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창고에 차곡차곡 쌓여 있는 세계명작 시리즈 100권의 도서! 아마도 나의 작은 아버지가 젊은 시절 읽고저, 모아 놓은 서적일게다. 오래 되기도 하였거니와, 종이라는 것이 세월의 흐름을 고스란히 노출시키는지라, 누렇게 변색되고, 가끔은 책벌레가 나오는 바람에, 겁많은 나로 하여금, 찢어질 듯한 비명을 지르게끔 만들기도 하였다.
한문이 많이 섞여 았었고, 그 사이 두세번 (어쩌면 훨씬 많이) 인가 국어사전의 맞춤법이 개정되는 바람에, 맞춤법도 엉망이었고, 또 영문의 한글표기화가 지금과는 현저하게 다른지라, 그 어색함에 치를 떨기도 하였었다. 하지만 그 도서들 외에는, 딱히 읽을 만한 것이 없었기에, 무턱대고 읽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오르곤 한다. 죄와벌 이나 데미안, 부활, 대지 등등,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법한 그러한 명작들이 100 권씩이나 있었고, 낡은 책이라 푸념하면서도, 억지로 읽었던 것이 도움이 되어, 지금은 나도 그 익숙한 도서명에 어줍잖은 평을 남길 수 있는 정도의 자존심을 가질 수 있게 되었고 말이다.
(아)무튼 진부하기만한 사랑 이야기가, 엘리자베스와 다아시라는, 편견과 오만을 대변하는 두 캐릭터로 하여금, 조금은 딱딱하게, 하지만 고전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문체로, 재미와 호기심을 간간히 전해주며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대가리가 여물지 않은 시절 접한 도서로, 아마도 곡해하거나 오해하여 이해한 부분도 다소 있지 싶다. 그래도 대강의 기억을 도움 삼아 수다를 풀어나가 보련다.
나도 곧잘 범하곤 하는 첫인상의 편견, 엘리자베스와 별반 틀릴 것도 없는, 그릇된 자신감으로 대인관계에 있어서, 끊임없는 시행착오를 겪은 바 있다. 어쩌면 더 지독했을런지도 모를 일이다. 난 상대방의 첫만남에서 그 혹은 그녀의 점수를 일단락 지어 버리기 일쑤이다. 말투가 삐딱하거나, 시간관리에 있어서 허술함을 보였다면, 그 사람의 다른 면모에서 장점을 찾아내고자 하는 노력은 완전히 제껴버린 채, 본인들의 이미지를 회복할 만한 추호의 여지도 없이 그 혹은 그녀와의 다음을 기약하는 일을 만들지 않으니 말이다.
그렇게 내쳐버린 인연 중 에는, 어쩌면 금은보화 보다도 빛이 나는 인물이 있었을런지도, 또는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 이었음에, 지금쯤 그 광채에 눈이 부실 만큼, 멋진 인물이 나왔을런지도 모르고 말이다.
나름으로는 사람보는 눈썰미가 제법인지라, 어디가서도 그렇다며 스스로 자화자찬 하곤 하는데, 그것도 살면서 만나 본 몇 몇 캐릭터 들의 장단점을 나름대로 이분법으로 단순화 시켜, 정립해버린 함정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곧잘 들곤 한다.
겸손을 가장한 오만함과 방자함이, 그릇된 생각을 품게 하고, 아울러 눈꺼풀에 검은막을 씌워 버리는 인생 최대의 실수였음을 다시금 반성케 만드는, 오만과 편견 이라는 도서를 다시금 기억해 내기 위하여, 여기저기 지식검색을 뒤적이며 그 내용을 되새김질 한 것은, 아마도 오늘 내 하루의 가장 큰 보물이 아니었나 싶다. 하지만 다시금 읽어준다면 그 당시 읽었을 때의 감동과는 사뭇 다른 그것을 또 맛보게 되리라 확신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