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이다. 경로당에 소주 한 박스를 넣어드리고 들어왔다.

오전 일을 마치고 들어와 봉사를 할 생각이었는데... 일정이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할머니방과 할아버지방에서 삼삼오오 화투놀이에 열중인 어르신들을 둘러보며 덕담 한마디씩 나누고... 점심에 드시고 남은 반계탕을 싸주신다.

반계탕은 냄비에 담아 가스렌지위에 올려놓고, 2시가 넘은 시간에 찬밥으로 늦은 점심을 먹었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들이 학원에 가기 전 반계탕을 맛나게 먹는 모습을 지켜보니 흐뭇하다. 부모란 이런가보다. 자식 입에 맛난 음식이 들어가는 것만 보아도 가슴이 훈훈해지는....

 

남편이 전화해 한마디 한다.

양쪽 어머님들께 전화 드리라는 당부와 함께.

무뚝뚝하고 감정 표현 어려워하는 사람이 '특별한 날'은 챙긴다.

 

이 책... 가슴 뭉클하게 읽었다. 짧막한 쪽지편지라 페이지가 금방 넘어가지만 어떤 페이지에선 자꾸만 곱씹어보며 가슴 한쪽의 통증을 잠재워야 했다. 어쩌면 어머니의 자식으로 태어난 이 땅의 모든 사람들이 마음으로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리라. 하필이면... 어버이날을 앞둔 어젯밤에 이 책을 읽어서는... 부족한 딸, 며느리로서의 내 마음을 통렬하게 후벼파다니.

 

엄마와의 기억들이 떠올랐다. 너덜거리는 솜이불 하나로 온가족이 덥고 자야했던 어린시절, 둘러앉아 다리만 이불속에 넣은 채 엄마가 들려주시던 '별순이 달순이'를 듣던 밤엔 무서워서 뒷간에도 가지 못했었다. 엄마는 그 이야기를 누구에게 들으셨을까? 여섯살에 엄마를 잃고 부뚜막에 올라가 밥을 지었다던 엄마....

가슴아픈 후회와 회한이 가득 담긴 편지를 읽으며 내 어린날의 엄마와 지금의 자글자글한 늙은 어머니가 떠올라 코끝이 찡하다.

 

힘겨울 때, 아플 때, 미로속을 헤매일 때.... 생각나는 이름 엄마.

이 책을 읽고 잠자리에 들었을 때, 내 품에 안긴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그 따스한 감촉이 감정을 자극해 눈물을 쏟았다. 작고 여린 생명의 가슴에 얼굴을 부비며 '엄마'하고 불러보았다.

나의 아이들에게 의지처가 되는 어미이고 싶다. 내 아이들이 힘들 때 찾아들어 쉴 수 있는 따스한 어미이고 싶다. 살면서 때로 힘겨운 세상의 파도를 만나 싸울 때, 든든한 심리적 배경이 되는 어미이고 싶다.  

 

유명한 방송인, 교수, 배우, 작가, 일반인 등등...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엄마를 생각하며 써내려간 편지들 읽으면서 자식으로서 또한 어미로서 여러 생각들을 곱씹어 보았다. 

사랑하는나의엄마에게, 샘터

내 지갑엔 녹색의 특별한 카드가 한 장 들어있다. 그 카드를 만든지 어느새 8년이 지났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화장한 유골을 뿌리면서 허허로이 흩날리며 흔적없이 사라지는 모양을 지켜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었다. 돌아와 망설임없이 장기기증본부를 찾았고, 나의 사후에 모든 장기를 기증한다는 증서에 사인을 했다. 물론 남편과 이야기를 나누었고, 남편도 흔쾌히 승낙한 일이었다. 그러나 "당신도 기증하는 게 어때?"라는 나의 말에 선뜻 대답을 못하고 망설이더니 아직도 결정하지 못한 남편이다.

 

이 책을 읽노라면 부부가 서로의 증인이 되어 사인하는 장면이 나온다. 지독한 근시인 각막을 제외한 장기 대부분을 기증한다고 약속했던 저자의 아내는 결국 생전에 소망했던 장기 기증을 하지 못하고 화장되었다. 경황이 없는중에 남편이 아내의 소지품을 모두 확인했지만 장기기증을 약속한 카드를 찾지 못했을뿐만아니라 양쪽 어머니들(시어머니, 친정엄마)의 반대에 부딪친것도 큰 이유였을 것이다.

한참 생의 절정이라 할 수 있는 멋진 나이 40대 초반의 어느날, 느닷없이 쓰러진 후 의식불명에 빠졌고, 생과 사의 경계를 넘나들다 열흘만에 다른 세상으로 날아간 사랑하는 아내를 떠나보낸 한 남자가 있다. 그들 사이에서 태어난 딸은 겨우 열두 살.

직장에서 일하던 중 화장실에 쓰러진 채 발견된 아내는 급속도로 죽음의 세계로 달려간다. 마치 브레이크가 고장난 자동차가 비탈에서 가속도가 붙어 멈출 수 없는 것처럼 언제 '그날=죽음'이 올지 알 수 없는 상태에 빠진다. 남편은 급작스러운 충격속에서 해리장애를 겪고 어린 딸은 실어증으로 말을 잃어버린다.

