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녀관계는 서로 아주 잘 알거나 타인보다도 더 모르거나 둘 중 하나다.
-p.25


말이란게 다 할때가 있는 법인디..... 나는 평생 니 엄마한테
말을 안하거나 할 때를 놓치거나 알아주겄거니 하며 살었고나.
인자는 무슨 말이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디 들을 사람이 없구나.
-p.198


너는  늘 짧게 대답하곤 했다.
엄마가 더 물으면 귀찮아져서 나중에 얘기해 줄게,엄마! 그랬다.
너희 모녀에게 나중에 다시 그런 얘기를 나눌 기회는 없었다.
네 앞에는 늘 다른 일이 놓여 있었으므로.
p.275 

엄마를 잃어버렸다.
그럼 듣게 되는 가장 많은 말은 이것일이다.
"어쩌다가......"
어쩌다가 엄마를 잃어버렸다.
어떤 기분일까.
엄마는 머리가 가끔 너무나 아프고. 글을 읽을 줄 모르는데.
서울에 올라와 본 것은 손을 꼽는데.
가방도 아버지가 들고 있었어서 돈도 가방도 신분증도 아무 것도 없는데.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지만 서울은 한달이면 변하는데.

서울역에서 엄마를 잃어버린 내용으로 시작되는 이 책은 아프고 우울하다.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는 조금 색다른 서술방식에 낯선 느낌도 받았다.
"너는" 으로 지칭하는 시점. 
작가는 처음엔 큰 딸을 관점으로 이야기를 풀다가
그 다음엔 큰 아들, 또 그다음엔 남편, 그다음엔 엄마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각자의 기억 속에 엄마와의 엮인 이야기들이 엄마를 잃어버리고 나서야
댐을 갑자기 열어버린 것처럼 마구 쏟아져내린다.
 
소중한 것은 곁에 있을 때는 모른다고. 잃어버린 후에야 소중한 것을 안다고. 
하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고. 작가는 이 말을 하고싶다고 했다.

읽는 내내 엄마를 찾을까 엄마를 찾을 수 있을까.
엄마는 왜 전화도 못했을까  가끔 극심한 두통이 오긴 하지만 경찰서를 찾아가거나 할수 있었을 텐데.
큰 아들이 처음으로 다니던 직장, 처음으로 집을 얻은 동네를 헤매며 돌아다닐 수는 있으면서 왜.
 ’엄마’를 잃어버렸다는 사건 하나만으로 내내 긴장감을 유지하는 소설.

매번 옆에 있는 엄마에게 있을 때 잘해야지 하면서도 어느새 나도 모르게
엄마와 싸우곤 했는데. 

아직 내 나이가 어려서일까. 읽는 동안 할머니가 생각났다.
잃어버린 칠순의 노모와 비슷한 나이.
아이가 다섯이고, 가난하고 없던 살림 속에서 늘 싹싹하고 아둥바둥 어찌보면 독하게
살림을 끌어 모아낸 할머니.
명절때나 가끔 시골에 내려가보면  이제는 등이 조금씩 굽어가는 늙은 어머니의 모습. 
소설속의 엄마와 할머니를 겹쳐보니 더 먹먹해졌다.

그리고 내가 더 나이를 먹으면 소설속의 엄마가 우리 엄마와 겹쳐질거라
생각하니 더 먹먹해졌다.

엉엉 울음을 터뜨리진 않지만 보는 내내 눈시울이 뜨거워졌다가
코끝이 찡했다가 풀렸다가 다시 가슴이 아뜩해지는 소설.












엄마를부탁해, 신경숙

블로그가 마케팅의 한 툴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 이면에는 입소문 마케팅, 감성 마케팅의 부상과 온라인 및 인터넷 기술의 발달이 따른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우리나라보다 더 일찍이 블로그 마케팅이 발달했다.
인터넷선 보급이라든지 정보화 구축의 속도와 달리 우리나라는 블로그는 상대적으로 뒤늦게 발전한 셈이다.
바로 이점에서 '한국형 블로그' 는 미국형과는 다를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한국은 보다 개인적이고 폐쇄적인 미니홈피나 커뮤니티(까페,클럽등의) 형식이 크게 유행했다.
익명성이 보장된다고 하는 온라인이지만, 사실 미니홈피 등에서는 익명성은 유명무실한 경우가 더 많다.
그러나 점차 블로그로 그 힘이 옮겨오고 있는 추세이다.

나라마다 문화가 있듯 국경이 없을 것만 같은 인터넷 세상에도 각 나라의 문화가 살아 숨쉰다.
장문화된 텍스트 중심의 미국형 블로그와 달리 우리나라는 사진과 이미지, 단문의 텍스트가 중심을 이룬다.
또 상대적으로 UCC의 발달도 미국이 더욱 앞선다.
현재는 미국도 UCC가 다소 주춤하고 있는 상태이긴하지만.

미국에서는 올해부터 블로그에 돈을 받고 글으 올리는 것은 광고표시를 하지않으면
벌금을 내는 법이 만들어졌다. 
우리나라는 아직 블로그에 관련한 제도적 기반이 전무한 상황이다.
그만큼 블로그에 있어서만큼은 미국이 우리나라보다 조금 더 앞선 걸음을 걷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 발달 양상에 있어서는 확실히 미묘해보이지만 결정적인 차이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마케팅을 위해 블로그를 이용하겠다면 좀더 세밀하고 한국적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이 책의 내용의 대부분은 나와 견해가 같아서 내 생각들에 많은 부분을 더하고
고치고 생각해나가며 읽을 수 있었다.
다만 한부분 UCC에 관련한 부분은 나는 좀 회의적이라서,
UCC에 상당한 중요도를 부여하고 있는 저자의 생각에 다소 공감이 가지않았다.

그 부분만 빼면 기본적인 전제들이 나의 의견과 일치하고,
전문가답게 폭넓은 사례와 생각들이 도움이 많이 되었다.
뒷부분의 인터뷰 내용들은 아직 다 읽어보진 않았지만, 한국형 블로그 마케팅의 초창기부터
해온 전문가들의 인터뷰라 유용할 듯 하다.

저자가 계속 해서 강조하듯 블로그의 기본은 글쓰기이고,
콘텐츠이며 감성적인 접근이다. 정직과 신뢰는 말할 것도 없다.

툴은 디지털적으로 정신없이 변화하지만,
그 기본 이념에는 아날로그적인 인간 감성은 변하지 않는다.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의 새로운 틀인 블로그를 통해 한층 더 생각을 넓힐 수 있는 책이었다.