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참 많이 흘렀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어릴 때는 에디슨이나 아인슈타인, 퀴리부인 같은 이들이 위인전에 등장했는데, 이젠 스티븐 스필버그나 버락 오바마, 오프라 윈프리 같은 이들이 위인전에 나오니 말이다. 21세기의 문턱을 넘어서니, 위인전 인물도 19세기에서 20세기 인물로 바뀐 듯 했다. 

애플하면 함께 떠오르는 인물, 스티브 잡스. 나 역시 애플 제품인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지만, 애플이나 스티브 잡스에 대해서는 알고 있는 것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재미있는 만화로 세기의 인물인 스티브 잡스를 알려주고 있는 책을 만나게 되었을 때 너무 반가웠다. 만화라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좋았는데, 나를 더 기쁘게 한 건 중간중간 들어 있는 인물백과였다. 책을 읽다보면 종종 더 자세한 내용이 알고 싶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자료를 찾아보면 좋으련만, 나중에 찾아봐야지 하곤 그냥 넘기기가 일수였다.

헌데 이 책은 그런 독자의 게으른 습성을 어떻게 알았는지. 만화로 다 풀어놓지 못한 스티브 잡스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들을 인물백과라는 코너를 통해 따로 설명해 주고 있었다. 이것은 독자들의 수고를 덜어줄 뿐 아니라, 올바른 정보를 바로 제공해 줌으로써 독자들의 학습 능력을 고취시켜 주었다. 이 한권을 읽고 나자 나머지 시리즈들이 탐이 날 정도였다. 만화로 그려진 책이긴 하지만, 여느 책이 부럽지 않을 현대 위인전 시리즈였다. 그리고 이 시리즈는 아이들에게 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좋은 책 친구가 될 수 있는 소양을 충분히 갖추고 있었다. 

책을 펼치자마자 난 놀랄 수밖에 없었다. 스티브 잡스의 성공과 실패에 대한 이야기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세계적인 인물인 그가 입양아였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자신이 입양아라는 사실을 알고 방황하며 힘들어 했던 그를 보면서 그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놀라웠던 것은 그가 히피문화에 심취하고 자신을 찾기 위해 인도 여행을 떠났던 것이다. 21세기를 선도해가며 신기술을 선보이는 지금의 그를 볼 때 전혀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비록 친부모님의 곁에서 자라지 못하고 그 때문에 잠시나마 방황을 하게 되지만, 그는 인복이 참 많은 사람이었다. 스티브를 사랑으로 키운 좋은 양부모를 만난 것도 그렇고, 학교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게 도와 준 선생님을 만난 것이 그랬다. 또 그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시켜준 친구들을 만난 것 역시 그러했다. 그는 그를 이해해주고 그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소중한 사람들은 만났던 것이다. 만약 그가 집에 있는 기계를 손대 자꾸 망가트릴 때 그의 양부모가 혼내기만 했다면? 그가 숙제를 해오지 않고 학교수업에 성실히 임하지 않는 것을 선생님이 혼내기만 했다면? 그가 사업을 시작하려 할 때 그의 친구들이 응하지 않았다면? 그는 어떻게 되었을까? 어쩌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스티브 잡스는 없을지도 모른다.

 

Stay hungry, Stay foolish.
항상 갈구하고, 바보스러움을 고집하라.

- <who? 스티브 잡스> 중에서 -

 

Think Different!
다르게 생각하라!

- <who? 스티브 잡스> 중에서 -

 

스티브 잡스는 그의 기계에 대한 호기심을 키워나갈 수 있게 해 주신 부모님과 그가 지적 호기심을 가질 수 있게 이끌어 주신 선생님을 통해 훌륭한 어린 시절을 보낼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그가 훗날 인생의 많은 위기를 맞이하게 되었을 때 그것을 이겨낼 수 있는 큰 힘이 되었으리란 생각이 든다. 자신이 세운 회사에서 쫓겨나게 되었을 때도, 심각한 경영난을 겪게 되었을 때도, 그는 흔들리지 않았고, 오뚜기처럼 언제나 다시 일어섰다. 그의 부모님과 선생님이 자신을 믿어주었던 것처럼 그는 그 자신을 믿고 있었다. 

