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때로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하지만 그 죽음이란 것은 언제나 나와 무관한 것으로 생각된다. 곧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사람은 이 세상에 단 한 명도 없다. 단 한 사람도. 우리 모두는 결국 죽음이라는 최종 단계에 다다르지만, '난 오늘로부터 며칠 뒤에 죽게될거야.', '난 이때 죽게 될거야.'하고 정해져 있는 사람도 없고,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도 없다. 그래서 흔히 어른들은 누군가가 가면 "다 때가 되서 돌아간거다."고 말씀하시곤 한다. 시인 천상병이 죽음을 유희인 소풍에 비유한 것도, 죽음을 직설적으로 말하지 않고 '가시다. 돌아가시다'라고 돌려 말하는 것도 어쩌면 같은 맥락일지도 모른다. '하늘에서 잠시 땅으로 내려와 소풍을 즐기다 때가 되어 하늘로 돌아간다'던, 천상병의 시 「귀천」. 나 역시 어느 순간부터 죽음을 소풍처럼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일까. 주위에서 뭐라 말하더라도 나는 여전히 죽음이 나와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막연히, 나의 생명이 너무나도 길어 삶의 끝이 보이지 않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무언가 탁 가로막힌 것처럼 답답하면서도 지금 차에 치여 즉사하더라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아슬아슬한 상황에 충동적인 욕구가 온 몸을 들쑤시고 있는 실정인데도 내 지긋지긋한 수명은 좀체 줄어들지 않는 것 같은 기분. 그러나 알았다. 이런 기분은 젊은이들의 오만이자 특권이라는 사실을. 제 삶을 사랑하고 있는 이들의 오만이자 혜택이고 권리라는 것을. 하지만 여기, 그 모든 것을 빼앗긴 소녀가 있다. 제 의지도 아니고 그렇다고 누군가에 의해 죽임을 당한 것도 아니면서 젊은 나이에 세상을 등져야만 했던 소녀. 로렌 올리버의 처녀작 <일곱번째 내가 죽던 날>의 사만다 킹스턴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녀는 갑자기 목숨을 잃은 것도 모자라 죽음을 억지로 받아들여야하는 아이러니한 처지에 놓여 있다. 그녀의 마지막은 죽어갈 때의 느낌을 생생하게 끌어 안은채였으나 잔인하게도 그녀가 죽었던 그 날을 반복해서 살게되는 저주에 걸리고 말았다. 자신이 죽는 날. 언제나 꿈꿔왔고 인생에서 최고라 말할 수 있는 날이 아닌 자신의 삶이 끝나는 날을 골라 다시 살아나게만든 힘은 무엇이었을까? 미드 수퍼내추럴에서 사람이 죽었을 때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 혼이 그 자리에서 여러번 죽음의 순간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것에 관해 스토리를 진행시켜나갔던 적이있다. 나는 책을 처음 열었을 때 샘도 그런게 아니었을까? 생각했으나 두번째로 샘이 죽던 날, 나는 생각을 정정할 수 밖에 없었다. 이 아이에게는 뭔가 풀어야 할 숙제가 있구나, 하고. 그렇다. 샘에게는 과제라고 해야할지 사명이라고 해야할지, 아무튼 제대로 명명하기 어려운 어떤 할 일이 주어졌다. 그것은 자신들이 5번 국도를 달리던 도중 갑자기 숲속으로 처박혀야만했던 원인을 밝히는 것이기도하며 동시에 친구 린지와 줄리엣 사이에 얽힌 관계를 풀어주는 것이기도 하며, 동시에 자신이 변화하는 것이기도 했다. 처음엔 꿈이라 생각하고 죽음을 다르지만 비슷하게 다시 경험했던 샘은, 두번째 날에는 분노했고, 세번째 날에는 실험했으며, 네번째 날에는 즐겼고, 다섯번째 날에는 자리를 잡았으며, 여섯번째 날에는 열쇠를 손에 쥐었다. 그리고 마지막 일곱번째 날. 그녀는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임과 동시에 열쇠를 이용해 얽힌 매듭을 풀어냈다.

