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오스틴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흔히들 이렇게 말한다.

"그녀에게는 그녀만의 독특한 것이 있다."

사실 어느 작가가 자신만의 개성이 없겠냐만은 본인도 수 많은 제인 오스틴 매니아들의 이 의견에 공감을 표한다.

맞다. 제인 오스틴은 그녀만의 독특한 스토리 진행과, 상황 진행력이 있다. 수 많은 로맨스 소설이 있고 고전 소설이 있지만 그 어디에서도 표현할 수 없는 것을 제인 오스틴은 말한다. 그녀의 작품에서 가장 큰 사랑을 받은 '오만과 편견' 만 보더라도 그러하다. 솔직하게 말하면 부끄럽지만 필자는 오만과 편견을 얼마 전에 읽었다. 제인 오스틴의 명성과 그녀의 작품이 영화로 두 편이나 제작되었고, 그 영화를 아주 재밌게 보면서도 책을 읽어보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을 보내고 우연히 자주가는 서점에서 오만과 편견을 보게됐다. 한 구석에 자리를 잡고 한 두 줄을 읽고서는 유별나게 책을 쌓아두는 걸 좋아하는 개인적인 습관을 알면서도 충동구매를 해버렸다.

꽤나 부담가는 페이지를 가지고 있음을 알면서도 그녀의 작품은 왠지 나 스스로를 믿음직스럽게 만들었다. '난 충분히 읽을 수 있어! 그만큼 좋은 책 같은 걸?'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역시, 스스로를 너무 과대평가했었다. 한창 현대 소설 읽기에 심취해 있던 필자는 영화처럼 그녀의 필체도 재빠르고 감미로우며 두근두근 거릴거라 기대했다. 현대 소설처럼 간결하며, 스토리 진행은 다급하고 결말은 나의 예상을 깨버리는.. 하지만 그녀의 작품은 어쩌면 지루할 수도 있을만큼 길고 긴 서두를 시작으로 이제는 시작하려나,.? 싶을 때 또 다시 머나 먼 여행을 떠나듯이 주구장창 말을 늘어놓았다. 변명아닌 변명으로 필자는 한 일주일만의 그녀의 책을 절반도 읽지 못한 채 놓아버렸다.

그렇게 몇 달을 잊고 살았다. 제인 오스틴을..

 

유난히도 말 많고, 탈 많았던 지난 2008년. 머리를 식히고자 책장을 둘러보며 나의 심신을 안정시켜줄 책이 무엇일까. 한참을 고민하던 중 가장 하단에 꽂혀있는 그녀의 책을 보고 잠시 멍해져버렸다. 약간의 과장을 포함하자면 마치 남의 책장을 훔쳐본 것처럼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주일도 버티지 못했던 그 길고 긴 시간을 단 한숨에 읽어버렸다. 그리고 그녀에게 빠져 그녀의 두 작품을 더 보았다. 그렇게 필자는 그녀를 닮아가고 싶다는 열망에 빠지게 됐다. 4개월 정도가 지났을까.? 운명인지, 우연이지 또 다시 그녀를 잊었던 바로 그 순간 다시 그녀가 찾아왔다. 그녀의 마지막 작품. 바로 이 작품. 나를 설득시키기 위하여 직접 찾아왔다. 역시나 그녀의 작품은 쉽게 접근할 수 없는 포스를 가지고 있었고, 이번에도 변하지 않았다. 서평 기간이 정해져 있었음에도 책을 읽어내려가지 못했다. 한 줄을 읽고 덮어버리고, 또 한 줄을 읽고 괜시리 짜증을 냈다. 그리고 며칠을 책장 한 구석에 쳐박아 두기도 했다. 우선 읽어도 읽어도 줄어들지 않는 페이지에 기가 눌리고, 장황한 설명에 짜증이 났다. 더해서는 결국 필자가 생각하는 결론이 나올거라는 불안한 예감에 어느 순간에는 '아! 이번 서평은 포기해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바로 어제. 아주 어렵게, 지금까지 서평했던 그 어떤 책들보다 힘들게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겼다. 지금 필자가 느끼는 감정은 어쩌면 아주 1차원적이고 단순하다. '우선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나에게 감동스럽다.'는 것. 그리고 '그녀의 소재 선택과 제목 선택은 정말 탁월하다'는 것.

