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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I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난, 아이들의 선호와는 상관없이 무작정 들이밀었다. 엄마가 좋아하는 부류가 어떤건지 한번쯤은 봐보라면서 말이다.

과학적 사고와 수사로만 문제해결에 접근하는 줄 알았는데 엥? 사람과 사람간에 부대끼며 생기는 문제라선지 사회 전반적인 상황을 아우르고 있었다.

영웅이의 제안으로 CSI 클럽이 만들어졌고, 고문으로 이상해 형사를 모셨다.

그러나 이형사는 꼬질꼬질한 모습으로 청소만 죽어라 시켜 아이들 볼멘소린 극에 달했다. 어떤 인연으로 엮인건지는 1편을 봐야 알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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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 만화가 아녔잖아. 처음에 만화로 그려진 건 꼬드겨 읽히려고?"

들어가고 나가는 부분만 만화고, 나머진 빽빽한 글자여서 애들 표정 이그러지는게 장난 아녔다. ㅋㅋ

"박물관에서 보던거다! 그런데 가짜가 더 진짜인것마냥 만들어져 돌아다니지 않아? 보통 사람들은 맞다고 우기면 그런가부다... 할 수 밖에 없잖아."

그래서 조목조목 설명을 하고 있었다. 광택이 은은히 돌며 자연스러운 색감이라는 것, 무늬를 팔때 하나하나 공을 들여 지금 시대의 사람들은 흉내 내기 어렵다는 것...

도자기의 이름이 길고 어렵게 붙여져 기억하기 어렵다며 볼멘소리 했는데, 이름을 짓는데도 원칙이 있었다.

이젠 그 원칙('도자기 종류+만드는 기법+무늬 모양+쓰임새'에 따라 이름을 짓는거라니까)을 이해하면 기법과 쓰임새까지 떠오를 듯 싶었다.

"그래도 영웅이네 엄마가 친구한테 배신 당한 건 아녀서 다행이다. 절친이라고 생각했던 친구가 뒷통수 치면 죽여버리고 싶거든."

"그렇게 잘 살던 사람도 한순간에 쪽박 차네? 지금 잘 살지 않으면 앞으로를 장담 못하겠어. 무섭다~"

쌍둥인 CSI 클럽아이들이 진짜 고려청자가 어떻게 만들어졌고 가짜와 어떤 다른 점이 있는지, 영웅이네 엄마 친구를 어떻게 찾아냈는지는 관심 밖였다.

오로지 친구한테 사기 당했다는 사실, 그러나 진실은 일부러 그런건 아녔던 현실이 더 와닿았던 모양였다.

"드디어 살인사건 현장! 얘네들은 운 좋네,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게 아니잖아. 토 나올 것 같아도 CSI 요원이 되려면 길들여 놔야지!"

"형사들이 놓치는 부분도 있네? 그게 경험 차인가봐.

게다가 의원은 왜 국회의원이 다라고만 여겼지, 지방정부 의원은 꼽사린가? 돼게 서운하겠다!"

끼는 걸 좋아하는 치국이가 CSI 클럽에 들어오면서 벌어진 살인사건에 운좋게 참관할 수 있었던 건 이형사의 현재 상황과도 맞물린 모양였다.

이형사 통장에 자신도 모르게 입금된 돈으로 근신 중인 모양였으니까. 돈에 얽혀 일이 나쁘게 꼬이면 그것처럼 치졸해 뵈는 것도 없는데 말이다.

"나는 국회의원이나 지방의원들이 뭘 하는지 잘 모르겠어. 할 일 제쳐놓고 싸우기만 하드만, 나 못가는데 잘만 놀다 오드만...."

하나의 상황이 전부인냥 여기지 않게 하려면, 국회나 의회에서 하는 일들을 글자가 아닌 눈으로 보게끔 해줘야 할 모양이다.

경제는 나와 깊숙히 얽혀 있지만, 그만큼 속속들이 모르거나 알고 싶어하지 않는 부분이기도 하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놀잇감이나 과자류를 잔뜩 사모으는게,

인터넷상으로 클릭클릭~ 구매 하거나 마트 혹은 시장에서 고르는 물건이 어떤 과정을 거쳐 내게 전달되는지는 아이들에게 큰 의미가 아녔으니까.

그저 자신들이 필요한, 좋아하는 게 제 손에 들어오기만 하면 그걸로 된 거였다.

"밭떼기로 사고파는 건 운이 절반이상이겠네? 변덕스러운 날씨가 누구 편이냐가 중요하잖아. 게다가 밭떼기로 팔았으니 끝났다고 농부가 손 놓으면 어떻해?"

"상인들이 마음 심보 나쁘게 먹으면 자기는 이익 볼 줄 몰라도 다른 많은 사람들은 손해네. 나 살자고 남 죽인 꼴이잖아. 나쁘다~"

망쳐진 밭에서 증거를 찾아 꼼꼼이 살피는 아이들의 모습보다 마주쳤다하면 으르렁 대던 영웅이네 고모와 이형사의 부딪힘이 훨씬 재미났던지 애들은 키득키득~

저러다 정들지!

