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역시도 마찬가지지만, 사람들의 아름다움에 대한 추구는 끝이 없고 또한 관대하다. 중, 고등학생만 되어도 치열교정 장치를 끼며, 여자들이 취직에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코 성형과 쌍꺼풀 수술, 부정교합을 치료한다는 목적어로 심지어 하악수술까지 받으며 생명을 담보로 수술대에 오른다. 돈만 있으면 못하는 것이 없는 세상이다. 여자만? 아니, 이제는 남자들도 가세하며 이제는 미에 대한 관점이 바뀌고 있으며 남녀노소, 그 누구나 미를 위한 투자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이런 전 세계적인 흐름 속에서 미에 대한 궁극에 추구에 파란을 일으킨 작품이 나왔다. <모나리자 바이러스>가 그것이다.

"황금비율이라고도 하죠. 교차되는 두 개의 선이 특정한 비율을 이루고 있는 걸 말해요. 인간들은 그 비율을 특히나 아름답다고 느끼고요." (p. 112)

소싯적 모델 경력이 있던 신경미학자 헬렌은 어느 날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바이 시사(社)의 파트리크 바이시에게 전화를 받게 되고, 그를 통해 거식증 치료를 받고 있는 자신의 딸이 사라졌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와 동시에 미스 아메리카 선발대회 참가자들이 멕시코 연수중 사라졌다 흉측한 몰골로 버려진 채 발견되고, 수많은 벌들은 떼죽음을 당한다. 르네상스의 대표적 건물을 폭파되고, 전 세계 컴퓨터에 있는 사진 등, 영상 데이터를 훼손시키는 바이러스가 퍼져 미디어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며 전 세계는 동시다발적인 위험이 내포된다. 이 모든 것이 미의 절대 비, 황금률과 관계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헬렌과 FBI 요원 그렉 밀너는 그 배후에 바이시사의 창립자이자 헬기사고로 흉측하게 변한 파벨 바이시, 그리고 헬렌과 그녀의 딸 매들린을 미끼로 끌어들이며 같이 동조한 파벨의 아들,  파트리크 바이시가 있음을 눈치채고 추적한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왜 이 모든 것들은 모나리자로 향하는 것일까. 헬렌은 사리진 딸을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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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어스 시저를 유혹한 클레오파트라는 미를 위해 진주를 식초에 녹여 마시고, 고대의 4대 미녀인 양귀비는 아이들의 오줌으로 목욕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만큼 여자들의 미에 대한 추구는 예부터 끝이 없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화가이면서 수학자 과학자였기에 절대적인 미를 공식화해서 그의 작품을 남길 수 있었다. 이것은 지금까지 황금률, 즉 미의 절대비로 여겨지며 연구 대상이 되기도 했다. 

 "아름다움이란 선한 건가, 악한 건가?" (p. 184) 

이처럼 인류의 미에 대한 추구는 끝이 없다. 서두에도 잠시 언급했지만, 취직이 잘 된다는 명분으로 우리들은 날씬함을 강요받고 살고 있으며, 성형수술로 자신의 얼굴을 사람들의 관점으로 바꿔버린다. 눈, 코, 턱 수술, 그리고 지방이 없는 곳에는 보톡스, 살이 찌면 지방 흡입을 하거나 위 절제술까지 들어간다. 날씬함과 공통적인 아름다움에 편승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작품 속에서는 파벨 바이시의 부인까지 동참하고 숨을 거두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파벨은 자신의 흉측한 모습을 보면서, 이렇듯 불나방처럼 아름다음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들에게 미의 절대 기준을 바꾸기 위해 자신의 돈과 지략을 이용한다. 

내 자신은 병원에 가는 것이 무섭기도 하고, 얼굴에 손댄다고 호박이 수박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태어난 그대로를 고수하며 살고 있지만, 사실 나조차 아름다움에 관대하기 때문에 가벼운 성형은 아무렇지도 않다고 생각한다. 조금 손봄으로 자신감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다면, 조금 더 호의를 받을 수 있다면, 그것이 인생 전반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하지만 미에 대한 기준이 천편일률적이라는 사실이 못마땅한 것은 사실이다. 강남에 가면 강남의 패션 스타일이 있고, 강북에 가면 강북의 패션 스타일이 있듯 동양과 서양은 각기 나름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건만 미디어의 영향은 안타깝게도, 그것을 통합해 버리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너와 내가 다르게 생겼고,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기에 구별되는 것이고 또렷한 한 객체로 인정받는 것이다. 황금률이 문제가 아니라, 미디어가 만들어낸 허상 속에 허우적거리고, 그들의 농간에 좌지우지되고 있는 건 아닐까 스스로 되짚어봐야 한다.

