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창작의 즐거움] 즐거운 산책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아마도 ’황선미’라는 이름 석 자 때문일 것이다. ’마당을 나온 암탉’이라는 너무나도 유명한 동화 한 편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한편으로는 ’동화’는 어떻게 쓰는 것인지 궁금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고 또 한 구석에서는 ’나도 동화를 쓸 수 있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기대감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목적 없는 독서는 독서가 아니라 산책이다’라는 말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어느덧 아무런 기대감이나 목적 없이 줄줄 읽고만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혹, 동화를 쓸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막연한 기대는 ’동화를 좀 더 잘 이해하는 것에서 만족’하는 선에서 타협해 있는 내 자신을 볼 수 있었다.

  이 책은 크게 01. 어린이에 대한 이해, 02. 동화의 형식적 정의 03. 동화 창작의 요소와 단계로 나뉘어져 있다. 1장에서는 동심, 놀이정신, 물활론적 사고에 대하여 서술하고 있는 바, 동화창작의 방법이라기보다는 이론적 배경으로 깔고 있어야 할 내용들에 대한 서술이다. 그래서인지 첫 장을 접하면서는 이 책이 문예창작을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한 교과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딱히 새롭거나 특별한 내용은 눈에 띄지 않았다.

  2장 동화의 형식적 정의는 3페이지만을 할애했을 뿐 이 책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높지 않다. 동화라는 용어는 아동소설(소년소설)을 포함하는 서사적 장르를 일컫는 것이라는 것과 동화의 형식적 특징을 간략히 짚고 넘어가면 되겠다.

  3장 동화창작의 요소와 단계는 이 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제재 발견의 중요성, 동화의 인물, 이야기 구성, 동화의 문체, 동화의 주제라는 다섯 개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3장은 동화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는 장으로 여러 작가의 작품과 학생들의 습작품 중 일부가 예문으로 활용되어 생동감 있게 읽을 수 있다.

  3장의 소단원, ’제재 발견의 중요성’에서는 제재의 사전적 의미와 더불어 사회적 의미를 따져보고 나아가 개인적(작가)의미로 확장시킴으로써 작품성을 갖게 된다는 내용이 새로웠다. 읽을 때 그저 아무렇지도 않게 술술 읽어 내려가지만 철저하게 계산된 작가의 전략이 이야기 속에 빠져들도록 만드는 장치라는 것이 재밌다. 기존 작가의 예문이 실려 있어 딱딱하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사실주의 동화, 의인화 동화, 판타지 동화, 패러디 동화, 동물동화를 나누어서 설명한 점도 좋았다. 그 중 요즘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패러디 동화에 대한 내용이 흥미로웠다.

  이 책의 내용 중에서 가장 관심 가는 부분은 아무래도 ’마당을 나온 암탉’에 대한 정보다. 3장의 ’이야기의 구성’을 설명하면서 예시를 든 것인데 1장부터 마지막 장인 11장까지 배경, 인물, 사건, 핵심어, 이미지로 나누어 정리해 놓았다.

  사실 나는 ’마당을 나온 암탉’을 제대로 읽어보지 않았다. 막연히 마당을 나온 암탉의 주제가 ’꿈’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결국 암탉이 족제비의 먹이가 되는 결말까지도 책을 대충 훑어보면서 알고 있었던 터였다. 이 책은 초등 4학년인 아들의 필독서였기에 구입했고 아이에게 읽혔으며 독서감상문을 쓰도록 했었다.

  그런데 아들은 이 이야기가 ’먹고 먹히는 관계’에 대한 이야기라고 떡~하니 써놓은 것이었다. 아들의 무지함에 허탈한 웃음을 지었던 내가 이 책에서 다시금 마당을 나온 암탉에 대해 살펴보면서 이번엔 나의 무지함에 허탈하게 웃었다. ’자유’라는 단어를 간과하고 있었던 것이다. 또 잎싹은 자신의 아이를 갖고 싶다는 소망을 이뤘을 뿐 아니라 ’날고 싶다’는 또 다른 꿈을 갖게 되는 존재로 그려지고 있음을 확인했다.

  동화는 단순히 ’읽을거리’일뿐 아니라 제대로 된 ’독서지도’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다시금 다져주는 계기가 되었다. 어린이들이 단순히 책을 ’읽는 것’만으로 책의 영양분을 다 섭취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제재의 선택에서부터 핵심어를 찾고 인물을 등장시키고 사건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문체와 주제를 고려하여 심혈을 기울여 쓴 동화가 한시간만에 후딱 읽혀지고는 책꽂이에 꽂혀 뽀얀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아까운 일이다.

  이 책은 동화는 어린이들이 읽는 것이기 때문에 어른이 읽기에는 유치하고 수준이 떨어진다는 편견에서 벗어나게 해 주었다. 그러나 제목에 있는 문구처럼 나에게 ’즐거움’을 주지는 못했다. 독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책 속에 모든 것이 들어있지는 않다. 그래서 다른 책을 또 읽어야 하고 늘 사색이 가미된 독서가 되어야 한다.