이 두 가지가 가장 인상에 남는다. 사실 필자는 고전 소설의 그 장황하면서도 세심한 상황묘사를 잘 참지 못한다. 인물의 성격을 묘사할 때에는 단 한 마디, 동작 하나로도 충분히 표현이 가능한데, 굳이 구구절절 표정, 말투, 옷차림까지 세세한 표현에 한숨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유난히 제인 오스틴의 작품은 그런 장황한 설명이 오히려 마이너스가 아닌 플러스 효과를 낸다. 그녀의 작품은 전체적으로 디테일하면서도 차분하다. 하지만 분위기는 차분하더라도 감정의 변화는 격동적이고, 또한 생동감을 준다. 그것은 이 작품에서도 볼 수 있다. 주인공 앤의 성격부터 차분하다.

작품 전체의 분위기는 어쩌면 주요 인물로 인해서 좌지우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그녀의 작품은 전체와 동시에 주요 인물 또한 차분한 성격을 지닌다. 앤은 허영심으로 똘똘뭉친 아버지, 언니와 달리 차분하고 지혜롭고, 똑똑하다. 하지만 그녀의 일상이 지루하지는 않다. <오만과 편견>의 첫째 제인과 비슷한 분위기를 가진 앤은 어쩌면 조용하고, 있는 듯 없는 듯 보이지만 그녀의 사랑은 그렇지 않다. 열정적이며 때론 아주 고독하다.

사실 이 책을 어렵게 읽으면서, 또 읽은 후에도 고민했다. 과연 이 책을 어떤 식으로 리뷰해야 하는 것일까? 작품 줄거리를 말할까? 주인공 중심으로? 아니면 작가 제인 오스틴 중심으로? 필자는 세 번째는 선택했다. 그것은 바로 이 작품이 작가 제인 오스틴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아마 이 책을 읽었다면 그 대부분의 사람은 말할 것이다. '앤이 제인 오스틴 본인이 아닐까?' 필자 또한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생애 마지막 작품. 어쩌면 뻔한 스토리를 가진 이 작품에 인간의 허영심과, 가치와, 진실과, 사랑을 모두 보여준 것은 작가 자신도 가장 공을 들인 작품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어떤 이들은 도대체 이 작품이 오만과 편견과 무엇이 다르냐. 라고 물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다르다. 전혀 다르다. 이 책 겉표지에 쓰여 있는 것처럼 '<오만과 편견>이 봄날의 싱그러움이라면, <설득>은 가을의 애상이다.' 오만과 편견이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사랑이라면, 설득은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하는 편안한 사랑이다. 때문에 바로 설득이다. 필자가 책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면서 제목을 설득이라고 결정한 것을 인정한 데에는 바로 이러한 이유때문이었다. 앤의 사랑은 나를 설득시키고, 그의 아버지를 설득시키고, 그때 그 시대를 설득시켰다. 조금. 아니 사실 아주 많이 힘들었던 이번 책읽기를 통해서 필자는 잔잔한 감동과 더불어서 <설득> 그 제목 자체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아주 뜻깊었고, 다시 한 번 제인오스틴을 사랑하게 된 시간이었다. 아직까지도 그녀의 글쓰기 방식이 (어쩌면 옮긴이의 글쓰기 방식) 맘에 들지 않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그녀에게 설득되어버린 것을.