따라서 아름다움의 추구는 정당하지만 그것이 악용되어질 때, 혹은 아름다움이 편승되어질 때 나타나는 폐해는 오롯이 개인에게 되돌아가 피폐해진 몸과 마음이 되고 만다는 것이다. 외모 지상주의가 선행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에 아름다움은 선이 될 수도 있고 악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인간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절대미는 바뀌지는 않을듯해 씁쓸하기도 하고, 안타깝게 느껴진다.

<모나리자 바이러스>는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사건들을 쉴 새 없이 달려나가며 자못 흥미진진하게 읽은 작품이었으며, 인간이 미에 대한 뒤틀린 욕망에 대한 근원점을 묘하게 비틀어 가며,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진지하게 다시 생각해보게 만든 작품이었다.

내가 순정만화에 푹 빠져 있을 무렵, 오빠들이 영웅문을 비롯해서 각종 무협지를 섭렵했었다. 뭐가 그렇게 재미있을까 궁금하긴 하지만, 그 많던 권수의 압박은 외면하게 만들었다. 물론 그 나이 또래가 그렇듯 무협이라는 장르소설보다는 아기자기한 것들만 찾아다니도 했지만 말이다. 그러다가 영화로 보게 된 동방불패, 황비홍을 보며 이래서 무협소설을 보게 되는구나. 이런 재미가 있구나라는 깨달음을 얻곤 하였다. 가문을 위해, 자신이 속한 '파(派)'를 지키기 위해, 스승을 위해 의리를 지켜가며 맨몸으로 적들과 싸우는 모습은 의외로 멋져 보였고, 또 외로워 보였다. 외로운 영웅에 빠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 아닌가. 그러나 역시 나와는 거리가 있다고 생각되었기에 무협소설을 읽은 적은 없다. 이번에 읽게 된 <랑야방> 1권은 나의 첫 무협 소설이다.
 
매장소(임수)는 소철이라는 이름으로 금릉에 이예진, 소경예, 사필의 3명의 젊은이들과 함께 들어오게 된다. 그의 신분은 원래 현 황제의 조카로 역모에 휘말려 죽은 사람으로 알려졌으나 극적으로 살아남았고 얼굴도, 이름도 바뀐 채 천하제일 대방파인 강좌맹의 종주가 되어 돌아왔다. 12년 전의 그 사건으로 몸은 허약할 대로 허약해 해지고 무공도 잃었지만, 모든 무공을 다 꿰뚫어 볼 수 있으며 과히 천재적인 두뇌를 가지고 있어 랑야방의 1위에 강좌맹의 수장인 그가 당당히 올랐었다. 그리고 허약한 몸을 운신하며 휴식을 취한다는 의도된 목적 아래 금릉, 소경예의 집에 의탁한다.
 
“내가 아는 대로라면 그 대답은 이렇소. ‘강좌매랑, 기린지재, 그를 얻으면 천하를 얻는다.’” (p. 76) 
 
천하를 손에 틀어쥐게 된다는 매장소가 들어왔다는 소식을 접하고 황위 다툼 중인 황후의 양자 예왕과 월귀비의 아들 태자는 그를 얻기 위해 환심을 사려 치열한 정치싸움을 벌인다. 권력을 이용해 그를 끌어들이려 하기도 하고, 유치한 말싸움으로 서로를 견제하고 깎아내리며 자기 사람을 만들거나, 빼앗기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매장소는 자신의 복수를 위해 그들 서로가 파멸의 길로 몰아가게 할 뿐이다. 그는 예전 지기(知己)이자 한직에서 묵묵히 소신 있게 걸어가는 정왕을 황위에 올리기 위한 초석을 마련하고 있다.  그 와중에 예전 정혼자였던 예황군주의 신랑감 고르기 대회가 열리고 공교롭게도 그녀가 위험에 휘말릴뻔한 것을 빼내주기도 한다. 
 
'이미 지옥에 떨어졌지만 아직 이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는 고통스레 발버둥 치며 양쪽에서 시련을 당할 수밖에 없었다.' (p. 337)
 
