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대한 한국사를 조금이라도 재미있게 조금이라도 더 잘 기억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도서관을 찾았다. 어렵고 딱딱한 역사책들 중에서 이 책의 제목은 단연 돋보였다. 딱딱하게 누구누구 선생님이라 하지 않고 장콩 선생이라고 한 것도, 한국사가 아닌 우리 역사라고 표현한 것도, 이야기라고 한 것도 말이다. 책을 펼치자 시원시원한 여백에, 재미있는 그림 설명, 그리고 보기 쉽고 편한 구성이 책장을 몇 장 슥 넘겨봐도 내용이 눈에 금방 잘 들어오는 책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게다가 친근한 대화체로 이야기를 풀어가서 책장을 넘기기가 어렵지 않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렵고 복잡한 역사를 어쩜 이렇게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 줄 수 있을까 절로 감탄이 나왔다. 그러면서 그동안 역사가 어렵고 역사책 읽기가 힘들었던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생각해본 결과 우리가 역사 교과서에서 만난 역사는 역사적 사실만을 위주로 풀어 놓은 역사책이기 때문이라고 결론짓게 되었다. 그리고 이 책이 재미있는 이유는 역사적 사실에 역사적 지식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라는 살을 잘 붙여 놓았기 때문이라는 결론 역시 짓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이 책의 표지에 적혀 있는 것처럼 외우지 않아도 저절로 이해되는 신통방통한 경험을 하게 해주었다.
다음 사람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주몽, 박혁거세, 석탈해, 김알지, 김수로.
서술형이라고 쫄지 말고 천천히 생각해서 답해 보아라. 어렵지 않지? 정답은?
모두 알에서 태어났다.
- <장콩 선생의 우리 역사 이야기1> p84 중에서 -
“날 수 없다면, 내가 알에서 태어났다고 우기자.”
날개 달린 것들은 모두 알에서 태어나니, 나도 알에서 태어나면 최소한 새들의 8촌은 되지 않겠는가? 논리를 세우고 보니 매우 그럴 듯 했다. ‘굿 아이디어’였다.
지배자는 이때부터 자기가 알에서 태어났다고 우기며 사람들을 세뇌한다. 세월이 흐르며 지배자의 후손들도 허풍을 치기 시작했다. 자기 선조는 하늘에서 온 사람이니 자기도 하늘신의 자손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제 손가락 하나만 까닥해도 사람들이 지배자의 명령에 절대 복종한다. 왜? 하늘신의 자손이니까.
- <장콩 선생의 우리 역사 이야기1> p88 중에서 -
비류가 살펴보니, 위례성 사람들은 비옥한 땅에서 농사를 지으며 모두가 편안하게 잘살고 있었다. 비류는 자신이 잘못 판단했다고 자책하다가 죽고 말았다. 이후 비류를 따르던 무리들이 모두 십제에 합류했다. 온조는 나라 이름을 ‘백제’라 고쳤다. 백제의 ‘백’은 많다는 의미로, ‘모든 백성이 따른다.’고 해서 정한 이름이다.
- <장콩 선생의 우리 역사 이야기1> p95 중에서 -
가야 멸망은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던져 준다. 역사 공부가 필요한 이유는 과거 그 자체를 배우는 데 있지 않다. 과거 속에서 현재 또는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찾아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하는 데 있다. 그래서 역사를 ‘미래를 내다보는 창문’이라고 말한다.
우리 민족은 현재 남과 북으로 갈라져 있다. 주변에는 중국, 일본, 러시아 같은 강대국들이 동아시아의 리더가 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여기에 지리적으로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초강대국 미국이 자유 민주주의를 수호한다는 명분으로 우리 땅 안에 진을 치고 있다.
역사 속에서 살펴볼 수 있는 진리 중의 하나가 국가와 국가는 아무리 친하더라도 결국은 자민족, 자국민의 이익이 먼저라는 것이다. 주변이 온통 강대국으로 둘러싸인 오늘날의 우리에게 가야 사람들은 어떤 말을 해 주고 싶을까? 아마 “남과 북이 반드시 평화통일을 이룩해서 자주적인 민족국가로 세계 발전에 기여하라.”고 할 것 같다.
우리는 가야의 역사에서 우리 민족의 미래상을 엿보아야 한다. 역사 속에 현재가 있고, 과거를 통해 미래를 살필 수 있다.
- <장콩 선생의 우리 역사 이야기1> p120중에서 -
그럼 묘호는 뭘까? 묘호는 ‘종묘에서 제사 지낼 때 사용하는 이름’이란 뜻이다. 임금이 죽으면 위패를 종묘에 모실 때 시호와 함께 붙여 준다.
왕이 죽으면 신하들은 왕의 일생을 평가하여 시호와 함께 묘호를 정하는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왕을 부를 때 쓰는 ‘태조’ ‘태종’ ‘세종’ 등이 바로 묘호이다.
