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인생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건강이 1 순위이다. 정신과 몸이 건강하지 않다면 무엇을 가져도 가진 것이 아니다. 건강 관리는 고혈압과 당뇨 진단을 받은 중년 이상의 전유물이 아니다. 젊고 건강할 때 미리미리 건강을 챙겨둬야 나이 먹어서 고생하지 않는다. 노년의 20여 년을 병원에 출퇴근하고 아픈 치료를 참는 것을 인생으로 여기는 삶을 산다고 생각을 해보라. 건강할 때 어떤 방비를 해도 아깝지 않을 것이다.

 

‘치매’는 정말 무서운 병 중 하나이다. 숨을 쉬고 밥을 먹으며 사는 것은 똑같지만, 내 몸에서 내가 서서히 사라져 마침내는 다른 사람처럼 되는 병이다. 이상한 행동으로 가족을 괴롭게 하고 상처를 주기도 하는 병이다. 게다가 어느 날 갑자기 선고를 받으면 되돌릴 수 없다는 무시무시한 불치병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치매, 어떻게 예방하고, 어떻게 고칠 수 있을까??

 

‘치매 박사 박주홍의 영뇌 건강법’은 이러한 치매에 대해 밝은 전망을 보여주는 책이다. 이 책의 실제 임상 사례에서 치매 증상이 많이 좋아진 노인분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도 안도감이 밀려왔다. 저자는 한의사로 당연히 침, 약을 써서 치료를 하고, 여기에 더하여 환자와 상담을 하고, 명상, 운동, 생활지도를 통해 환자를 치료한다. 치매를 만드는 이유, 치매가 걸리게 된 과정, 치료하는 과정을 보니 치매란 병이라기보다는 삶의 과정에서 만들어진 비극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정받지 못하고 사랑받지 못하는 슬픔, 이를 해결하지 못하는 답답함, 잘못된 생활습관이 한데 어우러져 머리와 마음의 균열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균열을 하나하나 바로잡아 가는 것이 치료 과정이며, 이 과정을 통해 비극에 몇 개의 장을 더해 스토리를 바꾸어 나가는 것이 치매 치료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는 치매에 좋은 생활 습관, 음식도 권하지만 명상을 권하는 것이 특징이다. 명상 시디도 부록으로 딸려있고, 명상 일지도 책 뒤에 있다. 치매에 관해 학술적인 내용보다는 일반 독자들이나 치매 환자, 환자의 가족들이 치매에 대해 이해하고 대처하는데 좋은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이 치매에 대해 지나치게 희망적인 이야기만 한 것인지, 아니면 내가 지나치게 밝은 부분에만 집중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치매를 보고 나니 건강하지 못한 생활습관 및 소외와 고립을 초래하는 사회 시스템이나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어나가면 치매를 자연스레 물리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박경리 작가의 글을 한 권의 책으로는 처음 읽어본다. 교과서에 작가의 글이 많이 실려 과거 짧게 몇 편을 읽어본 적은 있다. 그 때는 참 세심한 감성을 가진 분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 대표적인 작품은 '토지'이다. 자신의 삶을 지켜내려는 한국인의 이야기에 ‘토지’라는 제목을 붙였다. 대지를 부동산이 아닌 생명이 태어나고 삶이 이루어지는 어머니로 보는 시선을 가지고 있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명의 아픔’이라는 책은 작가가 전원 생활을 하며 자연과 동식물을 바라보며 쓴 에세이라고 생각했다. 이 책의 생명은 사람의 삶과 생명을 말하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한 이미지가 떠올랐다. 머나먼 과거, 우리 인간은 대지를 우리에게 생명을 주는 인자한 어머니 신이라고 생각하고 떠받들었다. 돌로 신상도 만들었을 것이다. 때때로 그 신상은 수천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존재하기도 한다. 그러한 신상은 몇 천년의 문화나 생각 차이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에게 어머니를 불러일으킨다.

 

박경리 작가의 글을 보며 떠오른 것이 옛 대지모신 신상이었다. 외래문명이 들어오며 자본주의가 들어왔다. 우리는 전래없는 풍요를 누리게 된다. 물질적으로 풍요해진 만큼 우리는 정신적으로 빈곤해졌다. 지성과 사랑을 돋구어 주는 교육이 아닌 노동자를 찍어내는 교육이 팽배하다. 이 속에서 우리는 한 명의 사람보다 자본주의 부품의 하나가 된다. 인간관계마저 수단적인 성격으로 전락한다. 우리는 물질을 대가로 자유를 잃었다. 신발을 위해 오소리의 노비가 된 원숭이 동화가 떠오른다.

