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1.01. 화요일 말썽꾸러기들과 친구가 된 날

우리 교실엔 아이들이 호기심을 갖지만 들어오기는 꺼려한다.

이유는 장애학생들이 있기에 그 속에 있다가는 혹시 자신도 장애인이라는 오해를 받을까 걱정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점심시간이면 교실 밖 복도에서 기웃거리는 아이들이 있다.

대부분 반에서 친구들이 없거나 호기심이 많은 아이들이다.

관심 받고 싶은 이유로 우리 교실 문을 벌컥 열어놓고 도망가거나 '야'하고 고함을 지르고 사라지곤 한다.

'잡히면 따끔하게 혼내주리라' 마음 먹고 있었는데 [아기 늑대 세마리와 못된 돼지]를 읽고 마음이 바뀌었다.

아니,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음을 알았다.

[아기 늑대 세마리와 못된 돼지]는 아기 돼지 삼형제를 조금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하는 책이다.

아기 늑대 세마리는 못된 돼지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벽돌집, 콘크리트집, 강철집을 계속해서 만든다.

못된 돼지는 망치로, 다이나마이트, 폭탄을 가지고 집을 부순다.

그저 이유는 없다. 집에 들어가고 싶은 것이다.

돼지가 늑대를 잡아먹을 일도 없고, 괴롭히지도 않는다.

단지 들어가고 싶은데  늑대들은 문을 잠그고, 철조망르 치고, 높은 담을 쌓는다.

결국 집지을 재료를 구하지 못한 늑대들은 꽃으로 집을 짓는다.

집을 불어버리려고 했던 돼지를 숨을 들여마시다가 꽃향기에 기분이 좋아지고 착한 돼지로 변하여 아기 늑대들과 사이좋게 춤을 추고, 차를 마시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 준비를 하지 않으면 친구도 적이 될 수 있구나.

'나는 얼마나 열려있는 사람인가?'

교실을 기웃거리던 녀석들에게 소리를 지른 내 모습이 후회가 되었다.

수업이 끝나고 아이들이 돌아갈 무렵 점심시간에 복도에서 장난을 치던 아이가 문틈으로 빼꼼이 고개를 내민다.

"선생님, 아까는 죄송했습니다. "함께 온 녀석도  죄송하다며 사과를 한다.

"애들아, 도움실에 놀러오고 싶으면 들어와서 놀아도 돼"

"진짜요?"

"그럼, 점심 시간에 놀러와~"

아이들은 믿기지 않는듯 인사를 하고 사라진다.

2011. 11. 03. 수요일

개구쟁이 녀석들이 왔다.

"궁금한 것 있으면 구경해도 되고, 다른 사람에게 방해되지 않는 다면 재미있게 놀아도 돼"

  물론 아이들은 공을 던지고 장난감을 마구 꺼내고, 자기들끼리 히히덕 거리며 시간을 보내고 갔지만 더이상 점심 시간에우리 아이들을 방해하지 않았다.

"저 아이들을 데리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내가 무엇이 되어줄 수 있을까?"

다시 행복한 고민이 시작된다.

아이돼지삼형제, 포용, 친구, 아기늑대

2011.10.31. 월요일 불을 끄고, 아이들에게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다.

 

어릴적 외가집에 가면 외할머니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주곤 하셨다.

열두띠 동물이야기, 집안 구석구석 살고 있는 귀신 이야기 등 할머니의 이야기에 흥분하고, 즐거웠던 기억이 오늘 문뜩 떠오르는 건 아이들과 침대에 같이 누워 이야기 나누기를 했기 때문이다.

 

이번 주 계속해서 읽고 있는 [샬롯의 거미줄]을 두 챕터 읽어주고, 불을 끄고 누웠다.

"엄마, 재미있는 얘기 해줘요." 아들 은찬이가 말한다.

"아니... 난 무서운 애기 해줘~" 은솔이도 지지 않고 이야기한다.

"아니에요. 슬픈 얘기 해주세요." 마음이 바뀐 은찬이가 다시 한번 어둠 속에서 말한다.

"무슨 얘기부터 해줄까?"

예전 같으면 아이들에게 해줄 이야기가 없어서 "빨리 자자! 먼저 자는 사람 칭찬 스티커 1장" 하고 말을 돌렸겠지만...

어느새 내 머릿 속엔 많은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아이들과 함께 동화를 읽고, 좋은 책을 찾기 위해 미리 읽어보고....

