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이 두 세계를 한 명의 사나이가 경험한다. 그는 두 세계를 오가며 많은 혼란을 겪는다. 그리고 다시 그의 고향으로 돌아간다.

SF 소설의 매력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와는 다른 환경 다른 체제를 경험하게 해주는 것에 있다. 사회주의의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아나레스라는 세계에서 그들은 그 사회에 어울리는 만들어진 언어를 사용하고, 그들의 행동의 기저를 이루는 가치관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와는 다르다. 이 느낌은 생소하다. 그가 가지고 있는 가치관으로 인해서 겪는 혼란과 생경함은 도리어 지금 이 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낯설음을 만든다. 다른 세계 다른 환경 그로 인해서 우리는 지금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 사람이 받을 만한 일이란. 우리 각각은 모두 모두에게는 모든 것을, 죽은 왕들의 무덤에 쌓인 모든 사치까지 다 받을 자격이 있으며 우리 아무 자격도, 굶주림 속 한입의 빵만큼의 자격도 없다. 우리는 다른 이들이 굶주리는 동안 먹지 않았던가? 그것을 가지고 우리를 벌하려는가? 다른 사람이 먹는 동안 굶었다는 미덕으로 보상하겠는가? 처벌을 받을 만한 사람도 보상받을 만한 사람도 없다. 받아 마땅하다는 생각, 그래도 싸다는 생각에서 자유로워질 때, 생각을 할 수 있기 시작하리라."

다른 세상에서는 지금 당연하다고 생각하던 많은 것들이 당위성을 상실할 것이다. 우리가 살아오면서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가치들, 그리고 내 행동을 규정하는 이 사회로부터 주입된 가치들이 사라질 것이다. 그것은 자유를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자유라는 것은 지금 이 순간의 나를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그 나아갈 길을 누군가 혹은 어디에선가 주어진 명제와 가치에 의해서가 아닌 나 스스로에게서 끌어내어 나아가는 것이다. 그렇기에 자유함에는 한 없는 책임과 끊임 없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원제(The Dispossessed)를 바로 직역한  [빼앗긴 자들] 이라는 제목보다는 온건하게 의역한 [소유하지 않는 자들] 이라는 제목이 이 책에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1950년 전쟁이 일어났다. 광복 이후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던 상황 사람들은 일제시대의 억눌렸던 감정들을 폭발시킬 해방구를 찾지 못했고, 많은 일들이 정신 없이 일어나는 시대였다. 그리고 전쟁이 일어났고,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역사에 대한 시각, 역사를 기술하는 화자의 시각에 따라서 역사는 누군가에게는 긍정적으로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부정적으로 이해된다.

저자는 말한다. 지금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정치에 대한 불신과 물질에 대한 집착의 시작은 한국전쟁 때부터였다고. 전쟁으로 인해서 해소되지 못한 많은 것들이 쌓여버렸기 때문이라고. 그렇기에 어느 개인을 욕하는 것으로 끝이나서는 안된다고, 역사와 상황을 바로 보고 지금 이 시대를 변화시킬 수 있는 사실과 의미들을 찾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사실 한국전쟁과 한국 현대사는 우리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것은 아마도 교과서에서 깊게 다루지 않는 이야기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도 한국전쟁 당시 전투로 죽은 군인들의 수가 전체 사망자의 1/10 밖에 되지 않는다는 통계를 보았을 때는 많이 놀랐다.

전쟁은 사람을 악하게 만든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다. 그들을 억울한 죽음. 그리고 이어지는 증오의 사슬.

역사를 바로 볼 수 있는 것, 그것은 현재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 동일한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한 것일 것이다.

’그 후로 나는 좀처럼 아버지에 대한 얘기를 꺼내지 않게 되었다. 뜻밖에도 아버지의 죄를 순순히 시인하는 그녀의 한마디가 내게는 그토록 엄청난 충격으로 깊이 남겨졌던 탓이리라. 바로 그 순간부터 나는 아버지의 그 죄라는 것을 내 스스로 함께 나누어 지니고 만 느낌이었고, 그 때문에 나이에 걸맞지 않게 나는 눈빛이 깊고 어두운 아이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아버지의 무서운 환영은 저주처럼 내 곁을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

유복자로 태어나 어머니 슬하에서 자랐다고 한다.
이 책의 초판은1984년, 지금으로부터 25년 전이다.
한국전쟁의 상흔이 아직 깊게 남아있던 시절, 광주민주항쟁으로 인해서 사람들은 권력의 신맛에 민감하게 반응하던 시절.

많이 어둡다. 박완서씨의 소설 같은 경우는 감정의 폭이 느껴지기 때문에 차라리 덜 어둡게 느껴지지만, 임철우씨의 소설은 그 어두움을 담담하고 조용하게 풀어내기 때문에 거기에서 처연함이 느껴진다. 그렇기에 더 어둡게 느껴진다.

'노인은 밤새 총소리가 어지럽던 다음날엔 들녘이며 산기슭에 허옇게 널린 시체를 모아다 묻는 일을 해야 했다는 것이다. 전쟁이 끝났고 사람들은 마을로 되돌아왔다. 그리고 이름도 고향도 모르는 그 숱한 낯선 시신들을 묻었던 자리엔 해마다 키를 넘기는 잡초들이 무성하게 돋아나곤 했다. 그 때문에 몇 년 동안은 누구도 아ㅖ 감자나 무 따위는 밭에 심으려고 하지 않았노라고 노인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