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목고나 명문대를 입학하기 위한 또 하나의 관문이 바로 학교생활기록부와 자기소개서이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학교 내신이다. 최선을 다해 학교 내신을 끌어올리고 그 다음 공을 들여야 하는 것이 바로 이 두 가지인 셈이다. 학교생활기록부에는 아이들의 많은 것들이 담겨져 있다. 학교에서 본 시험 성적을 적나라하게 담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출결상황, 아이가 학교에서 수상한 각종 대회의 수상 내역, 창의적 체험 활동 상황, 봉사활동실적, 독서 활동 상황, 아이의 행동 특성 및 대한 학교 선생님들의 아이에 대한 종합의견까지 등을 포함하고 있다. 아이가 학교생활을 어떻게 해왔는지를 한눈에 알 수 있게 정리해놓았다고 보면 맞을 것이다.
큰조카녀석이 특목고에 응시하면서 학교생활기록부와 함께 자소서를 냈는데 학교생활기록부야 학교에서 발급해 주시기 때문에 특목고를 준비하는 아이가 따로 해야 할 것이 별로 없었다. 중학교를 수석 졸업했고 다양한 활동에, 화려한 수상 내역, 독서 활동에 대한 기록, 봉사 활동도 3년 동안 쉬지 않고 꾸준히 해서 스펙에서도 다른 아이들에 비해 크게 밀릴 것이 없다고 자부했고, 선생님들의 평가 또한 칭찬 일색이었다. 그래서 내심 걱정이 덜 되었지만 자소서의 경우는 좀 예외이다. 아이의 특성이나 장점, 아이가 추구하는 인생관, 자기주도 학습을 어떻게 해왔는지 등을 각 학교가 요구하는 분량에 맞춰 써야 하고 그를 토대로 면접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소서를 조금 일찍 써놓고 여러 번 읽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고쳐야할 부분이 눈에 띄었다. 자소서를 학교 선생님들 여러 분이 읽어봐 주셨는데 읽어보시는 선생님들마다 의견이 다 다르셔서 이 부분을 고치는 것이 좋겠다, 저 부분을 고치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을 해주셨다. 그래서 특목고에 자소서를 내기 전에 적어도 50번 이상을 읽은 것 같다. 나중에는 자소서만 봐도 우리 모두 속이 울렁거리고 자소서 보는 게 정말 싫을 지경이었다.
자소서를 바탕으로 면접에서 면접관들이 정말 상상도 못했던 것들을 폭풍 질문을 하신다. 그 많은 문항에 대답을 하던 녀석들도 멘붕이 와서 자기가 무슨 대답을 하고 왔는지 기억을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고 너무 긴장을 한 나머지 얼토당토않은 대답을 주저리주저리 하고 나왔다는 아이도 있었다. 하지만 면접에서는 더 나은 학생을 선발하기 위한 면접관들이 날카로운 질문으로 아이들의 특성과 장점을 찾기 위해 노력들을 하시기 때문에 그에 걸맞은 준비가 필요한 게 사실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생부나 자소서의 내용들을 잘 기억하고 진정성있게 쓰는 것이 중요하다. 자소서를 다른 사람이 멋지고 화려하게 꾸며 쓴들 아이가 그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잘못 인지하고 있다면 면접에서 좋은 대답을 이끌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면접에서 면접관들은 이 아이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 아이이고 자신이 목표로 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하고 있는지 정말 예리하고 적나라하게 평가하신다.
면접에서 좋은 평가를 얻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학생부와 자소서를 공들여 완성해 나가야 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에 대한 노하우를 얻을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조카녀석이 특목고에 원서를 넣고 합격하기까지 정말 길지도 않은 시간동안 너무 힘들었던 것 같다. 그런 어려움에 날개를 달아줄 책이 바로 이 책이다. 학교에서 아이들의 진로, 진학을 15년째 담당하고 계신 선생님이 직접 첨삭하고 길잡이를 하고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큰조카녀석의 자소서와 다른 아이들의 자소서를 첨삭 지도해 주면서 내가 그토록 고민하고, 고치고 또 고쳤던 부분들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 아이들의 실제 자소서나 학생부를 토대로 해서 잘못된 부분과 잘된 부분을 명쾌하게 집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소서와 학생부의 스펙을 좀 더 쌓고 싶어하는 학생이나 그들을 지도하시는 학부모, 선생님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이 좀 더 일찍 나왔다면 조카녀석과 다른 아이들의 자소서를 쓰는 게 많은 도움을 받고 좀 더 수월하게 준비를 할 수 있었을 것 같다.
서울대에 입학한 아이의 자소서를 쓸 때에도 함께 고민하고 수도 없이 고쳤다. 결국 정시로 서울대에 들어가긴 했지만 자소서를 쓰면서 역시나 힘들었던 것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특목고의 경우에는 아이들의 스펙이 정말 너무 화려해서 내신이 정말로 정말로 높지 않다면 학생부와 자소서는 상대적으로 더 초라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제 큰조카녀석이 특목고에 입학해서 공부하고 있는데 지금부터 내신, 학생부, 자소서 이 세 가지 중 어느 하나도 놓칠 수 없다. 아직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학생부와 자소서에 담길 내용을 허투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나하나의 활동과 실적들이 쌓여 기록으로 남고 그 기록들이 아이를 대변해주는 청사진처럼 비쳐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며칠을 두고 밑줄을 그어가며 이 책을 열심히 읽었다. 앞으로도 몇 번은 더 이책을 읽으면서 아이들에 관한 기록들을 하나씩 하나씩 완성해 나갈 것이다. 아마도 예전보다는 좀 더 고생스럽지 않게 그리고 자신감있게 자소서를 봐줄 수 있을 것 같다. 더 많은 아이들의 합격 소식이 들리는 그 날까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