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한글날 즈음이면 광화문에 있는 세종이야길 들린다. 그렇찮음 영릉 찍고 주변의 볼거리 둘러보며 휘~ 돌아오곤 하는데

오늘은 훈민정음 해례본을 들고서 몇번이고 보고 또 보게 했다. 아무렇지 않게 우리가 쓰는 한글, 소셜에 쓰기 좋도록 줄인 말이나 비속어들로 무슨 말인가...

의아해 찾아볼때가 한두번이 아닌지라 바른 우리말을 제대로 아이들이 알았슴 좋겠단 생각이 앞서서이다.

 

 

 

책의 구성이 어떻게 돼 있는지 미리 살피면서

책장을 펼쳤을때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볼지, 어떤 부분은 한꺼번에 모다서 볼지, 빼뒀다 나중에 봐도 될 부분은 어딘지 파악하는 것도 필요 해 뵀다.

아이랑 한장한장 꼼꼼이 다 본다는게 맘처럼 될 듯은 않았던 탓에!

"앗~ 얘기책이 아녔네? 뭐가 이렇게 싱숭하게 생겼대?"

"백과사전 같아, 뭐든 설명 돼 있지만 내가 원하는 부분은 있거나 없거나 찾거나 못찾거나... 근데 엄마! 이거 하나도 빼지 말고 다 봐야 돼? 눈이 뱅글뱅글 도는데?"

 

 

 

 

훈민정음에는 우리 귀에도 익숙한 '나랏말씀이 중국의 말과 달라 한자와 잘 통하지 아니하여 어리석은 백성이 자신의 뜻을 제대로 표지 못하는 이가 많으니라.

내 이를 불쌍히 여겨 새로 스물여덟자를 만드니....'라는 훈민정음 예의본과 글자를 지은 뜻과 사용법을 풀이한 훈민정음 해례본이 목판본 2권 2책으로 돼 있다.

국보 제70호이면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 된 것에서 한발 나아가 '세종대왕 문맹퇴치상'이 해마다 시상되고 있을만큼 인류역사에 시사하는 바가 큰 모양였다.

간송미술관에 소장 돼 있다니, 언제고 서울 성북구로 문학기행을 떠나봐야 할 모양이다.

 

 

 

"훈민정음의 특징? 발음기관을 본떠서 만들었다. 흉내 내거나 빌려서 만들지 않았다. 글자 하나하나가 소리며 홀소리와 닿소리가 합쳐 글자가 되고

받침을 더해 다른 글자를 만들기도 한다. 글자를 표현하는 폭이 넓다. 배우기가 쉽다. 글자를 만든 목적과 만든 사람 그리고 만든 때가 분명하다.... 등등 맞지?"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들려고 할적에도 양반들의 거친 반대가 있었지만(한자를 쓰지 않고 새 문자를 만드는 건 오랑캐나 하는 짓이라며 비난했다고 함)

만든 후에도 아녀자나 어린이만 사용하는 글자로 업신여김 당했다.

그뿐만 아니라 일제강점기땐 잃어버린 우리의 옛문자에서 비롯됐다, 몽골문자나 인도문자가 기원이다. 문의 창살을 본떠 만들었다...라며 한글을 깔봤는데

한글을 만든 이유와 사용법, 창제원리를 설명해 놓은 훈민정음 해례본이 뒤늦게 발견된 탓에 우리는 아무런 반박도 할 수 없었겠지만

우리네 문화를 억압 당하던 시절이라 알았더래도 내세우지 못했을게다.

광복후 훈민정음 해례본이 모습을 드러냈을때 풀리지 않던 한글에 대한 수수께끼뿐 아니라 말도 탈도 많던 상황을 말끔히 정리 했으니, 기록의 의미가 뭔지 알 듯도 하다.

 

 

아이의 관심과 호기심을 부분별로 채워 줄 수 있어, 지루하거나 난해한 설명은 처음엔 넘겼다.

그렇게 읽다가 알고 싶어진 부분은 다시금 뒤적이며 찾아보게 됐으니 딱히 흐름을 쫓을 필요가 없어 보기에 더 편했던 것 같다.

"그러면 지금 사용하고 있는 세계인들의 다양한 말들이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도 모르고 쓴단 말야? 뿌리 없는 말들이네?"

