권한다. 고민해서 내리는 결정도 물론 필요하지만 그보다는 결정에 따른 책임감이 더욱 의미 있다고 말하는 작품이다.

 

 

“운이 정말 좋군요.” “동전이 결정했는데 어떻게 선택마다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까요?”   그 질문에 피에르 가르뎅은 이렇게 말했다. “동전을 던져서 좋은 선택을 하게 된 것이 아닙니다. 선택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은 언제나 선택을 하고 난 후에 내 모습입니다. 결정이 되고 나면 나는 그 결정을 믿고 끝까지 밀고 나갔습니다.”   <늘 동전의 앞, 뒷면으로 모든 것을 결정했던 피에르 가르뎅의 이야기> p.14

 

 

 

결정들이 자신을 지금의 위치까지 이끌어 온 것은 사실이나,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선택이든 자신이 생각하고 결정한 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감내해 내는 의지 그 자체라는 것. 더불어 우리는 충분히 감내하고 있으므로 너무 부담 갖지 말라는 것. 한 가지 선택을 했으면 그것을 우직하게 밀고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부분이다. 그것이 부담이든 고통이든 행복이든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것 자체가 삶을 잘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삶이 너무 아프게만 느껴지는 것은 온전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지금을 너무 아파하지 않길 바란다.

내일을 너무 불안해하지 않길 바란다.

함부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의 우리는 그 시간을 온전히 버텨낸다.

부담스럽지만, 이미 비슷한 길을 수없이 걸어온 탓이다.

 

- p.53 -

 

스스로의 결정을 믿어주자.

부담 갖지 말고, 한 발 한 발 걸어 나가자.

결과가 어떻던

스스로가 책임지는 삶은

보다 나은 내가 되는

분명한 길 일 테니

 

- 초롱한눈망울 듦

 

<결정했어, 부담 갖지 않기로>는 독자로 하여금 그대들 자신으로서 온전히 거듭나도록 위로하는 따뜻한 에세이다. 부담 갖지 말고, 지금 그대로 담대하게 나아가길. 비교하지 말고 오롯이 자신을 믿어주며 그렇게 멋지게 나아가길.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언제나 나를 비추는 거울이다.

 

비교는 날 비참하게 하거나

내가 교만해지거나

둘 중에 하나로 끝난다.

 

p.175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