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히 누군가의 뒷모습을 생각해보노라면 개인적으로는 쓸쓸함 반, 듬직함 반 정도의 느낌이 든다. 돌아 선 어떤 이의 모습이 쓸쓸할 것이고, 내 앞에 서주는 누군가의 모습은 듬직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주관적인 느낌이고 사람에 따라 떠오르는 생각과 감정이 다르겠지만, 몇 가지 공통적인 부분을 살펴보면 그 초점이 하나로 모아질 수도 있지 않을까?
그 초점이자 <나는 네가 좋은 사람보다 행복한 사람이었으면 좋겠어>라는 제목으로 다가온 책의 주제는 “동물의 뒷모습”이다. 우리가 키우는 반려동물의 뒷모습을 연상해보면 그 느낌을 쉽게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때로는 든든하게, 때로는 앙증맞게 다가오는 동물들의 뒷모습은 우리를 사랑스러운 감정으로 이끈다. 삶의 곳곳에 켜켜이 쌓인 스트레스와 나쁜 감정, 부정적인 생각들은 귀여운 일러스트와 함께 차츰 사라진다. 한 면에는 그림, 한 면에는 짧은 글귀 한 문장. 그렇게 어우러진 그림에세이는 사진이나 그림이 주는 고유한 특징이자 장점을 극대화 하고 있었다. 간결하지만 힘이 있는 그런 작품이다.
저자는 백 마디 말보다 한 장의 그림이 주는 감동을 역시나 알고 있던 것일까. 그가 일러스트와 글귀를 통해 표현하고자 한 느낌들은 매 페이지 안에 짙은 향기로 배어 있었다. 포근하고 안정을 주는 그런 향으로. 겨울이라는 지금의 계절과도 잘 어울리는 따뜻한 온기를 전하는 그런 느낌의 책이다.
가끔 두려울 때도 있겠지만
두려움을 아는 것이 진짜 용감한 거야
그리고 용감한 사람은
더 쉽게 자신의 행복을 발견할 수 있지
지금, 여기서 행복하자
- p.87 -
삶에서 겪는 우여곡절과 인내의 시기는 생각보다 녹록치 않다.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주변을 보면 다들 제법 잘 살아가는 것 같은데, 나의 꽃길은 언제 펼쳐지는 것일까. 이제 한숨 돌렸는데 또 다른 문제가 생겼네. “걱정 없이 살 수 있으면 걱정이 없겠네.”라는 말처럼 생의 곳곳에는 다양한 걱정들이 난무한다. 여기서 한 가지, 더불어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걱정이 있다면 기쁨도 존재한다는 것.
프리드리히 니체는 <도덕의 계보>라는 작품을 통해 ‘고통’은 강하게 각인되고 더 오래 기억된다고 말했다. 즉 사람은 스스로가 가진 어떤 행복과 감사한 것들 보다는 고통으로 다가오는 슬픔과 좌절, 분노 등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결국 주목할 것은 우리가 놓치는 지금의 행복이다.
어떻게 인간이라는 동물에 기억을 만들 수 있을까? […] 인간의 기억술만큼 더 무섭고 섬뜩한 것은 없을 것이다 […] '기억 속에 남기 위해서는, 무엇을 달구어 찍어야 한다 : 끊임없이 고통을 주는 것만이 기억에 남는다.' -이것은 지상에서 가장 오래된 (유감스럽게도 가장 오래 지속된) 심리학의 주요명제다.
<출처: 기억각인의 수단 : 고통 (니체 『도덕의 계보』 (해제), 2005., 서울대학교 철학사상연구소>
이미 가진 것들에 대한 감사함, 상황에 대한 불평보다는 그런 두려움 속에서도 용기를 낼 수 있는 나에 대한 긍정적인 지지 등. 동물의 뒷모습과 잔잔한 문장들은 독자들에게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을 먼저 살피고 존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잘 건네고 있다.
세상에 혼자 빛나는 별은 없어
다만, 혼자 행복할 수 있어야
둘이어도 행복할거야
- p.97 -
힘들면 힘들다고 말할 수 있고, 싫으면 싫다고 말할 수 있으며, 하고 싶으면 끝까지 밀어붙여보는 용기. 결국 ‘나’를 먼저 바라보고 인정해주는 것이 우선임을 강조한 작품이다. 토닥토닥 위로하듯 건네는 그림에세이의 손길은 다른 누군가보다 스스로를 먼저 챙기길 권하고 있었다. 거창하거나 부담스럽지 않게, 자연스럽게 마음을 감싸는 그런 느낌의 작품이다.
사람에 지쳐 마음을 겹겹이 포장하고
때로는 포장된 마음을
진짜 마음이라고 착각하겠지만
그 아래 숨어있는 진심을 들여다봐야 해
- p.1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