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월의 등장은, 왕의 가마행렬 때 월이 설이를 바라보며 싱긋 웃을때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뻣뻣해 보였다.
결정적으로 훤과 재회해서 월이 운검을 꾸짖으면서 대사를 칠 때 완전 깼다. 어진 연우의 일침이 검처럼 날카롭고 묵직하게
꽂혀야 할 대사를 그렇게 국어책 읽듯이 말하다니! 그 어질고 고매한 느낌을 주던 연우는 어디가고, 아무리 기억을 잃었다지
만 고유의 말투나 습관은 몸에 배어잇어야 하거늘! 그래 너무 오랜만에 해서 시간이 필요한거야 하다보면 나아지겠지. 지켜보
자 애써 마음을 추스렸다.
하지만...하지만!!! 회를 거듭해도 월의 국어책 연기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뭔가 차분하고 깊이 잇는 모습으로
나름 컨셉을 잡으려 한건지는 모르겠지만, 문제는 그게 목석같이 뻣뻣하고, 국어책 읽듯 하는 연기로 표출된다는 데 있었다.
단순히 발음이 샌다던가 하는 문제도 아닌 시청자가 보았을 때 너무 노력을 안하는 모습으로 계속 비춰지는 안이해 보이는
연기가 더 큰 실망감을 안겨준 것이다.
단역이나 조연이라면 비중이 작으니 애써 이해라도 해보겠지만, 솔직히 회당 몇 천만원이라는 고액의 개런티를 받는 주연
연기자로서 그것은 정말 시청자를 기만하는 것이다.
연기논란이 초반에 있었지만 이제는 호연을 보인다거나, 물오른 연기, 안정된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는 공정하지 못한 기사
들이 나의 이런 실망감을 더욱 부채질할 수밖에 없었다. 그건 무녀 장녹영이나, 왕인 훤, 상선내관등의 역에 녹아든 열연에
비하면 정말 헛웃음이 나올 정도의 것 밖에 안되는 데 말이다.
해를품은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