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도서를 딸아이에게 읽어주면서 공주옷, 또는 이쁜옷을 입고싶어하는 내용의 많은 유아책과 사뭇느낌이 다르다라는점을 느낄 수 밖에 없는것은, 바로 이 유아책의 저자가 한때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던 영화 "파니핑크"의 감독이라는 점일것이다. 그가 가진 여자의 심리적 디테일이 이 책한권에도 여실히 들어나기 때문이다. 고집불통인 딸아이와 출근전 급박하게(?)아이를 유치원에 보낼 차비를 하는 엄마와의 한판 승부를 다룬 이 책은 다른 비슷한 "옷고르기"책에서 결론을 내리고 있는 아이와 엄마의 견해차이 수준정도가 아닌,  직장생활을 하는 엄마와 늘 아침에 서둘러 나가야하는 딸이 생각하는 마음을 섬세하게 다룬점일 것이다. 엄마의 다그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아이가 좋아하는 공주옷을 입으려고 하는 상황에서 엄마는 결국, 아이를 두고 엄마혼자 나가겠다고 으름장을 논다. 하지만 아이가 "절대로 절 혼자두지 않겠다고 했잖아요"라고 말하는 순간, 엄마는 모든것을 포기하고 결국엔 아이의 또다른(?)요구, 바로 엄마도 파티옷을 입고 출근하라는 말까지 수용한채 출근길에 올라 주변 모든사람들로 부터 시선을 받는 해프닝을 겪게 된다. 하지만 엄마의 표정은 그 어느때보다도 밝고 즐거운 얼굴이다. 마치 딸아이의 해맑은 미소처럼...엄마의 마음은, 부모의 마음은 한가지라는것, 바로 사랑이라는것, 엄마와 딸은 여자라는것, 아름다움은 행동했을때 넘친다는것, 그모든것이 행복이라는 답일것이다.

[동아일보]

《과메기 덕장 경비 덕수씨는
짤막한 다리에 긴 허리
떡 벌어진 어깨를 가진
나만 보면 겅중겅중 뛰는 눈 검은 사내다

얼큰이 감자탕집에서 회식한 날
돼지등뼈 싸들고 와서
덕수씨, 덕수씨, 부르면
꼬리 탈탈치며 자빠졌다 일어날 때마다
쇠사슬 끌리는 소리
언 땅에 뼈다귀 쏟아주면
달빛 가득한 눈으로
뼈다귀 보고 나 보고 뼈다귀 보고 나 보고
꼬리만 더 세게 친다

덕수씨 먹어 어여 먹어
그제야 뼈다귀 한 번 핥고 나 한 번 핥고
돼지등뼈와 덕수씨와 내가
삼각형으로 이어지는 밤
덕장 위로 달이 뾰족하다

- 시집 '구룡포로 간다'(애지) 중에서》

구룡포 앞바다 물비늘 다 긁고 온 칼바람이 뼛속을 후비어도 추운지 몰랐어요. 덕장에 걸린 과메기들 괭이가 채어갔나 세고 또 세느라 해 지는 줄 몰랐어요. 버려진 날 데려다 씻기고 먹이고 '덕수씨'라 불러 주시니 안 먹어도 배부르고말고요. 백 리를 달려도 식지 않을 심장을 지녔으나 이젠 제법 쇠사슬도 견딜 만합니다. 사슬 하나 없는 삶이 어디 있을라구요. 한없이 가벼워뵈는 저 갈매기들도 날개에 부딪는 게 자유만은 아니라더군요. 우리 모두 사슬에 매여 너 한 번 핥고 나 한 번 핥고 뼈다귀 한 번 핥으며 따뜻한 별자리가 되어 가는 걸 알다마다요.

-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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