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아는분이 출산을 했다.
임신전부터 만나왔기에 그녀가 얼마나 둘째 아이를 원했는지를 모두 아는 나로서는 간절한 맘으로 임신을 기원했었다. 병원에 다니며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 축복속에 임신 사실을 확인했고, 자궁이 약해 견딜 수 있을지 염려되어 수술도 했다.
한주에 한번씩 우리의 만남이 이어지는 동안 그녀의 배는 서서히 불러와 경이로움을 더해주었다. 아름다운 만삭 사진속의 그녀는 천사처럼 사랑스러웠다.
개구쟁이 첫째 아이와 행복한 가정을 위해 무던히도 애쓰던 그녀가 어느날 조산기가 있다면서 집중치료실에 입원했다. 조금씩 흘러나오는 양수때문에 감염 위험이 있어 예정일이 한달여 남았음에도 수술로 아이와의 첫 만남을 재촉할 수밖에 없었다.
예정일을 맞춰 순산한 엄마들이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그녀의 어린 아들은 신생아 집중치료실에 입원하여 일주일에 겨우 두 번 엄마와 만난다.
모유수유를 경험한 엄마들은 알 것이다. 꼬물거리는 핏덩이가 품에 안겨 힘차게 젖을 빨때의 희열... 그녀가 입원해있는 병실에 갔을 때는 울컥 눈물이 쏟아질거 같아 힘이 들었다. 머리맡 탁자위에 놓여있는 유축기가 가슴아팠다.
산부인과 병동에 입원해 따스한 분위기속에서 안정을 취해야할 산모임에도 곁에 영아가 함께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일반병실에 입원시킨 병원측에 항의라도 하고 싶었다. 열린 창문으로 찬바람이 들어와 병실 공기를 휘젖고 있었다. 전통적인 출산 후 몸조리 방법을 생각하면 상식에서 벗어나도 한참 벗어난 게 아닌가?
암튼... 그렇게 그녀는 둘째를 낳았다.
퇴원을 앞둔 그녀가 비오는 창밖을 바라보며 흘렸을 눈물과 그 서글픔을 생각하면... 가슴이 너무 아프다. 엄마가 된다는 것, 분명 희열이고 축복임에 분명하다. 그토록 바랐던 아이였으므로 건강하게 만나 함께 집으로 돌아올 수 없는 현실이 더 큰 고통이 되었으리라.
녀석이 빨리 건강하게 퇴원해 더 씩씩하게 자라주기를... 그녀에게 기쁨의 원천이기를...
이 책을 다시한번 훑어보는데 그녀가 많이 생각났다.
엄마가 된다는 건 그저 생물학적 의미를 넘어 깊고 심오한 철학적 사유가 필요하다는 깨달음이 있다. 첫 시작부터 매우 흥미로웠다. '철학'이란 낱말이 들어간 제목에서 갖게 되는 어렵지 않을까 라는 선입견을 한방에 날려주는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아들 둘을 키우는 엄마로서 많은 부분 공감되었고, 낙태에 관한 페이지를 읽을때는 또 다른 내담자가 떠올랐다. 낙태한 사실을 괴로워하며 아직도 죄의식에 사로잡혀 괴로움을 호소하던 젊은 친구였다. 어쩔 수 없다면... 낳아서 키울 형편이 도저히 안되는 상황이라면 불행한 한 생명을 탄생시키는 것보다는 차라리... 낙태의 합법화 문제 거론 이전에 생각해봐야 할 문제가 아닐까 하는 게 나의 생각이다. 보육원에서 자라면서 온갖 고통을 호소하는 아이들을 보아온 나로서는... 무책임하게 출산을 장려하며 무조건 낙태는 범죄다라고 몰아부치는 행태는 또 다른 사회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한다.
좋은 엄마가 되는게 얼마나 힘든일인지... 한때 현모양처가 꿈이라고 대답했던 여성들은 절감할 것이다. 수없이 절망을 곱씹으며 몰래 눈물흘리는 엄마들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가 되는 고통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아이의 행동 하나하나에서 놀라움과 경이로움, 기쁨을 발견해내는 여성들은 진정 용기있고 멋진 엄마라고 생각한다.
'여자는 약하지만 엄마는 강하다'는 말의 의미가 새삼 실감나게 와닿는다.
'엄마'에 대한 다양한 각도의 조명이 이 책의 강점이라 할 수 있겠다. 평범한 저자의 출산과 양육 이야기부터 하물며 레즈비언 엄마의 이야기까지...
엄마라는 존재는 그냥 사람이 아니다. 무엇과도 비교될 수 없는 엄마라는 존재의 의미와 역할... 나의 아이들은 그들의 엄마인 나를 어떤 존재로 기억해줄까? 스스로에게 의미심장한 물음을 던지며 책장을 덮는다.
엄마가된다는것의철학,
사람의무늬,
누구나읽는철학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