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책은 페이퍼로 된 책으로만 보는 건 줄 알았다. 물론 요즘엔 인터넷상에 있는 책을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읽을 수 있었지만, 그건 영 내 체질이 아니었다. 그래서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으면서도 핸드폰으로 책을 본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그런데 언젠가 무심코 받아놨던 ‘리디북스’ 어플리케이션을 만지작만지작 하다,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니 책이 너무 재미있는 거다. 무료함을 달래보고자 그저 한번 읽어본 건데, 그 속에 푹 빠지게 되었다. 그리고 ‘리디북스’는 나를 위한 간편한 이동 도서관이되었다.
나를 ‘리디북스’에 빠지게 한 책은 ‘지금 여기서 당신의 인생을 메이크업하라’이었다. 선택한 이유도 굉장히 단순했다. 메이크업이라는 단어만 보고는 화장에 관한 책인 줄 알고, 쉽게 읽을 거란 생각으로 본 것이었다. 물론 내용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쓴 책이긴 하지만, 화장 기술에 관한 내용이 아닌 자기계발서였기 때문이다. 그것도 결혼 후 사별한 뒤 두 아이를 홀로 키우는 30대 여성의 뒤늦은 홀로서기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렇기만 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섭다고 했던가? 대학 졸업 후 바로 결혼 생활을 하느라, 사회 생활을 한 번도 안 한 그녀는 이제 미국에서 알아주는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되어 있었다.
서른이 넘어 메이크업 일을 막 시작하면서부터, 나는 늘 ‘지금 여기서’ 최상의 결과물을 뽑아내기 위해 순간순간 충실할 수밖에 없었다. 영어도 서툴고, 세상 물정도 모르는 내가 그나마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은 딱 하나, 그것 밖에 없었다.
-<지금 여기서 당신의 인생을 메이크업하라> 중에서 -
난 막 흥분이 되었다. 그리고 용기가 났다. 서른이란 나이가 더 이상 짐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그동안 많은 자기계발서를 읽어봤지만, 이렇게 용기가 힘 솟는 건 처음인 거 같다. 자신이 지금 걷고 있는 메이크업 일에 관해 전공하지도 않았지만 그 길에서 최고의 인정을 받고 있다는 것, 두 아이 엄마임에도 처음 해보는 사회 생활에서 성공적으로 적응한 것. 그녀가 나에게 꼭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당신도 할 수 있다’고.
정말 목숨을 걸고 덤벼들었다. 이렇게 하는 동안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었고, 발이 부르트도록 골목골목을 누비며 명함을 돌렸다. 언제 어디서 내게 기회가 올지는 알 수 없었다. 나는 더 이상 잃을 게 없었고, 미래에 뭐가 기다리고 있는지 생각하는 것도 사치였다. 오직 ‘오늘’과 ‘지금’, ‘바로 이곳’만 있을 뿐이었다. 아무리 작더라도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여 인정을 받는 것만이 최대의 목표였다.
-<지금 여기서 당신의 인생을 메이크업하라> 중에서 -
다행인 것은 내가 일을 좋아하고 온몸과 마음을 다하여 매달리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 일을 하면서 깨달은 것은 일에 대한 열정을 다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으며, 그래야만 돈도 따라온다는 것이다. 아무리 돈이 필요하다고 하여 좋아하지도 않는 일에 매달리면, 몇 배로 더 피곤하고 힘들며 이 치열한 경쟁에서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
-<지금 여기서 당신의 인생을 메이크업하라> 중에서 -
물론 그녀는 이 모든 걸 쉽게 이룬 것은 아니었다. 갑자기 그녀에게 닥친 삶이 너무나 절박했기에, 그녀에게는 일이 너무나 절실했고, 그만큼 열심히 일에 몰두했다. 더 이상 잃을 것이 없기에 일에 몰두해야 했고, 뒤를 돌아볼 여유도 앞을 내다볼 여유도 없었다. 자신의 전부를 걸고. ‘정말 목숨 걸고 덤벼들었다’는 그녀는 말은 빈 말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녀의 노력을 글로 표현한 것은 단 한 문장이었지만, 그녀가 일에 쏟아 부는 노력은 한 가지가 아니라 수만 가지이었을 테니 말이다. 그녀는 그저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했다. 그것이 그녀가 미국에서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고, 그렇게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것만이 성공으로 가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라고.