훈(訓 가르칠 훈)- 동기, 세종대왕은 자신이 꿈꾸는 세상을 백성들에게 직접 가르쳐 깨닫게 하고 싶었단다.

민(民 백성 민)- 대상, 배워야 될 백성뿐 아니라 백성들을 가르칠 양반까지의 모든 사람을 가르키는 말이란다.

정음(正音 바를 정, 소리 음)- 목표, 누구나 배우기 쉽고 발음이 바르며 정확한 소리... 즉 조선의 표준발음을 만들려고 한거란다. 

별 생각없이 가르키듯 불렀던 훈민정음 안에 이렇게 깊은 뜻이 담겼을 줄은 미처 몰랐다. 이 글자속에 한글을 만든 동기와 대상, 목표가 다 담겨 있었으니 속엣 내용이야~

 

 

"한글이 우리가 소리 낼때 입모양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주의깊게 살펴서 만든 거라는 건 알겠는데... 말이 너무 어려워.

어금닛소리, 혓소리, 반잇소리, 입술소리, 잇소리, 목구멍소리... 나는 내가 말하면서 어떻게 소리 나는지 궁금했던 적이 없었거든.

홀소리? 모음! 닿소리? 자음! 뭐 알아듣기 편하게 적혀 있슴 좋겠는데 세정대왕 살 적이랑 내가 사는 이때랑 세대 차이가 너무 나네~"

그래서 지금의 편리에 맞춰 자모의 배열순서도, 없어진 글자(ㆆᄫㅿ ·)도 있는 모양이다.

"엄마엄마, 점 하나를 찍으면 님이 남이 되잖아. 어디서 끊어 읽는지에 따라서 아빠가 방에 들어갔다 아빠 가방에 들어갔다 전혀 다른 뜻이 돼고.

우리 말이 확실히 글자 하나에 목숨 걸게 한다니까. 게다가 밤 바암~~ 쓰는 건 똑같은데 짧게 길게 소리 내냐에 따라 의미도 다르고

똑같은 운다라는 상황을 놓고도 목놓아 울다, 흐느껴 울다, 뚝뚝 눈물 떨구며 울다, 훌쩍이다, 바락바락 소리지르며 울다... 쓰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표현하잖아.

그러니까 어렵고 헷갈려. 시험지 풀때도 끝까지 안읽고 답 적지? 그랬다간 틀린다? 아닌 것은, 잘못된 것은... 이렇게 함정을 파 놓더라니까~"

 

 

 

"가장 재밌던 글자 게임이 끝말잇기, 비슷한 단어 대기, 스무고개 맞추기... 였어.

내가 이기잖아? 그건 다른 애보다 더 많은 글자를 알고 있다는 증거니까. 하지만 갔다와 같다. 좋왔다가 아닌 좋았다... 나를 늘 힘들게 하는 단어들야!"

'가르치다'는 지식이나 이치를 깨달아 익히게 하는 거지만 '가리키다'는 대상이나 방향을 집어서 보이거나 말해서 알리는 걸 뜻한다.

'갔다'는 여기서 저기로 장소를 이동했을때 쓰며 '같다'는 다른 것과 비교해 그것과 다르지 않을때 쓰는 말이다. 그럼에도 잘못 쓰는 경우가 허다했으니....

한동안 아이들이 좋았다를 좋왔다로 쓰는 바람에 고치느라 애들 먹었다. 발음상 그리 들렸는지...

"아아~ 왜 백성들이 글을 알고 익히는 게 싫었는지 알겠어. 양반들이 하는 일에 토달까봐. 이러쿵저러쿵 비난할까봐.

백지엔 뭐든 내 맘대로 그릴 수 있지만, 뭐라도 그려진 그림에 덧그리려면 조심스럽잖아. 그런 이유였을거야!"

 

 

 

한글에 얽힌 일화들도 읽는 재미를 더해 줬지만 세계인들이 한글을 바라보는 시선 또한 자부심을 느끼게 해 줘 좋았던 것 같다.

"아무리 왕이 하겠다고 밀고 나가도 따라오는 신하가 없다면 해내지 못했을거야. 소수였대도 참 다행였어, 임금의 뜻을 받든 이가 있어서!

