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순간을 아쉬워하며 악착같이 살아온 인생이긴 하다. 하지만 그 바쁨을 한탄하면서도, 그 시간의 회오리 속에서 나란 존재를 찾아야 겠다는 굳은 의지를 다져보적은 그닥 많지 못했던 것 같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라는 그 흔한 언어유희의 조롱을 받아가면서도, 이렇다할 명쾌한 해법 하나 내 놓은 적 없으며, 매일 쳐다보는 거울의 내 얼굴을 보면서, 늘어난 주름살을 안타까워는 했어도, 내 내면의 모습이 추해지고 있음을 인식하지는 못했던 것도 같고 말이다.

오십에 길을 나선 여자, 자아찾기의 입구를 찾아낸 그녀는 가족과 가정을 버린다는 극약처방을 내리긴 하였어도, 그 시행착오의 과정 속 에서, 소중한 멘토를 얻어냈고, 그 오랜 세월 살아가면서 얻지 못했던 소중하면서도, 가치있는 경험들을 열심히 일궈내는 쾌거를 얻어낸다. 마지막에는 가슴 가득 새로운 포부와 각오를 다지며 함께 할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면서, 또다른 새로운 목표로 스스로를 가꿔내려 하고 말이다.

내 나이 감히 언급하지는 못하지만, 책한권 분량의 인생시나리오는 나올 법한 시간대에서 잔뜩 움츠리고 있다. 무엇 하나 떳떳이 내세울 만한 인생업적이나 명함도 하나 장만하지 못했지만, 아직은 자포자기 하면서, 신세한탄 할 만큼 시간이 부족한 것도 아닌 조금은 애매모호 하고, 그렇다고 새파란 싹을 튀워내며, 출발신호를 기다리고 있을 즈음도 아니고 말이다.

숱한 경험도 하였고, 다양한 인간들의 무리 속 에서, 인연도 만들어 보았고, 여러가지 갈등 속 에서, 고민과 시행착오들도 끊임없이 겪어 보았지만, 그래도 아직은 못해본 것들이 더 많고, 시도해 보지 못한 인생의 산도 많은 것 같다. 스스로에 대하여 정의 내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기만 한 나의 소스들이 짐짓 부끄럽고 창피하여, 지금이라도 낚시대 어깨에 짊어 지고, 월척이라도 낚으러 가야 하지 않겠느냐며 조바심도 내보게 된다.

오십줄에 얻은 그녀의 보물들을 난 그래도 조금 이른 시점에서 탐내 보련다. 조금은 여유롭게, 하지만 더 이상은 늦출 수 없다는 긴장감을 가지고 말이다. 먼저 나의 내면을 바라볼 줄 아는 혜안부터 길러봄직 하다. 거울 볼때, 삐뚤어진 가르마 보다 저 깊은 내면 속에서 꿈틀거리는 나의 꿍꿍이속부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