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아이와 말 할때 화가 날까', 책 제목에서부터 공감이 팍~ 왔다.
지나보니... 유치원때까지가 그나마 말 잘 듣고 고분고분했던 때 같다.
초등학교에 들어간 순간 아이들은 지금까지의 자유분방함과 정형화된 교육의 틀 속에서 부대끼며 몹시 혼란스러워 하더니
내 것을 놓지 않으려·당하지 않으려 기를 쓰고 방어한 끝이 공격적이고 반항적으로 바락바락 대드는 모습였다.
'내 탓이야~'보단 '난 아냐~'강한 자기방어적 모습이 되려 안타까웠다. 타인을 배려하기보단 혹여 자기 것을 뺏길까 두팔 그러모아 움츠러 든 모습이라니...
동안이 대세이고 나이가 들수록 나이를 초월한 옷을 입고 싶어 하는 '나이융합시대'를 살아가지만 어르느이 말은 있어야 한다.
아이들도 제대로 된 말을 듣고 읽을 권리가 있다. 아이와 어른의 조화가 이뤄져야한다.
소통의 빌미로 아이들의 말을 하는 따라쟁이 어른이 아이들에게 우스갯거리로 비칠까봐 걱정된다.
언어가 가진 특징은 소통을 위한 기호성, 제멋대로 우연히 결합한 자의성, 사회적 약속체계로 임의로 바꿀 수 없는 사회성,
시간의 흐름에 따라 조금씩 바뀔 수 있는 역사성, 톡톡 끊어 언어적으로 표현 한 분절성, 정확한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필요한 법칙성 등....
그런데 소셜이 발달하면서 긴 설명 대신 짧막한 표현으로 정보 홍수 속에 우위를 잡으려 해선지 철자법이 무시되거나 줄임말 남발,
모든 상황을 아우르는 이모티콘적 정서표현이 앞다퉈 표현되는 걸 보면서 우리글이 이렇게 변절 돼도 되나~ 멍하니 쳐다볼때가 더러 있다.
아름답게 치장 하려 화장을 하고 구색 맞춰 옷가지를 챙겨 입는데도 결국 맨얼굴로 일상복으로 갈아 입고 맘대로 딩구는게 가장 자연스러운게 우리네 모습이다.
덧칠은 쉬 벗겨지며 치장은 걷어내기 마련이니까.
초등학교 다닐적에 형용사적 언어표현을 빗대 화려하게 글을 쓰는 친구가 있었다.
그 아이의 글을 읽을라치면 화려한 궁중무도회에서 치맛자락 나폴대며 까르르 넘어갈 듯 멋져 보였지만 내 글은...
친구들이랑 잠자리채 들고 촐싹대며 호들갑 떠는 단출한 느낌인지라 비교하듯 쪼그라 들었다. 그러나 어째선지 백일장에 가면 상을 타는 건 늘 내 몫였다.
그 당신 이율 알 수 없었지만 한참 후에야 쉽고 편하게 읽히는 글이 공감대도 크다는 걸 알게 됐다.
언어적 표현은 그런게 아닌가 싶다, 그 나이대에 그 수준에 맞춘 그다운 자연스런 글여야 한다는 걸.
평상신 정신줄 놓게 쫑알대는 아이지만 남들 앞에서 의견을 말해야 할때 우물거리며 내 뒤로 숨는 아일 이해할 수 없어 쳐다본 적이 있다.
늘상 쓰는 우리네 말인데, 영어 같은 다른 나라 말로 하란 것도 아닌데 왜 여러 사람 앞에서 제대로 말하지 못할까 무엇이 문젤까 고민 했었다.
그때 얻은 결론은 상황에 맞춰 생각을 정리해서 말 하는 요령이 부족해서가 아닐까였다.
그때부터 아이에게 내가 느낀 감정 표현하기, 경험을 통해 얻은 생각 말하기, 상황 설명하기... 등 구체적으로 감정을 언어화시키려 했다.
귀찮아 하는 아이들 붙들고 자신의 감정을 구체화시키는 과정을 반복해선지 주눅들지 않고 제 뜻을 말하긴 하지만 문젠, 거친 표현 또한 서슴치 않다는데 있다.
사랑은 넘칠때 잉여가 되며 과잉공급은 결국 쓰이지 못한채 폐기물이 돼 버린다.
키워준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말이 나오도록 키우는게 바람직하다.
내 아이라 사랑으로 책임지고 키워야 한단 의무감은 있지만 그렇다고 온전히 나를 희생해서 아이를 떠받들듯 키워야 할 필욘 없다고 생각했다.