안그랬다면 그 어려운 한자를 배우느라 머리가 터졌을거야. 한자 급수 시험 보면서 내가 얼마나 씩씩 거렸는데. 획도 많지 뜻도 다르지 한자어는 어찌 그리도 많던지..."

광화문을 들릴때면 충무공 이순신장군과 세종대왕 동상이 경복궁 앞을 버티고 있어 듬직한 기분이 된다.

그 아래쪽엔 충무공이야기와 세종이야기라는 공간이 있는데, 처음 문을 열었을적부터 지금까지 간간이 들리곤 한다.

그 부근에선 한글날이면 한글과 관련된 특별전시도 하는데 올핸 어떻게 표현 돼 있을지 궁금해 바깥으로 나가봐야겠다. 위의 모습은 작년 한글날 즈음 갔을때다.

 

 

세종이야기에서 아이들이 처음으로 접했던 건(그때가 유치원 다닐때다) 한글 자모음으로 나를 표현하기였다.

그 생각이 나, 자모음 중에서 좋아하는 걸 선택하게 해 그림으로 표현해 보랬는데 캠핑 간 추억이 커선지 표현 한 것도... ^&^

훈민정음 해례본은 한글이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설명해 놓은 글이란 것,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든 이윤 쉽게 스스로 깨칠 수 있는 글자가 있어 누구든 맘만 먹으면 익히고 쓸 수 있게 하려던 의도였다는 것,

각기 다른 뜻을 가진 수천개의 글자를 외워야 표현할 수 있는 한자에 비해 24자만 익히면 자유자재로 글자를 만들어 표현할 수 있는 한글은 변형이 없어 편리하다는 사실... 그것만 안것도 어디랴 싶다.

 

 

한글날은 처음엔 1926년 11월 4일(음력 9월 29일)였단다.

훈민정음 반포 480주년을 맞아 가갸날로 정해 기념식을 치뤘다는데, 반포일이 음력 9월로 세종실록에 적혔단 이유에서였다.

다음해 한글이란 잡지를 내면서 한글날로 바뀌었지만, 1940년 7월에 훈민정음 해례본이 발견되면서 반포일이 9월 상한(10일)이라는게 밝혀져

비로소 10월 9일로 바로잡힌거란다. 북한에서는 우리와는 달리 처음 만든 날인 1월 15일을 한글날로 기념하고 있단다.

북한이나 우리나 한글이 주는 의민 비슷하게 느끼는 모양이다.

'썩을년넘들아~'

일침을 놓고 싶은 말들이 얼마나 많길래, 세상살이에 숨겨진 하소연이 얼마나 되길래 욕지거리 사투리 섞어 부르짖나 싶었다.

제목글에서부터 '이러지들 마오~' 질책하듯 훈계하듯 다독이는 느낌이 진하게 베여 있잖은가!

 

 

썩을년넘들, 라면 잘 끓이는 남자, 며느리 앞에만 서면 위선자가 된다, 의무적으로 가는 시댁 괴로워....

이렇게 굵직하게 나뉘어져 있지만 실제론 별 의미 없다. 내겐 사투리 섞어 쓴 부분과 표준어로 적힌 부분으로 구분 돼 읽혔고(솔직히 전라도 사투리...

읽긴 해도 무슨 뜻인지 해석하느라 낑낑 댔다. 부모님이 내뱉는 전라도 사투리가 거칠고 투박하긴 해도 정이 똑똑 묻어나는지라 거슬리는 느낌은 없었다.

단지 알아듣기 애매했을 따름였다. 헉헉~), 소설처럼 연결되는 이야기가 아닌지라 읽고 싶은 부분을 딱~ 펼쳐 놓고 그 부분만을 먼저 읽어도 문맥상 끊기지 않아 편했다.

올해들어 네이버로 블로그를 옮기긴 했지만, 다음블로그를 할 적부터 알고 지낸 오래된(?) 블로그이웃이기도 하다.

책읽기를 좋아해 블로그이웃이 책을 내면 주문해서 사다 읽는 편이지만, 때론 친필사인을 첨부해 보내주기도 한다.

책안에 케이님(네이버로 옮기면서 요즘 근황이 궁금했던 블로그이웃이기도 한데, 일명 깨서방과 함께 부대끼는 일본에서의 삶을 솔직한 화법으로 풀어내는 분이다)이

일본인 남편과 한국인으로써 다른 시각으로 보게 돼는 생활 속에서 느끼는 갈등이 어떤 것인지 미뤄 짐작케 하는 부분도 있어 반가웠다.

