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후장상과 영웅호걸이 나오지 않는 역사소설이라니 얼핏 상상이 잘 되지 않았다. 특히 작년에 야마오카 소하치 대망을 완독한 이후라서 더욱 그랬다. 역사소설 하면 뭔가 엄청난 그 무엇을 다루는 대하소설이 가장 먼저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역사란 승자의 기록이란 측면에서 기록되지 않은 역사가 더 중요성을 가질 수도 있다.

 

해학과 입담의 소설가 김종광의 조선통신사 이야기라니 참 대단하다. 시오노 나나미 로마인이야기를 읽고도 느꼈는데 역사소설을 제대로 쓴다는 것은 참 쉽지 않은 일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이란 허구의 예술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창작은 가능하겠으나 그건 어디까지나 공백을 메꾸는 부분에서만 그렇다.

 

역사적 사실과 어긋나게 되면 핍진성이 떨어지면서 내용 자체의 설득력이 확 떨어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소설을 쓰려면 고증을 통해 그 시대적 배경을 잘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 게다가 왕후장상 영웅호걸 이야기라면 그나마 자료가 많이 있겠지만 평범한 사람들 이야기를 그것도 아주 흥미롭게 그려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리라. 그 피 땀 눈물 어린 수고로 이런 멋진 책을 읽을 수 있음에 감사하다.

조선통신사, 김종광, 역사소설

주류 메이저에 매료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비주류 마이너에 끌리는 이들도 있다. 골목길 예찬론자로서 골목길 경제학자 모종린 교수님의 책 골목길 자본론 참 흥미롭다. 원래 삼청동을 좋아했는데 요즘엔 많이 상업화되면서 서촌이 좋아지고 있다. 홍대도 이제는 메인 스트리트보다는 연트럴파크 연남동 혹은 육중완 맛집들로 유명한 망원동이 더 뜨고 있다. 이렇듯 골목길만의 매력이 있다. 

 

가로수길도 주변 세로수길 혹은 더 좁은 골목들이 더 운치 있다. 서울대입구역 근처 샤로수길도 좁은 골목에 들어찬 맛집 멋집들을 찾아다니는 즐거움이 있다. 유럽여행이 흥미로운 이유도 골목을 찾아다니는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다. 트레비분수도 메인도로에 있었더라면 그렇게까지 유명해지지 않았을런지도 모른다. 이런 골목길이 인기를 끄는 비밀들을 담고 있는 이 책 골목길 자본론이 무척 신선하다.

 

골목길 자본론 제목에서도 그렇게 느껴지듯이 이 책은 뭔가 내공 혹은 깊이가 느껴지는 그런 책이다. 그저 가볍게 읽고 넘어갈 수 있는 책이라기보다는 저자의 식견에 감탄하고 그 논리를 따라가면서 음미할 수 있는 책이다. 그런만큼 이 책을 읽고 나면 골목길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변화하는지 골목길의 승수효과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젠트리피케이션 등으로 인한 골목길의 몰락을 막기 위한 대책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통찰력을 얻게 된다.

골목길자본론, 젠트리피케이션, 모종린, 서평, 후기

한창 폭주하고 있을 때에는 그저 앞만 보고 달리지만 그러다가 후회하는 일이 의외로 빈번하게 발생한다. 요즘 유행하는 워크 라이프 밸런스 워라밸이 중요한 이유다. 퍼즈는 우리말로 번역하면 멈춤 휴식 같은 것들이 떠오른다. 뭐 어쨌든간에 잠시 쉬어간다는 의미이다. 퍼즈라는 단어를 처음 접한 것은 오락을 하다가 잠시 멈춰야 할 필요성이 있었을 때이다. 일시정지를 통해 다시 활력을 불어넣는 충전의 시간이 필요하다.

 

허핑턴포스트, 뉴욕타임스, 포브스, 워싱턴포스트, 포춘 등 수많은 언론이 주목한 마음 회복 프로그램이 담겨 있다. 흔히 인생을 마라톤 경주에 비유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전력질주했다가는 회수차량을 타고 귀가해야 하는 불상사가 일어난다. 무한경쟁의 시대 속에 휴식의 미덕이 점점 자리를 잃고 있다. 그런데 어느 기업 기관이건 끝까지 살아남는 사람들은 멈춤의 미학 일시정지의 비법을 깨우친 이들이다.

 

가끔은 디지털기기와 거리두기가 필요하다는 말에 크게 공감할 수 있었다. 커피숍 카페에서 요즘 흔히 보는 풍경 중에 재밌는 것이 커플이건 동성 친구끼리건 서로 마주 앉아서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는 광경이다. 그럴거면 왜 만났냐고 묻고 싶어진다. 그런데 부끄럽게도 나 역시 비슷한 어리석은 행태를 종종 연출하곤 한다. 디지털기기가 세상을 참 편하게 해준 것도 사실이지만 그만큼 더 피곤해진 것도 사실이다. 오죽하면 깨톡 카톡 금지법 이야기가 다 나오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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