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유토피아는 " 아파트는 한국의 시각 문화를 어떻게 변모시켰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여정을 담고 있다. 크게 1부와 2부로 구성되어 있고 1부는 픽션, 2부는 팩트로 되어 있다. 내가 특히 주목해서 본 부분은 1부 픽션이었다. 

저자는 1960년대 초반 완공 당시의 마포아파트를 바라보던 항공 카메라의 시선, 반포에서 압구정을 거쳐 잠실로 이어지던 강남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 1970년대 후반 이후 최근까지 강남의 아파트에 거주해왔던 1940년대생의 강남 1세대, 그리고 최근 고급 가전제품을 상징하는 도상으로 각광받고 있는 꽃무니 장식를 행위자로 설정하고 아파트 담론 일반이 보여주는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 아파트가 왜 그토록 선망의 대상이 되는지에 대한 자기 나름의 옹호를 펼쳐보이는, 허구의 회고담 형식을 사용하였는데, 꽤 독창적이며 신선하고 재밌었기 때문이다. 다소 어렵고 낯설게 느껴지는 주제에 대해 친근감을 느끼게 하는 효과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난 기억날 때부터 아파트에서 살아왔기도 하고, 아파트에 대해 별로 비판적인 시각을 가져 본 적이 없었다.  아직도 아파트에 대한 욕망에서 벗어났다고는 말할 순 없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분명 이전과는 생각이 달라졌다. 나처럼 아파트를 소유하기를, 더 넓은 평수에 살기를 바라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읽어보면 더 좋지 않을까 싶다.

 

오랫동안 알고 있던 책을 드디어 읽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얼마 전에 드디어 이 책을 읽을 기회가 왔다.
사실 이 책을 첨 봤을 때 그 두께에 놀랐다. 너무 얇아서;
대체로 어느 정도 분량이 있는 책을 좋아하는 나로썬 좀 걱정이 되기도 하였다.

이 책은 분량이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금새 읽을 수 있다.
게다가 기아에 대해 아들과 대화하는 식으로 되어 있어 쉽게 쓰여져 있어 이해하는데 골치 아프지도 않다.

너무 술술 읽혀서 좀 아쉽다랄까.

기아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일이 쉽게 일어나기는 힘든 것 같다.

기아는 미디어에서 전쟁, 환경 문제에 비해 적게 다뤄지고 있으며,

내가 어찌 해결할 수 없는 일이라는 식의 자기 합리화를 하며 애써 외면하기 쉽다.

기아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의 구조적인 개선이 이뤄져야 하는데, 몇 몇 구호단체의 원조만으로는 결코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한 국가가 자급자족할 수 있도록 전 세계적인 차원에서의 관심, 지원이 연대를 이룰 때만이 겨우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가난한 나라일수록 어쩜 그리 관료들이 부패하고 내전은 잦은건인지...
탐욕스러운 다국적 기업 내지는 오로지 이윤의 논리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국제 금융 자본에 대한 적절한 제동 장치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언뜻 예전에 읽었던 <화폐전쟁>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도 있었다.

 

기아에 관한 관심 촉구를 위해서 보면 좋을 책으로 생각되고,

좀 더 깊이 있는 것을 원하는 사람은 다른 책을 찾아보길 권한다.

 움베르트 에코는 유명한 작가라 익히 알고는 있었으나 아직까지 장미의 전쟁을 접해보질 못해서 책의 우주가 내가 읽어보는 그의 첫번째 책인 셈이다. 이 책은 그가 혼자서 저술한 책은 아니고 시나리오 작가이자 애서가인 카리에르와의 대담을 정리한 책이다. 책의 과거, 현재. 미래 등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있으며, 에코 또한 특정한 도서를 수집하는 애서가로서 개인적인 경험담도 함께 곁들이고 있어서 흥미로운 부분들이 꽤 있다. 집에 도둑이 들었을 때 도둑이 텔레비전이나 값나가는 것으로 보이는 가전 제품 몇 개를 가져갔지만 책에는 손도 안 댔다면서, 실은 고서 한 권만 가져갔어도 그 훔쳐간 물건들의 전체 금액의 몇 배는 되었을 것이라는 이야기, 세계 각국에서 자신이 쓴 책을 에코에게 헌정하는데, 그 책들을 보관하기 위한 필요한 공간, 책장 등을 마련하기 위한 비용을 계산해 보면 책을 한권 보낼 때마다 40유로를 동봉해서 보내야 한다는 이야기 등의 그것이다. 그리고 책을 수집하는 것은 단순히 그 책을 보유하는 것보다 입수하는 것 그 자체 또는 입수하는 과정에서 희열을 느끼는 것이라는 말에도 공감이 갔다. 나만 해도 물건을 사서 받기 전까지만 오매불망 기다리지 일단 내 손 안에 들어오게 되면 한번 뜯어보고는 쓰지도 않고 몇 년동안 보관만 하는 경우가 왕왕 있었기 때문이다.

 그 밖에 책에 대해 이뤄졌던 검열에 관한 이야기(빼기보다 더하기가 오히려 쉽지만 알아차리기는 더 어렵다.)도 들어볼 수가 있었고, 보지도 않고 넣어두거나 수집하는 과정에 걸작은 걸작으로 태어나는게 아니라 만들어진다는 말에도 일견 수긍이 갔다.(지금 우리가 걸작이라고 생각하는 책보다 더 뛰어난 책이 존재했음에도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소멸되고 현재 전해지는 책만 남아 그 책이 걸작으로 떠받들이고 있는지는 알 수 없기 떄문이다) 그리고 카리에르가 포도주를 구매하는 방식에서 책 구매할 때 기준을 세워볼 수 있었다. 가끔 순간적으로 읽고 싶다는 생각에 책을 사는 경우가 있는데, 3년 뒤에도 여전히 읽고 싶을 만한 책 위주로 사면 후회가 덜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 기준에서 보자면 이 책은 그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 결과론적인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결론적으로 이 책에 대해 말하자면, 이런 저런 흥미로운 부분이 꽤나 있으나 자유롭게 이 주제, 저 주제로 옮겨가는 식의 대담이라 약간은 두서가 없다는 점이 아쉬웠고, 다 읽고 나도 딱히 남는 게 별로 없었다. 부분적으로 발췌해서 읽어봤을 땐 굉장히 흥미로울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말이다. 어쩌면 시간 날 때 휙휙 넘기면서 가볍게 읽어보는 그런 책이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