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열"은 일제 강점기 시대, 일본에서 활동한 독립 운동가다. 당시 천황을 암살하려 했다는 혐의로 22년이 넘는 세월을 감옥에서 보내게 된다.

『 열애 』는 이런 박열의 파란만장한 삶과 그를 사랑한 일본인 여성 "가네코 후미코"의 인생을 그려내고 있다.
 

 

박열의 호적상 이름은 박준식이었지만 집에서는 모두 "열"이라고 불렀다. 맹렬하고 뜨겁고, 억척스럽고, 세찬 그의 성질 때문이다. 범띠 해에 태어나 기질도 호랑이 같았던 그는 결국 일본인이 세운 고등학교에서 뛰쳐나와 독립운동을 위해 적지 한가운데인 일본 도쿄로 향하게 된다.

그곳에서 바로 그의 정치적, 신념적 동반자이자 영혼의 반쪽인 후미코를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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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네코 후미코는 몰락한 가문의 무적자로 태어났다. 그녀의 아버지는 집안이 몰락한 후에도 예전의 영광을 잊지 못하는 한심한 남자였고, 그녀의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의 호적에조차 오르지 못한 가난한 농부의 딸이었다. 후미코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호적에도 없는 생명으로 태어났고 결국 부모로부터 버림받는다.

추후 성인이 되어 그녀는 평소 알고 지내던 조선인 사회주의자 정우영의 집에서 우연히 박열의 시 < 나는 개새끼로소이다 > 를 보게 된다.

그 시를 보고 그녀는 단박에 박열의 열망과 분노를 알아채고 한 번도 보지 못한 그에게서 자신이 항상 애타게 찾던 무언가, 인생의 본질적인 것을 발견하게 된다.

얼마후, 후미코는 정우영을 통해 박열과의 첫만남을 가지게 되고 그녀는 만난지 세 번만에 사랑을 고백하게 된다.

그렇게 두 사람의 시작과 끝에 후미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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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애 』의 소제목은 "박열의 사랑" 이지만 박열에게만 초점이 맞춰져 있기 보다는 박열을 사랑한 가네코 후미코의 인생 또한 대등한 비중으로 풀어내고 있다.

사실 박열보다 후미코의 인생역경과 사랑이 더 드라마틱하게 그려져 있어 박열의 사랑보다는 오히려 " 후미코의 사랑" 이 더 적합한 제목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책은 약 300페이지 분량으로 가독성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열애" 라는 제목으로 박열과 후미코의 사랑이 심도깊에 그려질 것이라 예상한 독자라면 실망할 수 있다. 차라리 두 사람의 사랑보다는 일제 강점기라는 시대적 상황과 가난이라는 현실적 벽에 저항하는 아나키스트 조선인 박열과 허무주의자 일본인 후미코로서의 모습이 좀 더 중점적으로 다뤄진다.

소설이 실제 인물들과 역사적 사건을 기반으로하는 팩션이기 때문에 작가의 상상력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적었을 것이고, 그러다보니 뼈대가 되는 큰 한 가지 사건이 기승전결을 이루며 중점적으로 다루어지기 보다는 여러 가지 사건들이 에피소드 식으로 나열되어 있었다. 

역사적 사실에 대한 검증과 실제 인물들이 느꼈을 것으로 추정되는 허구의 감정들 중 어느 것도 놓치지 않으려고 하다보니 되려 어느 쪽에도 깊게 매몰되지 못했고, 사건과 인물들에게 독자들을 설득시킬만큼의 충분한 페이지를 할애하지 못한 듯 하다.

엄청난 역사적 사건들이 벌어졌던 이 시대를 그려내기엔 300페이지라는 분량은 충분치 않아 보였고,  당시의 시대상황과 주인공들의 감정적 변화를 둘다 자세하게 표현하기에는 사실 시간이 부족했을 것이다.

그러다보니 독자로서 인물에 대한 감정이입이 표면에서만 겉돌게 되고 주인공에 대한 깊은 공감이 이루어지지 않아 박열의 민족 해방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분노, 후미코에 대한 사랑에 쉬이 몰입되지 않았다.  ​

다만 후미코의 어린시절에 대한 이야기들은 사실인지 픽션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그녀가 일본인임에도 불구하고 나중에 조선인들을 돕게 된 계기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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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과 인물 두 가지를 모두 짧은 시간안에 풀어 내려다 결국엔 역사 소설도, 로맨스 소설도 아닌 모호한 정체성을 띄게 된 점이 아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독성이 좋아 빠르게 읽혔고, 박열과 후미코의 일생이 궁금한 독자라면 한 번 쯤 읽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열애, 박열, 김별아, 해냄

 

"조 파이크"와 "엘비스 콜"은 함께 탐정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어느 날 두 사람은 한 때 파이크와 연인이었던 "카렌 가르시아" 의 아버지로부터 그녀의 실종사건을 의뢰받아 수사에 착수한다.

