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서치, 싫은 소리가 아니라 듣기 좋은 소리로 들리는 것은, 그 제목에 역설의 의미가 담겨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책만 보느라, 배고픔과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았던, 이덕무의 이야기, 그에게 있어서, 인생의 보물이라 함은, 책과 또 그 책을 주제로 함께 이야기 나눌 벗들이 아니었나 싶다. 그러고 보니, 나에게도 책은 조금은 남다른 의미로 다가와 준다. 소장하는 책이 많고 많음에도, 버리지 못하고, 자근자근 모아, 쌓아두는 것은, 훗날에라도, 나이들어 (그러니까 눈이 침침해져서, 더 이상 컴퓨터도 못할만큼 나이가 들면), 내 개인서재 방을 만들어, 24시간 주구장창 책이나 소일거리 하며 살자는 심보 때문이기도 하다. 뭣하면, 팔아서 강냉이라도 바꿔 먹어 볼량으로, 하! 이건 농담이다. 무튼, 책이라는 것 때문에 위안을 받고,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를 얻기도 하였고, 또 친구하나 없는 적적한 시간을, 함께 사귀는 벗으로써 책을 옆자리에 두기도 하였던 것이다. 학교를 오고가며, 회사를 오고가며, 하다 못해, 화장실에서 힘주는 시간까지 알차게 사용해가면서, 그렇게 오랜시간 책을 벗삼아 살아왔다. 하지만 이덕무가 다른 생활들을 포기하면서 까지, 책을 사랑했던 것 만큼은 아니다. 또 아쉽다면, 그의 친구들, 박제가나 유득공 같은, 같은 기호의 절친한 친구들 한명을 곁에 두지 못했다는 것이다. 아마도 내 인품이나 자질이 부족한 탓도 있을 것이다. 이덕무의 책 그리고 벗과 함께 하는 시간은, 그냥 흘러흘러 가는 시간이 아니라, 스스로의 인성을 바르게 키워나가고, 또한 인생의 중요한 배움의 기회를 맛보는 순간들 이다. 요즘 아이들의 두뇌발달을 위하여, 또는 먼 미래, 대학본고사에 대비하여, 조기 논술교육에 열을 올리고 있는 부모들이 많다 하던데, 우선은 책만 보는 바보를 읽힌 후에, 독서의 즐거움 내지는 독서의 필요성에 대하여 인지시키는 것은 어떨런지, 잔뜩 추천도 해보고 가련다. 독서는 그 순간에는 재미와 즐거움을 제공하지만, 훗날에 가서는, 그 사람의 품격과 인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을 테니 말이다. 누군가 말했는데,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고 말이다. 아마도 모 출판사의 도서광고지에서 훔쳐 읽었던 것을 기억하고 있는 듯도 하다. 무튼 독서를 즐김으로써, 수확할 것이 무궁무진 하다. 이덕무가 단지 독서에 대해서만 논한 것은 아니겠지만, 뭐, 당시 실학자들의 고충이나 고뇌에 대하여, 혹은 서자로 태어난 개인적인 한을 나름으로 표현하거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