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라는 단어는 몇 가지의 뜻을 가지고 있다.
사람이 잠을 자면서 꾸는 무의식적인 상상을’꿈’이라고 하고,
어떤 이루기 힘든 목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때도 ’꿈’이라고 하고,
누군가의 헛된 망상을 을 향해서도 우리는 ’꿈’이라고 한다.

"꿈이 이루어진다면, 세상은 더 아름다워 질 것인가?
그러면 그것은 누군가의 꿈인가?"

누군가의 꿈이 현실로 이루어지는 세상.
누군가는 그의 꿈을 이용하려 하고, 누군가는 이용당하는 것을 알면서도 그를 따라가고.
뭐 결국 벗어나기는 하지만.

책을 읽고 나서 생각해야 했다.

그냥 쉽게 어떤 완결된 결론에 도달해 너무나 당연하게 작가의 주장을 수긍하고, 그가 비판하는 누군가 혹은 무엇인가를 같이 비판하고, 그와 같은 연민과 감상을 느낄 수 있는 책이 아니었다.

책을 읽고 나면 생각해야 한다.

결국 그가 말하는 지금과 현실과 누군가의 노력은 어떠한가?
우리는 언제나 꿈이 이루어지기를 소원한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의 꿈인가? 누군가에 의해서 주어진 꿈이 아닌가?
꿈을 이루는 우리는 행복한가?
꿈을 이루면 세상은 더 아름다워질 것인가?

알 수 없다.
그래 알 수 없다.

그냥 더 고민하고, 더 생각하고, 더 열심히 행동하는 수밖엔 더 이상은 없다.

[스페인 희곡선]
4편의 스페인 희곡이 담겨 있다. 스페인하면 열정적인 빨강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뜨거운 나라. 그 나라의 희곡들도 낭만적이면서 뜨겁다는 느낌이다.
결국 언젠가 맞닥뜨려야 하는 문제라면, 기다리지 않는다. 그 문제를 찾아 나선다. 그리고 그들은 벽에 부딪치고 좌절하기도 하지만, 결국 벽을 넘어선다.
이것이 내가 네 편의 근대 스페인 희곡들에서 느꼈던 스페인의 뜨거운 붉은 이미지다.

근데로 들어오면서 연극은 낭만주의를 넘어서 사실주의로 돌입하게 된다.
신과 운명에 대한 이야기를 넘어서서 인간과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그 현실을 어떤 나라의 작가들은 담담하게 읊조리듯이 하는가 하면,
어떤 나라의 작가들은 온몸을 불사를 것 같은 뜨거움으로 소리친다.

개인적으로 희곡들은 참 재미있었다.
후반부의 두 편의 희곡 [채광창], [E.R]은 한번쯤 연출해보고 싶다는 느낌을 갖게 하였다.

내전을 겪은 후 사람들은 받아들일 수 없었던 선택들을 기억 밑에 묻어버렸다.
그들은 현실을 마주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기억을 온전히 마주하지 못한다면,
지금을 넘어서서 더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은 요원한 일인 것이다.
그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선택으로, 전쟁은 인간을 이렇게 억지스러운 지점까지 몰아간다.
그것이 [채광창] 빛이 비추는 작은 창의 이미지였다.
드라마가 너무나 명확하기에 연출이 쉬울 것 같지만, 글쎄 드라마가 너무 선명하기에 도리어 그 색감을 정확히 뽑아내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여튼 스페인은 ’뜨거운 빨강’ 이다.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고 나서 이런 느낌을 받았다.
책의 9할은 이해할 수 없었지만, 분명히 이 책은 좋은 책이다. 라는

[반항하는 인간]을 읽고 나서도 이와 비슷한 인상을 얻는다.

카뮈가 수많은 은유와 비유를 섞어가며 나름 친절하게 써 놓은 그의 사상들. 책을 읽으면서 다시 몇 번이나 처음으로 돌아가야 했고, 뒤의 해설과 다른 페이지의 내용들을 참조했음에도 불구하고, 난 그의 사상을 대부분 잘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책은 분명 좋은 책이다라는 느낌은 남는다.

그가 치열한 고뇌와 탐구 끝에 도달한 ’반항’이라는 인간이 추구해야 하는 이 행동과 선택. ’반항’은 끝나지 않을 것이고, 매순간 온전해야만 한다라는 그의 말.

사람은 ’이제 됐다.’라고 안주하는 순간 더이상 나아가지 못한다. 그리고 더이상 변화하지 못한다. ’이제 됐다.’라고 선택하는 사람들을 부정해서는 안된다. 그들을 비하해서도 안된다. 그것은 인간이기에 누구나 다 그러할 수 있기에. 하지만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항’해야 한다고 말한다. ’반항’을 통해서 자유를 얻게 된다면, 그 자유를 얻는 순간 다시 그 자유에 대해서 ’반항’해야 한다고 말한다. 자유는 도리어 우리를 구속할 것이기에 더 좁은 우리에 우리를 가둬버릴 것이기에.


’그러니까 인간에게는 인간 고유의 중간적 수준에서 가능한 행동과 사상이 있는 것이다. 이보다 더 야심적인 일체의 기도는 인간에게 맞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절대란 역사를 통해서 도달되는 것이 아니며 창조될 수는 더더욱 없는 것이다. ....... 어떻게 사회가 절대를 규정할 수 있단 말인가? 아마도 인간 각자는 모든 사람을 위하여 그 절대를 탐구하고 있을 것이다. 사회와 정치는 다만 인간 각자가 이 공통의 탐구를 위한 여가와 자유를 가질 수 있도록 모든 사람들의 온갖 일들을 조정해줄 책임을 지고 있을 뿐이다.’


인간 각자가 지어야 하는 이 책임을 나 또한 지어야 할 것이다. 내가 요즘 많은 것을 배우고 있는 누군가의 말처럼 ’우리는 감각을 회복해야 할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의 나와 내 주변을 볼 수 있는 지성과 감각을 만들어야 할 것이며, 내 나아갈 길, 내가 만들어야 하는 가치와 넓혀야 하는 인식의 지평에 대한 선택을 누군가에게 의지해서도 안될것이다.

이런 책을 읽을 때마다 누군가의 말을 반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내 무식이 원망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