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소풍 가고 싶단 말야, 세월호 사건 땜에 작년엔 학교 콕~였어.

엄마랑 가는 건 나들이고 학교 친구들이랑 선생님하고 가는게 소풍이지, 어떻게 같은 급으로 얘기하냐? 먹을거 사들고 바깥에 간다고 다 소풍인 건 아니거든!"

그렇게 많이 데리고 다녔건만 아이들은 친구들이랑 바깥 구경하는데 더 큰 의미를 뒀다. 그래서 소풍의 뜻을 찾아보게 됐다.

"엄마 봐라? 학교에서 자연관찰이나 역사 유적 따위의 견학을 겸해 야외로 갔다 오는 걸 소풍이라 한대. 그러니까 어디서 누구랑 했냐, 그 주체가 뜻을 나누는 거얏!"

쉬려고 바깥에 나갔다 오는 것 또한 소풍인데, 아이들은 '학교에서'가 중요했던 모양이다. 재차 강조들 하고 섰으니!

 

 

"뭐야, 왜 아빠가 소풍에 더 들떠? 자기가 돈 번다고 과자랑 먹을 걸 엄청 사다 놨네. 아들 줘야 하는 거 아녔어?"

"근데 왜 엄마가 항상 해결사야? 아빠는 떼쟁이고?.... 남자라고 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만 하려 드는 건 아니거든!"

남자들은 대체로 자기 욕심부터 챙기려 드는 것 같다고 했더니, 쌍둥이 또한 남자라고 역성 든다.

가만 보면 우선순위에서 남자들은 자신이, 여자들은 아이들이 먼저인 게 아닐까 싶다. 애들 아빠랑 애들 하는 짓을 보면... 비슷해 보일 때가 참 많다.

 

겐이치는 초등학교 2학년이다. 이젠 부모님들이 소풍에 따라갈 나인 아니란 거다.

그런데도 소풍 가는 전날부터 겐이치 아빤, 아들이랑 함께 소풍 갈거라고 보챘다. '유치원 꼬마가 아니니 밥 먹고 회사나 가욧' 엄마 말엔 끽 소리도 못할거면서.

아빠가 수그러드나 싶었더니 뜬금없이 책가방이 소풍 가고 싶다며 팔다리 쑤욱~ 시커멓고 두툼한 눈썹이 씨익~ 눈코입이 뻥~ 까무라치는 줄 알았다.

 

 

"상상이 지나쳤어, 어떻게 물건들한테 생명력이 생기냐? 좀 그럴싸하게 얘기 짓지!"

"우리랑 너무 가까워서 마구 대하는 것들에게 그들의 입장이 돼 보란 뜻일게야.

너 책가방 휙~ 집어 던지잖아. 툭~ 아무데나 놓잖아. 쭉~ 긁혀도 뭐 어때 그러고 말잖아. 또 사면 그뿐이란 생각이 문젠 것 같아.

그네들의 상황에서 보면 엄청 열 받고 서운하고 토라져 도망치고 싶을텐데 말야."

책가방은 겐이치에게만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가 아녔다. 엄마아빠에게도, 친구들 한테도, 선생님조차 말 따박따박 대꾸 했으니 말이다.

"수학의 덧셈뺄셈? 그걸 누가 못해, 작은수는. 수학도 스토리텔링으로 들어가니까 머리속 셈이 뱅뱅 돌지? 얘 웃겨, 셈하다 막히니까 배가 빵빵해진다잖아. ㅋㅋ"

"책가방 땜에 겐이친 사물함에 들어가 있는게 낫겠단 소릴 들었잖아, 왜 아는체를 그렇게 해? 책가방이니까 힐끔거리거나 들은 풍월이 많아 척척인 걸테지. 치이~"

 

 

싫은 소릴 들을때면 기분이 상한다.

추켜 세워주면 금새 헤헤~ 거려진다.

그런 순수한 아이들 반응이 귀여웠다. 아는 척, 아닌 척, 한 척 하지 않잖은가!

"책가방이 달팽이 과라고? 남자도 됐다 여자도 됐다? 그런게 어딨어. 색깔 칠해 놓고 장식 딱 붙이면 남자 것, 여자 것 나눠지지 않아?

공장에서 복불복으로 나누기까진 여자도 남자도 아녀서? 그건 완성품이 아니니까 애긴게지!"

아이들이 책가방이 여자인지 남자인지 숙덕거릴때 심술쟁이가 나나 모자를 뺏아갔다.