 

그녀의 경우는 '죽었다가 되살아난' 케이스가 아니다. 단순히 '죽음을 반복하는' 쪽에 가깝다. 여기에 조건이 붙자면 자신이 열쇠를 발견해 문을 열고 나가기 전까지는 그 잔인한 뫼비우스의 띠와 같은 죽음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일곱번째 내가 죽던 날>은 결코 해피엔딩이 아니다. 그것은 책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다. 결국 샘은 일곱 번째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죽지 않고 살았던 날에는 그 다음날을 살게 된 것이 아니라 똑같이 새벽녘 시계의 알람소리에 일어나 여동생의 포옹을 받아내고 자신을 데리러 온 린지의 차를 타고 '큐피드데이'를 맞이한다. 그리고 전날 그랬던 것처럼 켄트네 파티에 초대를 받고, 줄리엣에게 "넌 못된 년이야."라는 말을 들어야했다. 샘의 의지와 행동에 의해 전혀 다른 시간과 사건, 결과를 만나지만 언제나 시작은 알람소리와 함께 맞이한 큐피드데이였다. 샘은 비로소 줄리엣이 자신을 그 지긋지긋한 죽음의 반복에서 구원해줄 열쇠라는 것을 깨달았지만 어떻게해야 벗어날 수 있는지를 몰랐다. 그리고 자신이 죽음에서 벗어나려 하면 할수록 겹치는 악제와 자신을 대신에 그 자리를 차지하는 주변 인물들 때문에 머리를 싸맬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결국 그녀에게 찾아온 것은 모습은 다르지만 똑같이 찾아온 죽음의 그림자였다. 단지 이번엔 샘 스스로가 죽음을 받아 들였다는 것. 그리고 줄리엣을 구해냈다는 것. 자신의 친구인 린지와, 엘리, 엘린다를 구해냈다는 것. 자신이 진정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았다는 것. 단지 그것만이 다를 뿐이다.

 

어찌보면 샘은 자신의 죽음을 받아 들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당연하지. 의식이 끊겨가는 도중에. 아니, 자신이 죽어가는 상황 속에서도 '이 젊은 나이에 내가 왜 죽어야 하냐'면서 의문을 품었을 정도니까. 그 의문이 결국 샘의 삶을 24시간 전으로 되돌려 놓은 것이 분명하다. 자신이 품은 의문을 완전히 풀고, 죽음을 받아들이게 만드는 것. 그 자체가 무한반복되는 24시간의 저주에서 벗어나는 열쇠였는지도 모른다. 죽음의 순간에 인물이 과거로 돌아가는 이야기가 처음으로 소개된 것은 아니다. 신선하지 않은 이 소재를 진부하지 않고 매력적으로 풀어낸 것은 로렌 올리버의 새로운 해석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리뷰를 쓰면서 여러번 소개하는 티에리 코엔의 <살았더라면>은 <일곱번째 내가 죽던 날>과 가장 유사한 소설이 아닌가 생각된다. 남자는 죽지만 그 순간, '이렇게 죽을 수 없어! 살았더라면 이랬을텐데.'라는 전재와 만약(If)이라는 가정을 통해 그는 자신의 과거부터 미래를 여행할 수 있는 특권이 주어진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삶을 모두 다 살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자고 일어나면 복불복으로 몇 년 후의 자신의 몸 속에 '빙의'되듯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당시 신선한 발상이었고, 스토리 자체도 신선하게 이끌어서 나에게 커다란 충격을 안겨주었다. 내가 사후세계를 믿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사후의 이야기를 이렇게 흥미롭게 스토리텔링 할 수 있다는 것이 당시엔 꽤나 큰 충격이었다. 그 점에서 로렌 올리버의 <일곱번째 내가 죽던 날>은 긴장감 면에서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스토리와 다양한 개성이 얼버무려진 캐릭터 군단은 인상적인 동시에 매력적이었다.