이제는 이 시대의 아이콘이 된 스티브 잡스. 그의 끊임없는 열정과 도전 정신을 보면서 나도 왠지 모를 기운이 났다. 나도 그처럼 나 자신을 믿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강한 사람이 된 듯 해서. 



- 연필과 지우개 - 

<<< 내가 뽑은 최고의 성장소설 베스트 3 >>> 



한창 성장하던 중일 때는 정작 성장소설을 안보고, 성장이 끝난 요즘에야 뒤늦게 성장소설을 보고 있다. 하지만 늦게 배운 도둑질이 더 무섭다고 했던가. 서른이나 먹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성장소설을 보며 눈물 흘리기도 하고 웃음 짓기도 하면서 제2의 성장기를 맞이하고 있다. 내가 어렸을 때는 위인전이나 과학동화 위주의 전집이 다였고, 혼자서 도서관을 간다든지 서점을 간다든지 하는 일은 전혀 없었다. 환경이 그만큼 받쳐주지 않았기도 했고, 그 때는 책의 매력을 잘 몰랐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은 좋은 책들도 너무나 많이 나오고 있고, 아이들에게 열려있는 독서환경이 너무나 좋아졌다. 그럼에도 분명 책을 읽지 않는 아이들이 있긴 하겠지만 말이다. 많은 책을 읽기 힘들다면 적어도 베스트 3로 꼽히는 책은 읽어봐야하지 않을까? 우리 아이들이 꼭 한 번쯤 읽어보았으면 하는 성장소설을 한 번 꼽아보았다. 



1. 너도 하늘말나리야



각기 다른 가정 환경에서 자라는 세 명의 친구들이 나온다. 이들에게 공통점이 있다면 달밭 마을에 산다는 것과 결손 가정의 아이들이라는 것 뿐이었다. 모두 성격도 달랐고 고민도 달랐고, 무엇보다 자신의 아픔을 표현하는 방식이 달랐다. 미르와 바우 그리고 소희 이 세 명의 아이들이 서로의 아픔을 치유해가는 과정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보듬어주고 싶어졌다. 무엇보다 같은 또래 아이들에 비해 조숙한 소희를 보면서 더 가슴이 아팠다. 누구보다도 어려운 환경에 처해있었지만, 누구보다도 더 강한 아이 소희. 소희를 보면서 난 나 자신을 돌아보고 내 자신을 더 사랑하게 되었다. 

생각보다 우리 주위에는 결손 가정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이 많다. 하지만 이 아이들의 아픔을 보듬어주고 감싸줄 수 있는 이는 없었다. 그건 모두 아이들의 몫으로 남겨진 채 아이들의 고충을 가중시키고 있었다. 양쪽 부모가 있다고 하더라도 결손가정 아이들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나는 아이들도 많고 말이다. 하지만 누구도 이 아이들의 마음에 따뜻한 씨앗을 심어줄 수는 없다. 아이들 스스로 자신의 가슴에 그 씨앗을 심어야지만 일어설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런 아이들이 자신의 씨앗을 심을 수 있도록 용기를 주는 소중한 책이 될 것이다. 

소희의 그 당당함은 어디서 생기는 것일까? 바우는 궁금했다.
“아버지가 보기에 소희는 진짜로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아이같다.”
바우는 처음에 아버지의 말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이 세상에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도 있단 말인가?
“나는 나랑 이야기를 나눌 때가 많아.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할 때 난 내게 물어 보곤 해.”
그래요. 누날 보면 자기 자신에게 말을 걸 줄 아는 사람 같아요.
제가 엄마에게 이야기를 하듯 누나는 자기 자신과 이야기를 나누나 봐요. 자신이 밉거나 싫거나, 믿음이 없으면 그러기 힘들겠죠?
엄마, 이제 하늘말나리꽃이 제대로 그려진 것 같아요.
하늘말나리. 소희 누나를 닮은 꽃.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꽃.
- <너도 하늘말나리야> 중에서 -

 


2. 실험 가족

 

