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사람이 없을 거라 생각되는 책을 이제서야 읽었다.
읽는 내내 가을, 특히 이 10월에 읽기 참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순신을 화자로 하여 임진왜란을 묘사한 만큼, 처음에는 전쟁을 소재로 한 소설이기에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 일거라 짐작했는데 아니어서 초반에는 당황을 했더랬다.
하지만 한 줄 한 줄 작가가 얼마나 심혈을 기울여 문장을 뽑아내고 고쳐내고 다듬었는지
느껴질 정도로 문장 하나하나의 완성도가 높아 '글을 잘쓰는 작가'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화자가 국민의 영웅, 이순신 이었기 때문일까.
작가는 최대한 이순신 그 자체가 되려 노력하면서도 문장 하나하나의 섬세함을 잃지 않으려고 꽤나
고심했던 흔적이 엿보인다.
실제 이순신도 글을 매우 잘썼다고 하니 더욱 신경을 쓴 듯 하다. 그만큼 문장 하나하나가 버릴게 없는 소설이었다.
대체로 짧고, 또 절제된 감정 표현을 하면서도 그 표현력이 매우 뛰어났다.
우리의 부끄럽고, 아픈 역사의 한 구석을 마치 정말 그 시대의 사람이 된 것처럼
이순신의 눈을 통해 들여다보면서 뭔가 짠한 마음도 들었다.
길고 지리한 전쟁. 그 전쟁 속에서 낙엽처럼 이리저리 휩쓸리다 바스라져 사라져 버리는
조선 민중의 아픔이, 절제되고 차분한 문장 속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렇게 많은 민중의 살고자 하는 목숨과, 행복과, 삶의 터전을 매몰차게 빼앗아 가버린 지리한 전쟁은,
일본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죽음으로 허무하게 끝나 버린다.
적의 적으로서 죽고자 했던 이순신은 세상의 허무함에 진저리를 친다.
꼭 전쟁이 아니어도, 개인의 인생에서 이러한 엄청난 허무함이 밀려오는 때의 심정은 어떠한가.
조선의 왕들은 왜이리 '대체로' 우유부단하고, 이기적이고, 강단이 없을까.
영웅은 언제나 외롭고 후세에나 알아주니 얼마나 억울한가.
마치 수필과 같이, (난중일기를 소설로 옮긴 듯이) 지리한 전쟁 속의 이순신이 보고 듣고 생각한 내용들이
담겨 있다. 중간에 아들의 죽음을 듣고 힘겨워 하는 이순신의 모습이 느껴지는 부분은
최대한 감정을 절제하면서 표현하고 있음에도, 자식을 잃은 뼈속까지 아린 부모의 심정이 느껴졌다.
추천사에 젊은 소설가가 아님에도 소설이 젊다는 표현을 한 글이 있었다.
맞다. 화자가 이순신임에도, 작가역시 중년의 나이를 지나왔음에도, 젊은 열정과 같은 열기가 느껴지는 글이었다.
김훈의 다른 작품, 남한산성도 꼭 한번 읽어보고 싶다.
칼의노래,
김훈,
한국문학,
임진왜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