 

띠지나 책 뒷면에 적힌 것처럼 '가슴을 찢는 결말이 인상적'이라는 느낌은 못 받았지만 샘의 죽음과 저주인지 축복인지 모를 7일의 이야기를 읽고나니 현재 내가 살아가는 시간에 대한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나라면 죽음을 받아 들일 수 있을까? 하고 자문하게 된다. 경기를 일으키 듯 소리를 빽 지르며 대답할 것이다. 아니! 내가 죽음에 이런저런 느낌이 없었던 것은 아무래도 그것에 대해 진지하게 사고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샘처럼 젊은 나이에 죽게 된다면 난 분통이 터져 두 번째 죽음을 맞이할지도 모른다. 전생은 모르겠지만 현생에서는 이룬 것이 아무 것도 없는데 여기서 끝이라니, 나라도 "내가 왜 죽어야 해요?"라며 옥황상제께 반항을 할지도 모르겠다. 정말 그런 날이 오기 전에 매일, 매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해 살아가야겠다. 인기인의 자리에서 모든 것을 빨리 맛보고, 선택할 수 있으며, 모든 짓을 저질러도 용납되고 용서 받을 수 있는 위치는 아니지만 내 스스로의 기준으로 보기에 만족할 수 있고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삶을 다 살고 돌아가는 것이 나의 목표가 되었다.

 

 

 

 

인간은 가장 무서운 존재다. 그렇기에 이기적인 존재다. 가장 똑똑한 존재이며 가장 아둔한 존재이기도 하다. 그것이 바로 우리, 인간의 모습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들은 많은 것들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되고 말았다. 내가 초등학생이었던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집 앞에 산이 있고, 텃밭이 있고, 잠자리와 나비들과 매미들과 방아깨비들과 사마귀들과 여치들과 함께 놀았던 것 같은데 어느새 집 앞에 있던 이름 모를 낮은 동산은 사라지고 한방병원이 들어서고, 복지회관이 들어서고, 도로가 나고, 놀이터가 들어서고 말았다. 가을이면 하늘을 가득 채우던 잠자리들도 이젠 한 두마리 볼까 말까고, 봄이면 꽃냄새를 따라 날아왔던 꿀벌과 호랑나비, 배추흰나비, 노랑나비도 모습을 보이지 않게 되었다. 여름만 되었다하면 귀청이 터지도록 두 마리고 세 마리고 함께 보여 악을 질러대던 매미들도 모습을 감춰버렸다. 우리의 곁에서 '작은 친구들'이 사라지기까지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한 마리가 사라질 때 우리는 더 좋은 자동차를 탔고, 또 한 마리가 사라질 때 우리는 더 높은 건물에서 살았으며, 또 한 마리가 사라질 때 우리는 예전엔 상상도 못할 제품들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간 '작은 친구들' 모두가 모습을 감추게 될것이다. 그게 뭐 어떻냐고 생각하는 그대들을 위해 조금 바꿔서 말하자면, 길에 쓰레기를 버리는 순간 당신의 눈동자 하나가 사라지고 계곡물에 수박껍질을 버리고 가는 순간 당신의 손가락이 잘려나가고, 많은 양의 세제를 사용한 순간 당신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내가 사람이라는 것에 회의감을 느꼈다. 물을 오염시킨 것도 모자라 자기들 편하자고 제멋대로 물허리를 잘라 댐을 만들어 물고기들의 자유를 빼앗은 이들과 같은 사람이라는 사실이 왜 이리도 부끄럽고 한심하게 느껴지던지. 버들붕어 하킴은 하늘정원을 쳐들어온 베스와 블루길을 미시시피강에서 데려온 것도 모자라 물을 오염시키고, 살아갈 곳마저 빼앗으려하는 사람들을 증오하고 있었다. 오염된 환경에서 태어나고 살아온 물고기들은 병들고 기형이 되어 태어나기도 했다. 사람들에 의해 들여오게 된 외래종 물고기는 이 땅에서 살아 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우리네 민물고기들을 먹어 치워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하늘정원을 차지하려 들어왔다가 한쪽 눈을 잃고 포로가 된 베스, 애꾸눈 물고기는 "토박이 물고기들을 몰아내고 그 자리를 차지해 사람들에게 복수하려는 것"이라 말했다. 오염된 물 때문에 병들고 죽어가는 친구들을 볼 때마다 하킴은 사람들을 향한 증오심을 키워왔고 끝내 폭발했다.

