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장애인복지관의 집단상담을 종결했다.

집단원들이 쓴 유서를 읽으면서 함께 울었고, 종결이 아쉬워 조금씩 준비해온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함께 웃었다. 순간순간 그들을 지지해주고 격려하면서 가슴으로 공감을 나누었으나 장애아를 키우는 어머니들의 고통을 경험해 보지 않은 나로서는 백프로 공감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솔직한 고백이겠다.

뇌병변, 자폐, 다운증후군, 지적발달장애, ADHD 등등 여러가지 장애를 가진 자녀들을 키우면서 느끼는 여러 감정들과 사회의 편견에 맞서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 책의 저자 강영우 박사를 많이 생각했다. 

장애 자녀를 키우는 부모나 장애인 본인이 어떤 생각을 가졌고, 어떻게 행동으로 실천하느냐의 차이를 강영우 박사는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오래전부터 저자의 책 <우리가 오르지 못할 산은 없다>로 아이들과 수업을 해왔던 나는 그의 장애와 그것을 극복해가는 과정에 대해 큰 줄거리는 알고 이 책을 읽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전반적인 그의 삶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그는 두 눈을 잃어버렸으며, 부모를 잃었고, 얼마 후 그와 동생들의 든든한 울타리였던 누나마저 잃어 졸지에 고아가 되었다. 한참 청소년기의 소년이 감당하기엔 너무나도 큰 사건들이었고, 상처였으리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입장이라면 비참한 처지를 비관하고 절망의 삶을 이어갔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다른 선택을 하게 된다. 동생들과 뿔뿔이 흩어지는 고통을 감수하면서 그는 시각장애인으로 평생을 살아가야 할 준비작업에 돌입한다.

만약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하였을까?

 

그의 삶에 등불이 되어준 사람들과 맺어온 인연에 대해 조근조근 이야기하는 저자의 진정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 내 가슴에 전해진다. 어떻게 이런 기적같은 만남들이 가능했는지... 나는 부처님을 믿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가슴속 깊은곳에서 하나님에 대한 뭉클한 감사가 피어오르는 걸 느꼈다. 한국 사람 최초의 시각장애인 박사라는 사실은 그의 작은 특징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그가 장애인이 되고 좌절에 빠져 신세한탄을 하거나 누군가에게 의존해 그저 그런 삶을 살지 않고, 스스로의 의지와 집념어린 노력으로 가시밭길 같은 삶을 알차게, 아름다운 하나님의 도구로 쓰임받으며 찬양돌릴 수 있도록 살아왔음이 진심으로 존경스럽다.

그가 부시 전 대통령과 국제적 인물로 명성이 자자한 여러 지도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사실보다는 삶을 대하는 태도 자체가 겸손하고 따뜻하다는 것에 더 마음이 간다.

그는 두 아들의 교육에도 관심이 많았으며 행동으로 실천한 아버지였다. 자신이 여러 사람들의 도움으로 인간다운 삶을 살 게 되었음을 한시도 잊지 않았고, 힘있는 존재가 되어 어렵고 고통받는 사람들을 돕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그러한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아버지의 삶을 내면화한 두 아들은 당연히 아버지의 행동을 본받아 아름다운 실천을 하고 있다.

 

췌장암 말기 판정을 받아 죽음을 준비하면서 그는 담담히 과거를 회고하며 고마운 사람들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를 쓴다. 그의 용기와 겸손함을 배우고 싶다.

맹인 고아 소년에서 세계를 무대로 종횡무진하는 국제적 인물로 성장해가는 과정에 어찌 아픔과 고난, 절망이 없었을까. 무수히 많은 고비들이 있었을 테고 포기하고 싶은 유혹도 많았을 것이다. 그의 삶을 통해 성공한 모델로서가 아닌, 그가 역경에 굴하지 않고 끝까지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는 사실이, 그러한 노력으로 원하는 삶을 행복하게 살다 갔다는 사실이 내게 가장 큰 울림과 감동을 준다.

