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적으로 푸른문학상 공모전 수상작들을 모아 만든 책을 볼 때마다 참 멋지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누군가가 쓴 글로 된 책을 읽는 동안, 누군가는 자신의 글로 된 책을 만드는 구나 싶어서 말이다. 부러움 반, 질투 반인 마음으로 책을 잡았다. 언젠가는 나도 공모전에 내 글을 내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하면서.
열다섯, 중학교 2학년. 사춘기의 절정인 때가 아닌가 싶다. 나름 방황하고 반항했던 나의 중학교 2학년 사춘기 시절을 떠올리며 책을 읽었다. 그때는 막연하기만 한 미래가 너무나 싫었다. 그래서 빨리 졸업을 하고 싶었고,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모든 것을 지나보내고 어른이 되어 결혼을 하고 부모가 된 지금. 당시에는 너무나 힘들게 느껴졌던 중고등학교 시절인 사춘기 시절로 왜 되돌아가고 싶은 것인지. 지금 그 때로 돌아간다면 더 열심히 공부하고, 더 열심히 놀며 모든 것에 전보다 더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고민하고 걱정하고 불안해 할 시간에 더 열심히 살 텐데 싶다.
하지만 이 책 속에 나오는 요즘의 청소년들을 보며 왜 그때가 힘들었는지 다시금 떠올리게 되었다. 아이들에겐 작은 사회인 학교, 그리고 아이들에겐 모든 인간관계라 할 수 있는 학교친구들. 아직 아이에서 어른이 되는 과도기에 있는 아이들이 모여서 생활하는 그 학교라는 공간이 가끔은 숨 막히게 답답했었다는 걸 기억해냈다. 어쩌면 어른들이 생활하는 큰 사회보다 아이들이 생활하는 작은 사회가 더 힘들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들은 나와 잘 맞지 않는 사람들과는 어느 정도는 피할 수도 있고, 거리를 둘 수도 있고, 아예 안 만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럴 수가 없다. 아이들이 생활하는 사회가 워낙 작기 때문이기도 했고, 더 단순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어른들은 자신과 맞지 않는 사람과도 조화롭게 지낼 줄을 안다. 하지만 아이들은 아직 어리기에 자신과 맞는 친구하고만 지내려고 할 뿐만 아니라, 자신과 맞지 않는 친구는 아예 배척해버린다. 그리고 자신뿐 아니라 다른 친구들까지 자신의 뜻에 동참하게 하고, 자신의 뜻에 동참하지 않으면 그 친구들 역시 자신과 맞지 않다고 여기고 배척해버린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이 이루는 작은 사회 속에서 생기는 불협화음은 더 크게 느껴지고, 더 크게 번지고, 더 오래갈 수밖에 없다. 불협화음은 화음을 이루기 위한 어쩔 수 없는 하나의 과정이지만, 작은 사회 속에서 불협화음은 배척만을 부를 뿐 함께 어우러질 수 없는 것이었다.
게다가 내가 살기 위해선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마녀가 되어야 하는 마녀사냥처럼, 내가 살기 위해서 분명한 이유도 명분도 없이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삼아 잘못된 행동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일들이 어쩌다 생기는 일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의 작은 사회인 학교에서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었다. 가장 많이 접한 것은 뉴스이지만, 이제는 아이들의 책에서도 심심치 않게 접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대체 요즘 아이들 사이에서 이런 일들이 얼마나 많길래 책에서까지 자꾸만 언급되는 것일까.
이 책의 첫 번째 이야기인 <음성 메시지가 있습니다>를 읽으며 요즘 아이들에 대해 많은 걱정을 하게 되었다. 몇 년 있으면 우리 아이들도 학교에 가야하는데 싶어 불안한 마음이 앞섰다. 혹시나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안타까운 일이 생길까봐, 혹은 이런 험악한 일에 가담이라도 할까봐 말이다. 아마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부모라면 당연하게 하게 되는 걱정일 것이다. 바람이 있다면 그동안 집단 따돌림에 대해 이슈가 많이 되었고, 이렇게 책으로도 집단 따돌림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 만큼,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게 될 즈음에는 아이들 스스로 집단 따돌림의 심각성을 인식할 수 있길 바랄 뿐이다.
아직 어떻게도 완벽한 해결이 되지 않고 있는 집단 따돌림 문제처럼 <음성 메시지가 있습니다>는 열린 결말로 끝내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어떤 작품보다 궁금하게 하고 다음에 이어질 이야기를 기대하게 하는 작품이었다. 이 이야기의 끝이 어떻게 될지 후속작이 나왔으면 하고 바라게 될 정도였다. 진수와 민기는 만났을지, 진수는 민기를 어떻게 도와주었을지, 그 둘을 괴롭히려 했던 친구들은 어떻게 되었을지, 진수와 민기는 둘에게 닥친 어려움을 어떻게 이겨내었을지, 그리고 그 둘은 어떻게 자랐을지 말이다. 우리 아이들의 밝은 미래를 위해서라도 행복한 결말로 이어지길 바래본다.
- 연필과 지우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