"아니 어떻게 바닷가 살던 꼬맹이가 서울역으로 휩쓸려 갔대? 입양부모 잘 만나 잘 컸으니 다행이지, 그렇지 못했담 서로가 얼마나 한스러웠을까!"

"꼬맹이적 기억은 안나는데 다니엘은 대단해. 바닷가 근처에 살았다는 것, 아빠가 배를 만들었다는 것... 안잊고 어떻게 기억해뒀지? 그만큼 그리웠을까?"

잃어버렸든 버렸든, 자신의 부모를 찾고픈 마음은 혈육에 대한 끊지 못할 정인가 보다.

다니엘의 부모를 찾아주고픈 마음에 CSI 클럽 아이들은 배를 만들만한 바닷가 근처의 도시를 떠올렸다.

영웅이네 집에서 다니엘이 대게를 먹다 결정적인 힌트를 떠올리자 아이들은 주저없이 달렸다. 오랜시간 떨어져 살았어도 비슷한 모습인 부자간의 상봉이란...

"피는 못속인다매, 딱 맞았어! 그런데... 다니엘이 한국 와 살까? 한국어도 잘 못하는데 가족들이랑 어떻게 말하지?"

"내 주변의 키워드를 확실히 알아둬야 나중이 편하겠어. 다니엘은 몇가지 기억이 없어도 그게 핵심키워드라 원하던 걸 얻었잖아. 그럼 나 사는 동네는...."

사건 의뢰가 들어온 것도, 그것이 복잡한 문제인 것도 아녔다.

사회적 현상과 단편적인 지식으로도 얼마든지 접근할 수 있어, CSI가 과학적 사고와 실험도구로 사건을 해결 한다는 중압감을 어느정도 덜어줬다.

아무나 하는게 아니야... 거리를 뒀는데 이 책을 통해 나도 이 정도쯤은 뭐... 해볼만 하겠단 자신감을 갖게 했으니까.

"TV 속 모습이랑은 전혀 달랐지만 애들이 하는 거니까 뭐. 이 정도로 푼 것만도 대단한거지!"

"그러니까 우리가 공부하는 건 살면서 맞닥뜨릴 모든 상황을 조각조각 내 풀어 설명한걸 배우는 거네? 그럼 몰라도 크게 불편할 일 아니잖아?

그건 곧 공부 못해도 사는덴 지장없다, 그렇지?".... 얘기가 왜 그리로 튀는지 모르겠다. 공부 안하는데도 꼭 이유는 있다. 

"연어? 초밥 위에 올렸던 그것? 살 통통 기름졌던 술러덩 넘어간 그것? 먹고 싶다 쩝쩝~"

"살려고 발버둥 치던 연어를 할퀴고 낚아채고 찌르고... 어떻게 그 순한 걸 먹으려고만 드냐? 슬픈걸~"

 

연어에 대한 생각은 이렇게도 달랐다. 모천회귀성(母川回歸性), 그래서 연어는 반드시 알에서 깨 자랐던 곳으로 돌아와 알을 낳고는 죽는다... 그렇게만 여겼다.

연어는 그게 다인 줄 알았다. 굵직한 몸만큼이나 통통한 살과 발그레한 알이 침샘을 자극하는... 식재료의 하나로만 말이다. 하지만 연어의 삶을 접하고는... 뭉클했다.

 

 

배에 먹이 주머니 하나씩 달고 알 껍질 뚫고 나온 연어 새끼는 입이나 소화기관이 형태를 갖추기 전까진 그걸로 먹고 산다.

뼈대도 제법 단단해져 힘차게 돌아다니면서 하루살이나 파리, 모기, 나방 등이 떨어지면 잽싸게 뛰어올라 잡아 먹기도 할만큼.

"왜 차갑고 신선한 물을 찾아 찬데로 자꾸 나가지? 그냥 동해 바닷가에 머물면 덜 위험했을껄...."

"위협은 목숨을 앗아가기도 하지만 그만큼 성장하는 것도 같아. 연어에게 그런 변화와 위험이 없었다면 덜 야무지고 많이 나약해져 물살을 거스를 힘도 없었을껄?"

 

 

"오두막 할아버지같은 사람은 소수지? 나도 낚시대에 물고기가 안걸려 든다고 바락바락 성질 냈는데... 어떻게든 잡아서 회 쳐 먹고 싶었는데... 사람들은 오죽할까~"

"맞아 물고기를 낚았을때의 뿌듯함이 좋아 '물어라 잡혀라' 기도하며 부러워 했거든. 막 잡아 썰어서 초고추장에 찍어 입안에 쏘옥~

녹아들어가는 물고기의 살 맛을 잊을 수가 없었는데... 내가 그동안 뭔 짓을 했담? 아~"

새끼연어들은 숲의 나무들이 품어주는 보살핌에 혼자인게 덜 외로웠다. 숲이 내는 향기, 몸에 닿는 물의 감촉에 흠뻑 젖어들며, 그 체취를 꼭꼭 담아뒀다.