 

오늘 장애인복지관의 종결 수업에서 이 책을 소개해 주었다.

그들중 몇이라도 이 책을 찾아 읽고 희망에 불씨를 지필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눈이 먼 장애인이지만 마음의 눈으로 누구보다 더 밝고 환한 삶을 살다가신 고 강영우 박사의 명복을 빌면서 글을 마친다.

내눈에는희망만보였다, 강영우, 두란노서원

란도샘의 책을 처음 접한 계기는 내가 살고 있는 도시의 '책 읽기' 프로젝트를 통해서였다. 나는 도서선정 위원에 들어가 꼼꼼히 책을 분석하며 읽었고, 그 때 읽었던 란도샘의 책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이후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하기도 했었다.

이후에 출간된 '천번은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도 출간전에 받아 읽었고, 많이 공감했으며 여러 내용들을 많은이들과 나누었다. 이번에 출간된 새로운 책 '내 일'도 감사하게 읽었다.

<내 일을 잡으려는 청춘들이 알아야 할 11가지 키워드>란 부제가 달린 이 책을 읽으면서 전 세계 젊은이들의 일에 대한 가치관과 주체성, 정서를 다방면으로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물론 보다 안정된 '내 일'을 찾으려고 쉰이 다 된 나이에 대학원에 다니고 있는 내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도 되었다.

 

지난 주에 나의 아들이 기말고사를 마쳤다. 학교를 다녀오면 잠깐 쉬었다 학원에 달려가 밤 10시까지 공부하고 파김치가 되어 돌아오는 아들이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시험전엔 주말도 없다. 나는 아들을 학원에 보내고 싶지 않지만, 아들은 이미 경쟁사회의 구조에 길들여졌는지 학원을 그만둔다고 생각하면 불안한 모양이다.

시험이 끝난 요즘 학교분위기는 놀자판이라고 이야기한다. 매 수업시간엔 영화를 보여주거나 공부외의 다른 것들로 때우는? 모양이다. 아마도 방학때까지 이렇게 흘러갈 것이다. 대학이 목적이 되어버린지 오래인 학교교육의 현실을 생각하면 부아가 치민다.

공부하는 목적이 대학이 아닌, 좋아하는 분야의 하고싶은 일을 찾기 위한 준비과정으로 보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현실과의 괴리를 얼마나 이해하고 받아들을지...

그런면에서 고등학교 졸업 후 직업교육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일을 찾아 삶의 비전을 실현해가는 여러 나라 젊은이들의 이야기는 너무 인상적이고 생각할 점이 많았다.  

 

다른 사람의 눈치 보지않고 소신껏 원하는 직업을 선택하고, 기존에 없던 자신만의 일을 창조해내는 세계 곳곳의 젊은 청춘들의 이야기를 통해 나는 비록 늙어가는 나이지만 많은 도전을 받았고 희망을 느낄 수 있었다.

살아보니... 삶은 정말 신비롭고 끊없는 도전이 가능한 세계이며, 순간순간 희열이 가득한 세계이다. 고통스런만큼 기쁨과 감동이 공존하는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나만의 창조적인 일터를 꿈꾸며 쉬임없이 공부하고 있는 나의 현재가 감사하고 행복하다.

 

대학을 선택하는 기준이 자신의 재능과 미래의 꿈, 비전이 아닌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 비교평가나 취업을 위한 전략이 되어버린지 오래인 우리나라의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

