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을 내 편으로 만드는 유쾌한 소통의 기술

원제 How to argue : powerfully, persuasively, positively

 

이런 부류의 책은 일부러 찾아 읽지는 않는 편인데 우리나라, 일본 작가가 아닌 옥스퍼드 법학과 교수의 책이어서 관심이 갔다고 하면 웃긴 동기가 되려나 ^^

 

어떤 상황에서든지 논쟁은 일어나기 마련이다. 유쾌한 논쟁은 생활에 활력을 더하지만 무익한 입씨름은 이제 그만!

타인을 더 깊이 이해하고 새로운 생각을 공유하며 상호이익을 도모하는 수단으로서의 논쟁이 필요하다. 이 책은 논쟁의 열 가지 황금률, 능숙하게 논쟁하는 법을 알려준다. 자기 생각을 명확히 하고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 대화기술을 키우고 제삼자 간의 논쟁에 대처하는 방법 등 일상 속의 논쟁에 대해 다루고 있다.

 

여러 방법 중에서 특히 눈길이 간 부분은, 입증책임을 상대방에게 지우라는 것. 옳거니! 상대방으로 하여금 내 주장이 채택되어서는 안 되는 근거가 무엇인지 물어보라는 부분은 슬며시 미소가 나오게 하는 방법이었다. 

어떨 땐 과감히 논쟁을 그만두거나 피하라며 침묵의 위력에 관해서도 소개하는데 논쟁자 자신의 마음을 얼마나 다스릴 줄 알아야 하는가가 관건이지 싶다. 혼자 부글부글하면 결국 침묵의 위력을 내세우지도 못할 터이니. 게다가 다의적인 속성이 존재하므로 얼떨결에 반대나 찬성 쪽으로 끌려가지 않도록 주의도 해야 하고.

 

어떤 이들은 블로그에 글을 쓰는 행위가 타인과의 대화와 같다는 사실을 모르는 듯하다며 대중적인 논쟁의 장이 된 블로그 글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고, 어떠한 주장을 반드시 강압적으로 밀어붙여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상대에게 동의를 강요하지 말고 그저 상대에게 다시 생각할 시간을 주고 더욱 깊은 논의를 이어갈 수 있도록 편한 마음으로 기다리라고 조언한다. 비즈니스 세계에서의 강하게 밀어붙여야 하는 부분에 관해선 자신의 책보다 더 나은 책을 소개해주기도 하는데 (협상가의 생각과 마음) 한글번역판은 없는지 검색이 되질 않는다.

 

논쟁에서 어느 한 쪽만이 완전하게 승리를 거두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는 것을 생각해보자. 논쟁은 대개 양쪽이 어느 정도 절충안을 찾았을 때 결말을 보게 된다. 논쟁에서 이기고 친구를 잃기란 생각보다 쉽다. 논쟁 방식에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인생에서 인간관계보다 논쟁 자체가 더 중요한 상황은 극히 드물다.

 

실전편에서는 부모, 자녀, 직장, 업체에 불만 호소하는 법, 전문가를 상대하는 법, 자신의 오류를 깨달았을 때 등 다양한 실생활 사례를 제시하고 있어서 제법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하지만, '이야기가 마치 텍사스 롱혼 같군요. 요점은 황소 뿔처럼 여기랑 저기 끝에 있는데, 그 사이에 엄청난 덩치가 들어차 있으니까요' 처럼 우리나라 저자가 아니어서 예시문장이 우리 정서에는 어색한 것들도 있긴 해서 그런 점은 아쉬웠다.

 

 

 

절대로, 결코, 화내지 마라.

평정심을 유지하는 게 생각외로 어려운 부분이긴 하나 꼭 필요한 마음가짐이다. 이성을 잃는다면 논쟁에서 패할 가능성이 그만큼 커지기 마련. 기술적인 대화법도 필요하고 그보다 근본적인 자신의 마음 훈련이 필요한 것 같다. 

이 책에서 언급한 모든 방법으로도 통하지 않는다면, 아예 관계를 끊으라고 말하는 저자 ^^

부제에서처럼 논쟁은 남을 이기는 것보다 자신을 발전시키는 데 있다.