친정어머니가 전라도 분이라 화끈하게 쏴 붙이는 모양였다(친정어머닌 딸이 아닌 깨서방 편이다 항상~). 깔깔~~

그렇게 책과 직접적으로 연관 되지 않는 한 거저 주는 일은 없는지라 증정용으로 받은 책은 아니란 사실, 워낙 온오프라인으로 유명한 분이라 짚고 넘어가는 편이 낫겠다 싶다.

 

 

내 부모님 세대엔 볼멘소린 할지언정 참고 사는게 인지상정였다.

'남편 보고 참나 자식보고 참지!' 중매결혼이 다반사였던 그 시절, 부모 반대 무릎쓰고 한 연애결혼였지만 막상 결혼생활이란게 연애할적이랑은 달랐던지라

부딪히는 수준이 늘 태풍급였단다. 내가 한 선택이라 부모님께 하소연하지도 도움을 청하지도 못한채 속으로만 끙끙 대며 처절한 외로움과 싸워 이겨야 해서

벽 보고 사는 기분였단다. 그러나 부모님의 일관된 생각은 내가 한 선택엔 내가 책임진다였다. 하지만 지금은?

내 아이를 볼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자신의 잘못이라곤 쥐뿔도 없다.

다 상대방이 이러이러해서 내가 이렇게 행동 할 수 밖에 없었단다. 상대방만 그러지 않았어도 상황이 이 지경까진 안왔을거란다.

그렇게 입만 열었다하면 늘 내 탓이 아닌 남들 탓였다. 그러나 같이 부딪히지 않았는데 짜아악~ 소리가 날까? 손바닥도 마주 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다. 그런데 하물며~

게다가 어떤 일이 벌어졌을때 시시비비를 떠나 잘못을 먼저 빌던 예전과는 달리 요즘은 나, 내 아이, 내 사람 편만 들며 상대를 나무란다.

그렇게 각자의 소리를 높이니 언제나 다툼이 큰 싸움으로 번지며 격한 감정충돌이 나기 마련이다.

언제부터 우린 늘 정도의 길만 걷게 된걸까? 왜 내 잘못은 손톱의 때만도 못하고 남의 잘못만 커다랗게 부풀린채 다가오는걸까? 나만 알고 커서?

그래선지 여기에 소개되는 글들은 읽으면 마음이 짠~해진다. 아, 사람들이 이와 같다면... 한없이 부러워지는 찰나다.

시대가 흘러 세상이 변하면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도 변하기 마련인데, 세상의 변화와는 상관없이 구시대적 감성으로 사람을 대하고 그에게 요구하니

요즘 젊은 사람들과 어떻게 충돌하지 않겠는가! 나는 구불거리는 국도를 달리지만 상대는 뻥뻥 뚫린 고속도로를 사정없이 밟아대는데 어떻게 간극이 좁혀지겠는가 말이다.

그래서 시집살이가 아닌 며느리살이로 바뀐 현실인가보다.

하지만 마음이 써늘해진 건 바로 윗글 때문였다.

부부싸움 할때 부모가 걸리면 버리라잖는가, 처녀가 시집 갈적에 집에서 나간다고(호적까지 파 간다고) 출가라고 했지만 요즘은 아들이 장가가도 매한가진가보다.

쌍둥이 아들만 있는지라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마음에 맞는 사람과 결혼을 하면 그즉시 남인가보다...하며 살아야 할 모양이다.

부산에서 나고 자란 내가 서울사람과 결혼해 살면서 가장 서러웠던게 싸우고 난 후 찾아갈 곳이 없더란 거였다.

남들은 친정으로 보따리 사들고 휑~하니 들어간다지만 그러기엔 거리가 너무 멀었다. 아는 이도 없던터라 집을 나갔을적에 갈 곳이라곤, 찜질방 뿐였다.

음식이 서툴러 기대고 싶어도 친정어머니가 요리해서 보낸 음식들은 2~3일 걸려 상하기 일수였고

임신 중에 위험하다고 집중치료실 들어갈 적에도 출산할 적에도 부모님 도움을 청하기 어려워 늘 혼자 감당해야했다.