나는 프리랜서 강사로 일하면서 안정된 직장으로 선망의 대상인 공무원들을 많이 만난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진지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공무원은 특별한 귀책사유가 없는 한 30여년 근속이 가능한 평생직장 개념이 유효한 세계이다. 그래선지 내가 일하는 도서관에서는 대낮에도 공부하는 젊은이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들은 대부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젊은이거나 한방을 노리면서 부동산 투자에 관한 공부를 하거나 주식투자 비법을 연구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점을 생각할 때 세계 곳곳의 직업학교나 직업훈련기관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자신의 꿈을 디자인하는 젊은이들은 얼마나 건설적인가. 무한한 자신안의 가능성을 두드리며 한 발 한 발 꿈으로 나아가는 젊은 청춘들이 얼마나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운지 감동이 밀려온다. 나도 한 때 직업학교에서 미용을 배운적도 있었고, 여러 직업관련 기술교육을 배우면서 현재에 이르렀다. 지금도 교육기관에서 내 일을 더 잘 할 수 있도록 훈련하는 교육을 받고 있다. 여전히 일하면서 빡빡한 교육스케줄을 소화시키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러나 희망이 있기에 고단한 과정을 견딜 수 있는 용기와 에너지가 생성됨을 가슴깊이 느끼며 살고 있다.

내가 하는 일이 그저 돈을 버는 수단이라면 이토록 힘든 교육과정에 도전하지 않았을 것이다. 내 일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유익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힘든 과정을 견디는 비타민 역할을 한다. 내 일이 있다는 행복함과 그 일이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 때 느껴지는 보람과 자부심은 억만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정말 귀한 선물이다.

소신으로 똘똘뭉친 현명한 젊은이들이 많아지길 간절히 바란다. 사대문안의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자신이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일을 찾기위한 용기있는 도전이 되기를...

세계적으로 대학진학률이 가장 높으면서 실업률 또한 가장 높은 나라의 젊은이로 살아가야하는 청춘들이 얼마나 절망적일지는 불을보듯 뻔하다.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용기있게 자신의 미래를 일구어가는 책 속의 많은 젊은이들이 너무 멋지고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이 책이 삶의 방향을 정하지 못해 애태우고 방황하는 젊은이들에게 자신의 소신을 찾아가는 한줄기 빛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꿈을 키워가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자극받고 도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 자기 자신을 향한 명확한 동기부여, 그것이 바로 '내 일'의 키워드다. 남들이 다 하기 때문에, 또는 돈만 많이 벌면 되니까,라는 식의 수동적인 동기가 아니라 내가 스스로 발견한 동기, 내 삶이 즐거워질 수 있는 동기가 있어야 비로소 내 일을 사랑할 수 있다. - 258

 

* 사람의 가능성은 무한하다. 나 스스로가 아직 발굴되지 않은 무한한 가능성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런 자신감으로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세계를 바꾸진 못할지언정, 나를 바꾸는 내일은 마침내 찾아올 것이다. 무한한 가능성으로 가득한 세상에 둘도 없는 브랜드는 바로 나 자신이기에. -318

 

* "최고의 부자가 되어서 무덤에 묻히는 것은 제겐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잠자리에 들기 전 '오늘 내가 놀라운 일을 해냈구나!'라는 말을 할 수 있는 것, 제겐 그것이 중요합니다. 돈을 이해 일하지 마세요. 잠자리에 들기 전 오늘 하루도 세상을 바꾸는 멋진 일을 했다고 자부할 수 있게 하는 바로 그 일을 하세요!"  스티브 잡스 -380

 

김난도의내일, 오우아

나는 현재 마흔을 훨씬 넘어 쉰으로 달려가는 지점에 서 있다.

쉰에 가까운 나이를 살다보니 인생이, 삶이 참 속절없이 빠르게 지나가버린다는 사실을 절감한다. 마흔에 나는 무엇을 했나 되돌아보면, 그때도 지금처럼 최선을 다해 열정적으로 살았음을 알 수 있다. 그런 시간들이 있었기에 지금 이 자리의 내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땐 지금보다 더 가난하여 20년 가까이 된 낡은 차를 몰고 다녔었고, 뭔가 창조적인 일을 찾고자 동분서주하며 고민도 많이 했었다.