솔개가 그 모자를 채가고 책가방이 유부를 높이 쳐들어 솔개 발을 잡을때까지 순식간에 벌어진 일였다. 책가방은 솔개가 유부를 좋아한단 걸 어찌 알았담?

 

 

"뭐야, 책가방의 영웅담인 셈이잖아. 책가방 주제에 아는게 많다고 신기해하는 아이들에 둘러싸여 우쭐거렸는데

심술쟁이가 나나 모자를 뺏은 바람에 졸지에 모자 찾아주고 자신은 다친 용감한 영웅이 돼 버렸잖아. 책가방을 그리 만들어서 뭘 얘기하려 든 걸까 작가는?"

"그러게, 말대꾸 또박또박 하는데도 예의 갖춰 조곤조곤 말해. 그래선지 어른들이 화 안내고 듣네?

아는 건 척척 대답하면서도 모르는 문제가 나왔을때 버벅대지 않고 재치있게 둘러 대. 그러니까 선생님이 혼 내키지 않네?

충분히 놀았으면 이젠 책가방으로 돌아가 달라고 엄마가 그랬을때 싫은티 냈잖아. 서로 오해할만도 한데 차분히 제 감정을 말하니까 엄마가 더 챙겨줬어...."

 

 

굵직한 글자가 글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 좋았다. 친숙한 소재에 봄소풍의 이미질 함께 떠올릴 수 있어 즐거웠다.

괜스레 따스한 기운이 즐겁게 솟구쳤으니까.

아이들에게 다른 방식으로의 독후감을 접근할 수 있게 만들어 건넸더니... 좋게 말하면 개성, 나쁘게 말하면 건성으로 하는 척만 해 놓은 것 같다.

그래서 한줄 정리를 해 보랬더니

석희... 책가방도 친구 돼 함께 놀 수 있다. 하지만 모두의 시선을 독차지 해 밉상 됐다가, 내 걸 뺏기거나 잃을 수 있단 생각에 안절부절하게도 만든 참 묘한 녀석였다.

석주... 책가방한테 내 짐을 다 들게 했더니 투정, 몸살, 응석 죄다 부리며 티격태격~ 그렇다고 모른체 할 수 없으니 가족인 셈였다. 쳇!

'삼시세끼? 삼시에 세끼나 먹어?' 애들의 반응에 순간, 멍해졌다. 삼시세끼가 아이들에겐 그런 의미였나 싶은게!

tvN에서 방영하는 삼시세끼를 분명 애들이랑 봤었다. 아침 먹고 돌아서면 점심 먹을 준비하고... 점심 먹고 돌아서면 또 저녁 먹을 준비하고...

아침·점심·저녁의 세때를 삼시, 하루에 먹는 세끼 밥상, 그래서 삼시세끼라 하는건데 수시로 먹는 애들에겐 밥상과 간식, 야식의 구분이 애매했던 모양였다.

 

 

속담이란 옛부터 전해진 조상님들의 지혜가 담긴 빗댄 표현을 말한다.

문장의 형태를 띠며, 일상생활에 필요한 가르침이, 대놓고 말하기 보단 비유적으로 어른 표현이다.

​

가령 석주가 방이 들어간 순간 석희가 악 쓰며 화 낼적에 상황을 모르는 난 석주를 다그치기 마련이다.

그때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라는 속담이 맞는 표현, 아닐까? 딱 맞아 떨어져 마치 그렇게 만든 것마냥 의심 받는 상황을 일컫는 말이니까.

구구절절이 설명해 봤자 핑게로밖에 들리지 않는 상황에서 아주 효과적인 표현이 속담이 아닐까... 순간 생각 됐다.

"말하기 귀찮았나봐, 속담이 엄청 나. 먹는 것에도 이렇게나 많이 들이 댔다면 일상에 쓰인 표현은 얼마나 많을까?"

"그러면 옛이야기가 다 속담을 끌어내기 위한 부수적인 설명이기도 했겠네. 교훈을 주기 위한 말였으니, 애들한테 가르치려고 속담을 만들거어 낸 게 아녔을까?"

 

 

밥상과 관련된 음식을 굵직하게 몇가지 나눠, 그와 관련된 속담을 우화나 생활글을 곁들여 설명해 놓고는 영양가 챙기는 말들을 친절히 덧붙여 놨다.

한그릇더 챙기라며 비슷한 속담이나 같은 낱말이 들어간 속담, 재미난 우리말에 관한 부수적인 이야기거리로 꾹꾹 눌러담아

더 먹이려는 할머니의 곰살맞은 손주사랑을 보는 듯 했다 할까?

