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 시리즈를 읽어오면서 받은 느낀 점 중 하나는

캐릭터가 참 생생하게 살아있다는 점이다.

모든 인물들에게 부여한 성격들이 참으로 구체적이고

그 성격과 행동들이 책 전반에 모든 사건들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되는지,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타당성 있는지 공감하게 되면서 더욱 내용속으로

빠져드는 내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인간은 누구나 부족한 면이 있고 결점을 가지고 있다.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사람들에게까지 영향을 끼치는...).

해리는 선한 마음과 꺾이지 않는 대담한 용기를 지녔지만,

때론 그 용기가 성급함과 오만으로 이어지는 실수를 범하곤 한다.

해리는 죽음의 성물이 존재한다는 그의 말을 묵살하는 헤르미온느에게 화가난 나머지

금기어인 '볼드모트' 이름을 내뱉는 바람에 사냥꾼들에게 노출되어 모두를 죽게

만들뻔 한다.

헤르미온느는 지혜롭긴 하지만, 자신의 생각을 너무 믿는 경향이 있어

때론 답답할 만큼 꽉 막히고 편협한 면을 보이기도 한다. 곤경까진 아니지만,

그녀의 이런 성격때문에 도깨비 그립훅을 설득해 그린고트은행에서 볼드모트의 호크룩스를

빼오는 계획이 틀어질 뻔하기도 한다.

론은 유머러스하고 쾌활한 성격이지만, 잘난 형제들 틈에 소외되어왔다는

박탈감이 내면에 자리하고 있어 용기있는 해리나 똑똑한 헤르미온느를 시기한 나머지

호크룩스를 찾는 그들의 여정에서 잠시 이탈하기도 해 친구들을 큰 상심과 절망에

빠뜨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부족한 면때문에 서로를 더욱 의지하게 되고

누구하나 더 돋보임 없이 융화되고, 볼드모트 일당을 소탕하기 위해

더욱더 하나로 단결되어 가는 과정이 참으로 내 마음을 훈훈하게 해준다.

 

해리의 친구가 던진 이 한마디,

" 너 혼자서 모든걸 해야 할 필요는 없어, 해리." (p.300)

나는 이러한 점이 해리포터시리즈를 더욱 돋보이게 해주는 메세지라고 생각한다.

모두 결점이 있고 실수도 하지만, 서로의 장점으로 상대의 단점을 덮어주고

실수하더라도 이해와 용서로 더 한걸음 도약하는 등장인물들을 보면서

모두가 느낄 것이다. 세상은 거칠고 험하지만, 함께 한다면 함께 헤쳐나간다면

어렵지 않다는 걸, 외롭지 않다는 걸 말이다.

 

특히 나는 세베루스 스네이프라는 인물의 반전이 참 놀라웠다.

뭐 어느정도는 예측하고 있었지만, 그가 사실은 해리를 도와준 은인이라는 것,

사실은 옳은 편에 서서 묵묵히 큰 역할을 해왔다는 것...그 어떤 인물들보다

이 이야기의 큰 축을 이룬 사람...세베루스 스네이프. 나도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우를 범하고 있지는 않나 되돌아보게 된다.

 

아이들까지 아우르는 책이어서인지 대사 전후의 말하는 사람의 감정을

세밀하게 묘사해준 점이 정말 좋았다. 트와일라잇 시리즈를 좋아하지만

그 책의 결점은 대사가 연거푸 이어져 때로 누가 하는 말인지 몰라 맥을

끊어먹는 일이 빈번하다는 점인데 그에 비하면 해리포터는 전혀 그렇지

않아서 더 몰입이 편했던것 같다.

별점 하나를 뺀것은 속지의 인쇄가 고르지 못했다는 점 때문이다.

균일하게 그리고 좀더 진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해리포터 시리즈 전권을

사 모은 한 사람으로서 드는 아쉬움이다.

