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아리스토텔레스는 이야기 한다. 비극과 희극은 우리의 삶과 행동에 긍정적인 변화를 수반할 수 있어야 한다 라고. 그것을 쾌감이라고 표현했다. 그렇기에 사람들에게 쉽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사건과 인명을 사용하는 것의 효과를 용인했다.

 

확실한 것은 표현의 양태보다는 표현의 본질이다. 즉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어떻게’ 말하고자 하는가 보다 우선 한다. 이것이 아리스토텔레스의 생각이다.

 

플롯에는 필연성과 개연성이 중요하게 작용해야 한다고 여겨진다. 여기서는 카뮈의 비극에 대한 정의가 적절할 것이다.

'대립하는 두 인물의 정당성과 타당성이 모두 완벽할 때 비극성은 더욱 커진다.'

 

플롯을 완벽하게 만드는 요소로 연속성, 통일성, 개연성, 필연성, 급전, 별견의 요소를 들었다.

 

극의 비극성에 대해서 비극을 완성시켜 주는 것은 플롯의 완전함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어떤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나는가 일어나지 않는가. 그것은 어떤 개연성을 가지는가? 가장 대표적인 예로 오이디푸스가 진실을 알게 되는 순간이나 방식의 플롯과 이피게네이아에서 누이가 오라비를 죽이려다 진실을 알고 멈추는 플롯을 예로 들었다.

 

희곡, 시를 쓰는 방법 기법에 대한 설명. 이 책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플롯에 관한 부분이다. 플롯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히 표현할 수 있는 구조의 보편적인 양태를 의미한다. 이것은 극 분석의 기반이 될 수 있다. 더 나은 혹은 더 효율적인 기법을 기반으로 쓰여진 글을 분석할 수 있다. 비극성을 판별할 기준을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이 제시해주고 있다. 플롯의 구성이라는 부분에 있어서 제시해주는 이 준거는 의미가 있다.

 

플라톤의 [시학]

실제적인 의미와 효용을 설파하고 있다. 그에게 있어서 시는 모방일 뿐이다. 모방은 실제적이지 않는 것 사물의 단면만을 설명하는 것, 진실을 파악하지 못하고 무지한 자들에게 오해와 왜곡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논리가 조금은 과격하다.

 

‘모방이란 진리로부터 3단계 떨어져 있는 사물에 관계되는 것이네.’ 본문의 이 말이 플라톤의 모방에 대한 태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인간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고자 했던 고민. 그것은 피상적인 ‘시’에 대한 비판으로 나타났다.

[용의자X의 헌신]

간만에 읽은 추리소설.
 일반적인 추리 소설은 사건이 있고, 많은 용의자들이 있고, 마지막에 범인이 밝혀지는 구조로 되어 있다. 그렇기에 긴장감은 사건과 범행에 관련된 용의자들을 통해서 서서히 고조되며, 범인이 밝혀지는 그 순간에 최고조를 이루면서 점차 극은 마무리되어 간다. 그래서 범인이 누군가가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그런데 이 책은 범인이 먼저 있고, 사건이 있다. 그리고 그 사건이 하나씩 밝혀져 가는 과정을 통해서 극의 긴장이 유지된다. 즉 사건이 밝혀져 가는 과정이 책의 중심을 이룬다. 재미있는 점은 사건을 밝히려는 자와 사건을 은폐하려는 자, 이 둘 사이가 오랜 친구 관계이고 라이벌 관계로 설정 된 점이다. 두 명의 대등한 천재, 복잡하게 엮인 퍼즐, 이 둘의 등장으로 이 글은 잔혹한 범죄에 대한 이야기라고 하기 보다는 두 숙명적인 라이벌의 예정 된 승부와 같은 느낌을 받게 한다. 그렇기에 죽음과 살인의 무게감이 많이 가볍다.

 마지막 부분에 범인이 범죄를 결심하게 된 동기가 갑작스럽고 다가왔기 때문에 조금 성급한 결론을 내렸다는 느낌을 받기는 했지만, 사건이 하나씩 풀려나가는 논리적인 연계들이 잘 짜여져 있다는 느낌도 받았다. 그렇기에 긴장감이 잘 유지되다가가 갑자기 풀려버린 느낌을 받았다.

’죽어야 할 이유가 있기 때문이 아니라, 살아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죽는 것이다.’
죽음을 결심한 그 순간 만난, 삶을 선량하게 살아가는 모녀. 여기서 실존을 읽어내야 하는가 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책은 재미있었다. 특이했던 점은 [용의자X의 헌신] 이라는 제목에서 ’헌신’을 처음에는 ’현신’의 의미로 알고 있었다는 것. 그런데 책의 제목이 ’용의자가 나타났다’라는 뜻이 아니라 ’용의자가 몸과 마음을 바쳐 헌신했다.’ 라는 뜻이었다는 것을 책을 다 읽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추리 소설에 어울리지 않는 제목이라고 생각했는데, 책을 덮고 나니 참 잘 선택한 제목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애소설] 가네시로 가즈키

가즈키의 중편 세 편을 모아놓은 중편집.
책을 덮을 즈음 항상 기분 좋은 미소를 띠게하던 가즈키의 소설. 하지만 이번 중편집을 덮을 때에는 가볍고 기분 좋은 미소 대신 짭조름한 바다내음 같은 기분을 갖게 했다.

'굳이 말로 표현할 필요는 없었다. 중요하고 소중한 일은 약하디약한 얼음조각 같은 것이고, 말이란 망치 같은 것이다. 잘 보이려고 자꾸 망치질을 하다 보면, 얼음조각은 여기저기 금이 가면서 끝내는 부서져버린다. 정말 중요한 일은, 말해서는 안 된다. 몸이란 그릇에 얌전히 잠재워 두어야 한다. 그렇다, 마지막 불길에 불살라질 때까지. 그때 비로소 얼음조각은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보이며 몸과 더불어 천천히 녹아흐른다.'

삶의 이유와 목적을 누구나 한번쯤은 고민한다. 하지만 모두는 그 답을 찾지 못한다.
그리고 대부분은 더 이상 같은 질문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몇몇은 끝까지 찾아지지 않을 답임을 알면서도 답을 추구하는 것을 끊임없이 지속한다.

지나가버린 유년 시절의 사랑이나 청춘의 가슴떨림에 대한 이야기들은 비단 나이어린 소녀들만의 로망은 아닌 것이다. 내 불완전함을 채워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는 존재에 대한 갈망은 수십년의 세월을 거친 노인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감상에 빠지는 것을 경멸하거나 부끄러워하지 말아야 한다. 나를 감상에 빠지게 하는 유치한 이야기인들 왜 중요하지 않겠는가?

가네시로 가즈키가 니체를 좋아하는 이유가 나와 같은가?
니체는 나에게 이런 말을 해주었다.

'인간은 괴로워하기 위해서 태어난 게 아니다. 너 인간으로 태어났으니 인간으로 살아가라.'

덕분에 난 지금을 살 힘을 얻었다. 그도 나와 비슷한가? 왠지 그랬으면 좋겠다.

[연애소설] 이란 제목이었으나 이 책에는 죽음의 냄새가 가득하다. 죽음의 냄새는 사람을 진지하게 만든다. 진지함으로 난 차분해졌고, 그 조용함으로 지금을 보고 있다.
그는 글을 참 재미있고 쉽게 잘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