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쓰는 시인, 시인 릴케의 소설.

 이 글은 하나의 긴 산문시 같았다. 머리로 하는 논리적인 이해보다는 심싱과 이미지로 전해지는 정서로 이 글을 이해하게 되었다. 진하고 혼탁한 물속에서 허우적 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본 빛과 내가 느낀 신을 향해 나아가려고  허우적거리는 느낌. 그것이 말테가 프랑스에 도착해서 사람과 거리를 보고 느낀 느낌일 것이다.

어두운 거리가 보이고, 답답한 유년의 폐쇄가 드러난다. 이것은 마치 콘크리트로 된 정육면체에 둘러싸인 황막한 공간 같다. 파리의 어두운 골목. 그 골목에서 말테는 유년 시절을 회상한다. 말테의 기억 속에서 전해지는 왕들의 숙명. 끈적끈적한 어두움.

길고 긴 한 편의 시를 읽었다.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그 편지에서 받았던 위안을 이 책을 통해서는 받지 못했다.
그러나  한편의 긴 시는 내 머리를 멍하게 만들었고, 들이쉬고 내쉬는 숨을 답답하게 만들었다. 구체적인 사실들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지만, 하나의 덩어리진 느낌은 남았다.


’아니다, 아니야, 이 세상의 어떤 사소한 것도 함부로 상상해서는 안 된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예측할 수 없는 숱한 작은 것들이 합쳐진 것이다. 사람들은 상상 속에서만 그런 것들을 간파하고 서두르다 보니 그것이 빠져 있다는 것조차 알아채지 못한다. 그러나 현실의 모든 것은 속도가 느리고 말할 수 없이 상세하다.’

말테의 수기였다.

시를 읽어보면 알 수 있다.
브레히트 그가 얼마나 열정적이었고, 지적이었는지를.
이해할 수 없이 무지한 사회를 거침 없이 비판했던,
그리고 이 사회를 이루고 있는 대다수의 시민들을 깨우치기 위해 글을 썼던 사람이다. 
많은 시 속에 지금을 넘어서자는 열정이 담겨 있고,
인간을 애틋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담겨 있다.
그러기에 안주하지 말라라는 채찍질이 담겨 있는가 한다.

임시 야간 숙소

듣건대, 뉴욕
26번가와 브로드웨이의 교차로 한 귀퉁이에
겨울철이면 저녁마다 한 남자가 서서
모여드는 노숙자들을 위하여
행인들로부터 동냥을 받아 임시 야간 숙소를 마련해 준다고 한다.

그러한 방법으로는 이 세계가 달라지지 않는다.
인간과 인간의 관계가 나아지지 않는다.
그러한 방법으로는 착취의 시대가 짧아지지 않는다.
그러나 몇 명의 사내들이 임시 야간 숙소를 얻고
바람은 하룻밤 동안 그들을 비켜 가고
그들에게 내리려던 눈은 길 위로 떨어질 것이다.

책을 읽는 친구여, 이 책을 내려놓지 마라.


시가 쉬우면서도 참 곧다.
사람들에게 들리기를 원하는 말이었고,
그들을 변화시키고자 했던 외침이었다.


이 책은 1985년 초판이 발행 된 뒤로 절판이 되었다.
아마도 빨간책으로 분류가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이유를 더듬어 본다.
지금 읽기에는 조금 시대를 지나버린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이 시대의 모순은 여전히 내 눈앞에 그득하다.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의 원작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책.
사이버 스페이스라는 공간이 영화에 등장 할 때마다. 영화는 모두 이런 질문을 던진다. '메트릭스와 현실. 어느 곳이 내가 존재하는 곳인가? 육체를 잃고 정신만이 남는다면, 그것은 인간이라 불릴 수 있는가?' 역시 이 책 뉴로맨서도 그와 동일한 질문들을 던진다.

메트릭스라는 가상의 공간을 이러저리 뛰어다니며 정보를 찾아다니는 주인공. 그 주인공과 한 팀을 이룬 마치 영화 [메트릭스]의 여주인공 같은 느낌의 여자 킬러. 이 둘의 모험. 그들의 거침 없는 여행. 환상과 꿈, 그리고 현실의 경계는 쉽게 무너진다. 중심적인 사건이 진행되는 공간도 현실과 가상의 세계 모두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다. 결국 모든 공간이 중요하고, 모든 공간이 의미가 있다. 그럼 그들이 시간을 보내고 존재했던 모든 공간에 동일한 의미를 부여해야 할 것인가?

이 책을 읽다가 느끼게 된 인간에 대한 단편들.

Cyber라 불리우는 가상의 그곳은  마약처럼 인간을 마비시킨다. 인간의 뇌 마비되어 간다. 정상적인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상태. 하지만 말초적인 욕구들은 충족되는 상태. 부적절한 상태.
인간이 필연적으로 자신을 극한의 나락으로 몰아가야만 하는 이유는 부적절한 상태의 극복.
Matrix 격자. CyberSpace 가상의 공간. 자유롭고자 하는 욕망은 지금 현실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조금은 우울한 이런 것들.


사실 이런 책은 영상으로 보는게 이해가 쉽기는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