해리포터

맨체스터에서 런던으로 가는 기차간에서 처음으로 '해리포터'를

생각해낸 이후 미친듯이 써내려갔다는 조앤K.롤링 작가. 그녀는 그당시

어린 딸과 함께 춥고 초라한 아파트에서 생활보조금에 연명하며 생활하고

있었다고 한다. 궁핍한 생활속에서 미치지 않기 위해 오직 자기자신을 위해

이 글을 썼다는 그녀의 고백을 애독자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이 해리포터시리즈의 첫 작품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은 1996년 6월 완성 후,

수많은 고배끝에 만난 에이전트를 통해 한 출판사에서 그해 발간,

2007년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인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에 이르기까지

11년간 출간되어 전세계 많은 독자들로부터 폭발적인 사랑을 받아왔다.

 

내가 이 작품을 언제 접했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으나

2006년부터 양장본을 구매해 올해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시리즈를 모아왔다.

지금도 생각난다. 책이 출간될 적마다 대여점으로 달려가 정신없이 탐독했던

순간들..책장에 이쁘게 진열하기 위해 양장이 나오길 기다리고, 구매한 책을 다시한번

읽어내려가면서 흥미진진한 해리포터의 세계로 빠져들었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드디어 마지막권을 구매하니 이렇게 장황한 소감을 늘여놓지 않을수

없다. '죽음의 성물'이라니 제목이 좀 섬뜩해서 사는데 망설여진것도 사실이다.

근데 막상 받아보니 제목과 대조를 이루는 오렌지빛깔 표지가 참 신선하고 예쁘다.

 

덤블도어 교장의 충격적인 죽음이후, 큰 상심에 빠져있던 해리포터.

17살이 되면 그를 지켜주던 보호마법이 사라지기 때문에 그에 대비키위해

프리벳가 이모집을 완전히 떠나게 된다. 보호마법이 풀리면 더즐리 가족역시

큰 위험에 노출되기에 그들역시 그토록 애지중지하던 집을 버려두고 떠나야만 하는

상황이다.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더즐루 이모부의 변덕스런

행동은 정말 실소를 자아냈다. 더즐리가족을 안전한 은신처로 데려오기 위해 나타난

불사조기사단원들이 조카 해리에게 너무도 무관심한 그들을 보자 무척 분개한다.

그런데 그때 두들리가  "난 네가 자리만 차지하는 쓸모없는 인간이라고

생각하지 않아."라고 말하는게 아닌가. 그뿐아니다. 떠나기전 해리에게 악수를

청하는 두들리, '디멘터 놈들이 새로운 성격이라도 불어넣은 거냐'며 펄쩍 뛰는

해리의 반응은 정말 재밌다. 이모 또한 집을 나서기전 뭔가 말하려는듯 입술만

달싹거리다 하지못하고 서둘러 떠나버린다. 이 어설프고 서먹서먹한 헤어짐이

참 그간의 해리와 더즐리 가족의 사이를 잘 표현해준단 느낌을 받았다.

아마도 이모는 해리에게 "부디 조심하거라."란 말을 하려던 게 아니였을까?

 

이후 해리는 절친인 론과 헤르미온느와 함께 볼드모트의 영혼이 나누어 담겨진

나머지 호크룩스를 찾아 없애기 위해 긴 여정을 떠나게 된다. 배신자 스네이프는

호크와트의 새 교장이 되고, 볼드모트와 죽음을 먹는 자들의 마수는 온 마법세계를

장악하기에 이르게 된다. 이런 대목이 있다.

 

'볼드모트는 아주 영리하게 게임을 하고 있단다.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면

공개적인 반란을 불러 일으킬 수도 있으니까. 가면을 쓴 채로 혼란과 불확실함,

그리고 공포를 조장하는 거야.' (p.309)

 

마법세계는 분명 가상의 세계지만, 이들의 사는 얘기는 지극히 현실적이다.

이 세상에도 볼드모트나 죽음을 먹는 자들같은 괴물들이 얼마나 많으냔 말이다.

스네이프같은 교활한 자도, 말포이처럼 우월한 혈통 운운하며 사람 차별하는

족속들은 우리 주변에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나는 우리가 사는 세상에, 위즐리 가정처럼 따스한 가정들이 많아졌음 좋겠다.

