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0.22. 토요일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 으슥한 가을 밤.

 

국시꼬랭이동네 시리즈로 아카시아 파마 이야기로 나를 어릴적 동네, 어릴적 친구들에게 데려다 준다.

엄마는 장에 가고 집에 혼자 남은 영남이는 거울을 들여다 보며 눈은 좁쌀 눈, 코는 돼지 코, 입은 하마 입, 두 볼엔 주근깨가 다닥다닥 이렇게 속상해하며 엄마 분통도 찍어보고, 입술에 빨간 루주도 발라보지만 맘에 들지 않는다.

'엄마처럼 파마하면 예쁠까?'

생각하며 불에 달근 젓가락으로 앞머리를 살살 말아 올리다 머리르 태워버린 영남이...

그 때 옆집 미희가 놀어와 아카시아 파마를 해준다며 영남이와 함께 마을 뒷동산 아카시아 숲으로 갔다.

 

책 뒤에는 친절하게도 아카시아 파마하는 방법이 소개되어 있다.

돼지 오줌보 축구공 만드는 방법 만큼이나 아이들이 신기해 하고 재미있어 한다.

 

"엄마, 나도 아카시아 파마 하고 싶어"

"지금은 가을이라 안돼! 아카시아 잎이 모두 떨어졌거든."

"싫어. 나두 하고 싶어. 왜 안돼?"

"은솔아, 우리 봄에 아카시아 꽃이 피면 그 때 엄마가 아카시아 파마 해줄께. 엄마는 어렸을 때 친구들 많이 해줘서 잘 할 수 있어."

"엄마, 근데 여기 나오는 미희가 엄마 이야기야?"

우연인지 영남이에게 아카시아 파마를 해준 미희가 내 이름과 같아 은솔이가 신기해한다.

 

왠지 어릴적 내 모습과 닮은 듯도 하다.

책 속에선 늘 생각지 못한 선물을 받는데... 오늘은 상을 받은 기분이다.

 

글_이춘희

경북 봉화에서 태어났습니다. 안동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고 방송 구성 작가로 일했습니다. 그 동안 쓴 그림책으로 [똥떡], [야광 귀신], [눈다래끼 팔아요], [아카시아 파마], [각시각시 풀각시] 등이 있고, 저학년을 위한 창작 동화 [나팔귀와 땅콩귀]가 있습니다.

 

그림_윤정주

1971년 서울에서 태어났고 홍익대학교에서 서양화를 공부하였으며, 1994년 제2회 신한 새싹만화상 은상, 1998년 한국출판미술대전에서 장려상을 받았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어린이책에서 어린이의 마음을 사로잡는 개성 있는 그림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그린 책으로는 [황금똥을 눌 테야!], [꽃장수와 이태준 동화나라], [연이네 설맞이], [할까 말까?], [아카시아 파마], [말놀이 동시집], [전교 네 명 머시기가 간다], [짜장면 불어요!]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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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3. 가을 볕이 따뜻하다.

 

수업 시작 전 이야기의 순서, 원인과 결과에 대해 공부하기전 전해주는 시간.

집중력이 짧은 우리 아이들의 특성을 고려해서 짧은 이야기로 선택했다.

[꼬마 원숭이 다섯이 너무 심심해서]는 프뢰벨 테마동화의 하나인데 시중에서는 단행본으로 구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원숭이가 나오니... 집중하여 잘 듣고, 읽는 내내 미소를 보인다.

'교과서로 공부할 때는 이런 표정이 아니었는데...'

 

꼬마 원숭이 다섯이 너무 심심해서 엄마를 도와 집안 청소를 시작한다.

방도 치우고, 욕실 청소도 하고, 양판자도 털고 마지막엔 할머니를 위해 산딸기도 딴다.

하지만 산딸기를 따러 갔다가 진흙탕에 빠지고, 옷도 더러워져 양탄자는 다시 더러워지고, 목욕을 하며 욕실은 엉망이 되고, 옷을 갈아입으며 방도 처음의 지저분한 상태로 돌아가고 만다.

그러는 사이 할머니께서 오시고, 반갑게 할머니와 인사를 나눈후 집에 들어오니 집안은 앙망진창!!

할머니, 엄마, 꼬마 원숭이 다섯은 모두 깜짝 놀라게 된다.