 

익살과 해학, 그 이면에 숨겨진 진한 페이소스

 

혀와 입은 어떻게 보면 가장 원초적인 본능에 필요한 인간의 핵심 기관이 아닐까 싶다. 먹는 문제나 맛을 보는 문제를 해결해주니까 말이다. 그러나 혀와 입은 잘못 놀이면 큰일도 난다. 자칫하면 나라도 뒤흔들 수 있다. 그래서 그 귀중한 입을 일부 사람들은 주둥이라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 p.485 -

 

한숨과 함께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면서 우연히 옮긴이가 적은 글을 보게 되었다. 사실 필자는 옮긴이의 글을 잘 보지 않는다. 대부분 설명이 많고 줄거리 요약식이 대부분이라 흥미도 없고, 시각의 차이를 알고 싶다면 내가 읽은 책을 다른 사람에게 추천해주고 이후에 함께 감상하는 것이 더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도 필자는 계속해서 옮긴이는 도대체 누굴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것은 사실 이 책이 10점 만점에 10점을 받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고작해야 반타작인 5점밖에 맞을 수 없게 만든 이가 바로 옮긴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고등학교 시절 제 2외국어로 중국어를 배웠고, 중국어가 흥미가 맞는 것 같아 대학도 중어중문과를 지원해서 4년을 다녔다. 그러다 보니 중국의 언어보다는 그의 문화와 생활에 관심과 더불어 많은 지식을 쌓을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어떤 이들은 이 책이 요즘 현대 소설과 다르게 사회적 배경을 중심으로 해서 돌아가는 것에 거부감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필자는 이전부터 중국소설이 가지는 그 특유한 색채를 좋아하여 현대소설도 국내 현대소설과 빗댈 만큼 꾸준하게 읽고, 좋아하는 편이었다. 오히려 중국 소설만이 가지고 있는 무거운 사회배경과 그 환경을 익살스럽고 어느 때는 읽는 독자도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뻔뻔한 그 표현법을 극찬하는 사람 중에 하나다. 그런데 이 책은 솔직히 말하면 조금 거부감을 일으켰다. 이런 감정의 거부감은 흔히 중국 소설을 기피하는 사람들이 중국 소설을 억지로 읽었을 때와 흡사했다. 필자는 중국 소설을 좋아하면서도 이 책은 읽기가 거북할 정도로 힘들었다. 이런 감정은 필자 또한 의아한 부분이었고, 의문이었다. 하지만 결국 그 의문은 풀렸다. 그것은 옮긴이때문이었다. 어쩌면 이러한 평가는 너무 폄하적이고 주관적인 시각일 수도 있지만 어찌됐든 필자 또한 문학을 사랑하는 한 독자일 뿐이고, 이 책 또한 그러한 독자가 읽은 문학 서적 중 하나일 뿐이었다.

이 책은 소재면이나 주제면에서 어느 하나 버릴 것이 없는 책이다. 하지만 옮긴이는 이 책을 결코 문학으로 바라본 것이 아니라 그저 하나의 번역본이라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앞뒤 말이 잘 연결이 되지 않고, 고전의 이야기가 각주로 달려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도 그저 번역만으로 훑어넘어갔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이해하고 해석하기 보다는 문장 한 줄 한줄에만 신경쓴 것 같아 너무 아쉽다. 또한 그러한 부분들이 작품안에서 확연하게 드러난 것 또한 안타깝다.

 

이 책은 굉장히 무게감이 있다.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읽을 때마다 새로운 해석을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주인공 쩡꽝셴의 일생을 담았다고해도 좋을 만큼 길고 긴 이야기를 하고 있는 이 책의 주제는 단언 중국 사회의 진 모습을 바라보자! 일 것이다. 중국 사람들은 우리는 상상할 수도 없는 문화대혁명이라고 하는 치욕스러운 역사를 거쳐오면서 마치 예수가 말씀하시는 인간에게 원죄가 있다고 하는 것처럼 하나의 큰 짐을 어깨에 메고 태어나는 듯 하다. 그들은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나이가 먹고 생각이 넓어지면서 현재의 중국 사회에 과거의 문제를 뒤바꾸고 반성하고자 노력한다. 그리고 그 노력은 그대로 문학으로 나온다. 문화대혁명 시기를 지나쳐 온 세대들은 그 치욕스러운 과거를 문학으로써 치유하고자 한다. 하지만 현재의 중국 사회는 여전히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으며 결코 허락하지도 않는다.