그것이 이야기 들려주는 엄마의 큰 재산이 되었다.

아이들은 우선 슬픈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해서....

[마사코의 질문]속 '꽃잎으로 쓴 글씨'를 들려 주었다.

그렇게 어둠 속에서 이야기를 해주며 아이들은 잠이 들었다.

 

서평 신청을 해서 오늘 받은 책...'신나다.'

우선은 곧 나온 따끈따끈한 새책을 누구보다 먼저 읽을 수 있어 행복하고...

서평 신청을 하고 예고 없이 찾아오는 책은 착한 일 많이 해서 산타할아버지께 받는 선물 같다.

 

주니어 김영사의 [책 먹는 여우], [게으른 고양이의 결심], [책으로 집을 지은 악어], 최근에 [수원화성과 정약용]을 읽어 너무 반가웠다. 단숨에 읽고, 아이들에게 하루 한번 이야기 해주면 좋은 책이라 생각이 들었다.

책 속에 소개된 윤리적 삶의 기초가 되는 26가지의 덕목을 남매의 생활 속에서 소재를 찾아 이야기 해주고 있다.

좋은 이야기를 그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 적용할 수 있는 형식이라 아이들에게 이야기 해주기 쉬울 것 같다.

 

유치원에서 학교에서 집에서 친구와 놀며...다양한 갈등 상황을 만나는데

'엄마가 그렇게 하면 안된다고 했지?'가 아니라 정직하게, 용기있게, 재치있게, 끈기있게 선택을 한 아이들의 모습을 만날 수 있어 잔소리를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교사라면 도덕을 가르치며 각각의 덕목들을 수업에 적용할 수 있는 좋은 참고자료가 될 것이다.

책 속에 소개된 덕목은 정직, 이해, 용서, 용기, 재치, 끈기, 공손, 신의, 감사, 진실, 공정, 공정, 진실, 공정, 수용, 인내, 진심, 시민정신, 성실, 친절, 책임, 노력, 공감, 자선, 도움, 관대, 자발성, 신뢰, 존중의 26가지이다.

인성, 정직, 도덕, 존중, 자녀교육

2011.10.28. 금요일 쌀쌀한 날씨와 가을 바람...

 

아침마다 은솔이와 전쟁을 치른다.

7살 은솔이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있으니... 몸매와 패션이다.

너무도 무던한 성격의 엄마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도 벅찬 아이다.

 

쌀쌀한 날씨에도 절대 두꺼운 옷은 입지 않는다.

오늘도 하늘하늘 핑크색 쉬폰 치마와 초록, 핑크 줄무늬 봄셔츠를 입고, 타이즈나 내복은 "절대" 입지 않겠다며... 그 위에 가디건만 걸치고 집을 나서겠다고 선전포고를 했다.

 

"오늘은 영하로 내려간다고 했어."

엄마가 울며 간절히 부탁해도 소용없다.

그럴 때면 바쁜 아침에 5번도 넘게 옷을 갈아입곤 한다.

 

'어떻게 해야 하나?' 난감할 때가 너무도 많다.

생활습관을 고치기 위한 여러 가지 책을 읽어주었지만 은솔이의 마음을 바꾸기란 쉽지 않다.

 

이 번 만큼은 고민을 하며 책을 골랐다.

아직 어린 은솔이가 그 깊은 뜻까지 알수 있을지는 아직이지만...

은솔이에게 읽어주고 싶은 책은 [종이 봉지 공주], [벌거벗은 임금님]이다.

두 권을 함께 읽어주면 효과가 더 좋지 않을까? 하는 바람과 함께...

 

벌거벗은 임금님은 집에도 있고, 은솔이도 많이 읽어본 책이지만 학교 도서관에서 그림을 보고 끌려 빌려왔다.

 

꼴라쥬 기법의 그림이 독창적이고 재미있어서 읽어주고 싶었다.

처음에는 신하들이 왜 거짓말을 하는지 알지 못했던 은솔이도 계속 읽으며 거짓말을 하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과연 내일은 패션보다 실용을 택할 것인가? 

