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을 다니고 해당 작가와 관련된 책을 보다 보니 스스로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렸을 때 그림 그리기를 참 좋아해서 이것 저것 그리며 상상의 나래를 펴던 생각도 났다. 수험생활, 대학생활을 하며 그림과 멀어졌던 기억이 난다. 다시 그림을 그려야지!!라고 마음을 먹자 내 마음 속에서 ‘그래, 옳지, 그거야! 니가 좋아하는 거!’라는 대답을 들었다.

 

 

 

그런데 역시 어른이 되어 무언가를 다시 시작하려 하니 어색한 느낌이 든다. 미술학원?? 미대를 갈 것이 아니라면 집에서 자신이 그리면 된다고 한다. 우선은 어떤 도구를 가지고 그림을 그려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색연필이 쉬울 것 같아 요즘 유행하는 컬러링 북 색칠을 할 때 많이 사용되는 파버카스텔 색연필을 샀다. 그런데 이 색연필을 가지고 무엇을 어떻게 그려야 할지가 난감하다. 바보 같지만 진짜였다.

 

 

 

셀프 드로잉 책을 사서 기초부터 그리기 시작한다. 너무 마음에 드는 책이고 즐거운 드로잉 연습이었다. 그런데 드로잉에는 색연필로 어떻게 그림을 그리면 되는지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그림 그리기 좋은 날-꽃’을 다시 입양한다. 정말 적절한 선택이었다.

 

 

 

이 책에는 비교적 그리기 쉬운 꽃, 어려운 꽃이 섞여 있다. 책의 설명은 초급부터 고급의 난이도에 해당하는 꽃이 실려있다고 하는데, 내 체감으로는 초급보다는 중급부터가 아닐까 한다. 이 책의 표지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퀄리티가 있는 작품 따라 그리기이다. 나처럼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 아닌데 ‘그림 한 번 그려볼까!’라며 이 책부터 집어들면 그림의 퀄리티에 실망감을 느낄 확률이 높지 않을까 한다. 우선 어느 정도 기본 스케치를 할 수 있어야 책과 비슷하게 그릴 수 있다. 아래는 내가 p27에 나온 붓꽃을 그린 그림이다. 슬프지만 열심히 그린 그림이다. 

 

 

 

 

 

 

어설픈 붓꽃이지만 나에게는 의미있는 경험이었다. 이 책은 나에게 어떤 대상을 어떻게 그리라고 일일이 설명해주는 매우 친절한 교사였다. 그림과 도구, 정물에 대한 이해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창의적인 수업을 진행하는 선생님이기도 했다. 꽃잎 한 장 한 장을 그리며 사물을 전체적으로도, 부분적으로도 보고 머릿속에 간단한 짜임을 해놓고 그리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색연필의 세밀한 묘사를 따라하며 꽃을 실제로 관찰하며 그리고 싶다는 호기심도 불러일으켰다. 색연필로 하는 묘사가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색연필 터치가 정말 책처럼 나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책의 색 배열을 따라 해보며 즐거워하기도 했다. 이 책은 지금도 좋은 교본이지만, 그림 실력이 더 늘었을 때에도 한 번씩 꺼내보며 영감을 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림 그리기 좋은 날은 어떤 날일까?? 내 손과 마음이 종이와 연필과 즐겁게 함께할 수 있는 때가 바로 그 날이 아닐까? ‘그림 그리기 좋은 날’은 그림을 시작한 지금의 나도, 그림 실력이 조금 늘어있을 미래의 나도 생각날 때 마다 즐거이 함께 할 수 있는 좋은 책이다.

사람은 왜 사는가? 개인적으로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라고 가설을 세웠다. 무엇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가? 각자의 마음 속에 있는 아집, 무지, 두려움에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사람이 사는데 괴로운 것은 대부분 큰 일 때문이 아니다. 너도 겪고, 나도 겪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는 일로 많이 괴로워한다. 꼭 외부에서 절대 빠져나올 수 없는 무시무시한 일이 있어 나를 괴롭히는 것이 아니다. 살면서 거쳐가는 과정에 내가 괴로움이라는 반응을 하는 것이다. 괴로움의 근원은 내 마음 속 아집, 공포 등이다. 우학스님이 사경을 하면 두려움이 많이 사라지는데, 두려움만 없어도 사는데 많이 편해진다고 했다. 나는 내 마음 속 잘못된 그림자를 없애는 방법은 불교 속에 있다고 믿는다.