묘호 뒤에 붙는 ‘조(祖)’와 ‘종(宗)’의 차이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조’는 공이 탁월한 임금, 즉 나라를 세운 왕과 그에 버금갈 정도로 나라를 중흥한 임금에게 붙여 주고, 평탄하게 나라를 다스린 대부분의 임금들에게는 ‘종’을 붙여 주었다.
‘조’를 붙일지 ‘종’을 붙일지는 신하들의 평가에 달려 있었으나, 심한 경우에는 이미 정한 묘호를 후대에 재평가하여 바꾸기도 했다.
- <장콩 선생의 우리 역사 이야기1> p135 중에서 -
오방 사상으로 보았을 때, 흰색은 서쪽을 상징하는 색이다. 파란색은 동쪽, 붉은색은 남쪽, 검은 색은 북쪽, 누런색은 중앙을 상징한다.
- <장콩 선생의 우리 역사 이야기1> p223 중에서 -
법흥왕은 ‘불법을 흥하게 한 임금’이란 뜻에서 지어진 이름이다. 진평왕은 자신을 ‘백정’이라 했고, 부인은 ‘마야 부인’이라 했다. 백정은 석가모니의 아버지 이름이고, 마야 부인은 어머니 이름이다. 따라서 진평왕은 명목상 석가모니의 아버지였다. 한편 진흥왕, 진지왕, 진평왕, 진덕여왕과 같이 ‘참 진(眞)’자를 이름 앞에 붙인 임금들이 다수 배출되었다. 이들이 ‘진’자를 붙인 이유는 자신들이 부처를 탄생시킨 진짜 인도의 석가족이라는 의미에서였다. 이러한 설을 ‘진종설(眞種說)’이라 한다.
- <장콩 선생의 우리 역사 이야기1> p239중에서 -
문화재는 결코 몇 사람의 짧은 생각으로 쉽게 손대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많은 고민과 실험 속에 최선의 방법을 보수해야만 영원한 생명력을 얻을 수 있다. 전굴암이 되어 고통을 받고 있는 석굴암. 빠른 시일 안에 최선의 해법을 찾아 영원히 살아 숨 쉬는 민족의 문화유산이 되기를 우리 모두 빌어 보자.
- <장콩 선생의 우리 역사 이야기1> p292 중에서 -
대부분의 탑에는 불교 경전이나 불가에서 사용하는 도구들을 모셔 두고 있다. 이러한 것들을 부처님을 대신하는 사리라고 해서 ‘법신사리’라고 한다. 진신사리를 넣고 싶지만 구할 수 없는 현실 때문에 불법을 상징하는 물건을 넣어 부처님 대하듯이 숭배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나라에 진신사리를 넣은 진짜 탑이 없느냐? 물론 그렇지는 않다. 경남 양산의 통도사, 강원도 오대산의 월정사, 설악산 봉정암, 태백산 정암사, 사자산 법흥사에는 부처의 진신사리를 넣은 탑이 있다. 신라의 승려 자장율사가 당나라에 유학 갔다가 귀국하면서 부처의 사리와 뼈 조각들을 가져와 이곳 다섯 사찰에 나누어 모셨다고 한다.
통도사를 흔히들 ‘불보사찰’이라고 한다. 진신사리가 이곳 절에 있기 때문이다. 통도사의 금강계단이 진신사리를 모신 조형물이다.
- <장콩 선생의 우리 역사 이야기1> p296 중에서 -
말이 나온 김에 교종에 대해서도 잠깐 살펴보자. 교종은 경전의 해석을 통한 대중 교화를 중시했던 불교 종파로 신라 중대에 5개 종파가 크게 유행하였다. 이를 교종 5교라고 하니, 열반종(보덕), 계율종(자장), 법성종(원효), 화엄종(의상), 법상종(진표)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화엄종은 원융사상을 바탕으로 왕실의 적극적인 후원을 받으며 최대 종파로 성장할 수 있었다.
- <장콩 선생의 우리 역사 이야기1> p328 중에서 -
나 자신에 대해 더 알고, 나의 뿌리에 대해 더 알고, 나의 지식을 키우고자 시작한 역사 공부. 그럼에도 역사는 힘든 공부라는 마음으로 역사 공부를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역사를 공부할수록, 배울수록 참 재미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원해서 스스로 하는 공부이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역사는 결코 지루하고 딱딱한 사실만을 나열한 기록서가 아니기 때문이다. 역사는 어느 영화 못지않게 다양한 사람들이 만든 여러 가지 사건 사고가 담긴 우리 선조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역사 공부하는데 도움을 주는 이렇게 재미있고 좋은 책을 읽고 나니 역사 공부를 하는데 정말 큰 힘이 되고 의지가 된다. 무엇보다 이 책은 역사를 공부하는 재미를 알려주는 책이었다. 나중에 우리 아이들이 크면 우리 아이들에게도 꼭 권해주고 싶다.
- 연필과 지우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