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리찌바 에필로그>는 약 10년 전에 나온 <꿈의 도시 꾸리찌바>의 후속편격인데, 꾸리찌바가 그동안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 꾸리찌바로부터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아 대대적인 도시 혁명을 도모하는 미국, 남미, 아시아의 많은 도시들를 찾아 연구하는 한편, 우리나라에 어떤 식으로 접목할 수 있는지에 대해 다루고 있다.

세계화가 추동하는 기후변화와 피크오일 위기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전략으로 공동체의 자립성을 강조하는 지역화를 선택한 독일의 프라이부르크, 브라질의 꾸리찌바 등 세계의 모범도시 사례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현재 추진 중에 있는 저탄소 녹색 성장 핵심 의제에 해당하는 자전거 정책에 대한 비판과 대안 제시, 두바이 신드롬의 실체가 송도 신도시 개발에 시사하는 점, 삶의 질을 높일 것으로 기대되는 대안운동인 지역화폐운동의 활성화 방안, 그라민 은행으로 대표되는 소액신용금융 시스템에 대한 비판적 시각, 식량 위기에 대비한 지역식량체계 구축을 위한 청사진까지 지구온난화, 석유고갈 등의 위기에서도 지속가능한 도시를 지향하는 다양한 정책을 폭넓게 다루고 있어 이 분야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유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 중 가장 관심있게 읽은 부분은 현 정부의 자전거 정책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었는데, 자전거 활성화 정책은 일견 환경친화적으로 인식되므로 의아하였기 때문이다. 실상을 들여다 보니, 자전거는 특성상 단거리 통행 수단으로 이용될 수밖에 없는데도 전국 일주 도로나 4대강 주변 자전거도로를 막대한 예산을 들여서 추진하겠다는데 전형적인 전시행정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제반 여건은 고려하지도 않은 채, 세계 제 3대 자전거 생산국에 대한 목표를 가지고 구매가격이 저렴하다는 자전가의 장점을 무시하고 고가의 자전거 생산에 역점을 기울이겠다는 발상은  대체 어디서 나온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자전거 이용이 활성화된 네덜란드의 그로닝겐처럼 도시 안에서 시민들이 편안하고 안전하게 자전거 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여건 형성에 더 신경을 쓰는 쪽으로 정책 방향의 전환이 일어나기를 바란다.

그리고 예전에 읽었던 <돈의 인문학>에서도 다룬 지역화폐운동과 그라민 은행식 소액신용금융 시스템에 대해서는 성과뿐 아니라 문제점 내지 풀어나가야할 과제에 대해서도 알 수 있어 사안을 균형 잡힌 시각으로 볼 수 있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이제 우리나라도 경제성 타당성 검사도 제대로 통과하지 못한 많은 대형 정책들이 지자체장의 과시 행정의 일환으로 일방적으로 추진되지 않고, 주민들의 요구와 참여가 반영된, 진정한 의미의 살고 싶은 도시와 지역 사회 만들기가 이루어지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