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핸 그 어느 해보다 출판사들이 보인 발군의 마케팅전이 치열했던 해 라 해도 지나친 표현이 아닐 것이다.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독후감(서평) 시상식까지 가세하여 베스트셀러라는 상업적 측면이 강조되었던 것은 사실 문학과는 그다지 조화로워보이지는 않는다. 

그래서인지 무슨 문학상들이 그렇게 많은지 저마다 수상작이란 라벨을 붙이고 등장한 작품들이 꽤나 많은데 정작 수작(秀作)이라 할 만한 작품을 찾기가 수월치 않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게다가 출판사들의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대중 연예인들의 스타브랜드를 겨냥한 무차별적 출간으로 작품의 수준은 그야말로 형편없이 하향평준화 되어 더욱 위축된 한국소설에 대한 독자들의 시선을 외면케 하는 악순환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의 눈초리를 빗겨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중견작가들을 중심으로 몇 편의 걸출한 작품들이 풍요속의 빈곤을 메워준 것은 천만 다행이 아닌가 한다.
다음은 선정한 작품들에 대한 비의식(필리아)의 서평중 부분 발췌한 촌평이다. (순서는 작품 초판 출간일자 順)

1)나는 여기가 좋다(한창훈 作) 
바다와 섬의 작가, 8편의 단편소설로 구성된 소설집이다. 거대담론을 끌어대거나, 지독한 사유의 절차를 읊조리지 않으며, 모양을 부리지 않는다. 소박하고 순박하며, 때론 어리석은 이기심과 무지해보이기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사회의 부조리, 기성의 편협함, 삶의 난해함을 조용한 목소리로 담담하게 풀어낸다.

2)내 심장을 쏴라 (정유정 作) 
2009년 세계문학상 수상작이다. 비열함과 혹독한 공간의 묘사에서 조차 아름다움과 쫓아가야 할 아련한 낙관이 있다. 신선한 소재, 정교한 플롯의 구성, 탄탄한 문장과 해학이 넘치는 언어들,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넘나드는 기막힌 표현들이 어우러진 근래 보기 드문 걸작이다. 

3)고산자 (박범신 作)
『대동여지도』라는 모티브를 통해 파렴치하고 부패한 시대와 소외된 민중의 삶을 이야기한다. 한 인간으로서의 고독한 염원과 덧없는 삶의 행로가 시대를 뛰어넘는 현재성(顯在性)을 지니고 수려한 허구의 소설이 되어 우리에게 시사 하는 바는 자못 통렬하다. 그이의 생과 사가 어찌 불투명할 밖에 없었을까를 되뇌는 어리석음이 서럽기만 하다...

4)내가 가장 예뻤을 때 (공선옥 作)
“짜디짠 소금물이 어쩔 땐 영혼 속까지 배어들어오는 느낌”으로 시대를 살아온 1980년 우리네들의 고통을 잊을 수 없게 한다. 진정 가장 예뻤던 스무 살의 그 터무니없던 시절을 따뜻하고 아름다운 시선으로 그러나 통렬하게 그려낸 수작이다. 

5)도가니 (공지영作)
타인에 대한 우리들의 작은 연민이 신뢰하는 사회, 정의로운 사회의 밑거름이 될 터이다. 대중에게 또 하나의 사회적 통찰과 도덕적 양심의 각성을 선사하는 빼어난 작품이다.

6)공무도하 (김 훈作)
’던적스럽다’는 인간론, 그러나 우린 살아가지 않는가? - 나는 “전 할 수 없고 추적 할 수 없는 세상” 을, 그리고 문장으로 성립 될 수 없다는 비루하고 치사하고 더러운 인간의 삶을 읽는다. 그래서 ‘인간’이란, 포괄적 지칭이기에 오히려 예외가 없으며, 써지지 않은 기사였기에 더욱 진실이라고 수용하고 싶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