덤블도어 교장선생님처럼 믿어주고 키워주는 현명한 스승들이 많이 존재해줬음

좋겠다. 그리고 아이들이 해리포터의 용기와, 론의 익살스러움과, 헤르미온느의 지혜를

품었으면 좋겠다.

해리포터

인간은 도대체 어디까지 추해질 수 있는걸까?

 

이 책을 지인으로부터 받아들었을때 들은 얘기는 참 '슬픈 내용'이라는 거였다.

슬픈 거보다 밝고 재밌는 책을 읽고 싶었던 나는 오랫동안 책장에 꽂아두고

꺼내보지 못했다. 그렇게 해가 지나고, 영화의 큰 흥행으로 많은 이슈화가 되자

이 책을 읽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은 그저 슬픈 내용이라는 표현으로는

형용이 되지 않을만큼 고통과 처절함이, 억눌린 분노가 서려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게 실화라는 사실에 커다란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장애를 안고 태어났다는 사실만으로도 트라우마가 큰 아이들에게,

힘도 방어도 할 수 없는 아이들에게 이 무슨 참담한 악행이란 말인가!

현대사회에서 고도로 발달한 문명사회 한 가운데서 이런 일이 버젓이 자행되다니...!

 

주인공으로 등장한 남자의 처지부터 참 서글프다...오랜 백수생활끝에 간신히

부인 친구의 소개로 얻게된 교사자리, 첨 출근하면서부터 주인공이 느끼는 비굴함이란..

모욕을 받아들이는 순간 진정한 인생이 시작된다는 것쯤은 그도 알고 있었다는(p.27)

대목에서 참 씁쓸했다. 그래도 어떻게든 버텨보고자 이를 악문 그앞에 드러난

학교의 끔찍한 실태들...도저히 문명인이라 볼 수 없는 학교의 교직자들의 괴물같은

작태들이 하나씩 드러날때마다 함께 경악을 금치 못했다.

서유진이라는 간사가 경찰을 찾아가 말하던 대목이던가. 이런 부류들은 언제나

모호한 말로 상대를 유인하고 다중의 의미로 번역될 수 있는 말을 흘림으로

순진한 상대의 해석을 오류로 몰아붙이는 재주를 가지고 있다는 표현에서

정말 절대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표현이 정말 기가 막히다. 공공기관에

가서 뭐라도 해결하고자 호소해 본 사람이라면 모두 이런 경험 다들 해 봤을 것이다.

작가는 이러한 감정들을 끄집어내어 너무나 잘 묘사하고 있어서 읽는내내

내심 탄성을 지를 수 밖에 없었다.

장애우 중 연두의 활약은 그나마 막힌 속을 조금이나마 뚫어주며 해갈의 느낌을

느끼게 해 주었다. 읽는 순간순간마다 분노와 안타까움이 얼마나 컸던지!

법조계에 존재한다는 '전관예우'란 것때문에 승소하지 못하는 어이없는 상황을

보면서 참 부아가 치밀지 않을수 없었다. 또 그 학원은 어떤가. 정부에서

받아가는 돈이 자그마치 40억원임에도, 그것이 우리 세금임에도, 잘 키우는지

어떤지 감시해야하는것이 기관의 사명임에도...! 그걸 따지는 서유진에게 보이던 그들의

오만함과 도도한 태도는 또 어떻고. 그들의 만행이 만천하에 드러나자, 장경사가

충고하던 말, "나는 희생자다..이런 주문을 외우면서..미소도 지으세요."하던 장면은

정말이지...더 말해 무엇할까. 나에게 힘이 있다면 다 쓸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왜 들지 않았겠느냔 말이다.

 

P.148  언제나처럼 폭행보다 고통스러운 것은 버림받고 고립되었다는 느낌.

아무도 우리를 돕지 않을 거라는 절망. 그런데 이제 그들은 혼자가 아닌 것이다.

 

이 글귀가 그나마 작은 희망의 불씨를 엿볼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었다.

제발 소외되고 힘없는 사람들이 밝게 웃을 수 있는, 그들을 지켜줄 수 있는

사회나 나라가 되기를 간절히...간절히 바래본다.

 

도가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