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난 여자라서 예쁜 만화, 예쁜 그림을 좋아한다. 덧붙여 만화 속 주인공이 순정만화의 얼짱이라면 난 분명히 모니터에 코 박을 정도로 가까이 다가가 노려볼 것이다.
그래서 처음 이 마음의 소리라는 웹툰을 발견했을 때 너무나도 비현실적인 육각형의 주인공이 무서웠다. 그리고 낯설었다.
그런데 밑에 달린 네티즌들의 댓글이 장난이 아니다. 온통 무슨 사이비 교주를 찬양하듯 사랑한단다. 최고란다. 너무 배 아파서 병원 가기 직전이란다…
도대체 내용이 뭐야? 이렇게 간단히 내 호기심을 제압당한 내가 어느 날부터 그들과 똑같은 댓글을 쓰고 있었다.
사랑해요. 작가님… 풋! 커피 마시다 옴팡지게 쏟았어요..ㅋㅋ 이러고 있다.

그렇게 맺은 인연을 가슴에 품고 마음의 소리 3을 손아귀에 넣었다.
사실 지면으로 오롯이 채워진 것으로 보는 웹툰은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컴퓨터로 읽는 웹툰이 지친 하루하루 잠시 쉬어가는 휴가소라면, 책으로 엮은 웹툰은 나 혼자만의 오아시스 같은 느낌이랄까? 감동도 더 찐하고 웃음도 더 오래가고, 무엇보다도 표정 하나하나까지 리얼하게 공감할 수 있다.

내가 이 마음의 소리를 좋아하는 이유는 크게 3가지이다.
첫 째, 변화무쌍하고 리얼한 표정들이다.
자꾸 보면 볼수록 얼굴표정이 촌스러우면서 진짜 리얼하다. 그래서 다른 웹툰들은 대사를 보면서 그림을 슬쩍 보는 정도 인데 이 마음의 소리 만큼은 주인공들의 표정변화에 오히려 더 주목한다. 그리고 켁!하고 웃어버린다.ㅎㅎ
둘째, 반전 드라마 저리 가라 할 정도의 예상치 못한 결말들이다.
한 두 장 넘기고 나서 막판에 머리를 띵하게 만드는 기막힌 반전들이 난 너무나도 좋다.
그리고 너무 공감 가서 미치겠다.
셋째, 소재가 너무 편안해서 좋다.
바로 어제 내가 겪은, 몇 년 전 내가 저랬지. 맞어 울 엄마랑 똑같애…할 수 있는 그런 평범하고 소심한 소재들이 마음에 든다.
그런 의미에서 이 마음의 소리가 바로 우리들 마음속에 간직했던 소리들이 아닐까?
가끔은 군대얘기나, 게임 얘기들은 고개를 갸우뚱하고 이해 못 할 때가 있지만 그건 그거대로 또 새로운 세상인 듯.

참… 이 책은 웃음을 유발하는 플러스 요인이 더 있다. 바로 네티즌들이 함께 하는 마음의소리가 건빵의 별사탕 마냥 여기저기 흩뿌려져 있다.
그 하나 하나의 댓글들을 보면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수다 떨면서 만화책을 보는 기이한 느낌과 함께 웃음소리는 점점 커져간다. 완전 최고!!

후아....

이제야 책을 덮고 한숨을 돌린다. 처음에는 좀 집중이 되지 않았는데 벤자민이 탈출하는 장면부터는 온 신경을 오롯이

빼앗긴 듯 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무슨 판타지 영화를 보듯 쉴새 없이 읽어나갔다.

 

곰의 제국이라는 제목을 봤을 때, 어린이들을 위해 곰을 의인화한 교훈적이고 아름다운 내용일것이라고 섣부른 추측을 했는데

막상 펼쳐진 이야기는 많이 틀렸다.

 

우선,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인간이다. 곰의 제국에서 핍박받고 몸서리치게 압박받는 인간의 모습을 현재와 역할바꾸기를 통해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면 이해가 쉬울까? 곰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인간이 애완동물처럼 살아가고 지배당한다는 걸 상상이나 해 본적이 있을까 싶다. 아주 어렸을 적 어느날 외계에서 온 우주인이 지구를 정복할 수도 있겠다라는 상상은 해 본적이 있지만 동물에 의해, 그것도 나에게는 친근한 이미지인 곰에 의해 정복당한다는 건 생각해 본적도 없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어쩌면 불가능한 일도 아닐지 싶다. 먼 미래에....

 

캐릭터들의 사실적인 묘사와 긴박감 넘치는 상황상황들의 이야기들이 긴장감을 주는 면도 있는데, 나에게 가장 큰 충격은 이 책의 곰이 바로 내가 아닐까 하는 섬뜩함이었다.

특히나 곰의 생산품을 위해 인간을 실험재료로 사용하는 부분에서는 과거 일본이 자행한 마루타 사건이 생각이 나 너무 잔인하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지금껏 인간이 해온 악행이 이 책에 고스란히 곰의 행동을 통해 보여지는 듯 한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이제는 그런 행동들 마저 아무렇지 않게 인간의 욕심과 욕구충족을 위해서라면 당연하게 생각되는 시대이기에 더 무섭게 느껴졌다. 그동안 인간이 지구상에서 누려온 모든 것들은 그것들을 위해 희생된 무언가가 있기에 가능했음을 왜 진작 깨닫지 못했을까 싶기도 하고 이제는 하나씩 되돌려 줄 때가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이렇게 신랄하게 인간의 역사와 문화를 비판함에도 내가 인간이기에 희망을 품을 수 있는건 벤자민이 탈출을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혼자가 아니라 다른 갇혀진 인간들과 함께...그리고 마지막 반전에서 보여준 12번의 행동에서 말이다.

그들은 혼자 살기만을 바라지 않았다. 악조건 속에서도 살아갈 희망을 찾으려 애썼고,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반성하였고, 끝까지 함께 하려는 공동체적 삶도 보여주었다.

 

이처럼 작가는 인간 사회를 비판하면서도 마직막에는 따뜻하게 감싸안았고 희망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이제 곰의 눈을 통해 너희들의 세상을 객관적으로 가감없이 보았으니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고민해보라고 말이다.

 

인간에게 가장 원초적인 질문을 던져준 것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