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떴다. 부정할 수 없다. 사람은 들뜨면 대번에 방심한다.

내일도 분명 좋은 하루를 보낼 거라고 착각한다.

좋은 일이 생긴 것을 계기로 앞으로의 인생도 펴지리라고 자만한다.

아무 근거도 없이. -p.42

 

아무 근거도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좋은 일들을 꿈꾼다. 내가 그렇고 그대가 그렇고 우리 모두가 그럴 것이다. 앞에서 소개된 문장은 단순히 주인공 사쿠라가 겪게 되는 바로 다음날의 아픈 사연이지만 결론적으로는 그런 사연들을 통해 성숙해가는 인간관계를 다루고 있다. 작품에서는 분명 어떤 근거는 없지만 내가 누군가와 보내는 ‘오늘’이, 다른 어떤 이가 보내는 ‘오늘들’이 어떤 자세로 임하느냐에 따라 분명한 근거로 변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대화 속에서 더욱 풍성해지는 마음들. 이를 통해 따뜻해지는 세상을 책이라는 소재를 통해 건네는 작품, <너는 기억 못하겠지만>이다.

 

이상하고도 요상한 아르바이트. 뭐에 홀린 듯 그렇게 시작된 사신아르바이트를 통해 주인공 사쿠라는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그저 아르바이트를 통한 용돈벌이가 아니었다. 진솔한 관계, 그 사람의 입장에서 공감하고 들어주는 것, 따뜻한 마음들에 대해 배워나가는 것. 그리고 그 속에서 자신의 상처도 천천히 아물어 가는 것. 그런 과정들을 지켜보는 과정은 따뜻했고, 포근했다. 책 소개에서 말하듯 “올 겨울을 위한 기묘한 감성 미스터리”가 정확히 맞아 떨어지는 작품이다.

 

‘범죄자의 아들’이라는 꼬리표 아래 마음을 닫은 주인공 사쿠라는 스스로를 가두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부정적인 것들에 대해 스스로가 판단하고 확정시킨다. 주변 사람들의 생각과는 상관없이, 철저히 폐쇄적인 자세로 부정적인 세계로 스스로를 몰아가고 있는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축구부에서는 빠른 발로 그 장래가 촉망받는 소년이었고, 학교에서는 학급의 중심이자 소위 말하는 인싸였으며, 가정 또한 화목했던 소년이었다. 그런 그가 하루아침에 행복을 잃었으니 누구라도 절망에 빠지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저 어떻게 이겨내느냐가 새로운 과제로 등장한 것일 뿐이었다. 중학교 때 사고로 다리를 다치고, 아버지가 체포되면서 회사가 도산하고, 부모님은 결국 이혼에 이른다. 철저히 칠흑 같은 암혹. 그래서였을까 그에게 주어진 사신아르바이트는 책에서처럼 신이 주신 또 하나의 선물이자 기회였을지도 모른다. 보다 따뜻한 생각으로 마음을 열고, 다른 사람의 마음에도 공감할 수 있는 한 명의 인물로 거듭나도록 말이다. 어둠에서도 빛을 낼 수 있는 따뜻한 소년으로 거듭나길 바라는 응원의 손길은 그 내용을 통해 독자들에게도 고스란히 퍼져나간다.

 

오랜만에 웃었다. 오랜만에 아사쓰키와 이야기를 나눴다.

아사쓰키가 이렇게 나를 봐준다.

그게 죽도록 기뻤다.

-p.52

 

책에서 말하는 사신아르바이트란 죽은 이들, 즉 ‘사자(死者)’를 저세상으로 보내는 아르바이트를 의미한다. 죽어서도 저세상으로 갈 수 없는 가슴 아픈 사연을 들어주고, 때로는 그 일을 해결해줌으로써 사자가 살아 있을 때 하지 못해 후회하는 것들을 대신 해주는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가 숨 쉬며 살아갈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오늘’이라는 하루가 우리에게 허락되는 것에 대해,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행복이란 결국 멀리 있는 것이 아니고, 오늘 하루 그 자체,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는 것 자체가 행복이 될 수 있음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 밤을 소중히 간직해. 이런 기회는 두 번 다시 없을 거야.”

 

절망하면서 깨달았다. 아아, 또 실수했구나.

사람은 언제나 잃고 나서야 후회한다.

언제나 잃고 나서야 소중했음을 깨닫는다. -p.60

 

시급은 얼마 안되지만 사신아르바이트를 기한을 다 채우면 특별히 주어지는 보상이 있다. 그것은 바로 “어떤 소원이든 한 가지를 이뤄준다”는 것. “주인공 사쿠라는 사신 아르바이트를 끝까지 완수할 수 있을까”, 또 “그가 마지막에 제시하는 간절한 소원은 무엇일까”가 책을 읽는 내내 궁금해진다.