하지만 다음날 카렌은 살해당한 채 발견됐고, 동시에 연쇄살인사건의 다섯번째 피해자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그 후 카렌을 발견했던 최초 목격자마저 살해당하고, 또 그 살인사건을 목격한 이웃집 할머니는 파이크를 용의자로 지목한다.

파이크는 무죄를 주장하지만 평소 파이크와 사이가 좋지 않던 경찰 "크란츠"가 해당 사건을 담당하게 되고 파이크는 꼼작없이 살인범이 될 위기에 처한다.

결국 파이크는 자신의 손으로 진범을 잡기로 결심하고 탈출을 감행하고, 콜은 도망자 신세가 된 파이크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연쇄살인 사건의 진범이 남긴 단서들을 추척해 나간다.

 

 

일단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매력에 대해 먼저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로버트 크레이스가 작가가 되기 전 드라마 각본가로 유명세를 떨쳤다던데 그래서 그런지 캐릭터에 대한 설정이 탁월하다. ​가끔 흥미로운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이나 등장인물이 매력이 없어 공감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는데 여기서는 그 반대로 등장인물의 매력과 생동감이 부실한 스토리를 메워주는 경우였다.

돌부처나 다름없이 언제나 무감각해 보이는 "조 파이크"와 그 반대로 언제나 실없는 농담을 던지는 허허실실한 "엘비스 콜" .

이 두사람의 변주가 독자로 하여금 흥미를 유발하고 몰입감을 만들어 낸다. 거기에다가 주요 인물 뿐만 아니라 몇 장면 등장하지 않는 조연들에게도 다 각자의 스토리를 부여함으로써 자칫 딱딱하게만 흘러갈 수 있는 분위기의 완급을 조절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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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 단연 돋보이는 캐릭터는 주인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여자 파이크' "사만다 돌런" 이다.

기존의 여성 캐릭터들이 남성 주인공들을 보조하는 역할이나, 혹은 애정의 대상으로만 그려진데 비해 돌런은 진취적이고 야망있는 성격으로 그려진다.

처음에는 지나가던 동네 개(?) 정도로만 취급하던 콜에게 호감을 느끼게 된 후로는, 여자친구가 있는 걸 알면서도 적극​적으로 대쉬를 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 대쉬의 수위가 흔히 일반적인 여성 캐릭터가 보여주는 정도에서 그치지 않고 심하게 적극적이고, 노골적이게 들이댄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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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조연급 캐릭터 중에서는 "존 첸" 이라는 인물이 눈에 띄는데, 과학수사대 요원인 그는 몇 씬 등장하지 않지만 본의 아니게 범인을 잡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인물로 다른 시리즈에서도 만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이 든다.

참고로 존 첸은 포르쉐를 끌고 다니기만 하면 여자들에게 인기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좀 모자란 스타일이다.ㅋ

 

하지만 이런 매력적인 캐릭터들에 비해 예상보다 스토리가 루즈하고 엉성하다는 느낌이 있었다.

거의 책 2권에 달하는 분량이다 보니 챕터가 1,2부로 나눠져 있는데 그 중 1부는 파이크가 살인범 누명을 쓰기 전까지의 상황으로 카렌의 실종 단계에서부터 연속살인사건의 피해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기까지의 내용이 전개된다.

이 과정에서 콜이 돌런을 만나 티격태격하면서 썸 아닌 썸을 타게 되는 상황도 생기게 되고, 다른 시리즈에선 별로 드러나지 않았던 파이크의 어린시절 성장과정이나 카렌과의 첫 만남에 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물론 1부에서 나오는 이런 이야기들이 가독성은 좋은 편이었고 나름의 재미가 있었지만, 애초에 내가 기대했던 범인과의 쫒고 쫒기는 긴박감 넘치는 액션신들과는 거리가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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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부터는 본격적으로 파이크가 누명을 쓰고 진범을 잡기 위해 탈출하게 되는 스토리가 주를 이루면서 속도감 있게 진행되는데 여기서 1부의 루즈한 전개를 만회할 만한 액션신이나 추격신들이 나온다. 하지만 1부의 이야기들이 지나치게 길어 2부에 진입하기도 전에 진이 빠진 독자들이 있을 수 있으니 가능하다면 1부의 스토리를 3분의 1정도는 줄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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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앞에서 말했던대로 작가의 문체가 마치 각본과 같아 살아 숨쉬는 듯한 캐릭터들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주변에 대한 묘사가 지나치게 구체적이라 빠르게 진행될 수 있는 이야기 흐름의 발목을 붙잡는다는 단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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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범인이 범죄를 저지르는 동기가 약간은 작위적이며, 중간에 던져진 단서들이 완벽하게 해결되지 않는 것들도 있어 독자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장면들도 있었다. 