논쟁에서 진정한 승자가 되길~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을 학문적 패러디하여 문학과 예술의 기원을 진화론적 방법으로 살펴보는 책 <이야기의 기원>

 

이야기는 인류 문명과 사회의 진화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이론적으로 방대한 분량으로 밝히고 있는 1편과 그 이론에 대한 예시로 호메로스의 고전과 우리 아이가 열광하는 닥터 수스의 현대 동화를 분석하는 2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윈이 종의 기원을 통해 생물의 진화를 이야기했다면, 저자 브라이언 보이드는 문명의 측면에서 적자생존과 자연선택의 진화론을 적용하고 있다. 구구절절 알아듣기 힘든 말도 많았지만 한마디로 말하면, 문화적 행동은 먹고 살기 좋아져서 가능하게 된 장식용이 아니라 생존에 도움을 준 '적응'이라는 것이 주제다.

 

 

인간의 지능이 진화의 산물이듯 문학과 예술도 진화의 산물이다. 

인간이 진화를 통해 특유의 문화적 능력을 얻어낸 이유는 문화가 유전자보다 더 빠르게 환경에 적응하는 길로 안내해주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인간 본성에 관한 탐구에서 생물문화적이란 단어와 진화적이란 단어를 동의어로 사용해서 생물학과 문화를 함께 고찰하고 있다. 저자의 바탕은 대부분 이 시대 유명한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 이론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듯하다.

 

생물학 관점에서 적응은 본래 완벽할 필요가 없다. 다만 경쟁자보다 평균적으로 조금 더 낫게 가능하면 될 뿐이다. 

물론 변이가 지속한다면 더 세련된 발전이 생겨나 우세해지므로 설계가 계속 향상될 수도 있는 것. 그렇다면 사실이 아님을 잘 아는 이야기를 꾸며내거나 즐기려는 인간의 욕망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서 시작된다. 인간 정신과 행동은 진화 때문에 적응되고 이러한 진화론은 인간 생활의 창조적인 면까지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픽션 예술) 설명이 가능하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즉, 시간과 노력과 자원이 많이 드는 예술이란 것은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면 굳이 쓸모가 없어서 도태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인간 사회에 보편적으로 있으며 수천 세대 동안이나 존속해왔다는 점은 예술이 생물진화라는 관점에 불필요한 부분이 아니라는 것이 된다. 자연선택은 이익보다 비용이 많이 드는 방향으로 절대 가지 않는다. 예술이 불러일으키는 감정은 유기체에게 무엇이 중요한지를 말해주는 진화된 지표인 것. 예술이 단순한 적응과정에서 낳은 부산물이 아닌, 적응의 결과로서 대하고 있다. 

 

스토리텔링은 우리의 사회적 지능에 호소한다. 스토리텔링이 생겨난 이유는 우리가 서로를 관찰하려는 강렬한 관심과 더불어 정신이론을 통해 남을 이해하는 능력이 진화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히 사건을 기술하고 전달하는 것과는 달리 이야기는 사실이든 거짓이든 남들에 대한 우리의 <관심>에 호소한다.

 

픽션은 사고하는 유인과 습관을 제공해 우리의 창의력을 크게 높여준다. 그런데 이런 인간의 창조성은 인간 존재에는 중요해도 진화에는 미친 영향이 없었을까? 창조성이란 것은 명시적, 구체적인 문제를 해결하진 않지만 문제 해결 향상을 보여주는 새로운 가능성을 발생시키는 작용을 함에는 분명하다. 창조성을 창조하도록 진화된 셈이다.

 

생명과 더불어 최초의 의지가 생겼고, 새로운 방식의 변화도 일어났다. 감정, 지능, 협력, 더 풍부한 의지가 출현되었고 나중에는 창조성이 생겼다. 예술은 자연적 등장과 더불어 인간의 발명으로 비자연적으로 등장하게 되었고 과학은 물려받은 것에 대한 반발을 통해 비자연적으로 형성되었다. 생명이 나중에는 어떤 다른 의지를 낳을지 모르지만, 창조성은 우리에게 그것에 도달할 수 있는 최선의 기회를 주고 있는 것이다. 이야기야말로 진화에 매우 중요한 '적응'이다.

