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으면서 기억 저편에 있던 6현의 사무라이가 생각났다. 잿빛으로 물든 종말 이후의 세상에대한 이야기를 둘다 담고있다.
성인남자와 소녀의 모험 또한 같은 설정이었다. 하지만 다른 것이 있다면 책은 잿빛 세상이었고, 영화는 사막이라고나 할까?
잿빛 세상 동굴에서 남자는 연약한 소년의 호흡을 느끼며 희망을 걸어본다. 소년의 자는 모습을 확인한 남자는 동굴을 빠져 나와 희망을 걸만한 것을 찾아보던 남자는 절망만 확인한 채 소년에게로 돌아왔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헤아려보려 해도 남자는 알 수가 없었다. 아마도 시간을 가늠할 수 없는 이유는 계절의 불분명하게 계속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추위만 반복되는것은 물론이고, 아침이 와도 빛이라고는 희미한 회색만이 그들을 비출 뿐이다. 쉬고 싶어하는 아이를 달래어 길을 떠난 그들은 참혹하게 죽은 시체를 예사로 넘기며 길을 걷는다. 반복해서 내리는 비와 추운 날씨 그리고 언제 나쁜 사람들이 자신들을 죽일 지 모를 상황.
희망이라고는 찾을 수 없는 그들의 절망을 그는 애써 무시하며 아이와 함께 걷고 또 걷는다.
그러면서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아이를 도와 주어야 한다. 길에서 만난 노인을 도와야 한다. 자신들의 물건을 훔친 사람을 도와야 한다. 남자를 공격한 사람을 살려 줘야 한다. 등등의 아이의 요구를 들어야 하는 남자는 힘들지만, 그런 아이이기에 더 큰 희망을 걸어 본다. 가는 곳곳 마다 패락한 도시와 먹을 것이라고는 유통기한을 알 수 없는 통조림이 전부인 세상에서 남자와 소년은 근근히 살아간다. 이제는 죽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기적처럼 그들에게는 먹을 것과 입을 것 잠잘 곳이 생기고, 빼겻던 음식도 찾게 된다. 그런 일이 반복 될 수록 남자는 이 생을 끝내고 싶지만, 자신의 근거이자 희망인 소년을 보며 그 마음을 추스른다.
그들이 만나는 사람마다 궁핍하고, 더럽고 추악한 모습만 보이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남자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소년을 지킨다.
그러다 남자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병과 어디인지 알 수 없는 도시에서 맞은 화살에 의해 죽음의 문턱에 드러선다.
남자는 소년에게 총을 건네 주며, 내가 죽더라도 너는 가야 된다. 희망을 버려선 안된다는 말을 남기고 소년을 홀로 둔다.
사흘을 울고 있던 소년의 곁에 한 남자가 나타난다. 자신들을 따라 왔다는 남자는 두 가지 선택이 있다고 말한다.
하나는 아버지의 곁에서 죽는 것이고, 또 하나는 자신을 따라 가는 것이다. 계속 되는 삶을 택할지 죽음을 택할지 선택에 기로에 선것이다. 이 어찌 잔인하다 하지 않겠는가? 나이는 나오지 않지만 세상에 빛을 본지 얼마 안 된 소년에게는 그런 선택은 너무나 가혹한 것이다. 하지만 소년은 그 남자가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몇 차례 확인 한 뒤 남자를 택하여 따라간다.
삶을 선택한 것이다. 계속되는 고통과 희망이라고는 찾을 수 없는 그런 삶은 소년은 택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버지가 남긴 유언과도 같은 말을 실천하며 길을 걸었다. 무슨 일이 생기면 꼭 아버지와 얘기 하기로 한 그 말을 실행하며 낯선 남자의 무리에 들어간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난다. 어쩜 이리도 영화와 같은지.... 다만 다른 것은 영화가 아이 혼자 길을 떠났다면 책에서는 무리와 함께 움직이게 다를 뿐이다. 어자피 인생은 혼자다! 단 하나의 빛을 가지고 그 빛에서 다시 시작하는 거다.
영화는 그렇게 말한다. 하지만 책은 혼자서 헤쳐 나갈 수 없는 소년에게 든든한 울타리를 선물한다. 어쩌면 영화보다 책이 더 너그러운지도 모르겠다. 책을 번역한 번역에게는 소설을 쓴 작자가 더 차갑다고 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