또 의외로 나오는 인물들이 어찌나 다 사랑꾼이었던지 알고보면 기승전치정으로 얽힌 사건들이라 임팩트가 약한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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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아쉬운 점들을 늘어놓긴 했지만 캐릭터 자체가 가진 힘이 크고, 설정또한 흥미로워서 마치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듯 했다.

그리고 가독성 또한 좋은 편이라 사실 이 시리즈의 다른 책들도 찾아볼 것 같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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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부터 몰아치는 긴박한 전개를 원하는 독자라면 비추,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와 콜의 어이없는 미국식 유머에 재미를 느끼는 독자라면 강추 한다.

 

LA레퀴엠, 로버트크레이스, 오픈하우스, 버티고, 범죄스릴러

 

여행 기자 '로라 블랙록'은 취재 차 호화 크루즈 여행에 탑승할 기회를 얻게 된다.

이번 취재를 잘 끝마치면 회사에서 승진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품고 있던 차에 집에 강도가 들지만 다행히 경미한 상처만 입고 이튿날 오로라 호에 탑승한다.

하지만 크루즈에서 전 남친과의 갑작스러운 재회와 처음보는 낯선 사람들과의 대화가 불편했던 로라는 파티에서 과음을 하게 된다.

그 날 밤 그녀는 바로 옆 객실 10호 베란다에서 피로 보이는 얼룩과 시체로 추정되는 물체가 바닷 속으로 빠지는 것을 목격하고는 곧 바로 크루즈 보안팀에 연락한다.

도착한 보안실 책임자 '닐손'과 함께 10호실로 가보지만 방에는 얼룩진 피도, 사람이 묵었던 흔적도, 그 어떤 것도 없었다.

게다가 평소 불안장애로 약을 복용하고 있고, 수면장애로 술에 의존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닐손은 그녀의 말을 더더욱 신뢰하지 않게 된다.

그녀를 제외한 어느 누구도 본 적 없는 여자가 깊은 밤 소리 소문 없이 바다에 빠져 살해 당했을지도 모르는데, 그 날 로라가 본 것은 정말로 현실이 아니라 환상이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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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환상이 아니라 현실이라면, 바다 한 가운데 고립된 크루즈에서 과연 누가 범인인지,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다.

일단 스토리는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진행된다.

이야기의 챕터마다 주인공은 알 수 없고 독자들만이 확인할 수 있는 단서들이 나오긴 하지만, 몇 페이지를 제외한 대부분은 철저히 주인공의 시선에서 사건이 전개된다.

그래서 독자들 또한 한정된 단서와 등장인물들의 겉으로 드러난 행동만으로 범인을 추측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주인공이 느끼는 의심과, 혼란, 불안감을 그대로 공감하게 된다.

 

전작『인 어 다크, 다크 우드』에서도 그랬듯이 작가는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주인공의 활약상 보다는 주인공의 불안한 심리묘사와 시종일관 무슨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스산한 분위기를 그려내는데 주력한다.

주인공은 어릴 적부터 알았던 원인 모를 불안장애와 수면장애로 약과 술 없이는 생활하기 어렵고, 게다가 강도를 만난 후 로는 그 증세가 더 심해진다.

그래서 로라가 목격한 사건이 실제로 발생한 일인지, 아니면 불안장애로 정신이 혼란해진 주인공이 만들어낸 환상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게다가 이야기의 초반부터 주인공의 불안정한 심리상태를 계속해서 묘사하고 있기 때문에 의심은 더욱 커져간다.

『우먼 인 캐빈 10』는 범인을 찾기 위해 조각난 단서들을 추리해가는 추리소설이라기 보다는 형체없는 살인사건과 알 수 없는 범인에 대한 불안감을 그린 미스터리 소설에 더 가깝다.

그래서 정교한 추리와 트릭을 기대한 독자들이라면 실망할 수도 있다.

중간에 밝혀지는 단서들이 범인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고, 마지막 반전이 약간 억지스럽다는 것, 그리고 주인공을 제외한 매력적인 인물이 없다는 점이 아쉽지만 400페이지라는 분량에도 쉬지 않고 읽게 만드는 흡입력 있는 소설이라는 것만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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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하지 않은 미스터리 소설이나 섬세한 심리 묘사를 좋아하시는 분에게는 추천하지만, 복잡하고 정교하게 설계된 스토리와 숨막히는 긴장감과 반전을 기대하는 분에겐 비추한다.

우먼인캐빈10, 루스웨어, 스릴러소설, 미스터리소설, 예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