 

생명은 소중하고 환경은 보호해야 하지만 그 말을 알고 있으면서도 우리는 잘 따르려 하지 않는다. 이런 우리에게 분명하면서도 호소력 있게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게 바로 싸움쟁이 버들붕어, 하킴이다. 모든것은 사람이 원흉이라며 이 세상에서 사람은 모조리 사라져야 한다고 증오를 불태우던 하킴의 마음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정말 미안하게도 길을 가다 자연스럽게 쓰레기를 버리는 것하며, 물을 아껴쓰지 않는 것 하며, 샴푸를 많이 사용하는 것하며. 초등학교 때 바른생활이나 도덕시간에서 제일 먼저 배웠던 '~하지 맙시다.'를 밥 먹듯이 어기고 있는 것이 바로 사람들이니까. 지혜를 얻기 위해 바다로 찾아온 하킴에게 지혜의바다는 "모든 생명은 하나로 이어져있다."는 말을 해준다. 답답해하는 하킴에게 지혜의바다는 "사람들은 그것을 알면서도 잘못을 저지른다"며 "결국 이 영향이 자신들에게 돌아갈 것을 왜 모르는 것일까"라며 한탄했다. 정말 몰라서 그러는 것은 아니다. 단지 자기 편하자고, 처리하기 쉽자고, 돈 덜 내자고. 우리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우리의 편리함을 위해, 우리의 이기심을 위해 자연이라는 커다란 가치를 훼손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하는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지고 올 것인가 생각도 하지 않고.

 

우리는 언제나 지켜야 한다, 보호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정작 지키고 보호하기 위해 실천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 내가 환경운동가나 보호단체 일원은 아니지만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알고 있고, 요즘 조금씩 불 붙기 시작하는 ECO사업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우리의 사소한 행동 하나 하나가 자연 속에서 살아 숨쉬는 '작은 친구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는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들이 우리에게 다시 돌아오리라는 사실도. 모르고 있는게 아닌데도 우리는 언제나 잘못을 거듭한다. 이제는 그 잘못을 멈춰야 할 때다. <버들붕어 하킴> 속에서 민물고기를 보호하고 알리려는 몇몇 이들로 인해 댐 옆에 물고기들이 나다닐 수 있는 길을 터주는 변화가 일어났던 것처럼 우리들도 사람과 자연이 함께 윈윈(win-win)하며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더불어 우리들에 의해 멸종 위기에 처한 생명을 지키기 위해 꾸준한 관심을 쏟아주는 것도 잊지 말자.

 

 

아무런 이유 없이 아리랑을 부르고 싶을 때가 있다. 본인 조차 이해 할 수 없을 정도로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충동에 휩싸여 흥얼흥얼, 생각지도 못한 장소에서 뜻하지 않게 아리랑을 흥얼거리는 나를 발견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입 밖으로 소리내어 아리랑을 완전히 불러본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온 국민이 한 마음이 되어 목이 터져라 응원하고 외쳐대며 노래를 불렀던 지난 2002년 월드컵을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윤도현밴드(YB)가 부른 ’아리랑’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밴드 연주로 편곡 되어서가 아니라 아리랑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흥겨움. 기쁨을 배로 하고 슬픔을 덜어주는 아리랑의 특성 때문에 목이 터져라 외치고 응원가로 불러도 모두의 마음이 통했던 것이 바로 아리랑이었다. 피겨퀸 김연아는 어떠한가. 김연아는 지난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세계피겨선수권대회에서 아리랑을 편곡한 ’오마주 투 코리아’로 연기를 선보였다. 그 아름다운 선율에 맞춰 멋진 연기를 보여주었던 김연아를 당신은 잊지 못했을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개봉 전부터 많은 논란에 휩싸였던 영화 <디 워>의 엔딩곡으로도 아리랑이 들어갔다. 나는 영화관에서 디 워The war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흘러 나오기 시작한 아리랑을 듣고 왈칵, 눈물을 쏟아낼 뻔 했었다. 아리랑은 우리의 곁에서 알게 모르게 큰 힘이 되어주었고, 어머니처럼 다정한 가사와 음율로 자장자장, 잠들게 만들어 주기도 했는가 하면 서러움에 북받친 우리네의 마음을 다독여주는 것으로도 모자라 신이난 이들에게는 한 판 거하게 놀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노래이기도 했다.