죽음을 예정하며, 피를 토하며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절감하는 매장소는 머릿속은 수많은 바둑돌이 이리 놓였다, 저리 놓였다를 반복한다. 단 하나, 있지도 않은 역모를 기왕과 자신의 집안에 연좌제로 뒤집어 쓰인 예왕과 태자에게 복수하기 위해 칼을 갈았다. 하나, 둘 진의를 가리고 정왕의 황권에 대한 포석은 숨긴 채 이이제이(以夷制夷)처럼, 예왕과 태자가 서로 물어뜯어 서로 나가떨어지기를 기다린다. 이미 자신은 저세상 사람이라, 살아도 산 것이 아니니 이용할 것은 한껏 이용할 것이다. 그래야 마땅하다. 지기인 정왕에게 파렴치한 인간이라고 오해를 받을지언정 과거의 풋풋한 임소라는 이름을 가졌던 매장소는 추억의 한자락으로 묻혀버리면 그만인 것을. 이제 자신은 복수를 위해 달려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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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작품에서 무술이 펼쳐지는 장면은 그다지 많지 않다. 1권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이 작품 전체가 무술보다는 복수를 향한 치열한 두뇌싸움이라 그런지 모르겠다. 어쩌면 이 작품은 무협소설보다는 정치, 권모술수가 잔뜩 들어간 역사소설을 표방한 시대소설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그만큼 정치적으로 얽혀 있으며, 해법 또한 정치적으로 풀어간다. 간혹가다가 그려지는, 무술로 싸우는 장면들은 그것에 일면식도 없는 내게 전혀 거부감 없고, 진지한 재미를 선사하기도 한다. 이 작품에서 주고받는 대사들도 현대 소설에 익숙한 사람도 쉽게 받아들이고 읽혀진다. 그것이 어쩌면 정통 무협소설을 원하는 독자들에게 반감을 줄 수도 있겠으나, 내게는 고무적으로 다가왔다. 
 
특히 눈여겨볼 만한 건, 역시 작품 속 캐릭터이다. 주인공 매장소를 비롯해서 그를 호위하는 비류, 금릉에 같이 들어온 3인방 이예진, 소경예, 사필은 청춘답게 젊음의 향기가 폴폴 묻어난다. 그들이 투닥거리면서도 서로를 위하는 장면들은 나도 그들과 같이 들뜨면서 읽었다. 예전 정혼자 예황군주나 현경사의 하동이라는 캐릭터 역시도 남자들이 즐비한 캐릭터 속에서 묻히지 않았고 오히려 두각을 나타냈을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이런 멋진 여장부들이라니. 그러면서도 애수 어린 마음이란.
 
이렇듯 <랑야방>은 소개글에서 나온 '중화TV 개국 이래 최고 시청률 갱신, 국내 ‘중국드라마 열풍’을 몰고 온 수작'이라는 그 화려한 수식어가 아니더라도 충분한 재미를 선사한다. 1권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벌써 끝인 걸 알고, 2권을 온라인 서점을 통해 결제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몰입도도 뛰어나고, 무엇보다 무협소설이 이렇게 재미있어? 왜, 나는 지금 시작하게 된 거야,라는 후회를 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뭐야, 너무 재미있잖아.

삼국지에 등장하는 인물들 중 유비, 관우, 장비, 그리고 책사인 제갈량 등은 삼국 시대의 촉한의 대표적 인물들이고, 이에 맞서는 손권과 조조 등이 서로 일진 일퇴하면서 천하의 패권을 다투었다는 것으로 우리들은 기억한다. 후한 말기, 어지러운 그 시대에 조조가 아닌 유비가 천하를 통일하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유비에게는 물이 물고기를 만났다고 표현한 와룡선생(제갈량)이 있었으니, 그가 일찍 죽지 않았더라면, 아니 관우가 적벽대전에서 패퇴한 조조를 살리지 않고 죽였더라면 천하는 어떤 형국이 되었을까 하는 막연한 상상을 하곤 했다. 나도 이럴진대 중국인들은 어떤 마음일까. 공맹사상을 받들며 자칭 유자라 칭하는 이들이기에, 나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으리라. 이 중 우리는 촉한 3인방 가운데 관우를 막연하지만 의협심 있는 사람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과연 그는 어떤 사람일까.
 
<심국지  관우의 인성 인문학>은 정사로 알려진 <삼국지>와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연의>, 민간설화까지 아우르며 관우에 대해 살펴본다. 그가 왜 도피생활을 해야 했으며, 어떻게 도원결의를 맺게 되었고 전장에서는 어떤 인물로 그려지는지 속속들이 파헤쳐 본다. 사당까지 지어가며 중국에서 공자와 더불어 신으로 숭배받고 있는 인물이기에 그의 어떤 면이 현재까지 그를 우상시하게 된 것인지 말이다. 
 
우선, 관우가 의와 협, 충으로 똘똘 뭉친 인물이라는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겠다. 나라가 망조가 들면 위부터 썩어 고름 냄새가 진동하듯 매관매직과 황제에게 뇌물이 성행하던 시대가 후한 말기였다. 그가 살았던 상평촌 역시 마찬가지였는데 권세로 여자를 농락하며 짓밟는 여웅을 죽이므로 도피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그때부터 스스로를 관우라 칭하고, 자만심에 뻗대던 장비와 둘을 아우르는 유비까지 만나게 된다. 그리고 장비의 후원에서 그 유명한 도원결의를 하게 되고, 황건적을 무찌르려 의병대를 조직하고 그의 상징인 청룡언월도도 만들어 영웅으로서 한 발짝 다가서게 된다.