 

‘내려놓으면 더 많이 얻는다’는 중국의 쉐청 스님이 SNS를 통해 공유하는 동자승 만화를 책으로 낸 것이다. 주인공인 동자승이 이런 저런 상황 속에서 스승님의 가르침을 통해 깨달아가는 과정이 여러 단편으로 실려있다. 주인공인 동자승 셴얼은 귀여운 모습으로 귀여운 실수를 한다. 아집이나 공포 때문에 셴얼이 하는 실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게 하고 있는 행동들이다. 셴얼의 스승님은 자상하게 (가끔은 몽둥이를 들고) 셴얼을 일깨워 준다. 짧고 단순한 내용이 우리가 일상에서 하는 생각과 행동을 쉽게 떠올리게 한다. 단편마다 끝에 달려있는 메시지는 스님이 툭 던지는 짧은 메시지처럼 무게 있게 독자의 가슴으로 들어온다. 동자승이 나오는 단순한 만화가 아니라 단편 하나하나가 본연의 메시지와 함께 살아 있다. 어려운 주제도 만화인 척, 쉬운 척하며 독자에게 던진다. 수준이 높은 쪽에 속하는 책이다.

 

불교는 신이 아닌 자신이 주인공이 되는 종교라고 생각한다. 맹목적인 신앙과 교리 수행이 아닌 일상에서의 마음가짐과 행동의 수련을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셴얼과 스승님이 주는 메시지도 마찬가지이다. 나쁜 생각을 좋은 글과 생각으로 바꿔가며 마음을 맑게 가지기, 아집을 버려 집착을 하지 않기, 비교하지 않기, 망상과 탐욕을 버리고 용기있고 덕이 있는 사람이 되기 등 불교에서 권하는 사람을 자유롭고 행복하게 만드는 메시지들로 넘쳐난다.

 

‘내려놓으면 더 많이 얻는다’는 만화를 통해 우리가 아등바등 잡고 있는 것이 얼마나 쓸모없는 것인지 전달한다. 어려운 메시지도 만화의 형식을 빌려 밝고 귀여운 분위기로 전달한다. 어렵지 않게 불교에 대해서 알고 싶다면 권하고 싶은 책이다.

 

정보의 범람 시대다. 과거 일부 식자층의 전유물이었던 글자는 남녀노소를 구분하지 않고 자유롭게 사용되고 있다. 내가 사는 21세기는 신문, TV, 책, 인터넷으로 원하는 정보에 언제건 엑세스할 수 있는 행복한 시대이다. 그렇다면 이에 따라 사람들은 좋은 정보,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선별하여 접하고 과거 사람들보다 더 현명한 판단을 내리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대답은 ‘아니오. 그것은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이다. 어떤 대상이건 대중화의 이면에는 질적 저하가 따라온다. 수준이 낮은 정보, 모종의 목적을 숨긴 잘못된 정보, 필요없는 정보가 난무한다. 지성의 상징인 책도 정보 범람에 오염되기는 마찬가지이다. 어떻게 양질의 정보를 선택할 수 있을까??

 

답은 본인의 식견을 키워나가는 것이다. 누가 일일이 이야기해주는 것이 아니니까. 나는 평소 다른 것보다 신문을 읽으며 답답함을 금치 못했다. 세계가 돌아가는 배경 지식이 부족해서다. 그렇다고 인터넷을 일일이 뒤지고 관련 추천 서적을 읽는 것 까지는 내 업도 아니고 취미도 아니어서 못할 것 같았다. 정작 찾아보아도 내가 원하는 내용이 있다는 보장은 없었다. 이런 상식을 쉽게 잘 정리해 놓은 책이 있었으면 했다.

 

그러다가 ‘신문이 보이고 뉴스가 들리는 시사 인문학’이라는 책을 보게 되었다. 딱 내가 바라던 그 책이었다. 기자와 논설위원을 하신 분이 잘 정리해서 드디어 출판을 해주셨다!! ‘국제 핫이슈 써머리 사전’ 정도 된다. IS, 쿠바, 석유, 아프리카와 국제원조, 부의 불평등, 증오 범죄, 사회적인 스트레스 등 익히는 들어봤지만 자세히는 모르는 사회 이슈의 역사와 의미에 대해 정리가 잘 되어 있다. 이 책을 읽고 처음 IS가 알 카에다와 연관된 조직이고, 점령지를 가지고 국가 비슷하게 세력화 중인 것을 알게 되었다. 원하는 정보만 사전처럼 찾아봐도 되고, 그냥 쭉 읽어도 된다. 참 마음에 드는 책이다.

 

국제 문제에 지식이 풍부한 사람은 이 책이 필요없다. 나처럼 뉴스 국제 파트를 봐도 흘려보내기가 일쑤인 사람에게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