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서니 브라운의 책은 읽는 재미가 두배다. 한 번은 이야기에 반해서 읽고 또 한 번은 그림을 찬찬히 뜯어보며 놀라게 된다.   ’터널’도 마찬가지이다. 

  사이가 좋지 않은 ’오빠와 동생’은 매일 티격태격 다툰다. 보다 못한 엄마가 나가서 놀다 오라고 함께 밖으로 내보내지만 둘은 여전히 티격태격이다. 

  그러다가 우연히 발견한 터널 안으로 오빠가 들어가고 동생은 밖에서 기다린다. 아무리 기다려도 오빠가 나오지 않자 동생은 무서움을 무릅쓰고 터널로 들어간다.

  동생이 터널로 들어가는 장면은 처음엔 느리게 그러나 점차 으스스한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급기야는 무서움에 마구 내달리는 모습까지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무서움을 느낄 때면 사소한 사물 하나가 괴상한 물체로 보이는 심리상태를 반영하듯 터널 속의 숲은 갖가지 괴이한 형상들이 여기저기에 숨어 있다. 

  또한 숨어 있는 그림들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이야기에서 따 온 것이다. 책읽기와 공상을 좋아하는 동생의 심리와도 맞아 떨어지면서 어떤 이야기의 등장인물인지 생각해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그림을 자세히 살펴보면 책의 앞 부분에 동생의 방의 풍경이 숲 속에서 무서운 이미지로 형상화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방에 걸린 액자를 보면 ’빨간모자’의 장면이 그림 속에 숨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아이 혼자서 책을 읽게 하는 것보다는 엄마와 함께 읽으며 그림의 세밀한 부분까지 챙기는 것이 좋다. 

   무서운 숲을 지나온 동생은 빈터에서 차가운 돌이 되어버린 오빠를 발견하고는 끌어안고 흐느낀다, 그러자 돌은 점차 오빠로 변하고 남매는 함께 터널 밖으로 나오게 된다.

  같은 점이라곤 하나도 없이 다른 취미와 다른 성격으로 날마다 티격태격하던 남매가 그 뒤로 어떻게 지냈을지를 생각하는 것은 너무나 쉬운 일이다. 이 책을 읽으며 어느 가정에서나 있을법한 형제지간(자매,남매)의 우애에 대해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이 낡고 오래된 주제를 세밀하면서도 재미있는 상상력을 동원해 멋진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다.  이는 ’사이 좋게 지내라’는 잔소리나 훈계보다도 더욱 효과적인 교육방법이 될 수 있다.  

  또 터널 속의 오빠는 돌로 변한 상태로 동생에게 발견되는데, 도대체 오빠에게 무슨일이 있었던 것인지 상상해 보도록 하는 것도 좋다. 터널 밖에서 오빠를 기다리다가 오빠를 찾아 나선 동생의 입장이 아니라 반대로 혼자 터널 속에 들어갔다가 어떠어떠한 일을 겪고 동생을 기다리는 오빠의 마음을 생각해 봄으로써 등장인물의 마음을 더욱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야기의 일부분을 바꿔쓰는 활동을 통해 창의력도 기를 수 있다.  

  이야기의 내용이 쉽고 짧은 그림책이라는 형식 때문에 취학전 아동이나 1학년 아동이 읽기에 적합하다. 이 시기의 아동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반복해서 읽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여러번 읽으면서 숨겨진 그림들을 찾는 것이 책을 읽는 즐거움을 더해 줄 것이다.

터널, 앤서니브라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