시어머닌 쌍둥이 임신했을적에 돌아가셨고 시아버진 연로하신데다 장남만이 자식였던지라 막내인 우리가 기대할 품은 아녔다. 그래서 처절히 외롭게 보낸 시간였다.

그 탓인지 내 결혼생활의 모든 건 잘하든 못하든 내가 책임졌기에 어쩌면 아이들도 그렇게 하도록 선 그을지도 모르겠다.

결혼하면 더이상 눈돌릴 데란 없을 것 같지만 막상 살다보면 눈돌릴 데가 수두룩한 모양였다.

그러니 현관문을 나서면 남자든 여자든 남의 것이다 생각하고 살아야 내가 친 족쇄에 덜 갇혀 평정을 유지할 것 같았다.

아무리 닥달한들 다 큰 성인이 누구 말인들 듣겠냐고!

다 나 같은줄 여기지만 실제론 그들 또한 그리 생각코 산다는 사실, 너무 뒤늦게서야 알았다.

왜 나같지 않냐고 투정 부리며 나만 앞세웠던 탓에 늘 대화는 단절됐던 것이다. 내가 배려를 바라듯 상대도 비슷한 수준으로 배려를 받기 원한다는 사실...

한참후에야 느끼고선 마음의 끈을 느슨하게 풀게 됐다. 내 옆에 묶어 둔대서 묶여 있는 건 절대로 아니란 사실, 직간접적으로든 알게다.

애들 아빠랑 난 전혀 다른 성향을 가졌다. 주도면밀하게 움직이는 편인 나에 비해 애들 아빤 무대뽀 정신으로 일단 덤벼봐~ 하는 식이다.

음악과 책을 옆에 끼고서 끝까지가 아닌 내가 즐길정도의 적당한 선에서 멈추며 계절적 변화에 민감한 나에 반해

수영이나 등산 등 역동적으로 몸을 움직여 목표치에 도달해야 성취감을 느끼는 애들 아빠다.

채식과 해산물을 좋아하는 나와는 달리 애들 아빤 면요리와 육식이 위주다. 겉절이가 좋은 나라면 묵은내 팔팔 나는 신김치를 좋아하는 애들 아빠니...

먹는 것부터 취미, 성향적인 차이... 늘 평행선을 그으며 달렸다. 그러니 얼마나 사사건건 부딪혔겠는가!

그런데 위 그림을 보면서 단순무식... 왜 이 말이 애들 아빠와 결부돼 떠올랐는지 모르겠다. 나에 빗대 상대를 바라봤구나... 싶은 맘이 들었으니!

아이들에게도 늘 하는 말이지만 한가지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선 백가지 하기 싫은 일도 마다않고 해야 한다,

내 마음속에 있는 말, 내가 하고 싶은 행동, 그대로 드러내 놓고 살려면 무인도 가서 혼자 사는게 가장 낫다.... 스스로에게 돌아오는 말이기도 하다.

관계란 혼자 맺는게 아니다. 둘 이상의 사람이나 사물, 형상이 만나 얽히고 설키는게 관계맺음이다.

그러니 나를 앞세우면 엉키거나 끊어질 수 밖에 없다. 작은애가 제 형이 밉살스럽다고 고무줄총을 잡아당겨 쐈는데 이런~

제 손을 딱~ 맞춰서 손목 부여잡고 오만상을 찡그린 적이 있다. 자신이 쏜 화살이 상대를 맞추고 멈출 것 같지만 결국엔 내게 되돌아오기 마련이다.

그러니 결혼해 가정을 이룬 모든 남녀들이 어른들과 상대방을 대할때 어떤 맘가짐으로 관계형성을 해야할지 현명하게 판단 할 필요성이 있는 것 같다.

자칫 틀어진 관계는 상대방만 아픈게 아니라 내게도 미치는 영향이 크든 작든 있기 때문이다. 파문은 넓게 퍼지며 일잖은가!

이 책은 지금을 사는 모든 성인남녀들에게 현명한 관계형성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는 것 같다. 그림만 봐도 퍼뜩 상황이 떠올라 깔깔 대게 만드니... ^&^

 

투명한 유리구슬을 두손으로 받쳐 든 채 매섭게 쳐다보는 눈빛, 표지의 강렬함 때문에 선택한 책였다.

