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자동차 관련 영어 놀이책을 찾다가 <My Little Red Fire Truck>을 본 뒤 우연히 알게 된 책이었다. 남자 아이라 조금 크면 공구에도 관심을 많이 갖게 된다고 하길래 소방차 놀이책을 사면서 미리 같이 사두었다. 책이 도착하자마자 아이에게 바로 주고 싶었지만, 애써 참아야 했다. 아이가 이 책 속에 나오는 공구를 가지고 놀 정도로 정교한 손놀림을 할 수 있게 될 때까지 말이다.

 

소방차 놀이책과 함께 한동안 나의 기억 속에서 사라졌던 이 책을 다시 찾게 된 것은 아이가 놀이상자 어딘가에 있던 스패너를 가지고 노는 것을 본 뒤였다. 스패너를 가지고 책장 밑에 들어가서 정말 작업을 하는 것처럼 이리 저리 돌리는 걸 보면서 잊었던 이 책을 떠올리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 이 책을 아이에게 줄 시기가 되었다 싶었다.

 

이 책을 보고 아이는 정말 흥미로워했다. 이 책 속에 있는 공구들은 종이에 불과했지만, 아이에게 있어서 이 책 속의 공구들은 실제 공구 못지 않아 보였다. 나름 진지하게 앉아서는 책에 나오는 공구들을 가지고 하나씩 실습을 하는데,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나로서는 절로 웃음이 났다. 몇일 동안 이 책을 가지고 노는 아이를 보면서 진짜 놀이 공구를 사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꾹 참았다.

 

차선책으로 선택한 것은 애니메이션 <만능수리공 매니>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이 책을 한참 가지고 놀게 한 뒤 애니메이션 <만능수리공 매니>를 보여주니 확실히 전과는 달랐다. 역시 경험은 아이를 달라지게 했다. 애니메이션 <만능수리공 매니>를 본 뒤 이 책을 놀 때 역시 또 아이는 달라져 있었다. 한동안 이 책으로 공구 놀이를 한 뒤 아이를 지켜보고 아이가 공구 놀이에 꾸준히 관심을 가지면 아무래도 공구놀이세트를 사줘야지 싶다.

 

아이가 이 책을 가지고 노는 것을 보면서 실제 모양의 공구놀이세트를 사주고 싶은 마음을 들게 했지만, 사실 이 책만으로도 아이는 충분히 즐거워하고 좋아했다. 더 좋은 거, 더 멋진 거를 사주고 싶은 엄마의 욕심만 아니라면 말이다. 무엇보다 이 책은 어디 멀리 놀러갈 때 차에서 보여주기에도 참 좋을 듯 싶다. 장난감에 비해 부피도 덜 차지하면서 한참 가지고 놀 수도 있고, 엄마가 옆에서 책처럼 읽어줄 수도 있으니 말이다.

 

 

 

- 연필과 지우개 - 

아이들에게 장난감을 사주느니 차라리 책을 사주자, 그리고 이왕이면 영어책으로 사주자는 마음에서 시작된 아이들을 위한 책 찾기는 나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었다. 그것은 단순한 책이 아닌 놀이책이었다. 아이들을 위한 놀이책은 아이뿐 아니라 어른인 나에게도 큰 관심을 갖게 했다. 특히 아이들이 좋아하는 소방차를 소재로 한 이 책은 어쩌면 이렇게 멋진 책을 만들었을까 싶을 정도였다.

 

소방차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요소들은 모두 갖추고 있었다. 사이렌, 호스, 사다리, 마이크 등은 아이들이 직접 만지고 다뤄보면서 아이들이 소방관 아저씨가 되어서 소방차를 다루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기본적인 자동차에서 다루게 되는 핸들, 주유기 등 역시 차에 대한 아이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주고 있었다. 보기만 해도 뿌듯하고 멋진 책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아이들에게 바로 꺼내 줄 수가 없었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아직 어리기만 한 우리 아이가 분명 이 책을 만짐과 동시에 망가트릴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위해 사놓고도 아이들이 망가트리는 것을 겁내는 엄마라니. 조금 부끄럽긴 했지만 조금 더 기다렸다가 아이들에게 보여주기로 했다. 그동안 책에 나오는 영어들도 틈틈이 공부해 놓고 말이다.