 

출판사서평

안데르센이 태어난 지 200년이 되었다. 200년을 지나오면서 안데르센의 동화는 많은 아이들을 웃고 울리며 커다란 감동과 재미를 주었다. 지금도 여전히 많은 아이들이 안데르센의 동화를 읽고 있다. 이렇게 안데르센의 동화가 사랑받는 이유는 극적인 재미와 감동, 교훈적이면서 주제의식이 녹아 있는 이야기, 유려한 문체와 문장 때문이다. 안데르센의 동화에는 감동적이고 슬픈 이야기도 많고, 재미와 즐거움을 주는 이야기도 많다. 특히 <벌거벗은 임금님>은 풍자와 해학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인 작품이다. 옷을 좋아하는 임금님이 사는 나라에 사기꾼이 찾아온다. 사기꾼은 자신이 만드는 옷감이 일 못하는 사람과 바보에게는 보이지 않는다고 선전한다. 임금은 그 옷감으로 옷을 만들어 입으려고 사기꾼에게 많은 돈과 훈장까지 주면서 옷을 만들도록 한다. 사기꾼은 없는 옷감을 있는 척하며 신하와 임금, 모든 사람들을 속인다. 옷감이 안 보인다고 말하면 바보라고 놀림 받을까 두려워 아무도 진실을 말하지 못한다. 그러다가 한 아이가 자신의 눈에 보이는 대로 "임금님이 벌거벗었어!"라고 말하자 모두 웃음 바다가 된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만큼 유명한 이야기다. 임금과 신하, 어른들 모두 진실을 말하지 못하는데, 순진한 어린아이가 진실을 외친다. 어린아이의 눈이 진실을 볼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벌거벗은 임금님>은 어린이 예찬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어른들도 말하지 못하는 진실을 자신처럼 어린 아이가 외치는 모습을 보며 아이들은 커다란 즐거움을 얻는다. 또한 이 작품에는 어른들의 거짓과 가식을 꾸짖고 있다. 어른들이 진실을 말하지 않은 것은 진실을 몰라서가 아니라 남들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다. 심지어 사실이 밝혀지고 나서도 임금은 벌거벗은채 행차를 계속한다. 이처럼 <벌거벗은 임금님>에는 거짓과 가식적인 사회에 대한 풍자와 해학이 숨어 있기 때문에 오늘에도 커다란 즐거움을 안겨 주는 것이다.

 

글_김서정

동화 작가, 아동문학평론가, 번역가. 1959년 강원도 화천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직업군인인 아버지를 따라 여기저기 옮겨 다니느라 이렇게 그리워할 붙박이 고향집은 없다. 대신 전방의 강과 들을 쏘다니며 놀던 추억이 소중한데, 물놀이, 썰매타기에 신났던 강원도 원통의 예쁘고 작은 강변을 철사 그물 씌운 돌 제방이 높직이 막아 버린 데다 물도 흐려져 있는 걸 보고 정말 원통했던 적이 있다고 한다.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독일 뮌헨대학에서 공부하였고, '오늘의젊은예술가' 상을 받았다.
동화집 [믿거나 말거나 동물 이야기][꼬마 엄마 미솔이][나의 사직동] 등과 평론집 [멋진 판타지]를 썼고, 옮긴 책으로 [용의 아이들][어린이문학의 즐거움][기적의 시간] 등이 있다.
동화 작가, 아동문학평론가, 번역가. 1959년 강원도 화천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직업군인인 아버지를 따라 여기저기 옮겨 다니느라 이렇게 그리워할 붙박이 고향집은 없다. 대신 전방의 강과 들을 쏘다니며 놀던 추억이 소중한데, 물놀이, 썰매타기에 신났던 강원도 원통의 예쁘고 작은 강변을 철사 그물 씌운 돌 제방이 높직이 막아 버린 데다 물도 흐려져 있는 걸 보고 정말 원통했던 적이 있다고 한다.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독일 뮌헨대학에서 공부하였고, '오늘의젊은예술가' 상을 받았다.
동화집 [믿거나 말거나 동물 이야기][꼬마 엄마 미솔이][나의 사직동] ...

 

그림_소윤경

홍익대학교에서 회화를 공부하고 , 파리8대학에서 조형예술을 전공했다. 개인전을 두 차례 가졌고 여러 차례의 기획전에도 참여했다. 귀엽고 발랄한 이미지부터 환상적이고 기괴한 이미지까지 두루 표현하는 화가는 [거짓말 학교]에서 강렬한 색과 SF적인 요소로 또 하나의 그림 세계를 만들어 냈다. [아기 도깨비와 오토제국] [일기 감추는 날] [벌거벗은 임금님] [내가 형이랑 닮았다고?] [각시각시 풀각시] [건방진 도도군]에 그림을 그렸고, 작가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그림책 [내가 기르던 떡붕이]를 창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