제목에서 느껴지듯 살인사건을 배경으로 둔 사건 전개가 어떤 상황들로 어떻게 펼쳐져 담겼을지, 섬뜻한 호기심 또한 일었던 탓이다.

 

'예쁘고 빨간 심장을 둘로 잘라버린'은 미스터리 스릴러 시리즈로 여형사 율리아 뒤랑의 4번째 이야기이기도 하다.

 

 

 

 

 

도대체 이게 뭐람? 싶었다.

따스하고 부드러운 유혹의 끝에 도사린 잔인하고 처절한 고통은 천국으로 이끌었다 지옥의 끝판을 보여줌으로써 죽음이 탈출구로 느껴질 정도였으니까!

 

에리카 뮐러는 단지 사랑을 받고 싶었다.

알콜중독에서 헤어나올 기미가 뵈지 않는 남편으로부터 느낀 좌절감과 불안은 자신감과 자존감을 더불어 무너뜨렸으니까.

그런 그녀에게 자신조차 무시했던 아름다움을 일깨워준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뭉개버리지 말란다.

변화를 꾀할 기회는 스스로가 쥔 거라 속삭이는데 혹하지 않을 이, 뉘 있으리~

 

사랑 받는 느낌에 황홀경을 헤맬 찰나 느닷없이 엄습한 고통은 죽음에의 공포를 넘어선 그것였다.
악몽이라기엔 너무나 처절한 이 상황을 선택한 것또한 자신였슴은 끝없이 저주하고픈 심정였을게다.

연쇄살인범의 사냥감였슴이 드러난 몇가지 공통점, 그것이 주는 의미는? 범인이 노리는 건? 피살자들의 공통분모는? 너무나 막연한 조각난 퍼즐을 어디서부터 맞출지?

 

 

 

 

 

여자였지만 상스런 욕지거리도 서슴없이 뱉는, 뻑뻑 담배 피워 물고 감정을 다스리지 못할때면 술독에 얼굴 파묻는 참 독특한 여형사 율리아 뒤랑였다.

미해결 살인사건과의 동일수법으로 살해된 것을 간파해 잠시 주춤거렸던 연쇄살인의 서막이 열린 걸 연결할 만큼 뛰어난 직감력을 가졌으되 거침없는 성격이기도 했다.

 

 

아니, 눈 씻고 봐도 비슷한 데를 찾을 수 없어요!

동기가 뭐든 간에 범인은 그걸 우리에게 알려 줄 생각이 없는 겁니다. 자기 패를 쉽게 내보이기 싫은 거겠죠.

'입술에는 금빛 바늘, 붉은 심장에는 암흑을 선물하는 이 연쇄살인의 범인은 여자들의 운명을 사냥하고 있다.'

그럼 그 여자들을 죽음으로 몰아 넣은 운명이란게 도대체 뭐란 말이지? 퍼뜩 떠오르는거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그 전에 죽었다던 두 여자, 카롤라 바이트만은 약혼자가 있고 부티크를 꼼꼼이 운영하며 자신의 삶을 조심스레 개척해 나가는 중였으며

요안나 알베르츠는 세무공무원으로 삶에 회의감을 느끼며 성적인 불만은 있었을지 몰라도 자신을 관리하는덴 게을리 하지 않느 여성였다.

서로는 전혀 알고 지낸 사이도 아닌데 이들이 왜 희생양이 됐단 말인가? 단지 자신의 삶을 사랑하며 진정으로 만족감을 느끼며 산게 아니라서?

 

 

 

 

 

유디트 카스너, 뛰어난 학생였지만 매춘부로 부유한 삶을 개척하며, 새로운 것에 대한 갈망은 끊임없이 도전하고 모험을 즐기게 했던 매력적인 여성였다.

베라 코슬로브스키, 한 남자에게 만족하지 못했던 그녀의 성향은 이혼녀가 됐고 파티를 쫓아 남자를 수시로 갈아치우면서 색다른 즐거움을 찾던 에이전시 운영자였다.

다섯명의 죽음이 보태지면서 별다른 공통점을 찾지 못해 상심하던 율리아는 느닷없이 생일을 묻던 프랑크에 의해 이들의 생일이 비슷하게 몰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신문의 별자리 운세를 뒤졌더니 엥? 10월 23일부터 11월 22일까지를 전갈자리로 본다?