생각해보면 행복이란 크고 멋진 어떤것을 소유해야 느낄 수 있는건 아니다. 마흔즈음에 내가 몰고 다녔던 덜덜거리던 엑센트는 운행중 멈출지도 모르는 불안한 상태였으나 나는 낡은차나마 몰고 다닐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살았다. 얼룩진 시트에 파뭍혀 음악을 들었고, 때로 힘들면 그것을 몰고 조금 먼 곳까지 다녀오기도 하면서... 옆으로 스쳐지나가는 크고 멋진 차들을, 그 차에 탄 사람들을 부러워하지 않았다.  행복이란 절대적인 것으로 다른 사람들과 비교할 수 없는 것이기에 내가 가진 것 안에서 소박한 즐거움을 만끽하며 살았던 거 같다.

지금도 10년된 밴을 몰고 다니지만 '이 나이에 어울리는' 멋진 차를 몰고 다니는 사람들이 부럽지 않다. 어쩌면 상담을 하면서 타인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그들의 화려한 성공 속에 감추어진 어둡고 우울한 그림자를 많이 봐 온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 참 좋다. 일단 아주 쉽게 쓰여져 읽기에 편하고 이해도 잘 된다.

마흔이 인생의 절반쯤이라 볼 때 그 시기를 방황하며 살고 있는 남성들의 관점에서 서술되었다. 남성들이 읽으면 팍팍 가슴에 꽂힐 이야기들일 듯하다.

죽어라 일하는 남자들의 삶은 얼마나 팍팍할까. 가족부양이란 책임은 말 할 것도 없고,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자리를 지키기위해 피말리는 싸움을 해야하는 남자들의 마흔은 그야말로 흔들리는 시기인듯하다. '나'는 없고 아빠, 남편, 아들, 사회에서의 직위만이 존재하는....

영화 <버킷리스트>가 떠오른다. 평생 가족들을 위해 돈을 버느라 정작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보지 못했던 주인공이 암이라는 시한부 삶을 선고받고 나서야 진짜 자신의 욕구가 무엇인지 실제적인 탐색을 하게 되고, 결국 실행해나가는 모습.. 가족들을 위해 살던 그의 모습도 행복해보이긴 했으나, 진정한 기쁨을 만끽하며 그야말로 살아있는 모습은 자신의 버킷리스트를 하나하나 지워나가는 모습에서였다.

 

마흔은 시작하기에 정말 좋은 나이라 생각한다. 철없이 어설픈 꿈을 꾸던 시기를 지나 산전수전 적당히 겪으면서 세상에 대해서도 어느정도 알게 된 나이가 마흔이 아닐까. 도전하게에 좋은 나이이며 한두번쯤 실패하더라도 기가 꺾이지 않을 나이라는 생각도 든다.

실패하는 건 인생이 끝장나는 게 아니다. 값진 선물이 될 수 있다. 실패를 경헌함 사람은 겸손을 배우고, 그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도전을 준비할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정보를 얻었다. 저자는 두루두루 섭렵한 책들과 영화 등의 정보들을 적절히 조합하여 그만의 또 다른 세계를 연출해내고 있다. 남성들이 읽으면 더 많이 공감할 내용이라 생각되지만 흔들리고 방황하는 그 남자들과 함께 살아가는 여자들이 읽어도 참 많이 공감할 내용들이라 생각된다.

주말에 텔레비젼 리모콘을 놓지 않는다고, 쇼파를 차지하고 맥없이 누워있는 모습이 꼴보기 싫어 죽겠다고 얘기하던 많은 주부들이 떠오른다. 그 남자들이 왜 그렇게 무기력하게 누워있는지... 그 푸르던 청춘의 꿈은 어디로 흘러가버렸는지... 화를 내기전에 그들에게 물어보면 좋겠다.

당신이 진정 꿈꾸는 삶은 어떤 모습인지? 그런 모습으로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의 꿈을 이루어가는 싱싱한 모습을 보려면 아내들이 무엇을 포기하고 내려놓아야 하는지 현실적인 대안을 떠올리지 않을까 싶다. 결국 그가 행복해질 때 가족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을테니까.

마흔살의책읽기, 유인창, 바다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