"남의 손의 떡이 커보인다... 맞아. 분명 내가 커보이는 걸 들고 왔는데 자리 앉아서 슬쩍 친구 걸 보면 내가 적은 걸 들고 온 기분이라니까. 계량기로 무게 잴 수도 없고...

싼 것이 비지떡... 그랬어. 엄마가 혼내킬까봐 건담 싼 걸로 골라 사와서 조립했는데 헉~

만드는 중에 댕강 부러지거나 다 만들었다 신나할때 폭싹 주저 앉아버려서 얼마나 신경질 났는데. 돈값이 뭔지 제대로 알겠더라구!"

"엄마가 수박 겉 핥는 식으로 한다고 뭐라 하지? 그런데 엄마, 나는 유튜브 보느라 정신 없는데 청소해라 공부해라 치워라... 그러니까 건성으로 할 수 밖에 없지.

내 관심사는 오직 재생시켜 놓은 유튜브에 박혔는데 당연한 결과 아냐?"

....

 

 

아이들을 키우면서 느낀 공감대를 건드린 속담은,

부뚜막의 소금도 집어 넣어야 짜다. 아무리 아이한테 좋을듯한 먹거리와 볼거리, 배울거리를 주려해도 아이가 관심을 두지 않으면 그건 아이 게 되지 않았다.

돌멩이 갖다 놓고 닭알 되기를 바란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지만 아이교육은 더한 듯 했다. 내가 바뀌지 않고 대하는 한 아이는, 평행선을 달리기 일수였다. 항상 맞섰으니!

우물에 가 숭늉 찾는다. 내 바쁜 마음을 쫓아 아이에게 닥달한대서 아이가 쫓아주는 건 결코 아녔다. 다 차례와 순서가 있기 마련였으니 조급함보단 인내가 필요한 듯~

변덕이 죽 끓듯 한다. 아이를 대함에 있어 이랬다 저랬다 일관성 없이 대하면 아이는 올바른 기준점이나 이치를 만들지 못한다. 가정교육의 중요성, 이래서 아닐까?

남의 말 하기는 식은 죽 먹기. 말이 많으면 쓸 말이 적고 칼에 벤 상처보다 더 깊은 상처를 남기기 마련이다. 훈육시킬때 아이 입장 돼 공감해주고 치우치거나 비교 평가 하는 말로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일은 없는지 생각하게 됐다. 나또한 남말은 쉽게 하고 내말은 삼가기 일수였으니까.

 

 

내용이 이어지는 게 아녀서 부담없이 읽었다.

밥 먹으면서 시간 활용하기 편하게, 한토막 가볍게 읽었다 책장 덮어 가며.

옛이야기나 짧은 이야기가 많이 들어 있어 여러편의 이솝우화를 읽는 듯한 느낌 또한 났다.

"왜 게으름뱅이가 다그치는 엄마 잔소리가 싫어 소 신세가 낫겠네 중얼거렸다 소가 됐잖아.

내 눈엔 소가 편해 보였는데 막상 소가 돼 보니 죽어라 일만 해서 죽으려고 먹지 말라던 무를 먹었잖아. 그때 펑~~

나만 죽어라 힘든 것 같은데 실제론 느끼는게 다 비슷비슷한가봐. 편한 건 어느것 하나 없어 보여. 이야기를 들어 속담을 설명하니까 귀가 더 쫑긋 세워지네?"

 

 

그러나 싫은 음식, 타박하는 음식을 먹게 하는 힘은 부족했다.

싫은 건 아무리 좋은 말 해 가며 두둔해도 싫다니 말이다.

삼시세끼 밥상에 차려지는 구수한 속담들이 다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이야기였지만 그게 얼마나 아이들 맘속에 박혔는지는 모르겠다.

눈으로 보여지는 화려한 디지털 세계에서 모험과 스릴을 즐기길 원하는 아이들에게

깊이 되세김질 해야 하는 속담 속 이야기는 '아 그래? 알았어!' 가볍게 섞어 먹는 인스턴트 음식과 동급였으니까!

 

 

 

그래서 나름 짚어보게 독서감상문을 쓰게는 했지만

후다닥 칸 채우곤 할 일 다했다는 듯이 제 방으로 쏙~ 들어가는 버리는 아이들 뒷모습에 다소나마 허망함을 느꼈다.

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다....

가마 속의 콩도 삶아야 먹는다...

아무리 쉽고 좋은 일이래도 제가 하지 않는 한 그 어떤 가치나 이익도 제 것이 될 수 없다는 말이 뼈저리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