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저자는 레시피한테 뭐라고 하는 걸까. 또라고 하는 걸보니 계속 보는 것 같은데, 그 이유는 뭘까. 심지어 저자는 중년 이상의 남자 소설가이다. 책 표지 안 쪽의 사진을 보면 요리를 좋아할 것 같지도 않은 인상인데 그렇다. 요리에 관심을 가지라고 누가 뭐라고 할 것 같지 않은데 왜 투덜대며 레시피를 보는 걸까.

 

난 밖에서 파는 음식을 별로 안 좋아한다. 일반적인 요리 말고도 카라멜이나 아이스크림 같은 것도 시도한다. 요리를 잘 하고 싶어서 시도는 해보는데, 결과가 영 시원치 않다. 가끔 맘에 들 때도 있으니 도전을 멈출 수는 없다. 그래서 이 책이 요리를 잘 하는데 필요한 힌트라도 줄까 싶어 읽게 되었다.

책을 읽어보니 저자는 중년에 접어들 즈음 요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다. 그저 취미인 것이다. 집에는 무려 100여 권의 요리책을 이 방 저 방 꽂아두고 이런 저런 요리를 시도하는 요리 현학자이다. 현학자인 만큼 그는 요리의 세계에 대해 열정적으로 탐구해 나간다.

 

요리 현학자는 요리의 세계를 넘고 넘어, 정복한 레시피를 넘고 넘어, 각종 요리 자격증을 따며, 이런 저런 요리도 쉽게 하며 책도 한 권 쓰는.. 그런 모습과는 다르다. 요리를 잘 하시던 어머니에게 물어볼 기회를 놓친 것을 아쉬워하는 요리를 열심히 하는 현학자이다.

 

여러 문학상을 휩쓴 현학자는 열심히 요리를 하며 느끼고 배운 점을 이 책에 옮겨 놓았다. 현학자는 장에 가서 자기가 하고 싶은 요리에 따라 자연스레 장을 보지 못하는 모습에 대해 이야기 한다. 수 많은 유명하고 유서깊은 요리책에 대한 서평, 시도한 결과, 그 당시에 대한 소고도 나와 있다. 요리를 시작한 사람으로써 요리책의 불충분한 내용과 저자와 직접 통화한 일화도 있다. 다람쥐 고기 이야기나, 집 부엌에서 요리를 하는 데 자신의 와이프에게 작업을 거는 어떤 군인에 대한 독특한 이야기도 있다.

 

이 책은 요리도 어드벤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현학자에게 요리는 단순한 요리가 아니다. 끊임없이 도전하고 싶은 곳, 그럼에도 어떤 경지에는 올라가기 요원해 보이는 일종의 영원한 미답지이기도 한다. 그 도중에는 예상과 전혀 다르게 너무 진해진 소스, 털이 다 벗겨진 다람쥐를 만나는 등 예상치 않은 문제에 봉착하고, 이를 해결해나가야 한다. 성공했을 때의 뿌듯함도 큰 포상이다.

 

그렇다면 이 책에서 나는 얻고 싶은 답을 얻었는가? 요리에 대한 태도를 바로 잡을 수 있었다. 실패가 즐겁지는 않지만 잘못된 것은 아니다. 도전을 하면 할수록 그 만큼 새로운 요리의 지평을 넓혀나가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성공을 하면 더 좋을 뿐이다. 요리를 늘상 하는 무엇인 동시에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매력적인 무엇으로 받아들이고, 계속 도전해볼 생각이 들었다. 

나는 책 읽기를 좋아한다. 세상에 이보다 더 재미있는 것은 아직 없는 것 같다. 서로 다른 책은 서로 다른 영혼과 각자의 세상을 가지고 있다. 이 책들을 읽고 ‘감동’이라는 한 단어로 뭉뚱그리기에는 너무나 다양한, 읽고 지나가기에는 너무나 다채롭고 소중한 감동을 경험한다. 이를 짧게 글로 남기고 싶어서 자판을 두들기기 시작하면 팔이 굳는 느낌이 든다. 얼굴도 굳는 느낌이 든다. 내가 느낀 감동은 너무나 총천연색 아름다운 세상인데, 내가 쓴 글은 너무도 평이하고 읽기 불편하다. 이래서 서평을 쓰는 것은 괴롭기도 하다. 나는 글쓰기에 재능이 없는 걸까?

 

물건을 산 후 쓰기도 전에 ‘이거 괜히 샀네’라는 경험은 누구나 해봤을 것이다. 왜 자신의 필요나 예산을 넘어서는 후회할 결정을 했을까? 이런 잘못된 결정은 순수하게 내가 내린 결정이 아닐지도 모른다. 최소한 행동심리학자들과 여러 설득의 대가들은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설득의 심리학’은 사람이 결정을 내리는 기전에 대한 행동 심리학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밥을 줄 때 종울 울렸더니, 종소리만 들려도 입에서 군침을 흘리는 파블로프의 개 이야기는 누구나 한 번 쯤 들어봤을 것이다. 이런 조건 반사적인 행동을 이 책에서는 ‘누르면 작동하는’이라고 설명한다.

이 책에서 사람이 의사결정을 할 때 쓰는 조건반사적인 6가지 기전을 설명한다. 이 책의 초반에는 ‘누르면 작동하는’ 기전을 설명하기 위해 동물들이 자연계에서 보이는 바보 같아보이는 행동을 예시를 든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바보 같다. 그 다음 인간이 의사 결정에 쓰는 여섯가지 기전을 제시한다. 문화권이나 나이를 초월하여 이 여섯가지의 방식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너무나도 보편적인 원칙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이러한 원칙을 사회 곳곳의 아주 풍부한 예시를 들어서 설명을 한다.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지만 사람이 이렇게 단순하다.

조건 반사적인 행동도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진 도구이며, 보편적으로 맞아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싼 것보다는 비싼 것이 일반적으로 더 좋다. 희귀한 것은 보통 좋은 것이다. 해당 분야의 권위자가 추천하는 것이라면 좋은 것이 아닐까? 컴퓨터와 인터넷이 보편화된 이후로 한 사람이 접근할 수 있는 정보가 적어질 일은 없을 것이다. 미처 다 볼 수도 없는 정보가 범람하고, 의사결정을 해야 할 일이 많아질 미래에 조건 반사적인 결정은 점점 더 많아질 것이다. ‘누르면 작동하는’ 사고 방식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의 지갑을 노리는 사람들이 이 원칙에 더 통달하여 있기 마련이다. 이 사람들은 구매자가 사고 싶지 않고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사게 만들기도 하고, 때로는 사고 싶어서 안달이 나게 만들기도 한다(책을 읽을 때보다 이 부분을 내가 쓰니 새삼 더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스스로 외판원이 쥐어주는 필요없는 물건을 자주 들고 있는 호구였다고 한다. 이 책에는 우리가 설득을 당하게 하는 6가지 버튼에 대해 설명하고, 설득을 감지했을 때 빠져나올 수 있는 방법도 알려준다.

‘설득의 심리학’은 ‘누르면 작동하는’의사 결정에 대해서 알려주는 책이다. 너무도 친숙한 결정의 과정들이 수 많은 예시와 함께 나열되어 있다. 흔히 보면서 아무 생각도 안 했던 무언가를 부품 하나하나 쪼개어 보여주는 느낌이다. 또한 때때로 마수가 되어 다가오는 이러한 결정의 맹점을 찾아서 빠져나오는 방법도 알려준다. 나와 이 세상에 대해 좀 더 깊이 알게 된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