하루, 이틀, 사흘.... 산소호흡기에 의지해 연명하는 아내곁에서 함께 헤쳐온 삶의 편린들을 들춰보며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남편의 심경이 공감되어 슬픔이 차올랐고, 그런 극도의 충격속에서도 마지막 아내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진료기록을 남기는 그의 모습이 너무도 가슴아프면서도 존경스러웠다.

 

자연의 일부이기에 언제든 하늘의 부름을 받는 날 가벼이 떠나리라 생각해왔지만, 막상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사투를 벌이는 아내를 보면서 절망하고 절규하는 남편의 모습이, 슬픔이 절절이 가슴으로 느껴졌다.

누구나 피해갈 수 없는 죽음. 언제 어떤 모습으로 닥쳐올 지 모르는 죽음의 문제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만약, 우리 가족들에게 이런일이 생긴다면 우린 얼마나 잘 대처할 수 있을까. 

하루하루 죽음으로 다가가는 아내를 지켜보면서 영원한 이별을 준비하는 남편의 모습은 너무도 처연하다. 끔찍스러운 현장을 누비며 사진작가로 살아오면서 차마 상상도 하기 힘든 장면들을 무수히 보아왔던 그였지만, 아내와의 마지막을 준비하면서 깊숙히 뭍어두었던 슬픔들을 뭉텅뭉텅 쏟아낸다.

 

열흘.... 후 아내는 떠났다. 의식불명 상태에서도 생존을 위해 최후까지 애쓰던 뇌간이 마지막 힘을 잃어버리고 정지되었다. 끝-------- 체내 산소농도가 떨어지면 부저를 울려 신호를 주던 기계는 더이상 필요가 없어졌다. 이제 더이상 의식은 없었지만 따스했던 손을 만질수가 없다. 생전에 사진찍기를 싫어했던 아내, 병상에서는 고개조차 돌릴 수 없어 카메라앞에서 속수무책이었던 그 모습조차 볼 수 없다. 정의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불길속이라도 뛰어들라고 격려해주던 그녀는 없다. 이제는.... 사진속에서 고요히 누워있는 모습밖에 볼 수 가없다.

남편이 말했듯 그나마 열흘이라는 말미가 주어져 이별을 준비할 수 있었음을 감사해야 할까. 너무나 가슴이 먹먹하다. 누구에게나 닥쳐올 수 있는 상황이다. 지주막하출혈이란 그녀의 병이 아니더라도 여러 이유들로.....

사랑하는 사람들, 가족들, 친구들... 더 많이 위로하고 사랑하며 따뜻한 사람으로 살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내와함께한마지막열흘, 자음과모음

<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 서평단 모집

영혼을 치유하는 정목스님의 에세이
<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가 나왔습니다.
서평단 모집 이벤트 포스트를 스크랩하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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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을 추첨하여 <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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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첨된 분들은 책을 받으신 뒤 일주일 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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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5.11(금)
당첨자발표 2012.5.15(화)
당첨인원 10분

 

 

 

 

불교방송‘마음으로 듣는 음악’과 인터넷 유나방송으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청취자와 네티즌에게 위안과 감동을 선물하고 있는 정목스님의 정갈한 산문과 아포리즘! 감사, 자비, 분노, 사랑, 화해, 평화 등을 주제로 행복을 찾는 현대인들에게 마치 족집게 과외 선생님처럼 기쁨과 휴식의 정답을 선사한다.

영혼의 깊은 우물에서 퍼 올린 정갈하고 솔직한 치유의 언어
혼자 가는 인생 길, 누군가의 따뜻한 손길이 필요할 때 곁에 두는 책

“안녕하세요? ‘마음으로 듣는 음악’ 정목입니다.”
주말 저녁 FM 방송. 한번 들으면 잊혀지지 않는 음성이 귓가에 내려앉는가 싶더니 마음에 젖어든다. 어머니 손길 같이 마음을 어루만지는 따스한 음성에 먼저 반하고, 두고두고 가슴에 남는 말씀의 내용에 다시 반한다.

 그렇게 스님의 팬이 된 사람들은, 마음공부를 널리 전파하기 위해 만든 인터넷 ‘유나방송’과 스님이 주지로 계신 정각사 법회에서 자신을 들여다보고, 마음 다스리는 법을 배우며 트위터에 올라오는 스님의 글에 다시 매료된다. 이 책은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열리게 하고 삶의 의미를 되찾게 하는 글과 말씀에 의해 저절로 한 권의 책으로 묶여져 나오게 되었다.

 물질적 풍요 속에서도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고, 마음의 감옥에 갇혀 자유롭지 못한 현대인에게 스님의 지혜로운 말씀은 때로는 자상한 어머니의 음성처럼, 때로는 세상 먼지에 찌든 심신을 깨워놓는 죽비소리처럼 청정하게 울려 퍼진다. 뿐만 아니라, 아침에 핀 나팔꽃이나 채송화 같이 맑은 비구니 스님 특유의 깨끗한 서정은 잊고 있던 동심을 일깨우며 우리 마음에 아련한 향수를 불러오기도 한다.