관우의 의가 특별히 빛나는 이유는 관우의 성품 자체가 앞뒤를 재지 않고, 불의를 못 참았다는 데 있다. 물론 목숨을 초개와 같이 여겼다는 것도 한몫할 터다. 즉 어떤 상황에서도 도원결의를 한 유비에게 머리를 두었기 때문에 그 가치가 빛나 보였다. 조조가 관우를 죽일 수 있음에도 살려주며 아무리 회유해도, 또한 고대 4대 미녀라 일컬어지는 초선으로 미인계를 쓰려고 해도 유비를 향한 일편단심은 변할 줄 을 몰랐다. 9척 장신의 관우를 태울 수 있는 말이 없다는 것을 알고, 조조가 여포의 적토마로 유인하려 하였지만 허사였다. 오히려 적토마를 타고 형님께 빨리 달려갈 수 있다는 기쁨만이 커졌을 뿐. 조조가 관우에게 베푼 친절은(목숨 값)은 결국, 적벽대전에서 그를 살려주는 결과를 낳게 된다.

관우는 그의 성품과 더불어 철저한 군인정신으로 무장했기 때문에, 한번 받은 명령은 끝까지 지키려 했고 훗날 고립된 상황에서 투항 권유까지 받지만 거절하므로 그의 생을 다하게 되었고 이것은 '의'와 '충'이 고루 갖춰진 인물이었다는 방증일 터다. 그의 생을 이곳저곳에서 모두 가져와 주로 시대순으로, 주도면밀하게 들여다보니 과연 우리가 알고 있던 '삼국지연의' 속의 이야기가 전부가 아니라는 깨달음이었다. 우리가 알게 된 계기도 소설이나 영화가 전부이기 때문에 상당 부분 황제 측에 미화되었다는 것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우리가 알고 있던 유비의 온유한 모습이라던지, 제갈량의 지략과 성품마저도 조조를 일정 부분 폄하하며 간웅이라 일컬어지는 것과 동일하게 한쪽으로 치우쳤을 가능성을 제기할 수 있었다. 어쨌든 정사인 <삼국지>에 없는 것들이 <삼국지연의> 속에 등장했고, 그것으로 지식 전반이 쌓인 만큼 오해의 소지도 크다는 것이다. 

죽기 전 관우가 마지막에 고립될 상황에 처했을 때, 제갈량이 적벽대전 후 조조의 퇴로를 확보하며 일거수일투족 그의 길을 내다볼 수 있었던 지난날과 대비되어 관우에게는 무관심으로 그의 생을 재촉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제갈량과 유비를 두둔할 가능성을 고려해봐도 답이 안 나온다는 것에 입이 썼다. 결국 이 책의 저자의 말대로 유비는 인자했지만 거짓 립서비스를 즐겨 하는 기회주의자가 맞았던 것은 아닐까. 제갈량은 적벽대전에서도 그렇고, 도량이 그다지 크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다른 일반적인 책략가들처럼 배신을 밥 먹듯이 하는 사람은 아니었을까. 물고기가 물을 만났다고 유비가 말했듯이, 유비와 제갈량 둘은 유유 상종이며 애초 그 그릇 또한 작았기에 천하를 통일할 그릇은 못된 건 아니었을까.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이기 때문에 <삼국지연의> 속 시각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관우가 토사구팽식으로 죽음을 당했을지언정 오히려 그의 의가 더욱 빛나 현재는 그를 기리며 사당까지 지어 신격화하고 있는 것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곧으면 쉽게 부러지듯 의로 똘똘 뭉쳐졌기 때문에, 그 당시에는 버리는 패가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가치는 더욱 빛을 발해 지금까지 그를 기리고 있으니 말이다.

관우가 의와 충으로 살아온 나날을 읽어감에 따라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우리들이 바라는 신, 이상향으로 꼽고 있는 신의 성품을 관우가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고. 약자를 보면 무조건 도와주고, 강한 자를 이기고, 은혜를 알면 반드시 갚고, 죽음을 불사해서 올곧게 지키려는 모습들에서 구전으로 전해 듣던 토속 신의 모습과 관우가 닮은 듯도 하기 때문이다. 아래 노용의 수필집의 일부분에서 관우를 평하는 글귀가 인상적이다. 

'관우 같은 인물은 오히려 후덕하지 않았으나 권모술수를 몰랐고 목숨을 잃을지언정 자신의 의기를 결코 잊지 않았으며 상대의 곤경을 충분히 배려하지 않았던가. 남에게 동정을 받지 않으면서도 남을 배려하고 베풀 줄 아는 심성이야말로 얼마나 고결한 정신인가.' (p. 220)

청룡언월도를 휘두르며 적토마를 타고 달리는 전장의 신, 관우는 이런 고결한 정신의 인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