 

이 책은 문장 자체가 조금 난해한 느낌이 있었다. 진화론과 관련된 교양생물학을 그래도 일반인치고는 좀 읽었던 나로서도 한글을 분명 읽고 있건만 번역의 문제인지 저자의 문장력 문제인지 머릿속으로 그림이 그려지듯 쓰윽 이해되지 않아 몇 번이고 문장을 곱씹는 상황이 책 전반에 걸쳐 이뤄져서 책을 덮는 순간 진이 다 빠져있었다.

 

 

생활 속 <공학>에서 <기초과학>의 원리를 깨닫다!

창의적인 과학교육을 다루고 있는 과학동화책 와이즈만북스 과학동화 < 빨간 내복의 초능력자 >

 

초등 학부모들은 융합인재교육 STEAM에 대한 말을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과학(Science) + 기술(Technology) + 공학(Engineering) + 예술(Arts) + 수학(Mathematics)이 연결, 융합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를 위해선 우리 주변의 물건들에 대해 "왜?"라는 질문을 많이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 개념이 잘 어우러져 생활 속의 과학원리에 관해 탐구하는 와이즈만 과학동화 시리즈는 톡톡 튀는 유쾌함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과학원리를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다.

 

 

발명가라고 뻥 치는 가전제품 회사 연구원 아빠와 과학 선생님인 엄마, 책에 나오는 공식만 빠삭한 과학 영재 누나를 둔 초등학교 4학년인 주인공 나유식. 친구들은 '너무식'이라고 부르지만 언젠가 자신의 위대함에 모두 경배를 할 것이리라 믿는 자뻑 주인공이다 ^^

 

과학 시간에 공을 굴리면 어디까지 갈까, 소리는 어떻게 들리는 것일까, 전기는 어떤 물질을 통과할까 등을 배우기보다 핵전쟁이 난 지구에서 살아남는 법이라든가 무인도에서 식량을 구하는 법, 추락하는 인공위성에 맞지 않는 법 등 위기탈출과 관련된걸 배우는 게 훨씬 낫다고 생각하는 우리의 주인공 나유식. 궁금한 것도 많고 왜 그렇게 궁금한 게 많은지도 궁금한 나유식. 상상하지 못했던 모든 일이 현실이 될 수 있다고 믿는 나유식.

 

어느 날 별똥별이 집 마당에 떨어져 얻게 된 초능력으로 엉뚱발랄 사고뭉치 나유식의 기상천외한 사건들이 펼쳐지는데....

텔레비전과 전구에 숨은 전기의 비밀, 번개, 전기제품의 전기모터, 건전지, 빛의 반사 등.. 이러한 과학지식을 실생활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로 알려주고 있고 과학수첩과 과학일기 페이지를 통해 지식 확장을 하고 있다.

 

 

별똥별 덕분에 새로운 과학지식을 알게 될 때마다 그에 맞는 초능력이 나오는 건 분명했지만, 문제는 그다지 오래가지 않는다는 것 때문에 초능력이 오래가려면 에너지원인 과학지식을 더 확실하게 깨우쳐야 하겠다는 주인공의 생각은 허투루 넘기지 말고 과학지식을 꼭꼭 씹어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교훈을 주기도 한다.

 

나유식을 사고뭉치로 보기보다는 호기심 많은 과학쟁이로 긍정적인 눈으로 보는 부모님의 자세도 배울 점이 많았고

무엇보다 유쾌발랄함이 풍기는 가족이어서 보는 내내 즐거웠다.

문장 한줄 한줄, 그림 한컷 한컷이 정말 코믹하다. 삽시간에 푹 빠져 읽고 있는 나의 모습에 만화책도 아닌 과학 동화책을 보며 크크큭~!! 낄낄대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과학원리를 간단명료하게 그림으로 표현하고 어린이 독자의 눈높이에 맞게 지루하지 않되 중요한 정보를 잘 알려주고 있는 구성이어서 재미 + 공부의 윈윈전략이 잘 어우러져 있고 목표한 바가 바로 그것이었다면 이 책은 성공했다고 말하고 싶다.

 

1편과 2편이 현재 출간되어 있고, 곧 3편 출간예정인 <빨간 내복의 초능력자> 시리즈.

초등3학년 이상의 학생들이라면 유쾌하게 읽을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