 

그래서 전갈자리 여성에 관한 특징을 찾아 봤다. 뭐라고 적혔나면...

'대부분의 전갈자리 여성은 누군가의 사랑스런 연인, 아내, 어머니의 역할에 충실하는 걸 그닥 원하지 않는다.
눈부신 여성스러움 뒤에 누군가를 지배하려는 성향이 강한 탓이다.
당신이 그녀에게 호감을 표현하더라도 그녀는 열렬하게 반응하지 않을테니 맹목적인 헌신은 기대하지 마라.
그녀는 자신의 비밀스러운 개성을 방해 받지 않으면서 야먕과 용기가 있는, 자신의 뛰어난 지성에 어울릴만큼 지적수준이 높은 남자를 찾는다.
도전을 두려워 하지 않으며 설령 샛길에 빠져도 강인하고 순수한 모습으로 헤쳐나올 그녀는, 잔인할 정도로 정직하며 내면에 크고 작은 핵폭탄을 갖고 있다.'

 

 

 

 

 

심리학자의 도움으로 얻어낸 범인 프로파일 분석이 사이코패스의 성향을 파악해 용의자를 추려내면서 동시에 사건의 맥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는게 놀라웠다.

이로써 피살자의 상태가 상징적으로 의미하는 걸 납득하게 됐으니까 말이다.

 

오랫동안 그의 무의식에 남아있던 유년기의 정신적 외상이 어떤 사건으로 인해 갑자기 표출 되었고

이제는 이런 극도의 폭력성으로까지 발전한 것이죠.

......

그런데 범인이 다른 대부분의 연쇄살인범과는 극명하게 차이를 보이는 점이 있습니다. 바로 인정을 바라지 않는다는 것이죠.

우리의 범인은 그저 묵묵히 자기 일을 할뿐입니다.

......

저는 지금까지 쭉 범인을 '그'라고 지칭했습니다. 하지만 성관계를 갖지 않는데에는 또다는 이유가 있을 수 있죠. 바로 범인이 여자일 경우입니다.

리히터 박사가 범인이 여자일지도 모른다는 가설을 들었을때 경찰 회의실에 감돌았던 충격의 침묵,

나또한 이런 잔인한 살인을 여자가 했을리 없을거란 선입견에 사로잡혀 있었기에 멍때렸다.

'헉~ 그래서 그 이쁜 여자들을 눈으로 즐기고 학대하다 죽인걸까? 하지만 그 다섯의 여성들이 그가 아닌 그녀에서 성적인 충족감을 원했을리 없어~'

그렇게 무시했다. 아무래도 점성심리학자의 거짓 증언이 주체할 수 없는 자제심으로 생긴 일들을 감추려는 의도로 보였으니까.

게다가 그의 지나친 성욕 또한 화근이 될 것 같았는데 이런~ 그가 잠든 찰나에 이마에 총을 쏴 죽여 버렸으니 그도 범인이 아닌 모양였다.

율리아와 마찬가지로 헛다리 짚은채 누가 범인일지 추려 내느라 내 머릿속은 복잡해져만 갔다.

 

 

 

 

 

어렸을적 어머니가 목욕시키다가 머리를 물속에 처박은 공포감 때문에 불안증과 광장공포증을 가졌던 십대 소녀 마리아 반 다이크마저

치료의 조짐이 보일적에 사냥감에 의해 살해 된채 발견 돼자 경찰들은 충격에 빠졌다.

이제 막 자신감을 회복하고 삶을 즐겁게 살려는 의지를 갖게 된 소녀에게 무슨 죄가 있어서?

 

하지만 그녀의 죽음을 통해 여섯 여성들이 발견된 지점이 갖는 특정한 형태 또한 알게 됐으니, 그건 오리온 별자리였다.

또한 서로를 안 경우도 있었겠지만 특정 모임에서 여는 파티를 통해 알게 된 여성들이란 사실 또한 사건 해결의 추진력이 됐다.

 

다만 여기서 문제는, 오른쪽 아래에 있어야 할 레겔 혹은 발이라 불리는 별이 없다는 거에요.

오리온 자리에서 가장 밝은 별이죠.

점성술사였던 곤잘레스에 의해 발견지점이 오리온자리란 걸 안 형사들은 곧 마지막 살인이 벌어질거란 사실을 알게 됐다. 누가? 그 잘난척쟁이 남성편력가 자네트?