아이랑 먹을 것도 다투듯 먹고, 아이에 앞서 아빠 걸 먼저 챙겨 놓으므로써 우선순위나 서열을 선 긋듯 명확히 해 놓기도,
밤 9시가 넘으면 육아해방시간이라며 아이들이 잠을 자지 않고 있더래도 어떤 요구나 부탁도 들어주지 않으며 엄마의 쉴 권리를 주장한다.
아이들이 학교 간 시간은 철저히 나를 위한 시간으로 활용하며
아이의 인생을 엄마가 대신해 줄 수 없듯 엄마의 삶을 아이가 책임져 주지 못할 것을 염두에 두고 내 미래를 재단하며 아이보다 나를 우위도 두는 편이다.
그래야 나중에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너 하나만을 보고 산 삶인데... 허탈감을 덜 느낄 것 같아서다.
물컵에 욕심껏 넘치도록 물을 따라 부었대도 마실 수 있는 물은 컵안에 든 물까지다. 넘쳐 흐른게 아깝다고 주워 담을 수 있는 것도 훑어 마실 수도 없는 노릇이니
부족하건 과하건 의미없는 몸부림이다. 그렇다고 대신해 알아줄 이도 없으니 말이다.
가장 와닿은 부분은 형제자매간에 싸울때 부모가 어디서 간섭하고 어디까지 놔둬야 할지에서다.
쌍둥인 서로 위하고 다독이며 친밀하게 챙길거라 여겼는데, 울 꼬맹일 보니 철천지원수도 이만할까 싶을만큼 눈만 마주치면 불꽃이 튄다.
1분 차이라 형인 것도 아우인 것도 서로에겐 별의미가 없는지라 자칫 내가 나섰다간 누구 편만 드네, 항상 외면 당하네, 억울하네... 뒷말 듣는지라 난처하기 일수였다.
당사자끼리 결론 내리도록 섣부른 개입과 결론을 짓지 말란 말에 아아~~
원망적 언어학대는 자아존중감을, 거부적 언어학대는 사회적 고립감을 심화시킨다는 말에 또한번 놀랬다.
무시하는 등의 거부적 양육태도가 반항적이고 공격적으로 만든대서 내가 그러진 않았나 화들짝 놀래 돌이켜 봤으니까.
드센 남자 아이를 한꺼번에 둘씩 도맡아 키운다는게 쉽지는 않았다, 것두 아이라면 몸서리 칠만큼 싫어하던 내가.
책읽는 걸 즐기는 엄마의 조용한 취미 따윈 안중에도 없었다, 휘익~ 휘젓고는 무슨 일 있었냔 듯 천연덕스레 웃는데...
제자리에 흐트러짐 없이 정돈 돼 있어야 맘 편히 눕는 나를 늘 시험에 들게 엎질러 놓고 아무데나 놔두고 흐트러놓고...
치우다 돌보다 너무 힘들어 빽~ 소리 치며 원망스레 말했던 적이 분명 있었다. 그게 지금껏 꽤 쌓인 것 같으니 아이들의 거친 반항 또한 내가 만든 내 몫이구나 싶었다.
손안에 들어오는 휴대폰에 내 모든 관계를 저장해 두었다는 사실과 내 머릿속 기억의 저장 창고는 소중한 사람들의 전화번호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걸 말이다.
지인들 혹은 일과 관련된 사람들의 연락처, 그리고 그 안에 저장시켰던 수많은 아이디어 메모, 사진...
그러고 보니 휴대폰이 폰이 아니라 내 기억의 저장창고였고 지인들과의 망이었으며 수많은 강의 자료로 쓸 사진들을 담은 카메라였으며
지식을 넣어둔 내 머리보다 더 똑똑하고 믿을만할 머리였던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분실한 순간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마무리되는 글의 핵심은 글이 아닌 말로 소통하자였다.
글은 생각할 여지도 실수할 확률도 적어 선호하는 편였는데 저잔 전화통화를 하라고... 얼굴 맞대 말로 주고 받으라고 채근한다.
일반화시키는 글보단 숨결을 느끼며 감정을 살필 수 있는 말로의 소통이 훨씬 진솔한 맛이 있어설까?
그러나 아이랑 전화통화를 할때면 쏴붙이기만 해서, 애들 아빤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해서 끊고 싶어졌는데
감정조절과 말로 설득하며 대화하는 법을 익힐 겨를이 없고 들어줄 마음의 여유가 없어 '나'만 무성히 소용돌이치다 제자리 못찾아 흩어진 꼴였나보다.
모든 화도 복도 입에서 나오니, 어떤 말을 어떻게 사용하냐에 따라 우리네 길흉화복도 결정 되는 것 같다.
그러니 내가 뱉는 말에서 아이의 삶의 질이 결정 돼고 그것은 곧 부메랑 돼 내게도 돌아온다는 오싹함을 느껴야 할 것 같다. 입이 보살이라잖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