 

삶을 살아가면서 우리가 가지는 소원은 무엇일까. 바람은 무엇일까. 후회 없는 삶이란 무엇일까. 이를 위해 나는 오늘을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 <너는 기억 못하겠지만>은 사신과 사자의 관계를 통해 지금이라는 시간과 죽음, 나라는 자신을 다시금 바라보게 돕는다, 그리고 내 주변에 있는 든든한 관계들과 새로운 사람들, 즐거운 대화들에 관해 이야기 한다. 조금은 더 따뜻하고 조금은 더 풍요로워지는 마음. 그야말로 카르페디엠이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주어진 것에 감사하게 되는 따뜻한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오늘도 희망을 품기에 충분한 존재임을 느껴본다.

 

 

 

 

스스로의 마음을 알아주기 위해서는

자신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는 것과

충분한 자기 공감이 필요하다

-p.21

 

<지금 있는 그대로의 너여도 괜찮아>는 심리상담을 전문으로 하고 있는 정은임 저자의 작품으로 복잡한 사회, 정신없는 생활 속에서 치이듯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의 삶을 조명하고 그 안에서 발생하는 심리적 갈등과 부재를 다룬다. 자신에 대하여, 감정에 대하여, 관계에 대하여, 성장에 대하여 이야기 하는 그의 말에는 자기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을 세우는 일과 완벽하지 않아도 충분히 괜찮다는 열등감 극복에 관한 조언이 담겨 있다. <미움 받을 용기>로 유명해진 아들러심리학과도 그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으며 사회를 바라보는 한 개인의 바람직한 자아상과도 연결되어 있다.

 

요즘 들어 서점을 둘러보면 나를 먼저 챙기고, 스스로의 마음을 먼저 돌아보길 권하는 책들이 많이 보인다. 그만큼 우리네 삶이 팍팍하다는 것일 수도 있고, 스스로의 마음마저 챙길 겨를이 없는 바쁜 사회를 표명하는 증거이기도 할 것이다. 이번 작품 역시 그런 사회 속에 살아가는 우리가 스스로의 마음을 조금은 더 진지하고, 진중하게 바라보길 권하고 있다. 저자가 말하는 대표적인 방법들은 그저 나를 돌아보라는 것과 다르게 조금은 더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1. 구체적으로 들여다 보기

2. 비언어적 경험을 소중하게 다루기

 

내 마음을 이해하면 타인의 마음을 공감하는 것이 한 결 쉬워진다고 한다. 내가 이미 그러한 바를 한 번 경험하고 느껴봤기에 타인의 마음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예를 들어 일이 잘 풀리지 않아 힘들어하는 친구가 있다고 해보자. 내가 스스로의 마음을 이해하지 않고 “그래 이것 또한 참고 더 잘해서 이겨 내야해.”라는 생각으로 일관했다면 친구에게도 해줄 수 있는 말은 “참아 내야한다”, “어떻게든 이겨 내야한다”라는 표현밖에 될 수 없다. “힘들면 조금 쉬어가도 된다.”, “얼마나 힘들었니?” 등 상대방의 마음에 대한 공감보다는 권유와 해결 위주의 방향을 모색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대화는 좋은 방향을 이끌 수도 있지만 자칫 상대방의 마음을 더 심란하게 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즉 내 마음을 잘 챙긴 후에야 상대방의 마음에도 더 잘, 귀 기울일 수 있는 것이다.

 

변화는 자기 자신을 받아들일 때 시작된다.

무엇이 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지금 이대로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이자.

-p.62

 

삶에서 겪는 필수적인 코스를 들자면 단연 굴곡진 길이 아닐까. 사람은 누구나 막다른 길, 어려운 길을 만나면 해결책을 생각한다. 편안한 길을 걷길 바라는 마음은 누구나가 비슷하겠지만 인생 자체가 편하지만은 않는 법. 새로운 것과 익숙한 것 그런 과정의 사이클을 통해 우리는 요령이라는 것을 터득하게 된다. 저자는 마음도 이와 비슷하다고 말한다. 우울하거나 너무 힘들거나, 아플 때에는 그것을 통해 드러나는 마음의 열기 덕분에 이를 대처할 수 있는 요령이 생긴다는 것. 그렇기에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내 마음의 사이클을 들여다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나 혹은 우리 사회가 제시하는 엄격한 기준을 내려놓으면 오히려 이전에 보이지 않았던 것들을 발견할 수 있고, 실패의 경험에서도 새로운 것들을 찾아낼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도 이와 비슷한 원리가 작용된다. 내가 제시하는 기준, 즉 “내가 이만큼 했는데 너는 왜 그렇지 않아?”, “네가 그럴 줄은 몰랐어.” 등 기대에 혹은 기준에 근거하여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당연한 것은 없으며 “그냥 그 나름대로 그러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마음도 편하고, 스스로 좌절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방법이 될 수 있기도 하다.

 

당연함 속에는 상대를 향한 기대가 담겨 있다.

당연함을 내려놓고 있는 그대로 이해해보자.

일상의 감사함이 다가올 것이다.

