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별아 원래 미실 베스트셀러 소설로 알고 있었는데 해냄 출판사에서 에세이 나왔다고 해서 궁금했다. 스무 살 아들에게 제목을 처음 접하고는 뭐 그냥 청춘에게 보내는 아프니까 청춘이다 류의 그렇고 그런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작년 2016년 군입대 아들에게 보낸 편지를 모아놓은 것이다. 요즘도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 잘 기억이 안나서 그렇지 작년 여름도 만만치 않았던 모양이다. 

 

예전에 비하면 그래도 많이 좋아져서 이제는 인터넷으로 편지를 보내면 매일 매일 출력해서 훈련병들에게 나눠주는 모양이다. 아들 군입대 훈련 기간 중 어느 어머니나 겪을만한 감정의 동요를 담고 있다. 책에서 소개된 훈련병의 품격 동영상은 직접 꼭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진짜사나이 통해 군대가 많이 친숙하게 느껴지지만 화생방 각개 숙영 PRI 등 생각만 해도 고된 훈련 생활은 여전하다.

 

에세이 중간에 보면 여자친구 없는 아들에게 곰신 기분을 조금 내주기 위해서 편지를 보낸다는 대목도 인상적이었다. 여친 자리를 대신할 수야 없겠지만 큰 위로가 되었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연세대 국문과 출신 김별아 작가와 아들이 동문이라고 지나가듯 언급한 대목에서 부심이 느껴지기도 했다. 작가의 감각 때문인지 이런 것은 우리 엄마라면 절대 모를텐데 싶은 내용까지 에세이에 소개된 것을 보니 인터넷 카페 3곳을 가입했다는 그녀가 군입대 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려고 얼마나 열심히 웹서핑을 했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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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독일어를 철학의 언어라고 하듯이 독일어로 쓰여진 책들이 참 어렵다. 그런데 이 책 혐오사회 꼭 읽고 싶었던 것은 그야말로 증오가 난무하는 증오사회가 되어버린 우리 사회의 해법을 미약하게나마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었다. 학원폭력 문제에서도 왕따 은따 찐따 등 누군가를 혐오하고 미워하는 행태들이 사회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러한 문제는 결코 가볍지 않은 심각한 문제이다.

 

저자 카롤린 엠케는 증오 혐오 메커니즘을 분석하였다. 독일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저널리스트이자 지식인이라고 하니 우리로 치면 논객 혹은 요즘 유행하는 네임드 이렇게 표현할 수 있겠다. 마이너리티 소수자에 대한 존중은 기본적으로 갖추어져야 할 덕목임에도 점점 똘레랑스가 부족한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소설이나 수필 위주의 개인적인 글읽기를 많이 하다 이렇게 뭔가 거대담론 같은 이야기들을 접하면 어렵게 느껴지는 한편 또 새롭기도 하다.

 

독일어로 쓰여진 책임에도 신기하게 우리 사회에 적용해도 딱 들어맞는다. 이런 경험을 실제 여러 차례 했는데 세계적으로 국가별로 민족별로 차이가 있는 부분들도 분명 있지만 공통분모가 훨씬 더 많은 것 같다. 사실 이 책은 각주도 많이 있고, 그냥 술술 쉽게 읽히는 그런 책은 아니다. 하지만 다 읽고 나면 뭔가 깨달음 내지는 인식 혹은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혐오사회

우리가 책이라고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지만 여러 종류의 책이 있는데 이 책은 페미니즘 차원에서 접근하면 좋을 듯하다. 센언니 김진애가 전하는 여자의 자존감을 깨우는 책 읽기 방법이 소개되어 있다. 왜 공부하는가 혹은 한 번은 독해져라 이렇게 베스트셀러 제조기이기도 한데 여자들의 자각을 가져올 수 있는 책읽기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다. 최근 정권이 바뀌면서 내각의 구성에서 여성을 많이 등용하는 등 큰 변화가 있었지만 사회 곳곳에 존재하는 유리천장은 아직도 너무나 많기에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

 

특히 여성 작가들의 책을 읽는 것이 큰 공감을 가져올 수 있다. 여성이 처해있는 상황에 대해 남성작가들도 예민한 촉수를 나름 갖고 있긴 하겠지만 아무래도 한계가 없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여자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읽어봤음직한 빨간머리앤 같은 경우 개인적으로는 최근 백영옥 작가의 책을 통해서도 그 의미를 되새길 수 있었다. 오만과 편견의 엘리자베스는 사실 책보다 영화를 통해 먼저 만나볼 수 있었는데 책으로 만나도 참 반가울 것만 같다.

 

여자의 여자에 의한 여자를 위한 책 읽기를 시작하고자 한다면 김진애 저자의 이 책 여자의 독서 일독을 권한다. 완벽히 홀로 서는 시간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데 여성들의 홀로서기를 도와줄 수 있는 내용들을 가득 담고 있다. 이런 책이 굳이 필요없는 그런 세상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먼 미래의 딸들을 위해서라도 사회를 조금씩 바꾸어나가는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이 책이 딱딱한 책만을 소개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저자 김진애의 필력이 다독 다작 다상량 이렇게 세 가지에서 비롯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독서 스펙트럼을 갖고 있음을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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