이혼률의 증가만큼이나 늘어난 재혼 가정. 하지만 재혼 가정이 겪는 어려움을 해결하기란 쉽지 않다. 무엇보다 양쪽 가정에 아이들이 있을 경우에는 더더욱 그럴 것이다. 영화나 드라마 같은 곳에서 손 쉬운 소재가 되는 재혼 가정의 이야기만, 언제나 대중의 흥미를 끌기 위해 극적인 연출로 이야기를 풀었기 때문에 우리의 현실을 잘 반영하지는 못했었다. 반영한다 하더라도 언제나 어른들을 중심으로만 다룰뿐 아이들의 문제는 부수적인 것으로만 다뤄졌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겪는 심적 고통은 어쩌면 우리 어른들보다 더 컸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두 가정이 하나의 가정을 이루기 위해 겪게 되는 갈등을 아이들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하나의 가정을 이루기 전, 실험 가족이라는 과정을 거치면서 서로가 서로를 가족으로 받아들이기 위한 준비과정을 거치고 있었다. 그 과정을 통해서 아이들은 조금씩 자신이 쌓아두었던 마음의 벽을 허물면서 서로를 진짜 가족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가정들이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재혼 가정을 이룰지 의문이다. 어쩌면 아이들보다 우리 어른들이 더 챙겨봐야할 성장소설이란 생각이 든다. 



3. 외톨이

   

이제는 가랑잎만 떨어지는 것만 봐도 웃는 사춘기가 아니라,  가랑잎만 떨어지는 것만 봐도 화를 내는 사춘기가 아닐까 싶다. 폭력적인 영상물을 많이 접하고, 과도한 학업 스트레스를 받아서인지 요즘 청소년들은 전보다 더 날카로워지고 예민했다. 그리고 남이야 어떻게 되는 나만 생각하는 개인주의적인 생각들 때문에 점점 더 외로워지고 말이다. 함께 하는 것보다 혼자하는 것에 더 익숙한 아이들, 하지만 막상 혼자 남겨지는 것은 무서워하는 아이들. 어쩜 서로가 서로를 외톨이로 만드는 건지도 모른다.

남자 고등학교에서 쉽게 벌어지는 주먹다툼이 아니었다. 나는 남학생들은 그냥 주먹을 내세우기 위해서만 싸우는 줄 알았다. 그리고 왕따는 성격적 결함이 있거나, 단체 생활에 적응을 잘 못하는 아이들만 당하는 것인 줄 알았다. 그렇지 않더라도 서로를 너무 싫어하기 때문에 왕따를 시키는 줄 알았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남학생들도 섬세한 감정 싸움이 발단이 되어 그것이 주먹다툼으로 커지기도 했고, 서로를 너무 좋아했기 때문에 서로를 왕따시키기도 했다. 무엇보다 마음과 달리 행동하게 되어 결국 서로 돌이킬 수 없는 관계가 되는 것을 보면서 아이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다. 



*. 소희의 방

 

내가 처음 <소희의 방>을 알게 된 건 나와 동명의 소설이 연재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뒤었다. 그때는 <소희>라는 제목으로 연재되고 있었기 때문에 더 신기했다. 어쩜 나랑 같은 이름을 가진 소설이 있나 싶어서. 꼭 나를 위한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소희>가 <너도 하늘말나리야>의 후속작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잠시 기다리기로 했다. 우선 <너도 하늘말나리야>를 읽어야 했기 때문이다. 책 속의 소희는 참 조숙하고 강한 아이였다. 내가 닮고 싶을 정도로. <소희>를 읽기 위해 <너도 하늘말나리야>를 읽었지만, 바쁜  일상에 치이다보니 정작 <소희>의 연재는 여태 읽지 못하고 있었다. 근데 그새 연재작 <소희>가 <소희의 방>이라는 새 이름으로 한 권의 책이 되어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난 최근에야 두 작품을 만나게 되었지만, <소희의 방>은 무려 11년 만에 나오는 후속작이라고 했다. 그 사이 소희도 15살이 되었고 말이다. 소희가 어떻게 성장했을지, 하늘말나리야꽃같았던 소희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너무나 궁금하다. 이제는 한 권의 책으로 읽게 된 <소희의 방>. 어서 펼쳐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