 

이 책이 처음부터 끝까지 지니고 있는 성과 후회와 인간의 모습은 곧 중국 사회의 모습을 신랄하게 표현한 것이다. 자연의 섭리라고 할 수 있는 동물의 짝짓기 모습을 보고 수치스러워하고 더해서는 비판 투쟁 대회를 열자고 하는 모습은 당시 중국 사회의 모습이 이율배반적이고, 이해하려고 해도 전혀 이해되지 않음을 익살스럽게 표현한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사회에 대한 비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사회안에 있는 중국인. 중국 최고의 문학인 노신이 중국인은 그저 바라보는 사람이다. 라고 한 것처럼, 어떤 잘못된 문제에 대해서 발벗고 나서서 그것을 고치고자 하거나 투쟁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이 책의 주인공 쩡꽝셴처럼 우물쭈물. 우유부단.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얼렁뚱땅. 이것이 바로 쩡꽝셴과 더불어서 중국인 전체의 모습을 담은 것이다.

 

책 내용의 반 이상이 성적인 이야기로 진행되는 것 또한 이전이야기와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성적인 이야기는 일반적으로 사회주의 사회에서는 통용되는 주제거리가 아니다. 작년 대 히트를 불러 일으킨 이안 감독의 작품 '색계' 또한 그런 면에서 중국에서는 많은 부분이 삭제되어 개봉하였으며, 왕치아즈역을 맡은 탕웨이는 중국에서 퇴출당하는 사건까지 있었다. 이처럼 중국 사회에서는 그것이 굳이 성적인 부분이기 때문이라기 보다 사회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것. 그것이 혀와 입처럼 반드시 인간에게 있어야만 하고 있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 하더라도, 이 때문에 사회에 혼란에 빠지거나 민심을 동요시킨다면 가차없이 사라진다. 이처럼 작가 둥시는 그 점을 문학인으로써 슬프게 여겨 이 책을 집필한 것이 아닐까 하는 짐작을 해본다.

 

이 책은 내가 읽은 중국 소설 중에서도 재밌는 소설에 속한다. 구성도 짜임있고, 소재면에서도 아주 재밌다. 하지만 조금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옮긴이의 어색한 번역과 너무 한 가지에만 국한되어서 주제를 이끌어 간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자 했고, 하고 싶은 지는 모두 알겠으나 인생에서 그보다 더 중요하고 심오한 것이 있다고 믿는 필자로써는 그의 한 우물만 파서 결국 우물을 캐내고야 마는 집필 방법은 조금 꺼림칙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부분은 지극히 주관적인 평가이고 객관적인 평가를 한다면 굉장히 깊이있으면서도 웃음과 재미를 결코 잃지 않는 아주 좋은 작품이었다.

 

 

 

  어느 날 페르시아의 왕이 신하들에게

  마음이 슬플 때는 기쁘게

  기쁠 때는 슬프게 만드는 물건을

  가져올 것을 명령했다.

 

  신하들은 밤새 모여 앉아 토론한 끝에

  마침내 반지 하나를 왕에게 바쳤다.

  왕은 반지에 적힌 글귀를 읽고는

  크게 웃음을 터뜨리며 만족해 했다.

  반지에는 이런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슬픔이 그대의 삶으로 밀려와 마음을 흔들고

  소중한 것들을 쓸어가 버릴 때면

  그대 가슴에 대고 다만 말하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행운이 그대에게 미소 짓고 기쁨과 환희로 가득할 때

  근심 없는 날들이 스쳐갈 때면

  세속적인 것들에만 의존하지 않도록

  이 진실을 조용히 가슴에 새리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 랜터 윌슨 스미스 -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시가 있다. 랜터 윌슨 스미스의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이 책을 처음 보았을 때부터,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때까지 이 시를 계속 생각했다. 그리고 이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하나로 통한다는 것을 알았다.

시간에게 정체란 없다. 멈추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안절부절하는 것이다.

이 책을 서평하기 이전에 필자는 이 책의 제목에 대해서 먼저 개인적인 생각을 피력하고자 한다.