 

소가 된 게으름뱅이

나오는 사람들 : 게으른 농부(소), 게으른 농부의 아내, 노인, 이웃마을 농부

때 : 옛날 옛적

곳 : 게으른 농부의 집, 시장(소를 사고파는 곳), 밭

막이 열리면 초가집, 멀리 뒷산에 진달래꽃이 활짝 피었고 해는 하늘 한가운데 떠 있다. 이 곳은 가난한 농부와 그의 아내가 함께 사는 집이다. 농부는 방 안에 큰 대자로 누웠고 아내는 호미를 들고 씩씩거리며 방문 앞으로 가고 있다.

농부의 아내 : (방문을 확 열어 제치며 화 난 목소리로)아니, 지금이 몇 시인데 아직까지 누워 있는 거예요? 제발 일 좀 하세요. 이러다가 우리 식구 다 굶어 죽게 생겼다고요.

게으른 농부 : (하품을 하며 졸린 목소리로) 거 참 웬 여편네가 말이 그리 많은 거요? 내 딱 10분만 더 누워 있다가 나가리다. 

아내 : (기가 막혀서) 뭐라고요? 차라리 집을 나가세요! 매일 일은 하지 않고 누워 있는 꼴을 보느니 차라리 없는 게 낫겠어요!

화난 농부의 아내는 혼자서 호미를 들고 밭으로 가버리고 아내와의 말다툼으로 잠이 깬 농부는 어슬렁어슬렁 집을 나선다. 그런데 집 앞에 웬 노인이 소 탈을 들고 앉아 있다.

게으른 농부 : (신기한 듯 쳐다보며) 직접 만드신 거요?

노인 : 그렇다네.

게으른 농부 : (호기심에 찬 눈빛으로) 탈이 꼭 살아있는 소처럼 보이는 것이 한 번 써 봐도 되겠습니까?

노인 : (껄껄 웃으며) 그렇게 하게. 이 탈을 쓰면 아주 좋은 수가 생긴다네.

농부는 탈을 쓴 다음 벗으려는 시늉을 한다. 그러나 아무리 벗으려 해도 탈은 벗겨지지 않는다. 이 때 노인이 농부의 몸에 소가죽을 씌운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농부는 소가 되고 만다.

노인 : 시장에 내다팔면 좋은 값을 받을 수 있겠구나. (껄껄 웃는다)

소가 된 농부 : (울먹이며)음매~ 음매~ 음매~

노인은 소를 끌고 퇴장한다. 막이 닫혔다 열리면 소시장이다.

이웃마을 농부 : (소가된 농부를 눈여겨보며) 소가 참 실하게 생겼습니다. 밭일을 잘하겠는 걸요. 이 소, 저한테 파십시오.

노인 : 드디어 소 임자를 만났네그려. 이 소는 아주 튼튼하니 힘든 일을 많이 시켜도 괜찮을 걸세. 단 이 소에게 무를 먹이지 말게. 이 소는 무를 먹으면 죽는다네.

소가 된 농부 : (관객을 향해) 음매~ 음매 ~

이웃마을 농부 : (소를 툭툭 두드리며)녀석, 목소리도 한 번 우렁차구나.

이웃마을 농부가 소를 끌고 나가면 막이 닫힌다. 다시 막이 열리면 소가된 농부가 밭에서 힘겹게 일하고 있다.

소가 된 농부 : (슬픈 목소리로) 음매~ 음매~ (소는 힘겹게 한 발 한 발 옮기다가 결국은 주저앉고 만다. 농부는 채찍을 휘두른다.)

이웃마을 농부 : (투덜거리며) 쳇! 일을 잘 할 것 같아서 사왔더니만 게으름만 피우고 돈만 아깝게 되었구나. 다음 달이 아버님 환갑잔치니 차라리 그 때 잡아먹어야겠어. (관객을 향해) 어린이 여러분, 내 생각이 어때요? 차라리 잡아먹는 게 낫겠죠? (어린이 반응에 상관없이) 응, 맞어. 잡아먹는게 나아!

소가 된 농부 : (관객을 향해 슬프게 운다) 음매~ 음매~ 음매~ (소가 된 농부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갑자기 일어나서는 무대 밖으로 나간다. 곧 싱싱한 무 하나를 들고 들어온다.)

이웃마을 농부 : (당황해하며 무를 빼앗으려한다.) 이봐, 너는 무를 먹으면 죽어! 지금 죽으면 안 되지! 울 아버지 환갑은 다음 달이거든! (소가 된 농부는 도망 다니며 무를 베어 먹고, 농부는 소를 쫓아간다. 이렇게 쫓고 쫓기며 무대를 몇 바퀴 돈다. 잠시 퇴장했다가 나타나기도 하며 쫓고 쫓기는 장면을 재미있게 연출한다. 마지막에는 서로 다른 방향에서 무대 중앙으로 나오면서 둘의 눈이 딱 마주친다. 그 순간 동시에 멈칫 놀란다)

이웃마을 농부 : (정신을 가다듬고 손을 내밀며)무 내놔!