그러나 물의 온도가 올라가자 숲의 나무들은 더넓은 곳으로 가라고 새끼연어들을 다그쳤다. 더 넓은 세상? 불은 강물을 따라 밑으로 밑으로? 왜?

새끼연어들에겐 풀리지 않는 궁금증였다. 알에서 깨어났을때 혼자인 이유가, 살던 곳을 떠나야 하는 이유는,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위험을 무릎써야 할 필요성을!

 

 

"연어는 찬 물이 좋나봐, 자꾸 써늘한 곳을 찾아 이동하잖아."

"그런데 새들에게 그렇게도 쉽게 잡히나? 쏜살같이 내리꽂는 새가 부리나케 헤엄쳐 도망치는 연어를 따라 잡으니... 어쩜 좋아.  

곰한테도 휙~ 사람이 던진 작살에도 켁~ 뭐야 이러다간 어떻게 집에 돌아가?"

"그런데 연어도 볼 걸 다 볼까? 하늘을, 제주변의 것들을, 자연이 내는 소리를, 죽어가는 친구들을... 그렇게 눈안에 담고 마음속에 재워 놓을까?

자연이 내는 소리를 사람들이 다 알아듣는다면 사람들은 결코 함부로 행동하지 못할껄?" 그럴지도 모르겠다.

저렇게 쉽게 잡히는데 도대체 제 사는 데로 얼마나 돌아오겠는가. 산란하러 돌아오는 연어를 몽둥이로 때려잡았다고도 하니 뭐~

 

 

"연어가 제 살던 데로 돌아올땐 먹지도 않고 무조건 헤엄쳐 오른대.

밥 먹고 움직이면 둔하기는 해. 그래도 간간이 먹어줘야 기운이 나는데 얘네들은 어쩜 그렇게도 죽자살자 거슬러 올라오냐?

참 불쌍하게도 태어났다, 왜 그처럼 힘들게 알을 낳으려 든담?" 

목적은 살아야 할 이유가 됐다. 마땅히 그래야 할 것들이 쉽사리 이뤄지지 않아 더 귀한 의미가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제 살던 데로 다시 돌아와 알을 낳으면서 엄마아빠의 삶을 이해할 수 있게 됐어. 너도 커서 해봐라~ 엄마가 그러는 건 겪어봐야 안다는 거지?"

"어쩜 연어는, 차가운 물을 찾아 움직이면서 살려고 발버둥치면서 거슬러 오를 힘을 쌓은 건지도 몰라. 바다에서의 삶은 다시 돌아가기 위한 밑거름였어."

암컷 연어가 뱃속에 알을 가득 품은 그 순간부터 생명이 잉태 된 줄 알았는데 허걱~

암컷이 알을 낳고 수컷이 정액을 쏟아부어야 산란이 끝난단다.

톡톡 튀는 알밥을 좋아하면서도 잉태 될 생명을 씹는단 느낌에 부담스러웠는데, 한 짐 덜었다. ㅋ

 

 

 

연어가 순한 모양이다. 이래저래 잡혀 사람 손을 빌려 수정 한다니...

어짜피 알을 낳고는 죽을 운명이지만 암컷 배를 갈라 수컷 정액을 뿌려 휘휘 저어 수조에 담궜다 방류한다는 얘긴 왠지 모를 거부감이 들었다. 억지스러워설까?

동물의 먹잇감이 되거나 물속 미생물의 먹이가 돼 숲의 일부가 되니

책에선 연어를 그리 빗댄 것 같다. 은빛이의 생각처럼 '연어의 죽음은 숲을 푸르게 하는 아름다운 순간'이 맞는 모양이다.

숲에서 나고 자라 숲으로 돌아가는게 자연스러운 일임을.

 

 

"우리가 물을 더럽히고 오염시키면 연어가 제 고향을 못찾겠지?

연어가 제 살던데로 돌아올 확률이 적은 건 새나 짐승들에게 먹혀서이기도 하겠지만 사람 탓이 젤 클거야."

"적응력이 가장 뛰어난 게 사람이랬지? 그런데 연어도 지지 않는 것 같아. 강물에 살때랑 바다에 살때랑 알 낳을때랑 수시로 바뀌잖아.

마지막엔 날카롭고 사나워 보여, 종족번식을 방해하지 마라... 뭐 이건가?"

그림이 따스한 느낌을 줘 좋았던 것 같다. 연어의 일생을 한눈에 그릴 수 있게 해 놨으니까.

게다가 연어의 삶이 돼 살아본 순간여선지, 연어를 이용한 요리에 한동안은 손이 안 갈 것 같다. 삶은 누구에게나 전쟁인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