-p.145

 

결국 나에 대한, 타인에 대한 너무 높은 기준이나 기대에서 벗어날 때 우리는 조금은 더 홀가분하게 스스로를 바라보고 타인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생활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자존감을 회복하고,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도 보다 나은 방향성을 가지고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있는 그대로의 나여도 충분하며,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할 줄 아는 것. 이것이 바로 그 출발점이다.

 

“내가 책을 낸다면?”

 

위 물음에 관해 자문해 보노라면 책을 읽는 모든 독자가 한 번쯤은 생각해보는 질문이자 “기회가 된다면 해보고 싶다”, “나만의 책을 써보고 싶다” 등의 긍정적 대답을 낼 수 있을 것 같다. 즉 대부분의 사람들이 은연중에 해볼 수 있는 이상적 생각이자 구체적으로 방향을 잡고 실천 계획을 세우거나 버킷리스트에 올리기도 하는 현실적 생각들로 “책쓰기”를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작품에서는 이야기 한다. 독자가 있다면 작가가 있고, 책을 읽고자 선택하면 독자가 되듯, 책을 쓰고자 마음먹으면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고 말이다. 과거 몇 년 전만 해도 특별한 사람이나 관련 분야에 능통한 사람들만이 글을 쓰는 것이라고 단정 짓곤 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지금에 이르러서는 누구나 글을 쓰고 책을 낼 수 있다는 인식으로 전환되었다. 이에 발맞춰 sns등을 통해 소소하게 글을 쓰는 이들과 더불어 자신의 경험을 모아 이야기를 만드는 개인 출판사가 생겨났고, 후원자들을 모아 책을 발간하는 등 기존의 방법과 더불어 다양한 루트도 생겨났다.

 

누구나 작가가 되고 책을 낼 수 있다는 취지 아래 20년차 출판기획사 대표이자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탄생시킨 저자는 그 방법을 나누고 공유하기로 했다. 자신만의 노하우를 좀 더 쉽고 간결하게 정리하여 탄생시킨 작품. 바로 <책쓰기가 이렇게 쉬울 줄이야>이다.

 

누구나 쓸 수 있는 책에 대한 작가의 유형을 나눈 그의 첫 이야기가 제법 신선하다.

 

첫째, 인생의 굴곡이 심한 사람들

둘째, 원래 유명한 사람들

셋째, 각 분야의 전문가들

넷째, 이것도 저것도 아무 것도 없는 사람들

 

4가지 유형 중에 저자가 주목하는 사람은 바로 ‘넷째’에 해당하는 사람들이다. 1~3번보다 훨씬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그 이유를 자신의 이야기 자체를 내세우기보다 독자들을 먼저 생각하고 긴밀히 호흡하면서 글을 쓸 가능성이 높기 때문으로 들었다. 단, 필수적인 조건으로는 꾸준한 독서를 제시하고 있다. 독서를 통해 간접 경험을 쌓고, 수많은 저자의 이야기를 접함으로써 “독자들이 원하는 것”을 캐치할 수 있다는 것이 그 근거다.

 

내게 글은 독자와 연결되는 수단이다.

다른 누군가와 소통하지 않는 한

자아를 표현한다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p.59, <행복을 부르는 레시피>의 저자 줄리 코헨

 

실전적 측면에 있어서 베스트셀러의 조건 5가지를 제시하고 있는데, 8할 이상을 차지하는 가장 중요한 조건은 바로 “제목짓기”와 “표지선정”이라고 말한다. 나 역시 매우 공감하는 바 이자 누구나 공감할법한 부분이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듯 제목에 끌려서, 표지에 끌려서 책을 짚어든 경험은 누구나 한 번 쯤 있을 것이다. 직접 구매하지는 않았더라도 손에 한 번 들려진다는 것, 그것은 좋은 글을 품고 있음에도 그저 외면당하는 다른 도서들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부분이다. 이익이 되는 것, 궁금증을 유발하는 부분, 지금 아주 중요한 것임을 강조하는 것, 독자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 등이 제목이 갖추어야 할 중요 요소라고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최근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른 <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어떻게 살 것인가> 등을 들 수 있다.

 

제목 짓기와 더불어 중요한 것은 역시 알맹이다. 속이 꽉 찬 내용을 갖추어야 하고, 제품이 정말 확실하다는 전제가 붙어야 한다는 것. 즉 내가 쓰는 내용들에 대한 심사숙고와 무수한 검토 과정, 독자들과의 공감대 형성 등 기본적인 내용을 갖추어야 ‘책’이 될 수 있다. 제목과 내용에 대한 이해 이후에 part2에서는 책이 만들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책쓰기가 이렇게 쉬울 줄이야>는 이렇듯 책을 쓰는 것에 대한 막연한 생각을 좀 더 구체적으로 정형화해주고, 관련 내용이나 방법을 안내하는 작품이다. 이를 통해 그저 생각에 그쳤던 작은 바람은 보다 구체적인 이미지가 되고, 이미 책 쓰기에 돌입한 작가에게는 좀 더 효율적인 방향을 제시해주는 그런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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