항상 나도 성공하고 싶다고 하지만, 나는 진정 그녀처럼 내가 하는 일에 그 순간순간 모든 것을 쏟아 부었는지 뒤돌아보게 되었다. 조금해보고 힘들다고 돌아서고, 조금해보고 나에게 안 맞는다고 돌아서고 했던 것은 아닌지. 나도 남들에게 말은 못했지만, 서른을 넘기다보니 아무래도 새롭게 도전한다는 것에 두려움을 느꼈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로 스스로를 위로했지만, 언제나 마음 한 구석에 자리 잡은 ‘내가 할 수 있을까’하는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를 보니 기운이 났다. 그리고 이미 지나버린 과거를 계속 돌아본다는 것이, 알 수 없는 미래를 너무 두려워한다는 것이, 불필요하게 느껴졌다.
정말 스스로의 인생에 자신감이 있는 사람은 무엇이 부족한지 알고 노력하는 이라고 생각한다. 부족함을 알기에 더욱 완벽해지려고 노력하는 존재, 그것이 바로 인간이 아닐까.
-<지금 여기서 당신의 인생을 메이크업하라> 중에서 -
하지만 요술이란 없었다. 모든 일이 처음 계획한 대로, 아이디어를 짜낸 대로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 결국 그것이 이뤄지기까지, 다른 사람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계속 하여 연습에 연습을 거듭한 것 밖에 없었다.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다음 기회란 것은 없으니까 말이다.
-<지금 여기서 당신의 인생을 메이크업하라> 중에서 -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서, 그 사람이 특별하기 때문에 성공했다고 여기곤 했다. 그 사람은 그럴만한 인물이기 때문에 당연히 성공한 거라고 말이다. 하지만 성공한 사람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자신이 완벽해서가 아니라 부족하기 때문에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하다보니 성공 길에 오르게 되었다고. 그리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다고. 이미 많은 이들이 같은 말을 해왔고, 그녀 역시 같은 말을 한 것을 보면 성공의 가장 큰 힘은 노력임이 분명한 듯했다. 그 원동력은 끈기와 성실함이고 말이다.
성공에 요술이나 요행은 없었다. 에디슨 역시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면서 전구를 만들었듯, 제인 최 그녀 역시 연습에 연습을 거듭해서 그녀만의 메이크업을 완성시켰다. 나 역시 그들처럼 연습과 실패를 극복하지 않으면 내가 원하는 성공에는 도달할 수 없을 것이다. 아주 쉬운 원리였다. 원하는 것이 있다면,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끊임없이 도전하는 것. 하지만 그동안 이런저런 변명을 하면서, 작은 노력으로 큰 것을 얻기만을 바랐던 것은 아닌지 싶다. 성공에 요행은 없다는 아주 당연한 진리를 잊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년초면 세우는 무수한 계획들. 그리고 이렇게 자기계발서를 읽고 나면 세우는 무수한 다짐들. 그것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그동안 세웠던 계획과 다짐을 내가 반만이라도 지켰다면 나는 어땠을까. 아마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 귀찮다는 핑계로, 바쁘다는 핑계로, 몸이 힘들다는 핑계로 너무나 많은 계획들을 미뤘던 것은 아닌지 반성해보게 된다.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고. 지금, 이 순간에 해야 할 일을 최선을 다해하는 것. 그것이 성공의 시작일 것이다. 지금, 여기서, 나도 내 인생에 충실해보련다. 끈기 있게.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늦은 때란 없으니 말이다.
- 연필과 지우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