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피아노 연주를 들으면서 감동으로 울컥했다.
백세가 넘은 노인, 주름과 검버섯이 가득한 얼굴로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는 모습과 이제는 뼈가 앙상한 퇴화된 손가락으로 피아노를 연주하는 모습은 경이롭고 감동 이상의 정서를 자극한다. 1930년생으로 우리나라 나이로 111인 할머니를 나는 지금 '그녀'로 서술하고 있다.
최고령 홀로코스트 생존자. 그녀는 아름다운 젊은 날에 테레진 수용소에 끌려가 어머니와 남편, 절친했던 친구들을 차례로 잃어버리는 상처를 입었다. 하지만 천성적으로 낙천성을 타고난 그녀는 그 어둡고 암울한, 불안한 수용소에서 지치지않고 자신의 삶을 개척한다.
자신의 삶 뿐만아니라 수용되어 언제 아우슈비츠나 죽음의 수용소로 넘어갈지 알 수 없는 불안속에서 하루하루 지옥같은 생활을 하는 수많은 수용자들에게 연주회를 열어줌으로써 그들에게 정서적 힐링과 삶에 대한 희망을 갖도록 격려한다.
나치의 유대인 말살정책이나 홀로코스트는 영화를 통해 낯설지 않았지만, 이 책을 통해 너무도 유명한 아우슈비츠나 죽음의 수용소로 보내기지전 환승역 역할을 했다는 테레진 수용소에 관해서는 새로운 발견이었다. 더구나 그곳에서 나치의 광기와 죽음의 공포를 꿋꿋이 이겨내고 오히려 사람들에게 희망의 등불이 되어준 생존인물에 관한 다큐멘터리 같은 책을 만나게 된 것이 너무도 감사하다. 삶에 대한 희망과 주변의 모든 것들에 대한 무조건적 감사가 뭉글뭉글 솟아오르는걸 느낀다.
책속에서나 만나던 거장들, 예를들면 카프카나 구스타프 말러, 라이너 마리아 릴케, 프로이트, 골다 메이어, 레너드 번스타인 등에 관한 스토리는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보너스처럼 느껴진다.
모든 조건을 초월해 인간 본연의 선함과 낙천성, 긍정성으로 타인을 대하고 또한 자신을 사랑하는 그녀의 삶의 태도야말로 모든 사람들이 본받을 점이라 생각한다.
“숨을 쉬는 한 너무 늙어서 배우지 못한다는 것은 말이 안 돼요.” 라고 그녀는 말한다.
백세를 훌쩍 넘긴 현재까지도 바흐, 베토벤, 쇼팽, 슈베르트를 외워서 연주한다는 그녀,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하며 삶에 대한 또 다른 통찰을 얻고자하는 알리스 헤르츠좀머의 삶이 존경스럽다.
말할 수 없이 고통스러웠던 시간들에 관한 내용인데 읽는이로 하여금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힘은 어디서 오는걸까? 어린 아이같은 천진한 웃음을 간직한 그녀의 맑은 영혼이 내게 손을 내밀어 따스한 감정을 나누고 있는듯하다. 그리고 때때로 힘들게 느껴지는 삶일지라도 하루하루가 선물이며 축복이라는 깨달음을 주는듯하다.
늦은 나이에 대학원 공부로 몸과 정신을 혹사시키면서 마음처럼 채워지지 않는 결과와 여러 역할들에 대한 회의감이 싸악 가시는 느낌이다. 어떤 상황에서건 희망을 놓지않고 긍정적인 삶의 태도를 견지할 때 비로소 행복이 나에게 다가온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삶의 무게에 짖눌려 툭하면 죽고싶다고 말하는 이가 생각난다.
그에게 가만히 전해주고 싶은 책이다.
"매일이 기적입니다. 처지가 아무리 나빠도 내게는 삶에 대한 태도를, 심지어 기쁨을 발견하고 선택할 자유가 있습니다." - 그녀의 어록에서
백년의지혜,
민음인,
홀로코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