 

그렇게 아이들 몰래 숨겨놓았던 이 책을 깜빡하고 있다 얼마 전 아이가 심심해 하는 것 같아서 보여주었다. 그랬더니 아이는 자동차 책이고 게다가 소방차 책이라는 것만으로도 흥분해서는 좋아라했다. 그래서 이 책을 보려면 어질러 놓은 장난감을 치워야 한다고 했더니, 나름 열심히 정리하는 것이 아닌가. 꽤 좋은 방법이라 여기며 아이가 정리를 마친 후 책을 보여줬다.

 

역시나 아이는 정말 신나했다. 다 본 뒤에도 또 보자며 이 책을 몇 번이나 봤는지 모른다. 그렇게 몇 번 나와 함께 본 아이는 바로 다음날부터는 혼자서 이 책을 보며 놀았다. 가끔 책에 있는 도구들이 안 빠지면 나를 찾기는 했지만 말이다. 아이가 좋아하고 잘 보는 것을 보면서 나도 뿌듯했다. 아직 아이에게는 책도 장난감과 같은 놀이감이기에 좋아하는 것이기도 했지만, 놀이책은 분명 책이기에 아이가 조금 더 가지고 논 다음에는 놀이가 아닌 책으로서도 이 책을 좋아해주리란 기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이가 열심히 가지고 놀다보니 책 속에 나오는 도구들이 모두 종이로 되어있다는 것이 조금 아쉬워지기 시작했다. 남자아이다 보니 힘도 세기도 했지만, 자꾸 가지고 놀다보니 아무래도 종이로서의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종이책에 비해서 분명 더 단단하고 튼튼하기는 했지만, 도구들만은 플라스틱 재질로 만들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오늘도 아이가 가지고 노는 것을 보며 제발 심하게만 망가트리지 않기를 바랬다.

 

 

 

- 연필과 지우개 -  

이 책은 의외의 곳에서 발견하게 되었다. 이 책의 발견 장소는 평소 영어에 관심이 많으신 우리 어머니의 책장에서였다. 엄마가 괜찮은 책을 고르셨을까 싶어서 한번 꺼내 봤는데, 웬걸 나에게도 새로운 영어 상식을 담고 있었다. 결국 난 어머니에게 이 책을 빌린 뒤 한참동안이나 이 책을 보게 되었다.

 

한국에 와서 다시 태어난 영어

01. 미팅 : meeting → group blind date

02. 아르바이트 : arbeit → part-time job

03. 드링킹룸 : drinkng room → bar

일렉트릭 게임룸 : electric gameroom → video gameroom

04. 클래식 : classic (music) → classical music

05. 샐러리맨 : salaryman → 자신의 직업명이나 직장명

06. 아이쇼핑 : eye shopping → window shopping

07. 스킨 스쿠버 : skin scuba → scuba diving

08. 포켓볼 : pocketball → pool

09. 서클 : circle → club

10. 핸드폰 : handphone → cell phone/mobile phone

11. 서비스 : service → free/complimentary

12. 콘센트 : concent → outlet

13. 클랙슨 : Klaxon → horn

14. 탤런트 : talent → television actor(actress)