 책은 ‘처음 만난 별에서’ ‘세상에 꽃이 필 때’ ‘내 마음의 리모컨’, 크게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처음 만난 별에서’는 서문을 대신해 책 전체의 주제가 될 만큼 진지하지만 무겁지 않은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 투명한 언어로 들려주는 삶과 죽음, 존재에 대한 각성은 낯선 것을 친근하게, 익숙한 것을 새롭게 들여다보게 만드는 커다란 힘이 있다.

 풀잎 위 죽은 잠자리
 살아서도 가볍고
 죽어서도 가볍네.
 살아서도 아름답고
 죽어서도 아름답네.
 악취도 없고
 땅을 더럽히지도 않네.
 사람의 시신도
 저렇듯
 가볍고 아름다울 순 없을까?  

 ‘세상에 꽃이 필 때’는 표제작 ‘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를 비롯한 스물두 편의 에세이로 이루어져 있다. ‘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에서는 장 루슬로의 시를 소재로, 우리의 욕망을 돌아보고, 참된 평화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들려준다. 이 밖에도 두 시어머니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틀에 맞춰 사람을 재단하고 평가하는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세상의 기본’, 고양이 이야기를 통해 갈등과 분쟁을 일으키는 오해에서 벗어나는 법을 들려주는 ‘꼬리의 미학’ 등 에세이마다 수십 년간의 봉사 활동과 상담을 통해 상처 입은 이들을 다독이고 위로해 온 스님의 경험과 지혜가 넉넉히 녹아들어 있다.

 ‘내 마음의 리모컨’은 감사, 고통, 분노, 사랑, 성장, 자비, 집착, 화해, 건강, 평화, 행복 등 사람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주제 따라 나눠지며 마음의 고요함을 얻는 실질적인 방법들이 소개된다. 어떻게 하면 자비심을 기를 수 있는지, 집착과 미혹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는지, 진정한 행복이란 어떤 것인지, 짧지만 마음을 울리는 경구와 일화 중심의 이야기는 유익하며 흥미롭다.

 ‘제 친구 스님이 새벽안개가 자욱한 길에 쌀 배달을 가다가
사고가 나서 그만 한쪽 눈을 실명했어요.
같은 동네 사시는 독거노인들을 위해 쌀을 배달하다가
그렇게 되었으니 참 안타까운 일이지요.
그 스님 1년간 마음 고생하더니 어느 날 제게
“나 이제 안 울어. 내겐 아직 눈 하나가 남아있고, 손도 발도 있잖아.
없어진 것보다 남아 있는 게 더 많아.”
이렇게 말하더군요.
정말 감동 먹었어요. 이런 감동, 밥 먹듯이 먹었으면 좋겠군요.
남아 있는 게 더 많은 데도 늘 잃어버린 것만 생각하며
눈물 흘리는 우리에게 이 스님 말씀은 눈물이 쏙 들어가도록 합니다.’

사랑은 열을 필요로 합니다. 열이 나기 위해선 어떤 전류도
저항이 있어야 합니다.
사랑이 수많은 저항을 낳는 이유는 그 때문입니다.
저항을 겪어내지 않은 사랑은 참된 사랑이 아닙니다.
그러나 저항뿐인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 미움입니다.

정목스님

동국대 선학과와 중앙대 대학원 사회복지학과 졸업. 오랫동안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하면서 전화 상담기관인 '자비의 전화'를 만들었으며, 만 16년째 서울대병원, 동국대병원과 함께 하는 아픈 어린이 돕기 운동 ‘작은사랑’을 펼치고 있다. 불교방송 개국과 동시에 세계 최초의 비구니 MC로 탁월한 방송 진행 능력을 인정받아 한국방송대상MC상,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가 주는 진행자상 등을 수상했다. 1995년 수행 정진을 위해 방송을 떠났던 스님은 2004년 ‘마음으로 듣는 음악’(FM 토·일 저녁 6시30분)으로 돌아와 방송국의 청취율을 단숨에 상승시키며 지금까지 그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불교계의 큰 상인 제4회 불이상을 수상했으며, 2008년 ‘시사저널’에서 ‘한국의 미래를 이끌 차세대 영웅’ 불교 부문 1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2007년부터 명상과 마음공부전문 인터넷 방송 ‘유나방송’(una.or.kr)을 개국해 세계 34개국의 청취자들에게 종교를 초월한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명상과 마음공부를 전파하고 있다. 저서로 <마음 밖으로 걸어가라>, <산빛 이야기> 등이 있다.

정목스님 트위터 : twitter.com/#!/jungmoksunim

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 트위터 twitter.com/#!/jungmokbook

 

 

http://youtu.be/BWikPeoS5rg

링크된 영상에서는 <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에 나오는 같은 제목의 수필을 낭송하는 스님의 음성을 들어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