소가 된 농부 :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단호하게)그렇게는 못해! (자신이 사람의 말을 한 것에 깜짝 놀라며 혼잣말로)어, 내가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네!

그 순간 소 탈과 가죽이 벗겨지면서 소는 다시 사람으로 변한다. 농부는 감격하여 눈물을 흘린다.

게으른 농부 : (팔을 들고 자신의 몸 구석구석을 살피며)내가 다시 사람이 되다니......

이웃마을 농부 : (농부를 찬찬히 뜯어보며 알겠다는 듯)당신이 바로 말로만 듣던 게으른 농부로군요! 어쩐지! 실은 그 노인이 돈 한 푼 받지 않고 공짜로 소를 주길래 이상하다 했지요. 내 당신을 험하게 다룬 걸 사과하리다. 사람인줄 몰랐으니 미안하게 됐소.

게으른 농부 : (헛기침을 하며) 그렇다면 이 탈 한 번 써 보시죠.

이웃마을 농부 : (당황하며)고맙지만 사양하겠소!(냉큼 도망친다)

게으른 농부는 이웃마을 농부를 쫓아간다. 쫓고 쫓기는 장면에서 막이 닫힌다.

소가된게으름뱅이, 극본, 게으른농부, 소가된농부

  이 그림책은 감나무골 덕보의 이야기를 통해 참된 효의 정신을 일깨워 주는 가슴 뭉클한 이야기이다.

  덕보는 외삼촌 댁에 갔을 때 처음으로 뛰뛰빵빵 자동차를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외삼촌의 자동차를 타며 즐거워하는 외할아버지를 보고 자신도 아버지를 즐겁게 해드려야겠다고 결심한다. 감나무골로 돌아온 덕보는 매일 지게 위에 아버지를 태우고 아버지와 함께 뛰뛰빵빵을 외친다. 덕보의 딸이 태어난 뒤에도 계속되던 이 뛰뛰빵빵 행렬은 아버지의 병으로 중단된다. 그러던 어느 겨울날 아버지는 딱 한 번만 뛰뛰빵빵 놀이를 하자고 한다. 그리고 덕보의 지게 위에서 삶을 마감한다.

  이 책은 조금은 모자란 덕보라는 캐릭터를 통해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이 이어지는 효의 정신을 잘 보여준다. 또한 효란 멋진 자동차를 태워 드리는 것뿐 아니라 자신이 할 수 있는 부분부터 꾸준하게 실천해 가는 것임을 깨닫게 한다.  
  
  덕보가 아버지를 지게에 처음 태울 때는 덕보의 행동에 웃음을 머금게 된다. 그러나 계절이 바뀌고 딸이 태어날 때까지도 이어지는 지게차 행렬에 어느덧 응원을 보내게 되면서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감동이 솟아오르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아버지가 덕보의 지게위에서 생을 마감하는 장면에서는 감나무골 사람들과 같이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이 책이 감동을 주는데는 윤수천 선생님의 아름다운 스토리와 함께 조미영 선생님의 그림도 한 몫을 한다. 특히 감나무골의 사계절에 대한  아름다운 그림과 시적이고 서정적인 묘사가 일품이다.  또 책의 첫부분에서 감나무골을 소개할 때 사계절에 대한 묘사와 덕보가  아버지를 지게에 태우고 다닐 때의 사계절에 대한 묘사가 멋진 대비를 이루고 있다.

  작가의 말, 추천의 말도 꼭 읽어볼 것을 권하고 싶다.  작가의 말에서 윤수천 선생님은 어릴적 아버지의 등에 업혔던 추억과 지금은 업어드리고 싶어도 계시지 않은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야기의 내용과 더불어 작가의 경험담이 더욱 큰 감동으로 이끌어준다.  또 책의 한 귀퉁이, ’효도 효’자의 유래를 써 놓은 부분도 매우 인상적이다. 마치 책 구석구석에 작은 보석들이 숨겨진 것같다.

  어린이들이 이 책을 읽은 후에는 그림의 감나무골의 사계절에 대한 표현을 바꿔보는 활동을 통해 표현력을 기를 수 있다. 또 덕보에게 편지쓰기나 일반적인 형태의 독서감상문쓰기를 통해서 이 책의 감동을 오래오래 남길 수 있다.  마지막 지게차 행렬에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동행했던 순이를 모티브로 뒷이야기를 지어낼 수도 있다. 다양한 형태의 독후활동이 가능한 것도 이 책의 장점이다.

 * 첨부파일은 직접 만들어서 수업에 활용했던 자료중 일부입니다. 자유롭게 활용하셔도 좋으나 가져가실 땐 덧글 달아주시면 행복할 겁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