 

 

 

 

곤잘레스는 사냥꾼 오리온을 전갈이 독침으로 찔러 죽여 벌을 받아 밤하늘에서 밀려 난 거라 했지만 검색자료에 씌인 이야기는 좀 달랐다.

하지만 전갈자리 여성에게서 받은 상처 때문에

전갈자리를 가진 여성에게 자신이 가진 치명적인 매력이 스스로에게 독침을 찌른 것과 같다는 상징적 메시지를 보낸 것엔 수긍도 갔다.

 

다만 사자자리를 상승운으로 하는 전갈자리 여성이 모두 비슷한 건 아닐텐데 모두 다 같다고 여긴채 희생물로 삼은 건 지나쳤다는 생각 또한 들었다.

전갈자리에겐 천적으로 비쳐질 오리온자리에 이들 여성의 시체를 배치한 치밀함은 놀랍기도 했지만 말이다. 

 

 

 

 

리히터 박사가 범인 프로파일을 작성하면서 범인의 심리상태가 돼 느낀 건, 범인이 누구일지 추적할 실마리도 됐을까?

그 나름대로 그 주변사람들을 하나하나 대입하면서 혹여 이 자가? 아님 이 여인이?

그렇게 의심의 눈초리로 잣대를 들이대며 추리다가, 같은 별자리 운세를 가진 연인에게 조심할 것을 경고하게도 됐으니까.

 

하지만 문란한 사생활과 우월한 자만감에 사로잡혀 있던 유명 여배우 자네트 리버만의 시체가 발견되면서 오리온자리가 완성 돼자

더는 살인사건이 발생하지 않을거란 안도감은 들었지만 일곱명의 여인의 죽음을 막아내지 못한 경찰의 한계 또한 드러 났다.

사건의 위협과 협조를 바래며 연 기자회견에서 한 기자의 의문제기로

주차빌딩의 CCTV 영상을 분석하던 중 마리아의 차 옆에 함께 있던 여인을, 마리아가 발륨 때문에 의식이 없을 시간에 마리아의 차를 빼는 여인을 발견하면서 경악했다.

사건 관련으로 만났던 알렉산더 마이바움 교수의 부인일줄이야~

그녀가 리히터 박사를 찾아 어릴적부터 짓눌렀던 정신적 외상에 관해 털어놓은 건 신부님에게 찾아가 고해성사를 함으로써 마음 속 짐을 덜려는 행위와 비슷하지 않을까?

 

 

 

 

정신적 충격 혹은 스트레스 때문에 성불구가 된 남편을 돕기 위해 무엇이든 서슴치 않고 행동으로 옮겼다는 카르멘 마이바움... 무서웠다.

여자의 진짜 적은 여자 그 자체다!

같은 성이라 동질감을 느낄 것 같지만 실제론 친절한 얼굴 뒤에 가려진 송곳니로 언제든 깨물어 뜯을 수 있는 것 역시 여성임을 알때

아무도 믿고 의지할 수 없는 현실이 시무룩하게 만들었다. 고부간의 갈등이란 말도 괜히 나온 건 아니잖는가! 나일땐 이해 돼도 상대일땐 헐뜯을 빌미가 되니...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사랑은 좋을때나 나쁠때나 함께 견뎌내는 거예요. 사람을 죽일 필요는 전혀 없다고요.

부인은 사악한 계획을 세웠고, 그 계획을 실현하는 데에만 모든 초점을 맞추었어요. 안타깝게도 결국 그 계획은 성공하고 말았죠, 거의 완벽하게 말이에요.

사람 좋아 뵈면 내 쓰임새대로 갖다 썼다 쓸모 없어지면 헌신짝 버리듯 팽개치는 이기적인 내 잣대가 갖는 슬픈 단면 또한 보는 듯 했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그에게 갚는게 아니라 내게 해꼬지 하지 않은 불특정 다수에게 단죄한단 명목으로 화풀이하듯 행동에 옮긴 것 또한 불합리 해 뵀다.

사람으로 받은 상처, 사람에게 치유 받아 스스로의 행복을 찾아내면 좋으련만 그러기에 우리가 갖는 제한은 뛰어넘기 어려운 한계인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