 

 

허나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 일어나고 말았다. 중국이 우리네의 아리랑을 조선족 무형문화재로 등재했다는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다른 나라에서 건들지 않고 있을 때는 조용히 있다가 중국에서 아리랑을 먼저 등재했고, 3~4년 전부터 준비를 해왔다고 밝혀지기가 무섭게 "중국에서 더 이상 손 쓸 수 없게 유네스코에 등재 하자."고 나선 우리나라는 꼴이 말이 아니다. 일본에서는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 우겨대고, 중국에서는 아리랑을 비롯해 판소리와 씨름까지 자기네들 꺼란다. 아무것도 보호하려하지 않고 ’당연히 우리꺼’라고 생각하고 있다가 다 빼앗기게 생긴 판국이다. 언제나 이런 식이었지만 이제와 탓한들 무엇이 변할 수 있겠는가. 중국에서는 심지어 우리나라를 비하하며 "힘 없는 나라가 어떻게 유네스코에 등재하냐"며 비아냥거리기까지 한다. 듣고 넘길 수 없는 말까지 들었는데 다혈질에 승부근성 강한 대한민국 국민이 이 말을 듣고 입 꾹 다물고 있다면 그 사람은 한국인이 아니다. 열 뻗쳐하며 두 팔 걷어부치고 아리랑이 유네스코에 등재될 수 있도록 응원하고 꾸준한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겠다. 이제부터라도 아리랑에 관심을 가지고 알려는 노력을 보이도록 하자.

 

우리 조상들이 불렀던 아리랑은 기쁨의 표현이자 슬픔을 더는 도구였고, 때로는 용기를 북돋게 하는 마법의 주문이었으며 상대를 위로하는 말을 대신하기도 하였다. 대부분 아리랑을 ’한’의 정서라고 알고 있지만 사실은 우리 민족에게 있어서 생활가에 가까운 노래였다. 아리랑은 대표적으로 정선아리랑, 밀양아리랑, 진도아리랑이 있는데 이것 말고도 전국적으로 가사와 리듬이 다른 아리랑이 8000개가 존재하는 것은 우리 민족이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아리랑을 불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많은 수의 아리랑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소개를 해 놓은 책은 거의 없다.

 

 

그런 가운데 푸른숲 주니어에서 어린이의 시선에 맞추어 그린 박윤규 작가의 <아리랑>이 출간되었다. 유네스코등재와 함께 푸른숲주니어에서 밀고 있기도 한 이 그림책은 이번 모니터단 1차 평가도서 목록에 포함되어 있기도 하다. 그림책에는 구연동화와 아리랑 곡이 들어 있는 CD가 내장되어 있는데 그림책보다는 CD에 더욱 눈길이 간다. 박윤규작가는 나운규 감독의 흑백영화 <아리랑>을 아이들의 시선에 걸맞게 풀어내었다. 액자식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그림책은 다른 그림책과는 다르다. 흔히 봐왔던 그림책과 달리 연극 대본에 가까웠다. 책만 읽으면 아리랑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고,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는지 한 눈에 파악하기 어렵다. 하지만 CD속에 있는 아리랑과 함께 들으며 책을 읽으니 어렴풋이 그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렇다면 ’아리랑’이 가지고 있는 힘은 무엇일까? 노래를 듣는 것 만으로도 절로 어깨를 들썩이게 만들고 흥겨운 기분이 드는가 하면, 때로는 설움이 밀려들어와 눈물 콧물 아까워 할 것 없이 모두 쏟아내며 시원하게 울고 싶은 기분에 휩싸이게 만드는 힘을 가진게 바로 아리랑이라 하겠다. 아리랑은 이렇게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는 힘이 있다. 2002년 월드컵 때 붉은 악마가 아리랑을 외치며 응원하는 모습 때문에 ’코리아’라는 말 보다는 ’아리랑’을 먼저 기억하고 떠올릴 정도라고 한다. 외국에서도 ’아리랑’은 유명하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아름다운 선율과 가사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우리 민족의 노래 아리랑. 우리가 그러는 것처럼 다른이들도 아리랑을 들었을 때 감성의 울림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앞으로 아리랑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아가야 한다. 학교에서는 음악시간과 사회시간에 아리랑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고 어떻게 변형되었으며 우리에게 어떤 느낌을 안겨주는지 말해주어야 할 것이며, 왜 우리가 이 노래를 보호해야하며 보호하려 하는지를 알려주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아리랑을 알리기 위해 힘쓰기 보다는 아리랑을 지키고 우리의 것을 우리 손으로 지키기 위해 보다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출처: dlsrlsansgh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