나는 항상 시간에 떠밀려 다녔다.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나는 마치 뒤에서 누가 시속 100킬로로 쫓아오는 것을 피해 달아나듯이 시간에 쫓겨다녔다. 가끔은 오지않는 시간때문에 안절부절했고, 어떤 때는 가버리는 시간이 무심해서 발목을 붙잡기도 했었다. 그때마다 나는 항상 너무 슬펐고, 괴로웠고, 인생이 힘들다고 생각했다. 도대체 나에게 왜? 나만 왜? 나는 왜? 이런 생각만으로 시간을 떼웠고, 그런 시간들은 나를 더 괴롭게 했다. 그리고 꾸준하게, 지겹게도 시간은 정확하고도 일정하게 꼬박꼬박 나이를 먹었다. 그리고 곧, 그것들은 정말로 다 지나가버렸다. 제발 이 시간이 빨리 흘렀으면.. 더 이상 시간이 흐르지 않았으면.. 하고 기도하는 순간에도 그것들은 다 지나가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흐르고 있었다. 정말로 이 책과, 필자가 좋아하는 스미스의 시처럼 시간들은 지나가고 있었다.

 

이런 필자의 생각을 돕기에 이 책은 작지만 큰 역할을 해주었다. 예전부터 시간에 항상 쫓기던 인생을 살아온 나는 시간에 예민한 사람이었다. 누구나 나이가 듦에 있어서는 예민하지만, 시간이 흐름에 있어서는 무딘 편이다. 하지만 나는 나이가 든다는 것보다 시간이 흘러서 나의 과거 시간이 많아진다는 것이 무서운 사람이었다. 그런 내가 이 책을 읽었을 때, 그 파급효과란 과연 어떠했을까? 그것은 상상이상이었다. 특히 제 1장. 기뻐하지도 두려워하지도 마라. 에 담겨져 있는 시계의 초침소리 부분은 읽는 동안 깜짝놀라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었다. 스미스의 시와 똑같은 이야기를 책이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좋은 것이 있으면 나쁜 것도 있는 법" 사람은 시계로 인해 시간의 노예가 되고 말았다. 라는 부분이 있다. 이 책을 펼치기 이전에 필자가 생각했던 모든 부분이 이 한 구절에 담겨져 있어 나는 봐서는 안되는 것을 훔쳐본 듯이 화들짝 놀랐다. 그리고 그 생각들은 이 한 구절로 인해서 더욱 확고해지고 단단해졌다. 이 책이 말하는 것은 오직 한 가지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늘어놓고는 있지만, 결국 한가지. 인생이 좋건, 나쁘건 그 모든 것에 얽매이지 마라.는 것! 그것이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얽매여봐야 어차피 시간이 흐르면 그 모든 것이 지나가기 때문에 얽매는 순간 고생만 부르는 짓이라는 거다. 맞다! 정말 그것이 정답이다! 결국 지나가고 말 것인데, 그리고 또 다른 일이 생기고 말 것인데 왜 그 순간순간에 얽매여서 붙잡여 있단 말인가? 80 평생을 산다고 예상했을 때, 걱정만 40년을 한 사람이 있다고 들었다. 과연, 그 인생은 행복했을까? 98세의 나이에도 이제서야 시간의 가치를 알았다고 자신을 낮춰 말하는 멋진 인격 앞에서 내가 할 수 있었던 것은 그저 받아들이는 것 뿐이다. 배우고 익히는 것 뿐이다. 어쩌면 98세라는 나이가 이 책에는 하나의 상품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필자는 이 책을 읽으면서 단 한 번도 작가의 나이가 98세라는 것에 감탄을 하거나, 그에 혹하지 않았다. 사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처음에는 그 사실조차 몰랐다. 책을 중간쯤 읽었을때야 우리가 흔히 접한 깊이와 조금 다름을 깨닫고 작가 기록을 통해 알게됐다. 하지만 그것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나는 처음부터 이 책에서, 그리고 스미스의 시에서 인생과 시간과 삶에 대해서 배웠기 때문이다. 작가의 나이 98세라는 것은 이 책의 상품가치를 유지시켜 줄 수는 있지만, 높히지는 못하는 것 같다. 왜냐하면, 98년을 살아도 단 2~30년을 살아도 인생과 시간이 녹록치 않음을 누구나 느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