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좋지도 싫지도 않은 어중간한 느낌의 책 - 초초난난..
오가와 이토 작가의 책은 뭔가 미묘한 어긋남이 있는 거 같다. 달팽이 식당(비록 영화로 봤지만)에서 애완돼지 에르메스를 소시지로 만들어 버리고 같이 즐겼던거처럼 뭔가 살짝 내 기대에서 비켜나가버린 책이다. '남녀가 정겹게 속삭이는 모습'이란 뜻의 <초초난난>이란 제목과 살구빛 표지에서 왠지 아기자기한 사랑이야기를 기대했지만 작가는 완벽하게 나의 기대를 외면해 버렸다. 시오리와 하루이치로의 사랑이야기는 아름다운 미사여구로 포장되어있지만 결국 불륜은 불륜일 뿐이다. 뒤에 나오는 옮긴이의 이야기에 의하면 작가는 불륜이라도 남의 불행을 바라지 않은 순수한 사랑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하지만 전혀 공감할 수 없었습니다. 확실히 기존의 불륜소설들이 격정, 파탄, 애증과 같은 소재로 이야기를 이어가는 것과는 확실히 다르지만 불륜이란 소재는 아무리 포장해도 순수한 사랑이 될 수 없다.
그나마 책 속에서 시오리의 앤티크 기모노가게로 인해 이어진 인연들과의 소소한 일상이야기가 그나마 아기자기하게 눈길을 끌었다. 특히 잇세이 할아버지와 함께 튀김덮밥과 마메칸을 나누어 먹을땐 왠지 그 음식이 내 눈앞에 그려져 먹는 질감까지 느껴졌다. 작가가 요리하는 것을 좋아해서그런지 오가와 이토 작가의 책 속엔 항상 맛있는 음식들이 가득했다. 그 음식들은 내 식욕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할아버지와 나눈 추억담은 내 기억에 아련하게 남았다.
또한 일본특색이 진한게 배어나온 작품이기도 하다. 기모노 이야기, 일본 전통 축제, 일본거리들은 일본 전통들을 하나하나 가르켜 주는 것만 같았다.
전체적으로 책은 속 이야기는 커다란 격정이나 이야기의 반전같은 것 없이 잔잔하게 물흐르듯 책 제목 그대로 조용조용 흘러간다. 커다란 재미도 감동도 없이 그냥 밋밋 하지만 그나마 그 속에 아기자기함은 예뻤던 책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