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말이 예상 되는 스토리라 이 영화가 이렇게 까지 사랑 받을 줄 몰랐다. 평론가들의 말 처럼 영화는 한 소년이 본 적도 없는 외 할머니 집에 엄마와 오게 되면서 시작한다. 뿌연 먼지를 뒤로 하고 하루에 두 대 밖에 안 오는 버스는 산 비탈을 넘어 가버리고 가기 싫다고 떼쓰는 소년을 엄마는 잡아 끌고 도착한다. 허름한 외관과 더 초라해 보이는 행색의 할머니를 냄새 난다며 첫 대면 부터 타박을 늘어 놓는 녀석의 이마를 콩 지어 박고 싶은 심정이 들 만큼 아이의 버릇은 정말 없었다. 그런 소년을 그래도 손자라고 어여삐 보는 할머니를 무슨 이상한 마귀 할멈을 본 듯  저리가를 연발하는 녀석 정말 얄밉기 까지 하다. 그런 소년을 두고 엄마는 정이라도 떼 듯이 붙잡고 늘어지는 아이를 뿌리치고 엄마는 가버린다. 이제 혼자 남은 아이는 도시에서 처럼 게임기를 달고 살고 사탕과 시골로 데리고 오기 위해 엄마가 안겼음 직한 물건들로 가방은 한 가득이다. 그러나 그런 도시의 물품도 아이의 먹성에 하나 둘 없어지고, 아이는 심심해 지기 시작한다. 그런 손자를 그저 보물인양 보살피는 할머니. 여기서 우린 역시 사랑은 내리 사랑이란 생각을 하며 회상에 잠기게 된다. 오염된 세상 속에서 마치 원시림을 발견한 신선한 느낌으로 영화는 다가오는 것이다. 영화는 소년이 가지고 온 게임기의 베터리가 다 소모되어 소년이 베터리를 구하러 마을로 내려가는 것에서 소박한 로드 무비의 성향으로 넘어간다. 길도 잃게 되고 다치기 까지한 소년은 비로소 할머니에게 다가간다. 다음 날 그림 책을 보며 누워 있던 소년은 비가 오자 손도 되지 않았던 할머니의 빨래를 걷어 들인다. 이를 계기로 해서 서먹했던 사이가 가까워 조금은 가까워 졌음을 우린 느낄 수 있었다. 조금 씩 가까워 졌던 사이는 할머니에게 글을 가르쳐 주면서 더 급진적으로 발전하게 된다. 얼마후 엄마를 따라 다시 가게된 소년은 홀로 시골에 남겨진 할머니를 생각하며 울게 된다. 떠나는 버스를 하염없이 바로 보는 할머니의 모습은 흡사 우리가 고향에 두고 온 친 할머니의 모습처럼 가슴 한 구석이 쓰린 쓸쓸한 모습이었다. 영화의 특색은 소년을 제외한 모든 연기자가 다 연기경력이 전무한 그 마을의 사람이라는 것과 여성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몇 없는 여성감독의 세밀한 연출력과 한 없는 할머니의 사랑이 이 영화의 최대 무기인 것이다.

모든이의 욕망의 대상인 브래드 피트가 과연 이 역할을 어떻게 요리하는지 궁금했다. 과연 그는 애송이가 아니였다. 어찌보면 호흡이 긴 영화였지만 그런 호흡을 완만히 잘 이끌었다.

 

벤자민은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어머니는 그를 낳자마자 죽어버리고 아버지는 어머니의 마지막 유언인 잘 키워 달라는 말을 무시한채 그를 요양원 앞에 버린다.

모두 비정한 아비라 욕하려 하겠지만 그는 남들과 너무나 달랐다. 마치 죽을 날을 받아놓고 기다리는 노인의 모습으로 태어난 것이다. 그러나 불행중 다행으로 그를 발견한 양어머니는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여인이었다. 모든 사람이 반대했지만 그녀는 그를 지극 정성으로 보살폈다. 그 정성에 보답하듯 곧 죽을 거라던 그는 보란듯이 허리가 펴지고 자신의 발로 걸을 수 있게된다. 그렇게 요양원의 생활에 적응을 할 때 쯤 그는 일생일대 자신의 반려자 데이시를 만난다. 분명 겉 모습은 노인인데 말하는 모습이나 생각이 자신의 나이와 비슷함을 느낀 데이시는 벤자민에게 호감을 느낀다. 하지만 그는 엄연히 노인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렇게 벤자민은 사랑 하나도 제대로 할 수 가 없다. 그런 그에게 삶의 유일한 이유인 엄마가 아이를 가지면서 더 이상 그곳에 머물 수 없음을 감지한 그는 양로원을 떠나 이리저리 떠돌다 한 배에 선원이 된다. 그는 선원 생활을 하며 데이시에게 엽서를 보낸다. 배를 타며 여러나라를 여행하는 동안 벤자민은 점점 젊어지고 내면의 깊이도 더 해진다.

 

뛰어난 영상미와 우리와 다르지만 결국 하나의 길로 이어지는 한 사람의 삶을 통해서 인생 전반의 통찰을 보여준 작품이다. 난 이 영화를 보면서 트루먼 쇼라는 영화가 생각났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생방송을 통해 전국의 사람들에게 모든 인생이 공개 되었다. 어떻게 보면 전혀 무관한 작품이지만 한 사람의 일생을 통해서 삶의 통찰을 그린 것이 공통분모가 되어 내게 다가온거 같다.