과연 누가 이렇게 해놓은 것일까?

 

책을 읽고 아이들은 누가 그랬는지 말하지 못했다.

아주 순진한 얼굴로 '모르겠어요, 누구 그랬죠?'라고 나에게 묻는다.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그래서 책을 거꾸로 읽기 시작했다.

옷을 입으며 방이 어지럽혀지고, 샤워를 하며 욕실이 엉망이 되고, 산딸기를 들고 집에 들어올 때 카펫이며 거실이 더러워지는 모습을 다시 한번 확인해보았다.

 

"누가 그랬지?"

"꼬마 원숭이요!!"

신대륙을 발견한 듯 행복한 얼굴이다.

 

초등학교 2학년, 4학년이지만 아직 이야기를 이해하기엔 어려운 정신지체 아이들...

꼬마 원숭이의 이야기가 이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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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02. 교회로 가는 길...막히는 차 안에서 재미있는 옛 이야기에 빠진 날

 

국시꼬랭이동네 시리즈로 귀여운 오줌싸개 영섭이가 오줌을 싸고 소금을 얻으러 가면서 벌어진 이야기이다.

책읽기를 함께 하는 것도 좋지만 먼저 읽어두었다가 자동차로 이동할 때나 아이들이 심심해 할 때 이야기해주면 아이들이 좋아한다.

아이들에게 들려줄 생각을 하니...나도 주의해서 기억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교회로 가는 길 퇴근 시간이라 차가 많이 막혀있다.

답답한 자동차 뒷 좌석에서 아이들은 5분을 넘기지 못하고, 다투기 시작한다.

끝말잇기, 말보태기놀이, 나라이름대기...

그래도 아이들은 자꾸만 다툰다.

 

"엄마가 재미있는 이야기 해줄까?"

"네~"

아이들과 읽으려고 했는데... 우선 먼저 이야기로 들려줘야지 생각하고 [싸개 싸개 오줌싸개] 속 영섭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영섭이라는 아이가 있었는데...집에서 성냥을 가지고 노는 걸 좋아했어. 은찬이 은솔이 성냥이 어떤 건지 알지?"

"그 때 방문이 벌컥 열리더니 영섭이 엄마가 소리를 쳤어"

"영섭이 이녀석...어제도 불장난해서 이불에 오줌 싸더니 오늘도 불장난이니?"

.....

 

"결국 영섭이는 현지네 집에서 소금을 얻어오고... 눈물 콧물이 범벅이 된 영섭이 얼굴을 엄마가 닦아주셨대"

 

아이들이 집중해서 듣는다.

싸우지도 않는다.

이런게 이야기의 힘인가?

나도 이야기 꾼이 된 것 같아. 행복했다.

 

은솔이는 책으로 다시 한번 보겠다고 한다. 아마도 영섭이가 고추를 내놓고 다닌 대목에서 호기심(?)이 생긴 듯 하다.

익살스러운 그림과 의인화된 광 속의 옛 살림들(광주리, 키, 가마니, 채, 복조리)들을 그림 속에서 만날 수 있어서 교육적인 효과도 얻을 수 있다.

특히 키의 생김새나 쓰임을 잘 이해할 수 있다.

 

어릴적 나두 이불에 오줌을 싼적이 있는데..

깜짝 놀라 동생을 내 자리로 살짝 밀어놓고 동생에게 뒤집어 씌운 적이있다.

그 때 동생은 억울해하며... 이불을 젖었지만 팬티를 안젖었다며 울었는데...

미안하다. 동생아~~

 

글_이춘희

경북 봉화에서 태어났습니다. 안동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고 방송 구성 작가로 일했습니다. 그 동안 쓴 그림책으로 [똥떡], [야광 귀신], [눈다래끼 팔아요], [아카시아 파마], [각시각시 풀각시] 등이 있고, 저학년을 위한 창작 동화 [나팔귀와 땅콩귀]가 있습니다.

 

그림_김정한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서울대학교 동양화과를 졸업했다. 지금은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으며, 나만의 개성 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 틈틈이 전시 준비를 하며 지내고 있다. 그동안 그린 책으로는 [팥죽할멈과 호랑이], [싸개싸개 오줌싸개], [어린이를 위한 우리나라 지도책], [재미나면 안 잡아먹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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