이 속에서 박경리 작가는 인간 본연의 삶과 자유를 주장하는 어머니 신과 같았다. 주장하되 소란스럽지 않다. 차분한 여성 특유의 조용하면서 모성애를 느낄 수 있는 굳건함이 있다. 세월의 풍파, 다른 사람의 이목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자신의 주장을 안고 있는 모습에서 수천년의 세월을 이겨낸 신상의 묵묵한 강인함을 마주한 느낌이었다.

대지모신은 사장된 과거의 신이 아니라, 우리 주변인물이나 우리 자신일지도 모른다. 박경리 작가와 같은 분, 우리 마음의 진정성을 듣는 스스로의 능력이 그것이다. ‘생명의 아픔’. 우리는 인간이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바꾸어나갈 수 있다. 우리의 아픔을 치유하는 능력, 그것은 우리에게 달려있다.

‘어른이 된 영재들’ 제목만 보면 마치 어렸을 때 뛰어난 능력을 보이다가 성인이 되어 평범한 삶을 사는 천재들의 이야기 같다. 이 책의 영재의 개념은 조금 생소하다. 두뇌회전이 빠르다는 것은 흔히 쓰는 영재의 개념과 같다. 영재에게서 높은 지능은 항상 더 높은 성취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높은 지능은 다른 사람보다 더 빠른 사고, 다른 사고 방식을 만들어낸다. 보고 느끼는 것도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된다. 주위 사람들은 그들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고,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많은 영재들이 성장기를 거치며 주위 사람들의 이해를 받지 못한 채 스스로를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자라난다. 어른이 되어도 그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 스스로에 대해 무지한 채, 자신은 어색하고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재는 전문가에게 지능 및 심리 테스트를 거친 후 판별이 가능하다고 한다. 나는 물론 그런 검사를 받아보지 않았다. 이 책에서 영재를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예기치도 않게 눈물이 났다. 지금은 적응했거나, 잊었거나, 그러려니 했던 어렸을 때 기억, 내가 겪었거나 겪고 있는 생각이나 감정이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제목과 설명을 보고 한 번 읽어봐야 겠다는 마음이 든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이 책을 읽고 나 같은 경험을 한 사람이 나뿐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부분보다는 이 책의 앞 쪽 150여 페이지에 이르는 영재에 대한 설명이 참 기억이 남는다. 널리 있는 일반적인 개념도 아닌데, 저자가 이 주제를 파고 들어 임상을 통해 알아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설명에 따르면 머리회전이 좀 빠른 것이 영재라는 분류를 만든 근원이다. 이것이 한 사람의 인생에 있어 좋은 것인가? 나쁜 것인가? 그것은 주위 사람들과 자신이 하기에 따라 달린 것이다. 내 기억을 더듬으면(물론 난 진단을 받은 적이 없지만), 주위 사람들이 조금 다른 생각을 한다고 바보 취급한 것은 있었다. 하지만 내가 오버해서 그 상황을 크게 받아들이고, 고집을 부리고 외부 환경을 부정한 면도 분명히 있다. 영재도 자신들이 겪는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다. 자신을 잘 이해해주는 가족과 주위 사람에 힘입어 열심히 노력하면 말이다. 그 문제만 해결이 되면 머리가 좋으니 살면서 이익을 볼 일도 여럿 있게 된다.

 

문제는 커가는 새싹 때 자신에 대해 자각을 하는 일이다. 태생이 워낙 현명하고 자아가 강하면 전혀 이해를 받지 못하는 환경에서도 건강한 자아개념을 키울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람은 다른 사람사이에 기대어 사는 존재이다. 특히 어린 아이들은 말이다. 왕따를 당하면 성인도 자살한다. 어린 아이가 주위 친구들에게 이해를 받지 못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면? 가족이 이해를 못해서 가정 안에서부터 잘못된 자아상을 키워나간다면?? 영락없이 이 책 속 내담자들과 같은 문제를 겪게 될 것이다.

 

‘어른이 된 영재들’을 다 읽고 나서도 아직 영재는 생소한 개념이다. 책 속의 영재들도 판별을 받은 후 얼떨떨하고 이해를 못하는 과정을 겪는다. 이 책의 ‘영재’에 대한 연구가 좀 더 이루어지고 유명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야 지구촌 영재들이 자신에 대해 자각을 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