 

 

소용돌이 속에 쳐 넣어진 기분이랄까? 일인칭으로 서술하는 담담한 내용이 비수가 되어 내 가슴에 박혀 버렸다. 그가 또 무슨 이야기를 꺼낼 것인가 긴장하면 책장을 넘겼다.

프롤로그

서원의 아버지는 살인마였다. 단순한 살인자나 살인범이 아닌 살인마. 자신의 아들과 나이가 같은 여자애를 죽인것도 모자라 그의 아버지(오영제)와 자신의 아내 댐을 방류하여 무고한 사람들 까지 그 존재마저 끔찍한 살인마였다. 서원은 그런 아버지때문에 7년동안 무수히 많은 일들을 겪어야 했다. 사람들의 차가운 냉대와 사촌들에게 버림까지 받으며 유년 시절을 고통과 함께 보내야 했다.

등대마을

7년의 도피 생활 중에서 유일하게 서원과 그의 룸메이트인 승환을 받아주는 곳이었다. 그곳에서 서원은 작은 꿈을 가지게 된다. 지금하고 있는 약국 아르바이트를 평생하면서 승환과 영원히 함께하는 것. 남들에게는 어이가 없을 만큼 간단한 소원이 서원에겐 절실하게 원하는 것이었다.


세령호 Ⅰ

승환은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댐에서 경비 생활을 하며 어떻게 하든 글을 쓰려고 했다. 그런 그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아버지 때문에 그는 고향에도 제대로 내려가지 못한다. 그 무렵 새 팀장이 온다고 했다. 그런 그는 온다는 시간에 전화도 받지 않았고, 그는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댐을 순찰하기에 이른다. 한편, 아내 은주의 성화에 못이겨 현수는 세령호를 간다. 만취한 상태였지만 뭐 어떠랴 간단하게 생각하고
운전을 하다 사고를 낸다. 순간적으로 술이 깬 현수는 도로에 나가 치인 사람의 상태를 확인한다.

세령호 Ⅱ

사고는 이미 벌어졌고, 수습하기엔 너무 늦어 버렸다. 간단하게 생각하려 마음 먹은 현수는 첫 시작부터 좋지 않았다. 그곳에서 실종된 아이의 전단지를 발견하기 때문이다. 거기에 수목원의 주인이라는 실종된 아이의 아버지까지 만나자 현수는 자신이 가진 안일한 생각을 질타하며 매일 술을 먹기에 이른다. 스트레스 때문이었을 까? 프로야구 선수 시절 6년 동안 자신을 괴롭혔던 용팔이(왼 팔 마비)가 돌아온다.

마티니의 법칙

서원은 승환을 기다린다. 허나, 승환은 오지않고 승환이 썼던 원고와 오영제의 아내 문하영의 편지, 그리고 어김없이 선데이 매거진이 퀵으로 배달 되어온다. 갑자기 사라진 승환과 자신을 7년동안 괴롭힌 물건을 어찌해야 할지 몰라 서성이는 서원에게 아버지의 사형이 집행 되었으니 시신을 수습하라는 전보가 날아 온다. 서원은 잠수 장비를 챙겨 바다로 나온다.

세령호 Ⅲ

영제는 승환으로 향했던 시선을 현수에게 맞춘다. 그러기 위해선 증거가 필요했고, 서포터즈에게 그 일을 의뢰했다. 그의 무능했던 서포터즈는 아내를 찾지 못한 대신 현수에 대해서는 완벽하게 파악했고, 그는 일을 도모하기 위해서 그들에게 혹시 있을지 모르는 경찰커플을 막아달라는 부탁을 한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날이 바뀌었는데도 승환은 여전히 돌아 오지 않았다. 할 일이 없어진 서원은 자신에게 날아온 택배를 망설이다 집어든다. 소설은 미완성이었고, 읽다만 문하영의 편지를 통해 자신이 처한 상황을 알았다. 언제 오영제가 자신을 덥칠지 모른다는 그녀의 경고, 그리고 때 마침 실종된 승환의 존재에 서원은 결심하기에 이른다. 자신의 그 열쇠가 되기로 마음 먹은 것이다.

살이 떨렸다. 지독히도 밀려오는 7년의 고통을 고스란히 받으며 자란 서원의 그 인내심에 박수를 보낸다. 아버지가 저지른 죄 때문에 어린나이에 사촌에게 버려져야 했고, 남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의탁하면서 그가 언제 사라질지도 모른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자면서도 의지한 세월이 자그마치 7년이다. 그 악령같은 세월을 안긴건 다름 아닌 피해자의 아버지 였다. 어찌보면 복수하는 것이다. 당연한 일이다. 자신의 딸이 죽었다면 그리 되었다면 어떠한 부모라도 그리 할 것이고, 나 또한 그러하다. 그것이 세상의 모든 부모가 가진 생각이다. 그게 당사자가 아니라 그 가족까지 끝장내고 싶은게 당연한 거다. 그래야 공평하니깐. 그러나 그 방식면에서 치가 떨리고 서원이 가엾은 이유는 그가 자신의 딸을 괴롭히던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세상으로부터의 완벽한 격리를 통해 자신이 마무리 하려했던 점이다. 소설이어서 가능한 얘기겠지만 영화 악마를 보았다에서의 쾌감이 없는 것은 여린 아이에게 묵묵하고 무식하게 가해지던 세상의 편견과 시선이었다. 단지 그의 아버지가 살인마였다는 단어 하나로 인생을 망가뜨리는 그 무신경이 나를 떨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