15. 펑크 : punk/funk → flat tire

16. 핸들 : handle → steering wheel

17. 오바이트 : overeat → throw-up

18. 와이셔츠 : Y-shirt → dress shirt

19. 원샷 : one shot → bottoms-up

20. 로터리 : rotary → traffic circle

21. 백넘버 : back number → (uniform) number

22. 모닝콜 : morning call → wake-up call

23. 레벨업 : level-up → improve

24. 네임벨류 : name value → brand value/prestige

25. 오토바이 : auto-bike → motor scooter/motorcycle

26. 프리 사이즈 : free size → one size fits all

27. 빌라 : villa → low-rise apartment building

- <창피모면 굴욕예방 영어상식 99> 중에서 -

제일 놀랐던 것은 이 책의 맨 뒷부분에 있는 콩글리쉬였다. 웬만한 콩글리쉬는 거의 다 알고 있다고 여겼었는데, 이 책을 보니 나는 콩글리쉬에 대해 거의 모르고 있었던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특히 서비스, 콘센트, 클랙슨, 펑크, 핸들, 와이셔츠였다. 이제껏 영어로만 알고 있었던 표현이 우리나라에서만 사용하는 콩글리쉬였다. 나의 놀라움은 매우 컸다.

 

그리고 이 책이 멋졌던 것은 맨 뒷장에 앞에 나와 있는 99가지의 영어상식을 간단명료하게 요약해놓고 있는 것이었다. 그것도 명함사이즈로 잘라서 지갑에 넣고 다닐 수 있게 말이다. 이 책이 어머니 책만 아니었어도 난 바로 잘라서 내 지갑에 넣고 다녔을 것이다. 그러면 평소에도 지갑이나 주머니에 넣어가지고 다니면서 틈틈이 영어공부를 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나는 이 책은 공부하듯이 책상 앞에 앉아서 보지 않고 잘 보이는 곳에 놔두고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관심이 가는 항목을 찾아서 봤다. 이 책을 가장 자주 가지고 간 곳은 화장실이었다. 한동안은 화장실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게 될 것 같은 때마다 이 책을 들고 가서 봤다. 그러다 보니 이 책을 다 읽는데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다. 게다가 한 번 본다고 영어가 내 머리 속에 단 번에 저장되지 않았기 때문에 본 걸 또 보고 하며 아주 오랫동안 이 책을 곁에 두어야 했다.

 

이 책을 보니 그동안 공부한 영어는 언어가 아닌 학문이었다는 것을 더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영어도 언어이기 때문에 실제 영어 생활권에서 사용되는 영어 표현은 그동안 우리가 배워온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특히 우리가 약속이라고 하면 당연하게 떠오르는 단어인 promise나 appointment는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약속이란 의미로 사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가 평소 일상생활에서 하게 되는 약속은 plane라는 단어로 사용해야 올바른 영어 표현이었다.

 

미묘하지만 분명히 다른 영어 표현들. 이 책에 나와 있는 99가지만 알아도 영어에 자신이 생기는 듯하다. 이 책을 예전에 어학연수 가기 전에 봤더라면 영어 표현을 이해하는데 훨씬 더 도움이 많이 되었을 텐데, 참 아쉽다. 나처럼 영어 실력이 별로 없는 사람에게 어학연수란 영어를 언어로서 인식하는 시간이고, 영어에 대한 본격적인 공부는 어학연수 후가 되는 듯하다. 어느 정도 영어 실력이 있는 사람에게 어학연수란 영어로 말문을 트게 하는 시간이고, 어학연수 후에는 다양한 영어 표현을 공부하게 되고 말이다.

 

이 책은 나처럼 영어 실력이 별로 없거나 어느 정도의 영어 실력이 있는 사람에게는 어학연수를 다녀온 것 같은 효과를 주게 될 듯하다. 언어로서의 영어와 함께 정확한 영어 표현을 알려주고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우리가 평소에 자주 사용하게 되는 언어들을 영어 생활권에 맞게 바꿔서 알려주니 더 도움이 되었다. 물론 이 책은 어학연수를 준비하거나 어학연수를 갔다 온 이들에게도 이 책은 영어 실력을 한 단계 더 향상시켜줄 수 있는 아주아주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연필과 지우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